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여덟시가 좀 지났을까...
이십대 중반의 여성 세명이 까사미오로 들어서는데,
그중 한명이 불쑥 내게 케익상자를 내민다.

???...   뭐 어쩌라는...

"아버님 축하드립니다.."
축하???  @ㅁ@~~   근데 누구...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리는데,
"지난 번에 LJ와 같이 왔던..."
아~~ 그 순간 생각이 난다.  LJ는 재원이가 나가는 어학원에서 재원이의 호칭이다.
재원이와 같이 근무는 직원들이 함께 까사미오에 왔던 기억이 난 것이다.
근데 이 케익은 뭐야??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재원이에게 전화를 했다.

- **이가 케익을 들고왔는데, 뭐야?  네가 보낸거야?
> 그래요??  내가 보낸건 아닌데..  하아~참... 까사미오 간다기에 오늘 아빠 생신이라서 나도 끝나고 들를거라고 했더니..

결국 그 말을 듣고 오는 김에 케익을 사온 모양이다.  이런 고마울데가...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집사람이 재원이에게 단단히 일렀단다.  절대 여자친구에게 아빠생일 얘기하지 말라고.
그런데 10시가 넘어 재원이 여자친구가 같은 학원의 교사들과 들어왔다.  역시 케익을 들고.
재원이가 전날 내일은 아빠 생신이라 못만날거라 했단다.


어찌됐건 갑자기 케익이 두개나 들어오는 바람에 뽀록이 다 나버렸다.
그 시간에 어느 틈에 움직였는지 식운이가 쇼핑백을 건넨다.

-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 뭐냐.. 이건?
- 형들이랑 같이 한겁니다.

에이... 참... 이럴까봐 아무소리 안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괜히 애들한테까지 민폐를 끼쳤다.



가족들에게조차 아무소리 안하고 조용히 지나가려던 생일이 갑자기 푸짐해졌다.
  
기왕에 케익을 받았으니 그냥 집에 들고 올 수도 없는 일.
아빠 생일이라고 일부러 가게로 달려온 재원이와 지연이까지 함께 하여
주방에서 직원들의 축하송을 듣고...




주방이 복잡해 사진은 지연이와 주방 선반에 쪼그리고 앉아 한 컷.

아빠 눈에서 불이 난거 같다는 재원이의 말에 자세를 바꿔 다시 한 컷.




초 꽂은걸 보니 많이 깎아줬다. ^^


처음 케익을 보고 주방의 이모께서 하신 말씀.
"오늘이 사장님 생신이세요?? 몰랐네요.  내년부턴 잊지않을께요."

허~걱~~~  까사미오 줄기차게 끌고가야 한다는 압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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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 진학 때문에 뉴욕에 체류하며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인터뷰를 마친 지연이.

전체 응시인원은 몇명인지 모르겠는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인터뷰대상은 26명이었고 그중 최종 입학예정인원은 6명.
인터뷰 대상자 26명중 아시아계는 자기 혼자이며 대부분 미국인과 유럽인인데,
지연이가 응시하는 콜럼비아대학원 무대연출파트는 최근 수년간 아시아계의 입학이 한명도 없었단다.   

더구나 지연이도 놀라고 인터뷰를 보러온 다른 대상자들도 서로 놀란건 현재 대학 재학생은 지연이가 유일하다는거.
모두가 이미 극단에서 연출경력을 3년이상 쌓고있는 사람들이고, 게중에는 연출부문 수상경력자까지 있다며,
지연이가 이제 졸업을 앞둔 재학생이라는데 놀라더라고. 

   
인터뷰방식은,

토요일은, 3명 1개조로 팀을 편성하여 대본이 없는 작품을 주고 15분의 준비시간을 준 후,
돌아가며 한사람이 연출을 하고 두사람은 배우가 되어 씬(scene)을 만드는게 미션이란다.
작품의 성격을 파악하여 대사까지 만들어내는 순발력을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끝난 후에는 6명씩 그룹 프리토킹.

일요일 인터뷰는, 2인 1조가 되어 아무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작품의 내용과 대본을 만들어
한명은 연출 나머지 한명은 연기를 하는 1인극 무대를 각자 역할을 바꿔가며 4분씩 보여주는게 미션인데,
연출은 혼자 무대배치와 조명까지 모두 담당을 해야한단다.  이것은 창의성을 보기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요일 미션은 토요일 미리 알려줘 같이 조를 이룬 사람과 밤 늦게까지 연습을 했다고. 

지연이는, 혹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자기 때문에 함께 팀을 이룬 사람들이 의도했던 것을 보여주지 못해
불이익을 받지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자기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마무리되어 다행이었다며, 영어가 잘 안되는 한 응시자는 대사가 없는 것으로 처리를 했다고 한다.



지연이가 전해준 에피소드 한토막.

첫날 3명 1조로 돌아가며 연기자역할을 할 때 주어진 배역은 창녀.
전공자체가 연출이었기에 아무래도 연기경험이 없는데 하필이면 주어진 배역이 엉뚱하게도 창녀라니...
일반적인 연기도 영어로 감정을 실어 대사를 치는 것이 벅찬데, 게다가 창녀의 느낌까지 살려야한다는게
참 난감하더란다. 어휘 선택도 그렇고...
할 수 없이 즉석에서 머리형태를 바꾸고, 양 어깨를 노출시켜 나름대로 늬앙스를 풍기려했다고. 


Presentation List 에 [ JEE YEON LEE ]라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뿌듯했다는 지연이.
최종 결과여부와 상관없이 세계 뮤지컬무대의 한복판에서 Final Presentation 에 올라 
쟁쟁한 응시자들과 함께 팀을 이뤄 밤을 새워가며 최선을 다해 당당히 경쟁을 해본 것이 기뻤다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은 목소리로 경험담을 들려주는 지연이는 굉장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간 자기도 모르게 중압감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구토를 하는 등 소화도 안되고 몸이 안좋아 고생했다면서
이제 마음이 편하니 다 좋아지지않겠냐며 웃으며 인터뷰 소감을 마무리한다.

"재밌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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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지연이가 미국으로 간다.

작년 7개월여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남은 학기 학업과 함께
졸업작품 연출과 유학갈 대학원선정 및 지원에 집중하던 지연이.
자기가 있을 곳은 오로지 뉴욕뿐이라는 철칙(?)하에 Columbia University와 New School University를 비롯해
4개 대학에 지원서를 냈는데, 콜럼비아대학에서 가장 먼저 인터뷰 요청이 온 것이다.

인터뷰일정은 2월 14~15일이지만, 학교 분위기도 익힐겸 여유를 두고 나가는데,
뉴스쿨은 아직 확정이 안됐지만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인터뷰 일정이 3월 중순이라
어쩌면 한달보름여 뉴욕에 머무를거 같다.
나머지 두군데는 인터뷰 일정이 4월이라 마지막 학기 수업 때문에 아예 포기한듯 하다.


사실 지연이가 대학원진학을 목표로 학교를 알아보면서부터 나도 고민이 많았다.
병역의무를 마친 재원이도 금년에는 당연히 복학을 해서 학업을 마쳐야하니
안그래도 환율이 마냥 치솟는 시점에서 둘의 유학비용이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연이에게 지금 우리 집의 경제적 현실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하고, 
대학원을 가더라도 네임밸류보다 장학금 수혜가 가능한 대학, 아울러 경제적인 면도 감안하여
꼭 동부만이 아닌 서부나 중부에 있는 대학도 고려하길 권유했다.
특히 라스베가스 같은 경우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무대연출로 
장래성이 더 있지않겠느냐는 나름대로의 의견도 제시했지만, 지연이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래도 자기가 설 곳은 뉴욕이란다.  그러면서 일단 보내만주면 그 이후로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니
어쩌겠는가...

콜럼비아에서 인터뷰를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고도 서로는 표정관리하느라 바빴다.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에서 비록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받아줄 수도 있는 대상자로 1차 인정을 받았다는게
분명 서로 축하해야할 기쁜 일임이 분명한데도, 지연이는 부모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뻐하지 못하고,
우린 학비에 대한 부담으로 축하해주지도 못했다.  내가 집사람에게 건넨 첫마디는 이랬다.
"면접한번 하는데 무슨 태평양 건너있는 사람까지 오라 그러냐...??" 

결과가 어찌될지도 모를 면접을 보기위해 항공권 등을 예매하며 미안한 눈치를 보이던 지연이가
얼마 전에는 슬쩍 말을 던진다. 
"그래도 면접비용은 벌어놓고 가요..."
마지막 학기 학년장학금을 받았단다.



유학을 가는 것도 아닌데 혼자 공항으로 가겠다는 지연이.
 
나 : 잘 다녀와라.  인터뷰 잘 하고..
딸 : 네~~  꼭 합격하고 오겠습니다.
나 : 합격만 해서는 안되고..  장학금까지 받아와.

그러니...  안되길 바란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 되도 걱정이고...
정말 가장 바람직한건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는건데, 욕심이 과한거겠지...

문제는, 콜럼비아는 그냥 합격이 되고, 다른 곳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럴경우 우리는 지연이에게 어떤 선택을 권할 것이며, 또 지연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데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걸 보면
지연이에 대한 과신과 우월감에 젖은 쓸데없는 자만심인지,
아님 지연의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기대감을 갖게되는 것은, 지연이는 여지껏 늘 자신이 추구하던 길을 걸어왔다는 
여태까지의 경험때문인거 같다.


지연아~~  함께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잘 될거야..   넌 항상 네 꿈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을 보여왔으니까.
아빠는 그런 네가 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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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가 될거 같다.
그래서 그만큼 챙기고 준비하고 걱정해야할 일이 많다.


금년에 꼭 챙겨야할 것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 종합검진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시켜줬기 때문에 좋든싫든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알고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2001년 직장을 떠난 후 한번도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재작년인가 속이 안좋아 위내시경을 한 적은 있었지만, 종합검진을 받아본지가 너무 오래됐다.
그동안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자부를 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자부가 객기인 나이가 된거 같고
주위에서도 권유가 많아 금년엔 꼭 받아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했다.


금년에 가장 큰 이슈는 재원이와 지연이의 유학이다.

재원이야 학업을 중단하고 왔으니 당연히 복학을 해야하는게 수순이고,
지연이도 공부를 더 하겠다는걸 부모로서 말릴 수는 없는거 아닌가.
둘을 한번에 내보내는 것이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인데...  이건 사실 당장 답이 안나온다.


사업의 구조개선도 큰 과제다.

bnb는 수지구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casamio는 수지구조 개선과 함께
2월중에 인력구조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수지구조가 전반적인 경제침체와 맞물려 개선점을 찾기가 쉽지않다는 것.

말 그대로 수입과 지출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입이 줄지않으면 다행이고,
원가상승으로 인해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니 이의 타개책을 찾기가 쉽지않다.
특히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대기업과 달리 영세기업은 운신과 선택의 폭이 더 좁을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렇더라도 금년엔 어학공부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에 더 관심을 갖고싶다는 생각이 스스로도 이상하리만큼 최근에 자꾸 든다.
서점에 가도 자꾸 영어책에 눈길이 가고 들척이는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갑자기 왜 이래...     일어도 더 이상 잊어먹지않게 하고 싶은데,
욕심이 많아지는걸 보니 아무래도 욕심만 키운 채 둘다 놓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생각이나마 하니 다행이지...


2009년엔 기록에 더 관심을 갖고 치중해야겠다.

해마다 해가 바뀔 때면 다이어리나 수첩을 고르는데 많은 고민을 하곤한다.
두툼한 다이어리를 골랐다가 쓸데없이 지면낭비를 하는 것도 싫고,
너무 단순한 수첩으로 일상에 대한 기록이 부실해지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금년엔 기록을 이원화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위한 단순한 메모용 수첩은 몸에 지니기 쉬운 것으로 하고,
매일같이 일어나는 업무나 개인적 중요사항을 기록보존하는 일지는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생각과 일상은 블로그를 통해 유지하는데, 블로그는 일단 하루 한개 포스팅을 목표로 한다.
작년에도 1일 1포스트를 목표로 했는데, 꼭 그리 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많이 유지는 된거 같다. 


참 웃기는 계획도 아닌 계획 하나는 유럽배낭여행기의 종결이다.

2001년에 다녀온 배낭여행기를 아직까지 붙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남들은 최근에 다녀온걸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 이 여행기는 사실 작년 년말에 끝낼 수도 있었다.
전체 14개국 42개도시 중 이제 마지막 독일의 4개 도시만 남았는데,
작년 12월 다 끝내려했으나, 갑자기 그냥 끝내기가 싫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일종의 아쉬움인지, 쉽게 끝을 낼 수 있었던 것이었음에도 어느 날 왠지 좀더 끌고 싶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별개 아니더라도 이렇게 한번쯤 전체적인 틀이라도 잡아보는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거 같다.
1년을 지내다보면 또 예기치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더 깊히 고민해야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조급하지말고 여유롭게 살자는 것.
그리고 어렵고 복잡할수록 물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것.
그래서 江河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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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그래도 한해를 갈무리하고,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그래도 새해에 대한 계획을 세워봐야 하는데
연말을 정신없이 보내느라 미처 이것저것 되돌아보고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작년(아직 어색한 표현이지만)에 뭔 일이 있었나...??


2008년 우리집의 첫번째 변화는 집사람의 명예퇴직이다.

작년초 25년간 몸담고있던 교단을 떠났는데, 집사람이 교단을 떠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집사람의 성격상 건강은 본인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사유가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교직에서 더이상 보람과 찾을 수 없었고, 미래의 희망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교는 상급기관에서 하달되는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교육방안 모색은 뒷전으로 밀리고,
학교책임자의 관심은 교사와 학생들보다 전시행정에 더 치우치고,
교사들은 승진을 위한 교외연수를 따라 다니느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사라진지 오래고,
학부모들은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을 아예 포기하거나 교사에 대한 월권을 일삼고,
학생들은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보신주의 속에 선생을 존경은 커녕 경멸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현실에 좌절하고 환멸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인지 집사람이 학교를 그만두고 1년동안 후회하는걸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뒤이은 재원이의 제대.

대한민국 젊은 남자들이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군목무를 무사히 마친 것이다.
젊은 청년들 특히 유학생들이 한번쯤은 기피나 면제방안을 생각해봄직한 군대를 
처음부터 당연히 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군소리없이 귀국하여 입대를 한 것은 고맙고 대견한 일이지만, 
솔직히 집사람과 나는 내심 아쉬움과 불만이 좀 있다.
우린 저 녀석이 일반병으로 최전방에서 사고와 행동의 전환기를 맞길 바랐는데,
카투사로 들어가 여유롭게 군복무를 마친게 유감이다.
그러니, 남들 그렇게 가기 힘들다는 카투사에 합격한 것도 제 복이니 그걸 어쩌겠는가... 



8월에는 지연이가 조기귀국을 했다.

당초 1년 예정으로 2007년 12월에 뉴욕으로 떠났던 지연이가 
생각보다 빨리 어학수준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했는지,
학교를 일찍 마치고 다시 대학원유학을 가겠다고 조기 귀국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계속 토플시험을 보더니 자기가 희망하는 대학원에 응시자격이 될 정도로 올려놓았다.


세계적인 경제한파는 우리에게도 어려운 과정이다.

사업투자로 금융권대출이 많은 나에게 은행금리인상은 상당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은행이자 부담이 월 500만원정도 증가된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모든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입은 오히려 감소된 가운데 지출의 증대는 심각하다. 
까사미오의 매출 역시 상당히 감소했다.


그래도 조급하지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애쓴 한해였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고,
또 점점 우리 식구들을 중독시키는 꼬맹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2008년이 갔다.


:
같은 서울에 있는 경우 우리집 식구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때 늘 함께 귀가를 했다.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같이 가거나 했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나와 집사람은 까사미오에서, 재원이는 직장에서, 그리고 지연이도 모임이 있었다.

세상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병원에서 링거를 맞게될 줄이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으며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가게에 나와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 때문에 전화도 제대로 못받는걸 보고
집사람이 재원이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이다.  학원의 이전 준비로 늦게 일을 마친 재원이가
여자친구와 만나 잠깐 저녁만 먹고 부랴부랴 까사미오로 달려왔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에 아빠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여자친구를 제쳐두고 온게 미안한데, 지는 오히려 늦게온게 미안한 모양이다. 
자기가 마감을 할테니 아빠 먼저 들어가시란다. 

재원이 여자친구가 우리 식구들 성탄선물을 준비했다.
나와 집사람용으로 준비한 것은 커플장갑.  지연이는 귀걸이.

집사람이 열어보더니 놀란다.  "이거 비쌀텐데...  걔 돈 이렇게 써도 되니??"




요건 내 장갑.  집사람 것은 여성용이라서인지 디자인이 더 이쁘다.
나나 집사람은 장갑이 없다.  원래 장갑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사람 왈, "금년에는 장갑 열심히 끼고 다녀야겠네..  당신도 꼭 갖고 다녀요."

지연이가 까사미오 끝날 때 자기좀 데려가라고 연락이 와, 남부터미널에서 pick-up.
결국 집에 들어갈 때는 예년과 같이 식구가 함께 들어가는 모양새가 됐다.


성탄절 낮 부모님과 식사를 하러 나가며, 집사람이 재원이에게 뜸금없는 말을 한다.
"재원아..  너 소현이랑 결혼할래??"   갑작스런 질문에 모두들 @ㅁ@~~
"이 사람이.. 장갑 한 켤레에 완전히 헤까닥해버린 모양이네..."  모두들 웃었다.



아들 여자친구에게서는 장갑을 받고,
아들에게서는 아빠가 몸이 안좋다는 소리에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달려온 마음을 받았다.
집사람은 변화가 없는 생활에서도 흔들림없이 변함없는 마음을 내게 전해주고 있고,
부모님은 건강하신 모습을 내게 선물로 주셨다.
또 동생은 내게 와닿는 미안해하는 마음을 건네주었다.




꼬맹이도 변함없는 재롱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 나오던 지연이가 잠이 덜깬 목소리를 내게 던진다.
"아빠.. 딸래미가 드디어 전과목 All A+를 받았어요."

매학기마다 꼭 한과목씩을 놓쳐 아쉬워하던 지연이가 한학기를 남겨놓고 결국 숙원을 푼 것이다.
남들처럼 도서관에만 파묻히지않고 이쪽저쪽 작업에 매달리고, 또 때로는 끌려다니면서
본분을 챙긴 것이기에 더 대견하게 느껴진다.


지연이의 선물을 마지막으로 2008년 크리스마스에는 아주 다양하고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아참...  감기까지 받았구나..  이런걸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나??
하지만 감기 하나쯤이야 多魔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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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관계로 복학을 미루고 청담동 어학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던 재원이가 자리를 옮겼다.

처음 재원이를 면접했던 어학원 본점의 임원이 청담동에서 임시로 일을 하다가  
압구정어학원이 신설되면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주겠다고 했다는데, 그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보조교사라고는 하지만, 주로 하는 일이라는게 아이들 셔틀버스 동행이고
따라서 고용형태도 아르바이트 형태였는데, 압구정어학원에서는 그래도 자기 일이 있는 모양이다.
아직 졸업을 하지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주로 행정업무를 보는듯 하다.

신설되는 학원이기 때문에 외국의 교사들을 새로 채용하는데,
그네들이 처음 서울에 들어와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일인 모양이다.
교사들이 서울에서 묵을 숙소도 계약하고 그들에게 서울지리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등
일종의 총무역할을 하는데, Native Speaker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

아침 9시 까지 출근하는 등 아주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하는걸 보며 누구보다 즐거워하는건 집사람이다.
안그랬으면 매일같이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 때 까지 밍그적거릴 녀석이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챙겨먹고 나가는게 다행이다 싶은거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다 큰 자식이 허구헌날 집에서 뭉개고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며칠 전에는 재원이가 명함을 내민다.

여기서는 아르바이트 형태의 임시교사가 아니라 정식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단다.
그래서 학원에서 명함까지 만들어줬다고...

요즘 자기 표현으로는 빡세게 일을 한다는데, 재원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거 같다.

사회에서 하는 일을 배운다는 것도 있지만,
피곤하더라도 출근시간에 맞춘다는 것 부터 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열심히 경쟁하면서 생활하는지를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후에 복학해서 남은 학업을 게속하는데 마음가짐이 달라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인의 진로를 선택하는데도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

전부터 집사람이 희망하던게 있었다.

[가족 홈피]

아이들이 커가며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늘면서 우리 식구들끼리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는
터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틈날 때 마다 제시했었는데,
이제서야 그 바램을 이룰 바탕을 마련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인터넷상에 각자의 공간은 있었다.
아이들의 경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있고, 나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무슨 생각을 하고, 뭔 일을 하는지 어느정도는 서로 파악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은 아니다.
가족외의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또 각자의 일상사까지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자면, "엄마.. 나 아파.."  혹은, "아빠..  나 어디좀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어리광이나, 자기의 희망사항을 부모에게 넌지시 떠보는 이야기는 홈피에 올리기도 그렇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좀 데면데면할 수가 있다. 

또 부모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바라는 일종의 건의사항이랄까.. 바램 같은 것도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면 멋적을 수 있지만, 
가족사이트에 올림으로써 서로 중립공간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점도 있을거 같다.

아울러, 홈피나 블로그는 각자가 서로의 영역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함께
하고픈 말이 있어도 댓글 외에는 방법이 없다.
블로그나 홈피를 만들어 공동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경우 글을 올린 사람이나 댓글을 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이 안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저런 경우를 생각하니, 이렇게 가족사이트를 만드는게 그나마 좋은거 같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 식구들이 뛰어놀 web ground 의 주소는 [family.kangha.kr]이다.
물론 우리 식구 외에는 누구도 접근금지다.

사실 이런 가족사이트는 아이들이 중학생 정도의 가족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커버리면 이미 구축된 자신의 영역이 더 편하게 느껴지지만,
중학생 정도만 하더라도 아직 가족들과 인터넷으로 대화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 초중반에 이런 가족공동체에 익숙하게되면 더 성장을 해서도 자연스럽게 습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학동에서 자란 아이가 문명 속에서도 더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과 같다. 


가족사이트의 이름은 집사람의 의견으로 딸아이의 닉네임을 사용하여 [미오네 집]으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ID는 본인들의 이해를 얻어 내가 정했다.

재원이의 아이디는 [ace].  앞으로 우리 가족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연이의 아이디는 [asset]으로 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근데...   어~~~
가족사이트에 꼬맹이의 방도 마련했더니, 우리 꼬맹이도 글을 올렸네...^^



:
지난 금요일, 고교동창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요즘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의 패턴대로 테이블에 앉아
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다 한마디 던졌다.
"사실 내일이 내 결혼기념일인데...  더구나 내일이 25주년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묻는다.
- 25주년이면 은혼식이잖아. 뭐 준비했냐?
> 글쎄... 준비한게 없는데, 여기 먼저 지난 사람 경험담좀 얘기해봐..

뭐 외국여행을 갔었다는 친구에 이어 한 친구의 대답이 모두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 나는 다이아 1캐럿을 해줬는데...
> 야~~ 대단하네...  다이아 1캐럿이면 얼만데...

이 친구 왈.
-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종이에 [다이아몬드 1캐럿 교환증.  유효기간 영구] 이렇게 써서
   봉투에 넣어줬지.

그러자 친구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 너 그러고 밥 세끼는 제대로 먹고 다녔냐?
- 그러고도 이렇게 살아있는게 불가사의하네...
- 집사람 아직 같이 살아??
 
등등...

그래서 한번 또 유쾌하게 웃었다.
사실 은혼식이라하면 왠지 나이를 무지 먹은거 같아 느낌이 이상해서
그냥 25주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낮에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함께 했다.
처음엔 잊고 계시다 오늘이 저희가 결혼한지 25년째라고 말씀드리자, 아버님이 말씀을 꺼내신다.
"아... 맞다...  여보...  오늘이 얘들 결혼기념일이야... 
 내가 달력에 적어놓고 깜빡했네...  미안하구나."
그러시고는 달력에 적어는 놓았는데, 은혼식까지는 생각을 못했노라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아버님은 매년 자식들의 결혼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신다.
그리고 꼭 촌지를 건네주신다. 
아마 오늘 우리가 모시지 않았더라면 내일이나 모레쯤 분명히 전화를 주셨을 것이다.
잊어서 미안하다고...

"두분이 잘 돌봐주신 덕에 이렇게 잘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잘 살겠습니다." 
"두분이 건강하시고 화목하게 사시니까 저희도 아무 신경쓸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는거지,
 두분이 티격태격하시고 건강도 안좋으시고 근심이 많으시면 어떻게 저희가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두분이 저희에게 복을 주신거죠.
 저희가 은혜가 입은거고요. 아버님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와 집사람이 인사를 드리자, 두분도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으라고 덕담을 주신다.


저녁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지연이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드리는데, 원래 오늘 같은 날은 두분이 자리를 가져야하는거 아니냐?"
고 묻는다.

내가 답했다. 
"결혼 25주년을 은혼식이라고 하고, 50주년을 금혼식이라고 하는데, 이런 의미를 부여했던건,
 예전에는 질병들이 많았고 의료수준도 떨어져 요즘같으면 치료가능한 병으로도 죽는 경우가
 많고 그랬으니까  25년을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을 모두가 축하하는 의미였지만,
요즘에는 의료수준 향상으로 그런 걱정은 안하겠지.

 반면에 요즘에는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거 같아.
 25주년이면 대개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정도 다 컸을 때니까,
 자식들이 '우리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 까지 갈등 겪지않게 아빠 엄마가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
 는 감사의 표시랄까..."


집에 돌아오며 집사람이 한 말.
"그렇게 오래된거 같지도 않은데, 25년이 됐네... 
 그래도 내후년 아버님 어머님 60주년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흔히들 한다는 외국여행 가자는 소리도 못해 미안하기만 한데,
집사람은 내일 지리산 가려면 피곤할테니 빨리 자라고 성화다.

여보~~  미안해요...  무책임하고 형식적인 얘기같아 [다음에...]라는 말은 안할랍니다.


:



있는 듯 없는 듯
25년 세월을 그렇게 내곁을 지켜준 사람.







때론
서로 다른 생각도 했었고


남들처럼 티격태격도 했지만

25년을 함께 할 수 있었던건
이렇게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25년전 오늘
나와 함께 하기로 다짐한 그 마음에
만족보다 부족함이 더 많겠지만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할지 모르겠다.

여지껏 받은 고마움보다
앞으로 전할 미안함이 더 클텐데...



:


집사람이 결혼 후 어머니께 전해받은 사진 중
집사람은 이 사진을 유난히 좋아한다.

저 조끼를 배자라고 한다며
배자를 입으신 모습이 너무 좋단다.





내겐 형님이 두분 계셨다고 한다.
하지만, 두분 형님의 사진은 어디에도 없다.

힘든 시절에 아들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으셨던건지,
실패한 아들의 사진을 보며 상처를 기억하고 싶지않으셨던건지 모르겠지만,
짐작되는 부분은 있다.

그래서
세번째 아들의 사진을 그토록 오랜시간동안 간직하셨는지 모른다.


그 세번째 아들은 지금은 장남이 되어
가끔 형님들의 모습을 상상만 하고있다.
한번도 두분께 형님들에 대해 물어보지도 못한 채...

두분 역시 한번도 나의 형님들에 대한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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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살자.
편하게 살자.

나는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
주식을 하다 큰 손실을 봤을 때도 나는 즐겁게 마음가지려 애썼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 2년반동안도 나는 즐겁게 살았다.



같은 직장에 있던 후배가 나에게, 늘 웃고 다니는게 여유가 넘쳐 보인단다.
그러면서 남들이 내가 벌어놓은게 많은거 같다고 그런단다.

그 후배에게 되묻는다.
" 대한민국에서 월급장이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냐?
어차피 모든 사람이 남인데, 내가 죽는 시늉 한다고 돈 보태줄 사람 누가 있겠나??
인상쓰고 다녀봤자 오히려 피하기만 하지.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다니면
적어도 알던 사람들이 피하지는 않지..."

집사람도 그런다.  당신은 너무 행복하게 노는걸 즐기는거 같다고.

용을 써도 안되는건 안된다.
용을 써서 모든게 다 된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행위와 사고의 연속인데,
이 모든걸 인상쓰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하자는거다.

얼마전 동호회 모임에서 한분이 내게 이런 표현을 하셨다.
삶을 참 밝게 사는 것 같다고.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편하게 살자]는 말은 안락하게 살자는게 아니라,  복잡하게 비비꼬면서 살지 말자는 얘기다.
복잡하게 비비꼬는거 - 그게 궁상이다.

나는 삶이란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삶은 늘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엉킨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늘 명료하고 명쾌하다.

예를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아름답다.. 지적이다.. 섹시하다.. 우아하다.. 혹은 맑아보인다... 등등,
남성들이 표현하는 수사도 많고, 여성들이 남성에게 듣고싶은 찬사도 다양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대했을 때 나는 " 참 느낌이 좋다." 고 한다.
내게 와닿는 그 여자의 전체적인 느낌이 좋다는데, 그 이상의 무슨 수식어가 필요한가...
간단하게 feel 이 꽂혔다는데...

간단하고 단순한게 생각이 부족한게 아니다.
순리대로 생활하면 모든게 간단하고 단순해진다.
내가 글을 쓸 때 [江河]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것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위해서다.

근데 사실, 간단명료 단순명쾌와 아무생각 없는 것이 가끔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관과 좌우명은 다소 차이가 있는거 같으니 조금만 더 사족을 달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지키려 애쓰고, 후배들에게 강조하던 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어디서든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자]
또 하나는,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다.

21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무수히도 많은 자리를 옮겨다니며,
그때마다 생각한 것은
내 전임자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남기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던, 하던 방법을 바꾸던,  하여튼 내가 있었으므로 뭔가는 달라져야 했다.
그것은 내 존재의 의미였다.

직장에서 처음 관리자로 승진을 하던 날,
그날 나는 A4용지에다 내가 사원시절 상사에게서 받아 기분좋았던 상사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반대로 상사로부터 기분나빴던 상사의 말과 행동을 아주 하찮은 것 까지 빼곡히 적었다.
이를테면, 내가 담배를 피고있을 때 뒤에서 찾으면 막 피워문 담배를 꺼야되는
안타까움이 있다는 것 등등.
(그때는 사무실 흡연이 인정되던 시절이었고, 나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빼곡히 적은 A4용지 두장을 일년동안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며 나를 세뇌시켰다.
내가 좋았던거 남에게 그대로 해주고, 내가 싫었던거 안하면 된다.
그럼 만점짜리 상사가 된다는게 내 단순한 논리였다.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게 비슷하니까.

직장생활을 하는동안 내가 부르려고 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고 있으면,
난 그가 담배를 다 피울 때 까지 기다렸다.
그 5분 정도를 못 기다릴 정도로 세상이 급박하진 않았다.

내가 하기 싫은건 남도 하기 싫다.
속된 말로 술집에서 내가 마음에 안드는 여자는 다른 남자들도 십중팔구 마음에 안들게다.
그럼... 그 여자가 술집에 나오는 이유가 없어진다.

易地思之.. 네글자를 너무 길게 풀었다.

모자란 것을 정당화 시키는데는 원래 많은 말이 필요한 법이다.
:
1년은 열두달이지만 우리 식구들의 생일은 8월말부터 9월중순에 몰려있다.

우선 지연이는 할아버지와 음력생일이 같다.
우리 윗세대 어른들이 보통 음력으로 생신을 보내듯이, 집사람이 아버님의 생신날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
갑자기 산기가 와 바로 병원으로 가서 지연이를 낳은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손녀의 음력생일이 같지만, 지연이는 요즘 아이들과 같이 양력으로 생일을 보낸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할아버지와 지연이의 생일은 날짜가 비슷하다.

지연이의 생일 2주 후에는 재원이의 생일이다.
그리고, 6일이 지나면 집사람의 생일이고, 다시 4일이 지나면 동생의 생일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신도 정확히 한달간격이니, 나만 멀찌감치 동떨어져있는 셈이다.
여하튼 이 기간 중에 선물 주고받기가 바쁘다.


 

중식당에서 모인 어머니의 생신.
케익은 행사용이므로 굳이 큰 케익을 살 필요는 없는데, 초가 거의 포화상태다.
내년은 더 많아지겠지만, 후년부터는 작은 초가 확 줄어드니 춧불켜기가 좀 낫겠다.
요때는 지연이가 없었다.

내 아내의 생일은 내가 축하한다는 아버지의 지론에 의해 자식들은 늘 식사비 지출할 자격도 없다. 
 



한정식집에서 갖은 아버지의 생신.
작은 초는 이제 생략.

밥 한끼 먹기위해 괜히 자식들 신경쓰고 번거롭게 할 필요없다고
두분은 오래 전부터 생신날 가족모임을 이렇게 밖에서 하신다. 




지연이 생일은 신세대답게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네식구가 생일에 함께 모인 것도 몇년만인지 모른다.
물론 재원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일식당에서 맞은 집사람의 생일.
네식구가 함께 있는 시간을 만끽한다.  내가 쟈켓만 벗었으면 완전 블랙모드네.

두 사진을 비교하면 세사람은 이미지가 거의 같은데, 재원이는 중학생과 대학생이다.
어째 저렇게 느낌의 차이가 날까... 

재원이의 생일엔 여자친구 만나러 나가느라 온 식구가 따 당했다.


내년에는 가족들의 생일모임이 무척 단촐해질거 같다.
재원이와 지연이가 예정대로라면 국내에 없을테고,
동생은 이미 기러기아빠이니, 내년부터는 가족이 모여도 동생이 제일 쫄따구가 된다.

자식들 다 내보내놓고 어른들만 모이는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집사람이나 나나 또 동생도 그렇고, 뭐 우리야 그런거에 집착하거나 마음쓰는 성격이 아니니
우리는 아마 홀가분하다고 생각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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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점을 먹고 집을 나섰다.

찜질방가서 쉬는게 좋겠다는 집사람의 뜻을 저녁시간으로 미루게 하고 지연이와 셋이 자유로를 올라탔다.

서울시내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통 어디를 다녀보지 못한 지연이에게 그래도 남들의 대화에 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싶다는 생각에 검토를 해보니, 짧은 시간에 대중적인 곳 몇군데를 돌아볼 수 있는 동선은
여기가 제일 적격인거 같다.




임진각을 향해 달리는 도중 보인 산 중턱의 범선.

지연이의 재치있는 입담. '사공이 너무 많았나보군...'



숲을 물삼아 산위에 떠있는 배.
완전 노아의 방주네...




5월에 갔을 때와 달라진건 공연장 앞 잔디에 파라솔이 생겼다는 것.

통일기원가요제를 한다던데...



그리고 언덕 깃발의 붉은 천이 흰색으로 바뀌었는데, 임팩트는 약해보인다.

분위기좋았던 카페 [안녕]도 사람이 많으니 상당히 산만하고 어수선해보이고.
역시 비오는 한적한 날이 제격이다.


돌아보며 헤이리와 파주출판단지를 거쳐 일산 웨스턴돔과 라페스타를 들렀다.



웨스턴돔 입구에서는 뭔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관람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참 편해보인다.

웨스턴돔 2층의 해주냉면.
지난 번 왔을 때 이걸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시식.
근데... 맵다.    얼굴까지 벌개지며 입술을 씰룩이는 나를 보고는 지연이가 한마디한다.
'아.. 우리 아빠 어쩌다 이랗게 되셨나...'   
매운거 버티는 것도 나이에 따라 다른가???

걷다가 샌달 끈이 끊어진 지연이.
내친 김에 구두 하나 사라고 웨스턴돔과 라페스타의 수많은 제화점을 다 들렀건만 끝내 끊어진 샌달을 신고 그냥 왔다.
구두가격도 싸지만, 샌달은 만원에도 판매를 하던데...

정말 물건 팔기 힘들다는걸 느꼈다.
그 많은 제화점의 합하면 수백종의 구두 중에서 지연이 하나 만족시키는 구두가 없으니...


일산에서 돌아와 강남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지연이는 집으로, 집사람은 찜질방으로, 그리고 나는 까사미오로.

이렇게 삼일 추석연휴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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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본 지연이  (19) 2008.09.13
:
오전 10시. 
상도동 성당에서 숙부님들까지 모든 가족들이 함께 연미사를 드렸다.

예전엔 구정과 추석때 연미사를 마치고는 종가인 아버님 집에서 점심을 함께 하셨다.
숙부님 가족들까지 모두 모이면 인원이 대충 30명쯤 된다.

그러던 중 언젠가, '형수님과 큰질부가 너무 고생하니 매년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식사준비를 하자.' 는 
큰 숙부님의 제안으로 숙부님들댁에서 번갈아 하다가 다시 바뀐게 2년전이다.
'이제 제수씨들도 나이가 들만큼 들었으니 서로 고생할 필요없다.' 는 아버님의 제안으로
연미사 후에 근처 식당에서 온가족이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각자 직계들끼리 모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두분을 모시고 우리가족과 동생가족이 저녁을 함께 하는데, 이게 집사람의 몫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날에는 근처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성당미사를 마치고는 점심을 생략하고 헤여지는 바람에
점심을 우리집에서 하셨다.



점심을 드시고 구두를 보여드리니 다행히 하나를 고르신다.
두개 다 맘에 들어하시는거 같은데,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않으시려고 하나를 택하신거 같다.



통조림 한통으로 추석 상차림을 받은 꼬맹이는 그동안 혼자 이러고있고...


역시나 두분은 식후 세시간을 넘기지않으시고 일어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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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추석연휴는 휴일을 포함하여 3일이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 많이 짧은 편이었다.
직장인들에게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별 아쉬울게 없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짧은게 오히려 다행이랄까.


대한민국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렇듯이 집사람도 역시 추석맞이 준비하느라 바쁘다.
우리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마저 편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야 늘 '우리 얼마 못먹으니 많이 차리지말고 간단하게 해라.' 고 하시지만,
준비하는 사람이야 어디 그런가.


전날 어느 분과 나눈 대화 한토막.

나 : 명절이라 오히려 바쁘시겠네요.
그 : 사모님도 그러시잖아요. 어디 안가시죠?

나 : 두분이 저희 집으로 오시니까요.
그 : 그럼 더 신경쓰이시겠네요.

나 : 그래도 제 아버님께서는 남의 집에 가서 식사마치시고는 두세시간 이상을 못계시니 좀 낫죠.^^
그 : 그러세요??  ... ... 사모님이 편하시겠어요.
      저희 아버님은 하루는 기본이고 어떨 때는 연휴 끝날 때 까지 계시거든요...

나 : 지방에서 올라오시나보죠?
그 : 서울에 계신데도 그러세요.  아드님을 워낙 사랑하셔서...^^

우리나라에서 주부들도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절은 언제쯤 가능할런지...
우리가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되는 시점부터는 그렇게 해야하는데...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되야하는데...


점심을 먹고 몇군데 제화점을 들렀다.
워낙 오래 신으셔서 구두 양옆과 윗부분의 가죽이 다 헤어졌는데도 계속 낡은 구두만 고집하시는
아버님의 구두를 사기 위해서다.  워낙 선호가 뚜렷하셔서 두 켤레를 샀다.
둘다 마음에 드시면 둘다 신으시면 되고, 다행히 하나라도 맘에 드시면 하나는 환불을 하면 될테니까. 


까사미오는 연휴기간중 정상영업을 했다.
토요일과 월요일 중 어느 날 쉬고 어느 날 문을 여는게 날지 고민을 하다,
직원들은 토요일 휴가를 주고 동생과 재원이와 함께 식구들끼리 영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토요일 손님은 딱 다섯테이블.
토요일이라도 명절 전날은 전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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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가족여행에서 가장 새로웠던건 지연이의 모습이었다.

중학교 졸업당시 일본여행을 다녀온 이후 같이 어디를 다녀본게 6년만이니...
고등학교때는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생들이 다 그렇듯 꼼짝할 틈이 없었고,
대학을 들어가서는 본인이 3년내내 연극작업에 몰입하다보니 또 그렇고...
오죽하면 자기도 우리나라 지방을 다녀보는게 처음이라 그럴까.

그래서인지 짧은 기간이지만 여행중에 보여진 지연이의 모습은 새로운게 많았다.
그 지연이의 모습을 스케치해본다.


 

재원이가 담아준 지연이의 모습.

매번 남의 사진만 찍어주다 자기가 피사체가 되니 기분이 색다른 모양인데,
오빠가 화보촬영을 해준거 같다며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이건 내가 스냅으로 담은 것인데, 마치 파파라치에게 도촬당한 모나코 공주 분위기.
공주는 넘 심한가...  ㅡ.ㅡ
고슴도치가족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자.






 


이건 완전히 중딩필이네...


딸아이가 커보이고, 제법 성숙한 느낌도 들고,
또 이렇게 갑자기 아이의 사진을 올리고 싶어지는걸보니
아이들이 곁을 떠날 나이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드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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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경제상황 돌아가는걸 보니 지연이의 조기 귀국도 재원이의 출국 연기도 모두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환율이 27원이나 올라 결국 1100원을 넘어섰다. 


당연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미국비자 거부가 재원이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2004년 12월 귀국키로 했던 재원이가 귀국예정일을 불과 삼일 앞두고 사소한 시비 끝에 싸움이 붙어
경찰에 연행이 됐고, 결국 재판까지 받아 사회봉사명령까지 수행을 했었는데, 그게 빌미가 된 것이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에게 혹시라도 있을지모를 비자나 미국재입국에 대한 불이익에 대해 문의하고,
아무 이상 없을거라는 확인까지 받았기에 더 낙담이 컸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건, 대사관 담담자의 말이 본국에 확인절차만 거치면 비자발급에는 문제가 없을거라며
대략 두달정도 기일이 소요되니 확인되는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는거.    

또 하나 다행스러웠던게 있다.
비자신청서류의 사전신고 항목에 미국에서 소송에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재원이가 이 항목의 체크여부를 가지고 고심을 많이 했다고 한다.
미국에 같이 있었던 친구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에게도 어찌하는게 좋을지 물으니 의견이 반반.
별일 아니니 없다고 하라는 사람도 있고, 사실대로 있다고 하는게 좋지않겠느냐 사람도 있고.

혼자 숙고를 하다 결국 [YES]에 체크를 했는데, 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담당자가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는데, 재원이가 경찰에 연행된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 정확하게 나오더란다.
그러니, 만약 [NO]라고 했다면 신용도 까지 문제가 되어 정말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출국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재원이는 요즘 영어학원의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또 흥미롭다.
조기 영어교육으로 달궈진 우리나라 어학원의 웃지못할 현실을 부분적이나마 보게된 것이다.
몇군데 면접을 보러다니던 재원이가 어느 날 어이가 없다며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됐는지 당장 나오래.  그러면서 꼭 조심해야 한다며 주의사항을 알려주는데,
'선생님은 여섯살에 가족들과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들어오신걸로 해야합니다.
 이건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결국 알게되지 않겠느냐 라고 물었더니, 그러니까 가급적 다른 선생님들과는 얘기하지 말래.
그리고, 혹시 주변에 미국대학 졸업장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졸업장을 빌릴 수 있으면 빌리라는데...

이게 정말 뭔말인지...  진짜 어이상실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영어학원들이 이런 비슷한 행동들을 하지않겠나.
그러니 재원이가 면접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곳을 만나지.
특히, 서울 변두리나 외곽지역일수록 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국 재원이는 압구정동에 있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꽤 알려진 학원에서 시간제 급료를 받으며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다.
급여는 다른데 먼저 봤던 곳의 반 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체계가 잡힌 곳에서 일하는게 배울게 있을거 같단다.
계속 있을거도 아니고 어차피 일정기간 일하는거 보수 높은 곳을 택하는게 낫다는 생각도 할 법 한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은 자기도 찜찜한 모양이다.

압구정동 학원에서 일하면서 자기가 놀란 이야기도 한다.
유치원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밖에서 들으면 마치 미국아이들이 있는줄 알겠다는 정도로 영어를 잘 한다고...


사람들에게는 다 주어진 때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재원이가 굳이 내년 초에 나가지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목표가 분명치않은 상태에서 잔여기한 채우듯 학교를 졸업하는거 보다, 좀 늦더라도 일정기간 사회경험을 하면서
무엇이든 느끼고 깨달은 다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지않을까. 


그때쯤이면 환율도 좀 안정이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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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여행 일정을 일부 수정했다.
당초 [서산 - 선유도 - 담양 - 안동]의 일정에서 선유도 방문을 취소했다.

선유도에 갈 예정인 16일의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예보되어있어 혹시라도 유람선 운행이 취소될 수도 있고,
자칫 선유도에 들어갔다가 바다의 일기불순으로 배가 돌아나오지 못할 경우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날씨가 좋더라도 선유도는 섬 안의 교통편이 마땅치않아 유람선관광일정에 포함된 자유시간 4시간동안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여  돌아보아야 하는데, 폭염이 계속된다면 자전거투어가 만만치않을거 같아
이래저래 변수는 없애는게 좋을듯 싶어서다.

대신 담양 일정을 하루 늘려 단양리조트에서 레져를 즐기는 여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은 담양에서 묵을 향원당이다.
인터넷을 뒤지다 발견한 향원당(http://www.hyangwondang.com)은 한옥팬션 형태인데,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듯 하다.
한국전통문화교육원, 문화테마박물관 등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곳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더 하다.

안동 농암종택에서의 하루도 기대된다.
예약이 늦어 물가님이 그토록 매료되셨다는 긍구당과 명농당에서 묵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분강서원 홍교당은 어떨지... 

이번 여행의 컨셉은 [전통의 정취 느끼기]로 잡았다.
때문에 숙소부터 한국적 정취가 느껴지는 곳으로 잡았고, 둘러보는 곳도 전통이 숨쉬는 곳으로 계획하고 있다.
어차피 대한민국을 떠나 생활할 아이들이기 때문에, 경치는 다르겠지만 미국에서도 볼 수 있는 해안이나 산 계곡 보다
한옥이나 정자 등 우리 고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재원이가 담양에서 하루 먼저 귀경하는 것이 아쉽지만, 한국적 문화를 마음에 담아둠으로써
앞으로 외국에서 생활할 아이들이 [우리 것]에 애정을 갖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신경쓰인 부분은 사실 따로 있었다. 

바로 꼬맹이의 위탁문제.
애완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처음이라 이럴경우 어떻게 하는건지 난감하다.
애완동물 호텔이라는게 있다고 들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게 또 요지경이다.
보통 하루 만오천원~삼만원 정도 하는데, 스위트룸은 하루에 10만원이라니, 장난이 아니네...
고양이 스위트룸은 또 어떻게 생겼는지...

애완동물 경험이 많고 지금도 고양이를 키우고있는 백점장에게 자문을 구하니 자기가 봐주겠단다.
어~~  정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백점장이 맡아준다면 가장 안심이 되지만,
작년 8월 함께 한 이래 한번도 떨어져본 경험이 없는 꼬맹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더구나 낯을 많이 가리는 꼬맹이가 아닌가.

백점장이 고양이 한마리를 더 입양해 두마리를 키운다길래,
'너네 애들 텃세부리며 우리 꼬맹이 몰매 맞는거 아니냐?' 고 했더니, 
그럴 일이 없을거라며 자기네 고양이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큰 녀석 성격이 꼬맹이와 비슷한 모양이다.
겁 많고 사람가리는 순둥이.

하여간 꼬맹이가 처음으로 같은 종족과 생활하면서 어떤 식으로 어울릴지 궁금하다.
집사람은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다면 설치하여 꼬맹이의 반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꼬맹이가 어떻게 적응해나갈지 무척 궁금하다. 
 
꼬맹이 혹시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는거 아냐??
하지만, 꼬맹이에게도 새로운 경험인 이번 기회가 꼬맹이의 사회성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행일정]

:

지연이가 예정보다 앞당겨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부터 생각되는게 있었다.

지연이의 조기 귀국은 1년 후 대학원유학을 위해 다시 나가겠다는 자기 플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재원이는 어차피 복학을 해야 하므로  8월에는 미국으로 들어가는게 예정된 수순이고.

그렇게되면 우리 네 식구가 한 집에서 얼굴 맞대고 지낼 날이 없을거 같다. 
아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히 외국에서 각자 자기 일에 매달리다 보면
같이 살 시간이 앞으로 주어질거 같지가 않다.

미국에 있으면서 각자 한국에 들어와 부모와 만날 수는 있겠고, 자기들끼리 미국에서 서로 만날 수는 있겠지만
한 집에서 넷이 얼굴 부대끼며 사는건 이제 어려울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재원이가 내년 봄에 복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쩌면 남은 6개월이 네식구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원이와 지연이 남매간에는 더 그렇다.  나중에 남는건 지들 둘 남매뿐인데, 
사춘기 이후 따로 살았기에 情도 붙이고 성인이 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6개월이라도 얼굴 마주하며 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감성적인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하반기 재원이의 복학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며칠전 입학허가서인 I-20 가 왔다.
그럼 비자에 문제가 없는 한 이달 하순에는 미국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실로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하기로 했다.
네 식구 중 한사람이 빠진 가족여행은 몇번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는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던
94,5년도 이후 처음이다.


당초 계획은 더위도 피할 겸 일본 홋카이도로 다녀오려 했었는데, 아이들 일정 맞추기가 참 어렵다.
지연이 수강신청 기간이 11~13일이라 복학준비 때문에 그 전에는 곤란했고,
재원이 비자 인터뷰가 14일 잡히다보니 여권이 같이 제출되야 하기 때문에 출국이 안되고,
여권을 돌려받은 후에는 출국일정이 너무 빠듯해 아무리 가까운 일본이라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갖는 시간은 필요할거 같아 국내여행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재원이 비자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출발하는 4박5일 정도 여정을 잡았다. 

우리 가족의 여행스타일은 한군데서 편안히 여유로움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고
여러군데를 돌며 눈으로 보는 체질이라 그간 블로그 친구분들의 여행기를 참조로 일정을 잡아봤다.

8/14 : 서울 - 서산 간월도 - 군산
8/15 : 군산 - 선유도 - 담양
8/16 : 담양
8/17 : 담양 - 안동 농암종택
8/18 : 농암종택 - 서울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풍경이 아닌, 우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싶어
나름대로 우리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을 골라 골격을 잡았는데, 이제 숙박 등을 알아봐야 한다.

언뜻보면 심플한거 같지만, 만만치않은 일정인데, 잘 될까???

:
어제 지연이의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9시25분.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찾다보니, 파리에서 출발하여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러시아항공 티켓을 예약했다고 미리 내게 알려왔다.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쌓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비행기는 예정보다 빠른 9시16분에 도착.
사람들이 빠져나오는데 지연이는 늦는다.  짐이 늦게 나오는 모양.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짐에 문제가 생겼나??

나 : 모스크바에서 갈아탈 때 짐이 잘못 됐나?
재원이 : 걔 또 니꼬가 사준 선물 두고 나와서 다시 찾으러 들어간거 아냐? 


1시간이 지나고 출구를 빠져나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지연이는 아직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어케 된거야??

나 : 모스크바에서 갈아탈 비행기 시간 기다리면서 졸다 놓친건 아닐까?
재원 : 혹시 오버부킹 돼가지고 못탄거 아녜요?
집사람 : 니꼬랑  같이 살겠다고 안온건지도 몰라... ㅋㅋㅋ...


이상하다싶어 탑승자명단을 확인하려 하니, 아무데서도 알려줄 수 없단다.
911테러 이후 탑승자 명단은 항공사에서도 알려주질 않는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 사람이 예정된 시간에 오질 않았는데도 이유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답답한 일이...

뉴스나 공지사항에 항공기 관련 사고 얘기는 없으니 일단 항공기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테고,
출발지나 경유지에서 지연사유가 생겼으면 전화라도 할텐데 아무 연락도 없고,
그렇다고 달리 알아볼 방법도 없고...

마침 항공기 도착사항을 알리는 전광판을 보니 11시10분에 도착하는 모스크바發 항공기가 또 있다.
이왕 기다린거 저거까지만 기다려 보자.


그런데, 집사람의 얼굴에 [걱정]과 관련되는 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시종일관 웃으며 재원이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니 니꼬랑 살고싶어 안온건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고 있지...

재원이가 '엄마는 걱정도 안돼요?' 라고 물어도,
'엄만 전혀 걱정이 안된다. 지가 어디선가 들어오겠지, 아니면 연락이 오던가...'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
'평범하게 들어오면 지연이가 아니지...'

그런 집사람의 모습은 나도 의외였는데,
사실 2001년 재원이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후, 집사람이 보인 아이들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달랐다.
아이들이 품 안에 있을 때는 여늬 엄마와 같이 애들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던 사람이
아이들이 떠난 후에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미국생활에 관심을 보이지않았다.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할까...

품 안에 있을 때나 자식이지, 품 밖에 있는 아이에게 멀리서 조종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어차피 혼자 모든걸 결정해야 하는데, 꼭 필요한 것만 일러줄 뿐, 뜻대로 움직이질 않더라도 그 이상은 의미가 없단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예정된 비행기로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전혀 걱정하지를 않는다.

한편으론 집사람의 이런 행동이 고맙기도 하다.
그건 어찌보면 나를 믿고있다는 증거이니까.
말은 안하지만, 마음 속으로 자기가 챙기지않아도 궁금한 사항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이 되면 말하지않아도 자신에게 알려줄거라는거 까지도.  
나 역시, 아이가 안들어왔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 보다, 그렇게 편안한 모습을 보는게 좋다.  


어쨌든, 그 다음 비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연이.



파리에서 예정보다 1시간 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모스크바에서 갈아타야할 비행기를 놓쳤단다. 
그리고 전화를 해주려고 아무리 둘러봐도 국제공중전화가 없더라고.

살이 좀 빠지고, 이제 제법 성숙한 느낌이 드나...


관례(?)대로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걱정스레 묻는다.

- 아빠..  옷 갈아 입지않아도 되나?  가방에 바지 있는데...
> 괜찮아...
- 정말 괜찮겠어요??  치마가 너무 짧아서..
> 괜찮아.. 괜찮아...  너도 컸는데 할아버지도 이해하실건 이해하셔야지.

도착하여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차례로 포옹을 한 후,
못내 찜찜했는지 반가워하시는 할아버지께 먼저 고해를 한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짧은 치마...'

에~그~~~  저 쑥맥...

하지만,
바깥에서는 당차면서도 안에서는 윗어른의 심중을 헤아리려 노력하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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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3학년 학기말고사를 마치고 대학원유학을 대비하여 사전답사(?)를 겸한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며
1년 예정으로 뉴욕으로 떠났던 지연이가 일정을 앞당겨 오늘 귀국했다.

지연이가 귀국을 앞당긴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생각보다 빨리 어학과정의 하이레벨에 진입하고 보니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는 다소 약해진 반면, 
반대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해진 것이다.   단지 영어만을 위해 의미없이 시간을 소비하느니 
차라리 남은 한학년을 빨리 마치고 내년 가을학기에 대학원으로 다시 나가는게 낫겠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여기에 지금 수준의 영어를 지속시키기 위해 몇달 더 미국에 머문다는건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이라는
엄마의 압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귀국에 앞서 프랑스를 들렀다 오겠다며 지연이가 미리 집으로 보낸 짐을 정리하던 집사람이 놀란 두가지가 있다.
큰가방 세개에서 나온 짐의 대부분이 책이라는 점과, 미국에서 새로 산 옷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오죽하면 집사람이 그런다. '기집애... 맘에 드는 옷 있으면 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7개월 남짓 있는 동안 지연이는 나름대로 바쁘고 의미있는 생활을 한거 같다.
짬을 내어 마이애미, 보스턴, 펜실베니아, 워싱턴을 다녀오고,
유럽에서 온 유학생들과도 많은 교분을 맺은 모양이다.
그 중에서 지연이가 가장 의미를 부여하는건 그동안 비워놓았던 핸드폰 단축번호 1번을 찾았다는거.
뉴욕에서 만난 프랑스청년 니꼬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가장 대견하게 생각하는건 따로 있다.

서점에서 산 책의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는 욕심에
책의 저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저자가 플로리다 마이애미대학의 교수란다. 그래서 플로리다까지 그 교수를 찾아가 
'한국에서 뮤지컬 연출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당신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보고 싶다.' 고 하니,
본인도 너무 좋아하며 혼쾌히 동의하더라고. 아울러 만약 무대에 올리게 되면 자기도 한국으로 가 직접 보고 싶다나.
그리고, 렌트카를 운전하며 마이애미를 삼일간 누비고 돌아왔단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지연이의 액티브한 겁없는 실행력이 맘에 든다.


지연이는 7개월여의 짧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7월24일 파리로 들어갔었다.
이왕 나왔으니 한번 들렀다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지연이의 동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유럽의 중심 파리를 보고싶은 욕구도 있었겠지만, 니꼬와 며칠이라도 함께 있고싶은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최고의 첨단도시라는 뉴욕에서 만나 유행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의 재회라...
이지연..  미니시리즈 한편 제대로 찍고 온다. 

열흘정도 니꼬 집에 머물면서 니꼬네 가족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지연이.
특히, 니꼬의 어머니가 너무 잘 대해주셨다며 자랑이다.
그러면서 아버지 전해드리라며 니꼬 부모님이 주신 와인 두 병을 받아왔다. 


지연이의 모습에서 뉴욕에서 많은 것을 얻었음이 느껴진다.

당초 목적이었던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애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거 같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도 좀더 정리를 한거 같았으며, 마음에 둔 남자친구도 얻었다.
그중, 혼자 생활하면서 뭐든 혼자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인거 같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거침없이 하고,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그러면서도, 귀국하면서부터 벌써 앞으로의 계획을 머리 속에 담고있는 지연이의 이런 모습이 
그런 젊음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부럽다.

한편으로 그런 지연이의 행동을 아무 거부감없이 지켜보고 인정하고 있는 나와 집사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우리만의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거나 억제하진 않고 있으니.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 자식의 행동을 판단하거나 제어하지 않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환경을 살아가는 자식의 의식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이것이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식을 보고자 하는 부모가 가져야하는 기본인식이 아닐까.


뉴욕이 그렇게 편하다는 지연이.
그 편안함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는지 지켜보는게 앞으로 1년간의 낙이 될거 같다.
:

지연의 일상이 궁금하여 싸이에 들어가니 이런 글이 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보고전화에
잘했다며 대뜸 '국적이 어디냐'를 물어보시는 할아버지

그 옛날에 유태인 사위를 보셨기 때문인지
외국인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으신걸까

꼭 한국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프랑스인이란 말에 모든 일에 신중하란 당부만 하실 뿐
그 어떤 부정적인 말도 하지 않으신 할아버지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지해주는 식구들이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외고를 졸업하고서 연극쟁이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3학년 말에 학교를 휴학하고 뉴욕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첫 남자친구로 외국인을 사귀었다고 했을 때도
그 어떤 일에도 믿거라하고 지원해주고 축복해주는 식구들

'가족'이란거
참 좋은 거구나

그리고 나란 사람
참 운이 좋은 거구나

- mio.



자신에 대한 할아버지의 믿음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는 지연이...

지연아~~

가족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또 힘이 되어주는거란다.  

:



재원이가 여자친구와 함께 까사미오에 들렀다.
테이블 위에 놓인 흰색 재원이의 핸드폰과 붉은색 여자친구의 핸드폰.

전에 재원이가 엄마에게 여자친구와 함께 핸드폰고리를 샀다는 얘기를 했었단다.
그 말을 듣고 재원이의 핸드폰고리를 본 집사람의 반응.

엄마 :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근데, 왜 고리가 바뀌었어??
아들 :  뭐가??
엄마 :  네가 왜 S야?  J를 해야지...
아들 :  ... ...  @<@...

ㅋㅋㅋ...   귀여운 엄마다.

나중에 집사람이 들려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둘이 얼마나 웃었던지... 
집사람 왈,  '내가 왜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몰라... ㅎㅎㅎ...'


이제 막 피어나는 두 젊음이 예쁘게 정을 쌓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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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원이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대학입학시 재원이에게 들려줬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못간 것이 미안해서 대학주변 환경도 둘러볼겸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오기 전날
재원이에게 물었다.

- 너 미국에서 대학다니는데 1년에 비용이 얼마나 들거 같으냐?
> ... ... 글쎄...

- 학비랑 교재비, 그리고 주거비용과 용돈을 비롯한 생활비까지 모두 합하면 아빠 생각에
   1년에 오천만원은 들어갈거 같은데...
 > ... ...

- 그럼 4년만에 졸업한다고 할때 2억이 든다.  
   너한테 물어보자.  네 스스로 생각할 때 네가 2억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 아니...

아닐 때 아니더라도 배포있게 '그럼요...' 하는 말을 들었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흐뭇할 수도 있고, 웃기는 소리 말라고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솔직한 것을 탓할순 없다.

그리고 재원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맞아.  너한테 미안하고, 네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에 아빠가 투자가라면 네게 2억 투자 안한다.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할거다.
너한테 투자해서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건지기도 어렵다고 생각되거든.

그러면, 그걸 알면서도 아빠가 네게 지금부터 2억을 쓰겠다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네 아빠이기 때문이야. 부모이기 때문에 투자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네게 비용을 들이는거다.
투자가라면 절대 안해.

그리고, 만약 네가 나중에 2억을 보상할 능력이 된다고 해도,
아빠 엄마는 네게 그돈을 보상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너도 아빠나 엄마에게 갚아야 한다거나 갚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
대신, 너는 그것을 우리한테 갚을게 아니라, 앞으로 네가 꾸밀 가정의 네 가족들에게 갚는다고 생각해야돼. 
특히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또, 너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성적이 안좋다거나, 졸업 후 취업이 안된다거나 하더라도
아빠 엄마에게 미안해할 필요없어.  물론 그럴경우 아빠 엄마도 속상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아들인 것을 부정하거나 창피하게 숨기지는 않을거야.
왜???  아들이니까. 네가 어떤 경우라도 네가 아빠 아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부모는 결코 자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식은 상황에 따라 부모를 창피하게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는 그럴경우 아빠나 엄마에게 미안하게 생각할게 아니라,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거야.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고등학교까지 보내주셨다. 대학은 할아버지가 자립하여 나중에 나오셨고...
할아버지는 아빠를 대학까지 보내주셨어.  그리고, 아빠는 너를 유학까지 보냈다.
그럼...  너는 네 자식에게 이제 무엇을 해줄 차례인지 생각해봐.

아빠가, 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너한테 한편으론 고맙고, 
다른 한편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게 있다.  그게 뭔줄 알아?

미국에 유학온 한국학생들 중엔 네 또래에서도 용돈 여유롭게 펑펑 쓰고,
자동차 몰고 다니는 애들도 있잖아. 그런 아이들 보면 왜 넌들 그러고싶지 않겠니...
너도 그런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그래보고 싶을 때도 있었을텐데,
한번도 아빠한테 그런 내색 안하고 참아준게 아빠로서 참 고맙게 생각해.  
물론 여유가 있어도 교육목적상 모른척 하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아빠가 먼저 그렇게 해주지 못한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까 얘기했지만,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고등학교까지 보내셨고,
할아버지는 아빠를 대학까지는 보내주셨고, 아빠는 너를 유학까지 보내줬으니,
이제 너는 네가 부러웠던 것들을 네 자식에게 해줄 수 있도록 해야지.
그게 아빠가 네게 투자한 것을 상환하는 방법이고, 우리 집안이 진화하는거야.

그러니까 그러기위해서 지금부터 너를 가꿔나가야 하는거야.
그게 안되면 너는 네가 아빠한테 받은 것 만큼도 네 자식들에게 못해주게 되잖아.  
네가 공부를 못하고 성적이 안좋은걸 아빠 엄마에게 미안해할게 아니라
너를 선택한 네 여자와 네 자식들에게 미안해해야하고, 부끄럽게 생각해야하는 이유를 알겠지??


아빠 엄마는 우리가 네게 해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네가 네 자식들에게 해주는게 
그 어떤 것 보다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성인이 되는 것이니,
앞으로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않도록 준비하기 바란다. 


몇년 전에 했던 이 말을 재원이가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지, 
그보다, 얼마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남은 대학생활은 불과 2년여.  군복무까지 마쳤으니 2년 후에는 뭔가 자기 일을 찾아야한다.
자신의 미래와 인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할 시점인 것이다.
때문에 재원이가 다시한번 그때 내가 들려줬던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비단 재원이뿐만 아니라, 지연이에게도 같은 바램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시대 평균적인 부모의 기준으로 크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미래 자신의 배후자와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
집사람과 재원이와 함께 다녀온 중남미문화원.

지연이가 함께 하지 못한게 왠지 아쉬워서
그 아쉬운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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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새벽 2시쯤에는 지연이의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왠일이냐 물으니, 어버이날에 맞춰 전화를 한거라나...

낮에 아버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데,
아침에 지연이 전화를 받았다고 흐뭇해하신다.
서울에 있을 때도 안하던 행동을 미국에 가서  시간까지 맞춰가며 하는걸 보면
철이 든건지...  이것도 일종의 향수병인지...

생각해보면 향수병은 아닌 듯.
요즘 뉴욕에 남친이 생겨 매사가 흥겨운거 같은데,
확실히 사람은 자기가 즐거울 때 남에 대한 배려심도 생기는 모양이다.



가게 종료후 새벽에 집에 들어가니 집사람도 재원이도 모두 잠이 들고,
식탁 위에 놓여있는 것.




어이구~~~   날은 날인가벼...  그렇다고 뭘 또 두개씩이나...  
세트로 묶어서 한개만 하지,  필요없이 돈을 쓰나... 




아침에 보니 두개가 더 있다.

이 녀석이 요즘 꽃집아가씨와 사귀나...

알고보니 출처가 다르다.

카네이션 송이는 재원이가 우리에게 준 것이고,
카네이션 바구니는 여자친구가 아빠 엄마 드리라고 재원이 편에 건네준 것이란다.
스케일이 다르네...

어쩌면, 자기 것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여자친구의 마음 씀씀이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재원이의 고도의 전략일지도.

집사람이 그런다.  카네이션까지 보내는걸 보면 여자친구가 재원이를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그것보다 내 생각엔, 그동안 둘이 데이트할 때 마다 차를 내주며 차안에서 먹으라고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준
친구 엄마의 마음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이건  단순한 예의 차원이건
내친 김에 고마움을 표한다는 구실로 식사초대라도 할까...


근데...
꼬맹아~~~
너도 엄마 생각나니??   너도 엄마한테 하나 보내고싶어서 그래???

카네이션 주위를 뱅뱅 돌며 관심을 표하는 꼬맹이를 보니
갑자기 일찍 어미 곁을 떠난 꼬맹이가 안스럽게 느껴진다.
쟤도 엄마가 보고싶지 않을까...???
:


동생은 묘하게도 나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다.
사회생활도 나는 삼성생명, 동생은 삼성화재에서 했다. 

하지만, 동생과 나는 닮은 것 보다는 다른 점이 많다.
183cm의 키에 나보다 월등히 체격이 크다. 
그리고 다방면의 취향이 많이 다르다.

내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데 비해, 동생은 스포츠에는 젬병이다.
대신 컴퓨터를 비롯한 IT 방면에 엄청 강하다.   확실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다.
내가 즐기기위해 야구장이나 농구장을 찾는다면, 동생은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테스트를 위해 그곳을 찾는다.  
때문에 우리 집안의 컴퓨터, 노트북, 카메라와 광학기기, 휴대폰 같은 것들의 구매와 A/S는 모두 동생의 자문이 절대적이다. 

술을 많이 못하는 것은 나와 같지만, 술자리를 즐기는 방법은 나와 많이 다르다.
운전습관도 내가 좀 터프한데 비해, 동생은 오히려 차분하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내가 섬세하고 동생이 다소 무덤덤한 편이지만,
위에 얘기한 자기의 관심부분에서는 엄청스리 꼼꼼하다.

우리가 볼때는 전혀 아닌거 같은데, 남들은 우리를 보고 꼭 닮았다고 한다.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에피소드가 많다.

내가 74학번, 동생은 82학번이니 작은 차이는 아닌데, 동생의 학창시절, 하루는 (나도 배웠던) 교수님이 그러시더란다.
'이상범君, 형은 요새 뭐하나??  잘 있나??'  그 말을 들은 내 동생,
@>@~~~  '교수님... 이상범이 제 형이고, 저는 이준범인대요.'

서로가 직장을 다닐 때, 하루는 퇴근무렵 동생이 찾아왔다.
- 형... 지금 로비에 있는데...
> 그럼 지하 구두매장에 좀 가있어. 글루 갈께.

내가 전날 봐둔 구두가 있어 거기서 만나자고 한 것인데, 구두매장을 나온 후 동생이 하는 말. 
그냥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점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오더니
'오셨어요?? (이상하네... 이런 경우 보통 '어서오세요'가 아닌가...)   어제 이거 보셨죠??' 하면서
구두 한켤례를 들고 와서는 동생의 발을 보더니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란다.
'어~~ 사이즈가 이렇게 크셨나요??  이상하네.. 이거 맞는데...'   동생이 거들었단다.
'그 구두사이즈 맞는 분, 조금있으면 나타날겁니다.'

한번은 반대로 내가 동생회사가 있는 빌딩을 찾은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층에서 문이 열리고 복도에 있던 젊은 사원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며 정중히 인사를 한다.
'누구지??? 기억에 없는 사람인데...  얘도 또 헷갈렸구만...' 몇번 경험이 생기다보니 이제 그런 사람들 모습을 보면 안다. 
그런데, 내게 인사를 한 사람도 뭔가가 헷갈린다는듯 혼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게 묻는다.
 
- 저.. 혹시 이준범과장님 형님되시나요?    
> (그럴줄 알았다는듯, 웃으며)  네... 어떻게 아세요?
- 네~~  이준범과장님하고 너무 닮으신거 같아서요...

까사미오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내가,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동생이 가게를 지키고 있으면서 생기는 이야기.

주말에 온 손님이 동생에게,
- 지난 번 그거 좋던데, 그거 주세요. 
> 뭐였죠?
- 지난 번에 사장님이 추천해주셨는데...
> @>@... ... 저...  저희 집에 주로 주중에 오셨었죠?

이번엔 어떤 분이 내게 말한다.
- 사장님, 저희 기억을 못하시나봐요...   우리 여기 자주 오는데...
> 아...  그러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 지난 번에도 저기 앉았었잖아요.  사장님이 직접 와인도 따라주시고...  기억 안나세요??
> @<@...  주말에만 오시고 주중에는 처음이시죠???
 

동생과 함께 다니면 동생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나이 차이를 그렇게 많이 보지않는데, 한번은 은행사람들과 함께 단란주점을 갔었다.
술도 깰겸 내가 노래를 몇곡 부르고 들어오자, 동생이 하는 말.
- 나.. 정말 미치겠네..
> 뭐가??
- 마담이 뭐라 그러는줄 아세요?
> 뭐라는데??
- 나는 환장하지만 형한텐 환상적인 말...

마담이 한 말은 이랬다.  '확실히 동생분이 젊으셔서 그런지 잘 노시네요....' ^^


학창시절에 동생과 집사람은 1학년, 4학년으로 같은 써클활동을 했다.
서로의 호칭은 당연히 '누나..'와  '준범아..' 였는데, 그런 연유로 내가 결혼한 처음부터 두사람은 허물이 없다.
동생이 입대하던 날 누구보다 슬피 운 사람도 집사람이었다.
지금도 가끔 집사람이 그런다. '참 내... 왜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시동생이 군대가는데 나처럼 운 사람도 없을거야.'

나보다 일찍 직장을 접고 자기사업을 하는 동생은 지금 기러기아빠다.
그래서인지 평소 무게를 좀 잡는 스타일임에도 형수와 조카들에게는 참 정겹게 대해준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놓으니 삼촌과 조카사이가 제법 친구같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서로 격의없이 자유스럽게 서로를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대표님이 사장님을 아주 어렵게 생각하시던대요.'
격의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만큼 형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로 보니 동생에게 고맙다.

언젠가 어머니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준범이가 저한테 잘하려는거 알아요.  그래도 형 말이라면 들으려고 하고... 
  또 형수나 애들 부탁이라면 잊지않고 신경 많이 써주고요.'

그때 어머니가 그러셨다.
'그러냐??   준범이는  '형이 저 많이 신경써주고 있어요. 제 입장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도 많이 해주고..
  또 형수가 신경 써주는게 좀 미안해..  내가 입는 옷 중에서 괜찮은건 모두 철마다 형수가 사준건데...'  그러더라.'

형제간에 우의가 있어보이는 것도 효도 아닌가??
:
4월5일 성묘를 다녀왔다.



1년에 두번 아버님의 형제분들이 함께 성묘를 하신다.
그분들에겐 부모님, 내게는 조부모님의 산소를 찾는 것이다.

성묘를 마치고는 모두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숙부님 내외분과 사촌동생들까지를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1년에 세번의 기회 중 한번이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데, 이렇게 막상 만나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으면 왠지모를 정이 느껴진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 모양이다.




성묘를 마치고 음복을 한 후, 북어를 뜯고있는 동생.

한 손에 북어를 들고 입으로 뜯고있는 모습이 재밌어 셔터를 눌렀는데, 동생이 알고 말았다.
'에이... 또 블로그에 뭘 올리시려고...' 하더니, 제대로 찍으라며 다시 포즈를 취했는데,
그 사진은 동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별도로...
:

지난 주,  집에 들어오니 왠 서양우편물이 하나 놓여있다.



수신인 표기가 재밌다.

[아빠 받아요 ♡]
후후후...  우리 시절에는 부모님이라도 [이상범 귀하]라고 적었었는데...

근데, 얘가 왠일로 편지를 보냈을까?
급한건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메일을 보냈을텐데...



봉투를 열어보니,  왠 카드???

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져있다.



크긴 컸네.  담긴 내용을 보니...
그리고, 역시 담겨진 내용을 보니 객지로 잘 보낸거 같고...


도대체 뭘 보고 너를 믿느냐고???

네 말 그대로,
너를 믿고 지원해줄 때 마다 고마움과 부담감을 느끼며
'그래서 더 잘해야지' 하고 마음 다잡는 너를 알기 때문이지.


멀리서 잊지않고 아빠의 생일 축하해준 사랑하는 우리 딸, 지연~~~
고맙다. ♥♥♥

더구나  wonderful dad 에 별을 세개씩이나 줘서...


근데, 국제우편 배달기간이 무지 짧아졌는지, 너무 일찍 도착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