지난 일주일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바쁜 하루하루였다.
일요일 미국으로의 출발을 앞둔 지연이는 몸이 바빴고, 집사람과 나는 괜히 마음이 바빴다.

치과 진료도 받고, 안경도 새로 하고, 친구 등 지인들과 석별의 마음도 나누느라 분주했던
지연이가 출국을 하루 앞둔 토요일엔 하루종일 식구들과 함께 했다.



두분의 삼남매를 통한 손주 여섯명 중 유일한 손녀인 지연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절로 출국인사를 드리고 나자
지연이가 생각하는 유학기간인 4년 후면 아흔이 되시는 연세를 의식하시며,
어쩌면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신지 손녀와 이별의 포옹을 하시는 표정이 애틋하셨다.
지연이의 마음도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평소와 달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아 마음을 전한다.
지연이가 두분께 드린 말씀은 오로지 건강하시라는 것.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먹먹했다.


지연이가 하루를 함께 하고 싶어 운동을 쉬려고 했는데, 엄마와 같이 할 일이 있다며 아빠는 운동하시란다.
그렇지... 모녀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싶어 운동 후 저녁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람이 이런 일을 즈음해선 여러가지 상념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지연이도 마지막(?) 식사를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하는게 아닌가 하고 필요 이상의 신경을 많이 쓴다.

수하물의 중량도 확인하는 등 그동안 미리 꾸려놓은 짐을 최종 점검하고, 
와인을 한잔 하며 서로 못다한 이야기와 함께 덕담을 주고받다보니 새벽 세시. 
일요일 아침 6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할거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 계획이었으나,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지연이가 못내 아쉬움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4년 후를 기약하는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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