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엄마의 판단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0. 5. 23. 03:41 |고등학교 1학년이던 재원이를 유학보내야겠다고 생각한건 아내였다.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낮았던 재원이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성과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이 땅의 교육제도나 환경보다,
개인의 장점과 과정에 가치를 두는 곳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더 낫지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아내의 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준 작은 사례가 하나 있다.
재원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좋아하는 재원이에게 야구를 시키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아내가 재원이 학교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때 재원이를 아는 선생님의 판단은 "재원이는 운동에 소질이 없어 안된다" 였다.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근거는 달리기가 느리다는거였다.
아내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깊은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다.
그런데, 재원이가 미국으로 건너간지 몇달쯤 지나, 재원이가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학교 체육교사에게서 "너는 허벅지 안쪽 근육이 잘 발달됐으니 장거리육상을 하면 좋겠다." 는
권유를 받았단다.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는 단지 달리기가 느리다는 이유로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아이에게,
허벅지 안쪽 근육을 만져보고 장거리육상에 적합하다고 아이의 장점을 찾아 판단해준
이국의 교사에게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단점으로 모든걸 부정하는 시각과, 개인이 갖고있는 특성을 장점으로 찾아주는 것.
이 차이만으로도 재원이를 잘 보냈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아내는 지연이의 늦은 유학을 무척이나 가슴아파한다.
아내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터 지연이를 유학보내고 싶어했다.
아내에게는 지연이의 재능이 일찍부터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너무 생각이 앞서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었고,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하다가 재원이가 먼저 유학을 가다보니
지연이의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지연이의 성장과정에서 늘 "너는 유학을 가야한다." 는 동기와 당위성을 지연이에게 심어줬다.
지연이가 갖고있는 성격과 품고있는 생각이 한국적 가족관계와는 맞지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적 가족관계라는 표현이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좀 우습게 표현하자면,
지연이가 품고있는 미래를 펼치기에 우리나라의 표준적인 며느리상은 불편함이 있다는 의미다.
재원이와의 중복투자(?)에 다소 부담을 느껴 조금은 방관자적인 자세였던 나와는 달리,
아내는 조금이라도 일찍 떠나고 싶어했던 지연이의 유학의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집을 줄여 전세를 가도 좋으니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자고 나를 압박(?)하면서.
때문에, 지연이가 떠난 후,
아내는 두 아이를 모두 내보내는 자기의 오랜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매우 기분좋아한다.
남들은 허전하겠다는 위로를 많이 하는데, 본인은 오히려 이제사 마음이 편하단다.
아내는 재원이와 지연이가 미국에서 자리잡고 살기를 원한다.
굳이 부모를 의식하기보다 자신들의 삶을 더 중시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돌아보면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늘 아내가 주도했다.
아이들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식하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늘 나보다 앞서 생각했고, 또 결단력있게 그 생각을 추진해 나갔다.
아내가 명제를 내세워 방침을 정하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게 내 역할이었다.
비단 아이들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집의 주요 의사결정은 아내의 주도가 많았는데,
중요한건 지내놓고 보면 그 판단이 항상 옳았다는 것이다.
가끔 아내가 어느 날 지나가는 소리로 "주식을 한번 팔아야 하는거 아닌가..?" 혹은,
"지금쯤 달러를 바꾸는게 좋지않아요..?"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깜짝 놀란다.
신기하게도 그런 말을 한 그 다음 날엔 주가가 떨어지거나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내가 주식이나 환율 등 경제지표에 대해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종종 느끼는거지만, 아내에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직감이라는게 있는 모양이다.
재원, 지연~~
너희들의 장래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한발 앞서 현명한 판단을 해준 엄마한테 늘 감사해야 돼.
엄마는 늘 아빠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너희들에 대해 더 깊히 생각하더라.
하지만, 그런 엄마의 결정을 군소리없이 따라준 아빠의 followership도 조금만 인정해주면 좋겠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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