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에 해당되는 글 280건

  1. 2008.03.09 뉴욕이 만들어준 지연이의 변화 [ 외모와, 그리고,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까지...] 19
  2. 2008.02.29 보이지 않는 것과 볼 수 없었던 것. 20
  3. 2008.02.28 재원이의 제대 그후... 8
  4. 2008.02.10 완전한 성인이 되어 사회로 복귀한 재원이 15
  5. 2008.01.25 [대한민국 진화론]을 남기고 돌아간 이현정 12
  6. 2008.01.18 딸에게 전하는 마음 3
  7. 2008.01.04 나의 구매법, 그 소심함의 득과 실 15
  8. 2008.01.03 우리 가족에게 많은 의미를 주게될 2008년 12
  9. 2007.12.28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재원 18
  10. 2007.12.20 지연이의 출국 16
  11. 2007.12.17 가족사진 25
  12. 2007.10.24 행복한 가장 13
  13. 2007.10.22 야구이야기를 많이 올리는 이유 - 아들에게 되갚는 애정 10
  14. 2007.09.28 재원이 이미지 변신시키기 온가족 프로젝트 20
  15. 2007.09.28 추석연휴 보내기 17
  16. 2007.09.19 아버지의 세심하신 사랑 10
  17. 2007.09.05 지연이가 받은 생일선물 29
  18. 2007.07.15 재원이와 함께 하는 휴가 10
  19. 2007.07.01 성장을 바라보는 기쁨, 연로함을 느끼는 슬픔 9
  20. 2007.06.24 아버님의 애정과 지켜드리고 싶은 자존심. 19
  21. 2007.06.18 지연이의 새로은 경험 13
  22. 2007.06.17 내 필명이 주는 느낌은... 16
  23. 2007.05.20 지연이의 연출 데뷔 17
  24. 2007.05.17 재원이의 어버이날 편지 4
  25. 2007.04.23 함께 돌아본 두분의 안식처 예정지 16
  26. 2007.04.19 매체에서 보는 아이 14
  27. 2007.04.02 두달이 짧아진다고??? 18
  28. 2007.03.25 흐뭇한 딸아이의 겁주는 이야기 20
  29. 2007.02.26 빛바랜 신문 스크랩 33
  30. 2007.02.01 아들의 진급신고 19
 

지연이의 싸이를 들어가보니 뉴욕에서 찍은 사진이 제법 된다.
바뀐 것도 있고, 여전한 것도 있고...    몇 컷을 슬쩍 담아왔다.

윗 사진 오른쪽의 흰티를 입은 사진은 작년 여름 국내에서 찍은 것.
그리고 나머지는 뉴욕에서 찍은 사진이다.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게 눈에 띄는데, 전화로 들은 바로는 미용실도 안가고 잠시 한방을 쓰던 언니가 잘라줬단다.
여자들, 특히 저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머리 가꾸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중차대한 일을 전문가가 아닌, 일개 아마튜어의 손에 맡겼다는 대담성(?)이 놀랍다.
그래도 괜찮게 나온거 같구만...    빵모자는 처음 보는건데...

아래 세번째 사진의 코트.
저건 고등학교 1학년 때 6만원에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끈질기게 입는다.
저 코트... 문정동에서 뉴욕까지 날아갔으니 출세했네...  
만 7년째 입고 있으니, 1년에 만원꼴도 안된다.  본전은 이미 뽑고도 남은 셈.
집사람이 올 때 버리고 오라 했다는데, 글쎄...  예정대로라면 11월에 들어올테니 아마 저 모습으로 오지 않을까...

집사람의 말에 의하면 저 입고있는 옷들이 모두 2만원 미만짜리.
저것들을 입고 맨하탄 한복판을 활보하고 다닌다는데, 자기 말에 의하면 그래도 뉴욕에서 먹힌다나... 
소위 말하는 싸구려 입고 뉴욕에서 먹힐 정도로 당당하게 꾸미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맨하탄 한복판에 방 얻은걸 비싸다고 탓할 것만도 아닌거 같다. 
돈을 써야할 곳을 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래 마지막 사진은 시험공부하다 지쳐서 새벽 3시에 셀카 한방 날려주셨단다.
저게 무슨 대학 졸업반이야...  중학생처럼 귀엽구만.


어제는 엄마랑 제법 오래 통화를 했단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다면서, 집을 떠나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새삼 정겹게 느껴지더라고.
가족들에 대한 감정도 새로워지더라며, 이런 느낌을 갖게된 기회를 준 엄마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몇번을 반복하는걸 들으면서, 오히려 집사람이 가슴이 찡해지더란다.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서로에게 성숙의 기회를 주는가 보다.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  그 시간이 서로를 더 아끼는 마음이 돋아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부모는 자식의 보이지 않는 미래가 궁금하고,
자식은 볼 수 없었던 부모의 젊은 모습이 궁금하다.  

부모의 아이에 대한 걱정은, 어떻게 클까... 하는 것.
50년 후, 당시 부모보다 더 중년이 된 아이는 
이렇게 부모의 젊은 모습을 담고 있다.

:
재원이가 제대한지 이제 보름이 지났다.

제대 후 재원이의 행보를 보면 잘 지키고있는 가치도 있고, 몇가지 변화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처음 1주일 정도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대충 사회적응훈련(?)을 하는거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현실에 관심을 갖는게 느껴진다.

먼저, 까사미오에서의 변화.
전에도 주말에 휴가를 나오면 까사미오에 들러 일을 돕곤 했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단순 서빙수준이었다.
그런데, 제대 후에는 주방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이젠 어지간한 안주는 마스터가 됐다.
제법 주문안주를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비상시에는 자기가 충분을 대역을 할 수 있으니 염려말라나...
와인에 대해서도 부쩍 관심을 갖고 각각의 특성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제대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담양엘 다녀왔다.
미국에 있을 때도 어쩌다 한국에 들어오면 잊지않고 반드시 찾아뵙는 재원이의 변함없는 행동이다.
지연이도 공연이 있을 때는 꼭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공연에 초대를 하고,
작년 말 미국에 들어갈 때도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던데,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한지 모른다.
이런 것들은 시킨다 하더라도 본인의 생각이 없으면 안되는거 아닌가.

담양에 다녀와서 하는 말, '점심먹고 오는데 15시간 걸렸네...'


일요일에는 갑자기 산에 간다며 뜨거운 물과 라면을 들고 나가더니,
오후 2시가 넘어 도봉산 정상에서 라면먹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 멀티메일로 보내온다.

엊그제 연그린총회 때도 가장 도움이 됐던 사람은 재원이었다.
샤브미를 모임장소로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10개월 가까이 묵은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였는데,
청소를 하기위해 샤브미로 가보니, 도봉산에서 내려와 혼자 행주를 들고 테이블의 먼지를 걷어내고  있었다.
총회 당일에도 서빙은 물론, 종료 후 설겆이까지 뒷정리를 다하고, 새벽에 라면까지 끓여낸다.
어제 다시한번 확인해보니, 음식물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다.
집사람의 말에 의하면 혼자서 깔끔하게 일을 잘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놀랍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안스럽더란다.  어머니의 마음이란게 또 이런 모양이다.

그렇게 함께 밤을 꼬박 새우고 들어온 재원이가 그날 바로 여행을 떠났다. 
혼자 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싶다는 얘기는 전부터 했었는데,
밤을 샌 다음 날 나도 모르게 이렇게 갑자기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휴가 때 같이 돌아본 곳 중 부산 광안리와 우포늪을 보고 오겠다 했다는데, 
수면부족인 상태에서 엄마 차를 가지고 나간게 걱정될 것이라 생각됐던지,
수시로 엄마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온다. 
괴산휴게소 도착...  부산 도착...  광안리에서 커피 한잔 중...  등등.. 


이렇게 최근 재원이의 행동을 보면 즉흥적이고 돌출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원래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일을 추진하는데는 아직 익숙치 못한 아이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없이 밋밋한 일상을 보내는 것 보다는 훨씬 다행이다 싶다.

나름대로 보이지않는 뭔가를 찾기위해 헤매는 모습을 액티브하다고 보아줘야겠지.
물론 본인이 미리 예고를 안할 뿐 다 계획에 있던 것일 수 있다.




제대 후 재원이의 또 다른 변화는 패션.

그렇게 유니폼과 청바지 등, 편한 옷만 고집하던 재원이가 조금씩 옷차림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통이 좁은 것은 불편해서 싫다는 양복바지를 꼬드겨 입혀놓고, 검은 색 외에는 절대 거부반응을 보이던
원색과 줄무늬 상의를, 싫으면 아빠가 입을테니 신경쓰지 말라며 사다 놓았다. 
처음엔 관심을 안보이던 녀석이 입고보니 산뜻한 모습이 괜찮게 느껴졌는지 요즘은 거의 매일 이런 차림으로 다닌다.


얌마~~~  너는 키가 커서 몸에 맞는 옷이 얼마나 깔끔하고 늘씬해 보이는데...
그리고 몸이 가늘어서 가로줄무늬가 오히려 더 여유롭게 어울린다니까...  
이게 자기 진가를 볼줄 몰라.

그나저나 저 녀석은 짧은 머리가 더 매력적인데, 머리 기른다고 또 그러겠지.
레게머리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렇게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겪어보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게 인생공부 아닐까.
:
2년전 군에 입대한 재원이가 군복무를 마치고 오늘 전역했다.

할아버지가 재원이의 제대를 축하해주시기 위하여 일요일 가족모임을 만드시고는 재원이에게
'일요일에 볼테니 토요일 제대하고 일부러 찾아올 생각하지 마라.' 고 말씀을 하셨음에도 자기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나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전역신고를 한다.



단결!!  신고합니다. 육군병장 이재원은 2008년 2월 9일부로 만기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단결!!!

손자의 신고에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옛날 당신의 군시절로 돌아가셨는지,
거수경례로 신고를 받는 아버님의 모습에는 비록 군복은 아니지만 예전의 기품이 여전히 배어있으시다.

전역신고를 주고받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흐뭇하다.
아버님의 꼿꼿하신 모습이 고맙고, 이제 완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그런데...  아버지 장군, 아들 장교, 그리고, 손자는 사병.
이거... 가문이 퇴보하고 있는건 아닌가...^^




군대식 전역신고를 마쳤으니, 이제 사회스타일로 제대인사를 올리고...




예쁜 짓 하는 사람에겐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
얼마 전 미국으로 돌아간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부탁을 했단다.
'어머니 계좌로 송금했으니 재원이 제대 축하한다고 용돈좀 건네주세요.'

미국에 있는 고모에게서도 축하금을 받고...   이재원 신났네...




이건 제대한다고 다 주는게 아니라는 재원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메달까지 있는걸 보니 그런거 같다.
미국사회에서는 이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미군들이 그러더란다.
미국비자를 받을 때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구만...
조직에서의 명예를 중시여기는 미국사회의 가치관에 의하면 그럴거 같기도 하다.

어이구~~~  이재원 군대가서 미 육군성의 메달도 받고...  거저 놀다온건 아닌가보네... 


아버님께서, '외국 유학생들 중엔 군대 때문에 안들어오려고 하는 애들도 꽤 있다는데,
재원인 스스로 들어와 기꺼이 군대를 간게 참 장하다.' 며 만족스런 칭찬을 하셨지만,
재원이는 어려서부터 군대는 당연히 가는걸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장군출신이라는 점이 은연 중에 머리 속에 각인이 됐던 모양이다.

재원이가 그런다.
'미국에 있을 때 군대 안간 형들은 '왜 군대를 가냐?' 며 어떻게든 안가려고 하는데,
 군대 갔다온 형들은, 군대가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배우는게 있다고 그러더라구...'

재원이에게 물었다.

- 이제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 뭐.. 꼭 조국에 대한 애국심.. 이런건 아니더라도 배우는게 있는거 같아..

- 어떤 부분에서??
> 내가 맘에 안드는 사람한테도 고개를 숙여야할땐 숙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맘에 안드는 일도 해야 하고,
   내가 마음에 안드는 애라도 조직에서는 내가 관리를 해서 별일 없도록 끌고 나가야 한다는거... 뭐 이런거...

집사람이 그런다. '가장 중요한거 배웠네..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거지.  너 군대간 보람이 있다 얘...'
내 생각도 그렇다.  그런걸 느꼈다면 정말 소중한걸 배운거 같다.
그 말을 듣고 재원이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군복무를 마쳤다는 것은 단순히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군복무를 마쳤다는건 이제부터 무한질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네가 무슨 계획을 세우면서도 '중간에 군대를 가게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걸림돌이 없어진거 아니냐.  군복무를 마침으로서 대한민국 남자로서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 없어진거야.
앞으로는 네가 무엇을 하든지 네가 꿈꾸는 것에 대해 거침없는 질주가 가능하잖아. 
이제 무엇이든 네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거야.


재원아~~  2년이란 기간동안 장애물을 제거하느라 수고했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네 스스로 깨달으며 배운 것도 있으니, 이제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기 바란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네 꿈을 그려보렴.
:
내게는 여동생과 남동생이 한명씩 있다.
여동생의 키가 167cm, 남동생은 183cm이니 우리 또래로서는 무척들 큰 키다. 내가 제일 작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않다]는 말이 있지만, 여동생을 보면 정말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낀다.
다만, 부모님껜 조금 죄송한 말씀이지만, [잘 자란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않다]로 단어 하나는 바꿔도 될거 같다.

여동생은 늘 이런 말을 하곤했다. '우리 삼남매 중 머리는 내가 제일 나쁜거 같다.' 고.
하지만, 이말은 뒤집어보면 '삼남매 중 내가 가장 큰 노력을 했다.' 는 스스로의 강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현정이는 개성이 무척 강하다.
고등학교 입학과 졸업을 수석으로 하고, 대학 재학 중에 어떻게 길을 찾아 미군과 미군 가족을 위한 미국 메릴린치대학
한국분교를 다니며 유학 준비를 하더니, 4학년 종강을 하자마자 졸업식도 하기 전에 혼자 미국 유학을 떠났다.
1981년 12월에 그렇게 떠나서는 10년이 훨씬 넘어서야 한국에 처음 들어왔으니, 어찌보면 독하게 유학시절을 보낸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명절에 친지들이 모두 모였을 때 여자들은 일만 하는 것을 보고 이 땅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현정이의 남편은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스라엘 공군대위 출신의 지금의 남편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현정이가 내건 조건은 하나.
'나도 한국에 들어가서 살자는 말 안할테니, 이스라엘로 들어가자는 말 하지마라.'
그러니까 중립지대에서 살자는게 옵션이었던 셈인데, 그 옵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AT&T]와 [Bell LAB]을 거쳐 벤쳐기업을 경영하던 현정이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 2003년.
당시 삼성그룹의 해외인력영입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성전자에 계약직으로 영입된 것이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야한다는 점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난제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국내기업에 대한 호기심과,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시간을 공유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 나름대로는 고려됐던거 같다.


현정이는 근무시간의 거의 절반은 해외출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국내에 있을 때는 거의 주말마다 혼자 차를 가지고 여행을 다녔다.
국내의 왠만한 산은 다 오르고, 차를 싣고 제주도까지 가는 등, 얘기를 들어보니 어지간한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없다.
조용하고 멋있는 곳, 드라이브하기 좋은 지방도로를 줄줄 읊는다. 

그렇게 처음 3년계약에 추가로 2년 연장계약을 마친 현정이가 지난 주 미국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국내에서 몇몇 기업들로 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더 이상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는게 무리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의 기업문화가 정서적으로도 조금 간극이 있었던거 같다.


처음 삼성에 들어왔을 때, 삼성의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여러 언론매체로 부터 취재대상이 되었으나
불필요한 잡음을 염려해 철저히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하던 현정이가 떠나기 전 책을 하나 펴냈다.

10대 말에 한국을 떠나 2,30대의 정신적 성숙기를 미국에서 보내고 40대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5년간 지내면서
나름대로 느낀 미국과 한국의 문화와 인식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5년간 철저하게 사양하던 언론과의 인터뷰도 작년 연말부터는 여러 잡지를 통해 많이 나온거 같다.
느낀 것은 많았지만 혹시라도 구설수에 오를까 염려되었던 부담감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덜어진 모양이다.


출국하기 전 날 밤 10시에 현정이의 숙소로 찾아가 둘이서 1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들어가면 언제 또 만나게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 너한테 미안한게 많다.  5년간 국내에 있는 동안 관심을 많이 못 가진거 같아서...
> 별소릴...  그럼 나는 오빠한테 미안하게 왜 없겠어...

문을 나설 때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표현은 미흡하더라도 남매의 정은 어쩔 수 없음을 느낀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정은 더 하는건가보다. 

현정이에게 정말 미안하긴 하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몇년 있을거라는 생각에 자주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을걸로 생각했는데,
늘 그렇듯이 생각만 그럴 뿐 시간은 흘쩍 지나고 말았다.

누구보다 자기관리와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니 내가 신경쓸 일은 전혀 없겠지만,
항상 즐겁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지난 2007년 여름 방학을 이용해 네팔여행을 가기 전 한국을 찾은 현정이의 가족들.

내게 매제인 Amir는 성격이 참 온화하고 자상하다.
현정이는 어머니께 늘 그런다. '한국 남자하고 결혼했으면 난 벌써 소박맞았을거야. 이 사람이니까 날 이렇게 받쳐주지.'
Amir는 현정이가 한국근무에 대해 의논했을 때 아내의 경력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간 두 아들을 키웠는데, 한국적 사고로는 쉽지않은 결정이다.     

큰조카 Daniel은 학구적이다.  늘 책을 끼고 산다.
반면에 작은 Jonathan은 매우 활동적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끼도 있는 편이다.

이 가족은 거의 매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도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개념은 확실하게 심어준다.    
예를들어, 여행을 다니다보면 식당에 따라 밖에서 먹는 요금과 실내에서 먹는 요금이 다를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동생은 항상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엄마에게 어필을 한단다.
'엄마..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안에서 대우 받아가며 먹자.'  이럴 때 동생의 대답은 단호하다.
'엄마와 아빠는 돈이 있으니 안에서 먹을 수 있다. 근데, 너희는 돈이 없지않느냐.
 그렇다고 너희만 두고 아빠 엄마만 안에서 먹을 수는 없어 너희 때문에 할 수 없이 우리도 밖에서 먹는거다.'

동생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좀 심하다 할 정도로 철저하게 자립과 독립을 지향점으로 한다.
재원이에게도 그랬다.  미국으로 들어간 재원이를 공항에서 pick-up 하면서부터 우리말을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에서 고모를 만난 재원이의 입장에서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고모가 얼마나 야속했겠는가.
미국에 있는 동안 재원이가 고모에게서 한국어를 들은 것은 딱 한번 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야속함으로 인해 영어가 빨리 늘었다는 것을 재원이도 알고 있다.

또 재원이에게 자질구레한 용돈은 주지않지만 필요할 때 큰 돈은 쓴다. 
가족여행을 다닐 때도 재원이가 원하면 꼭 같이 동행을 시킨다.
물론 모든 비용은 동생이 부담한다.  그렇다고 내게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을 뿐 더러 아예 내색을 하지도 않는다. 
작은 것에는 엄격하지만 큰 것에는 통이 크고, 잔정엔 인색하지만 큰 후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재원이와 둘은 이미 미국에서 서로 거칠 단계를 다 거쳤다.
처음 재원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방학 중에 고모네 집에 있으면, 어렸던 사촌동생들이 텃세(?)를 제법 부렸던 모양이다.
당시에는 재원이도 갈등이 좀 있었던 모양인데, 싸우면서 정든다더니 그런 과정을 거쳐 성장을 하면서 정이 쌓인거 같다.
형보다 더 재원이에게 호전적(?)이던 Jummy가 지금은 재원이를 무척 좋아한다.
:

지연아...  잘 지내고있지?
뉴욕으로 들어간지 이제 한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기대한만큼 만족스럽고, 생각한만큼 행동화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화를 통해 들은 너의 이야기로 유추해보면, 네가 당초 생각했던만큼 만족스럽진 못한거 같지만,
넌 늘 흔들릴만한 상황에서 그때마다 스스로 너의 방향을 잘 잡아나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해나가리라 믿는다.

그런 너의 모습이 아빠와 엄마에게는 늘 당차게 보여졌고,
그런 당참이 너에 대한 하나의 믿음으로 굳어져 가는거 같아.
어쩌면 그런 것들이 네 스스로를 더 힘들게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넌 항상 최고를 지향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지.
남을 앞서가야겠다는 의욕을 갖기보다 너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할 때 늘 불만스러워했어.
그리고 항상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걸 추구했어.
너의 사고와 행동에는 네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선택과 집중이 배어있음을 아빠는 종종 느낀단다. 

가끔 네가 이것저것 손을 대는 모습을 보며, 진득하지 못하고 일만 벌린다는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나고보면 그것도 너의 방향성을 찾아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너의 성장하는 모습을 큰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아빠가 너무 조급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본다.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 또 부모 자식간에 제일 민감한 것이 무얼까??
미래를 위한 사고와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간섭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빠나 엄마는 분명 너를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꺼내는 말이, 네게는 간섭으로 느껴질 수가 있으니까.
우리도 그런게 참 많았을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남들에 비해 서로가 유연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빠만의 생각일까??
자의식이 강해 표면적으로 아빠나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듯 강하게 네 주장을 펴면서도
뒤돌아서서 결론을 내릴 때는 아빠나 엄마의 의견을 비중있게 반영하는 너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알고난 다음부터
아빠도 네게 어떤 답을 요구하거나 아빠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기보다 참고가 되는 의견을 던져주는 선을 지키려
노력하게 되더라.  엄마도 마찬가지고.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 집은 다른 집과 엄마 아빠 역할이 바뀐거 같아.
지나고보면 항상 너희들에 대한 큰 틀은 엄마가 잡고, 아빠는 엄마가 그리는 틀 속에서 너희를 보조하게 되더라.


가끔 엄마와 함께 너를 생각하며 이런 물음을 던진단다.
'저 머리 속에는 어떤 세계가 담겨있을까??'
엄마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잘난 것들은 참 좋겠다... 지멋대로 할 수 있어서...'
엄마의 이 말은, 엄마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있는 너에 대한 엄마의 부러움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멋대로 꿈을 펼치는 딸에 대한 후회없는 지원을 해야겠다는 엄마의 다짐일거야.
지연이의 [지멋대로]는 당장은 엄마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지난 다음에는 늘 어떤 결과를 안겨줬으니까.

그래서인지, 사실 네가 떠난 후에도 너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네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면 이상하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거든.
헛된 시간을 보내고도 여유로울 정도로 네 머리가 한가하지는 않을테니까.

시간은 보내기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생각되겠지만, 이것저것 많이 겪어봤으면 좋겠다.
어학연수라 하여 어학에만 몰두하기보다, 다른 부분에도 많은 눈길을 줘보렴.
좁은 부분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좋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실패를 경험해도 좋을 나이가 네 나이가 아니겠니.    


지연이가 2008년에 뉴욕에서 무엇을 지멋대로 하고 다녔는지,
그 이야기를 들을 기대감으로 금년 연말이 기다려진다.

건강 조심하고...



P.S : 꼬맹이 사진 보여달라고 했지...



꼬맹이가 요즘 점점 사회성이 없어지는거 같아 걱정이야.
식구들 외에 다른 사람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거 같아.
우리랑 있을 때는 저 정도로 편안하게 무방비상태인 녀석이 다른 사람만 오면 소파 밑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하니...
소파 속에 숨어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안간다.  엄마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거 같애.


 

나... 너무 비대해지는거 아닌가...

스스로 몸무게 재며 심각해진 꼬맹이...  ㅋㅋㅋ....

:
나는 물건사는데 엄청 뜸을 들이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충동구매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고, 반대의 시각으로 보면 물건 하나 사는데 엄청 쫌스럽다고나 할까...

내가 무엇을 구매할 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습관이 있다.

어떤 것에 대해 feel이 꽂혀 구매욕구가 생기면, 일단 그 물건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살핀다.
- 내가 막연히 끌렸던 기능 외에 다른 어떤 기능이 있는지... 
- 그 각각의 기능이 과연 내게 필요한 기능인지... 

구매대상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그 다음엔 그 품목과 동일한 경쟁 브랜드의 상품에 대해 비교분석을 한다.
- 비교대상 품목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 각 상품에 대한 유저의 반응은 어떤지...
- 가격대비 기능의 효율성은 어떤지...

이런 과정을 거쳐 사고자 하는 품목의 범위가 좁혀지면 다음으로 보는 것이 출시시기다.
시중에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은 아직 제대로된 평가가 부족할 수 있으며,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버그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반면,
출시된지 너무 오래된 제품은 업그레이된 후속기종의 출시에 따른 가격 변동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출시시기에 따라 가격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보통 이런 과정들은 인터넷을 통해 하게 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친 후에는 직접 매장에 나가 눈으로 확인을 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사진으로나 설명만으로 이해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맘에 든다는 생각이 들면,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한 가격비교를 하게 된다.
동시에 인터넷 벼룩시장을 통해 중고품의 가격과 신품의 가격을 비교한다.
내 기준으로는 고가제품일수록 중고제품의 구매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고가장비를 사용하는 매니아층일수록 제품에 대한 애정이 강해 보관상태가 좋고 물건에 결함이 거의 없다.
그런 사람들이 내놓는 중고제품은 물건에 대한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때문이라
상품의 품질이 거의 보장된다.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하자없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식구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 중에는 중고제품이 많다.
나와 집사람이 이용하는 자동차도 그렇고, 나의 노트북도 그렇고, 딸아이의 카메라도 중고제품이다.
딸아이와 내가 사용하던 휴대폰도 중고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을 직거래하기 위해 수원까지 가기도 했다.
골프를 칠 때 사용하던 골프클럽도 당연히 중고를 선호했다.

그렇다고 가격만을 기준으로 구매하는건 아니다.  다들 그러하듯이,
브랜드에 대한 가치, 판매자에 대한 신용도, 그리고 A/S 에 대한 신뢰감을 함께 판단한다. 


이렇게해서 나름대로의 모든 검증과정이 끝나게 되면 마지막으로 내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이걸 과연 얼마나 자주 쓸거 같은데...???'
이 과정에서 구매를 포기당한 품목이 엄청 많다.

아무리 맘에 들어도 자주 사용할게 아니라면 그건 가치에 대한 욕구가 아닌
단순히 물건에 대한 욕심이나 객기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분수를 넘는 탐욕이라는 것이다. 
자주 쓰지도 않을 것을 순간적인 욕구나 충동에 의해 구매를 하게되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되며,
그 순간부터 그 물건은 더 이상 나의 필요품이 아닌 불필요한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집안의 짐인 것이다.  그렇게 장고를 하더라도 지금도 집에는 시행착오를 겪은 짐들이 있다.


나의 뜸들이는 구매방법은 하다못해 모자나 수첩을 하나 살 때도 한번에 사는 법이 거의 없다.
혹시라도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뜨이면 후회하지 않으려고 돌아다니며 보고 또 보고, 
같은 물건을 몇번씩 보러다닌다.

그러다보니 아쉬운 적도 많다.
충분히 시장조사를 마친 후, '그래... 그때 그게 제일 낫다.' 고 생각하고 막상 그 물건을 구매하러 가면,
이미 그 물건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는 '그때 바로 샀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집사람도 어떤 때는 '당신 너무 한다.' 고 지적을 하곤 하는데, 어쩌겠는가..??  그것도 성격인걸...
그리고, 어떤 때는 스스로 '내가 너무 쫌스러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것 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당위성을 찾는다.

하지만 뜸을 오래 들이다보면 이 물건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가 저절로 판정이 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뜸을 들이는 동안 구매욕구가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충동이나 욕심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스스로는 구매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하지만, 실용적 가치보다 소장가치를 우선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있다.
한번은 남대문에서 27만원 한다는 한정생산하는 기념 몽블랑볼펜을 발견하고는 몇날 몇일을 고민하다 구입을 했다.
그때 집사람의 반응은 어이없음 그 자체.
사실 볼펜 하나를 27만원 주고 산다는 것은 평소 나의 가치기준으로 볼 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현대백화점의 몽블랑코너에 우연히 들렀다가
코너 담당직원이 내 몽블랑볼펜을 보고는 꼭 찾는 사람이 있다며 50만원에 구매를 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집사람은 그 자리에서 입이 쩍 벌어진 적이 있었다.  

가끔 주위사람들이 무엇을 구매하고자 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우리 집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사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들의 말인즉, '오죽 잘 판단해서 골랐겠어...'


아~~ 또 하나 나의 구매특성이 있다.
어떤 물건을 구매할 경우 나는 가급적 상위모델을 구매한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안그래도 시시각각으로 기능과 성능이 변하는게 요즘의 제품개발 트렌드인데, 가격의 저렴함 만으로
어중간한걸 구매했다가는 얼마안가 업그레이드된 제품에 대해 해바라기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출시된 제품 중에는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고급사양을 선호한다.
시시각각 진화하는 기능에 비교적 오래 버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고시장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요즘 DSLR에 대한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위에 언급한 시장조사 절차에 따라 이런저런 과정과 비교분석 끝에 기종을 정해놓고는
마지막 관문인 자문(自問)을 하고 있다.
'과연 이걸 산 다음 얼마나 찍을껀데...??  들고다닐 시간이나 있나???'

자신있는 답이 안 나오는걸 보니, 이번에도 한참 걸릴거 같다.

에구~~~  이 소심함이라니...

하지만, 그 소심함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집과 사무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물건을 후회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심했음에도 후회스런 물건이 눈에 보이는 마당에...
:
2008년은 우리 가족에게 대단한 변화를 주는 한 해가 될거 같다.

우선, 지연이가 금년 말까지 미국에서 생활을 한다.
어제부터 연수과정이 시작되었는데, 2월말부터 NYU의 강의도 들을 생각을 한다.
수강료가 한과목에 430불 정도라는데, 어학연수가 하루 여섯시간 코스인데 언제 강의를 듣느냐고 물으니,
오후 8시반 부터 2시간짜리 강의가 있단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니는 것이 대견하다.
더구나 야간 강의까지 들으려고 하는걸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걔는 밤에 다니는게 무섭지도 않나...   

재원이도 2월에 제대를 하면 8월에는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병역의무까지 마쳤으니 거리낄게 없이 자기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하는 한해다. 
거기에 맞춰 전공도 정해야 하고, 아무튼 이제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야할 시점이다.

집사람도 금년에 그동안 몸담았던 교단을 떠날 생각을 하는거 같다.
정년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무의미한 세월의 연장을 막연하게 기다리느니
할 수 있는 의욕과 생각이 있을 때 새로운 일을 하고싶은 모양이다. 
본인은 더이상 미련이 없다고 하지만, 25년을 몸 담았던 곳을 떠나는 소회는 말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나에게도 2008년은 대단히 중요한 모멘트가 된다.
금년 말 나에게 어떤 결과물이 주어지느냐가 향후 나와 우리 가족에게 매우 중요하다.

내가 2001년에 길게 보고 투자한 투자처가 작년 연말 모든 기술개발을 마무리하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특허등록도 마친 상태에서 미 정부와 구매협상 중이다.
년초에 이것이 잘 풀릴 경우 금년을 기점으로 앞으로 상당한 발전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작년 말에 투자한 곳도 금년이 고비가 될거 같다. 

까사미오도 그렇다.
작년 믿기지않을 정도로 끊임없는 성장을 한 것이 과연 일시적인 붐에 의한 거품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할 것인지는 상반기를 지내면서 결론이 날 것이다.
아울러 그간 비워두었던 샤브미 공간의 활용방안도 모색해봐야 한다.

생각해야할 경제요인과 환경요인도 많다.
아이들이 외국에 있게되니 환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금리변동도 내겐 상당히 민감한 factor가 된다. 
금년 말 예정인 지하철 9호선의 개통과 함께 교보타워에 지하철 역사가 들어서는 것도
내가 하는 일에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성장과 민생안정을 장담하고 있지만,
국가경제성장이 각 개인의 경제성장을 보장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내 경제는 내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앞으로 몇년간은 아이들 교육비로 인한 지출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금년에 몇년을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하는데...


어찌됐든, 그보다 중요한게 있다.

우리 식구 모두가 건강하게 각자가 추구하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가꿔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바탕을 일궈나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2008년이 우리에게 의미있는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2008년~~~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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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성탄절에 재원이를 찾아갔다.
면회라고 하기엔 그렇고, 지연이가 떠날 때 짐이 많아 두고간 것을 보내기 위함이다.
재원이 말에 의하면 미군 택배시스템을 통하면 국제요금이 아닌, 미국내요금에 따라 보낼 수 있단다.
아들이 카투사로 있으니 덕보는게 있구만.

재원이 숙소를 들어가보면 정말 느낌이 새롭다.
카투사도 물론 한국군인이지만, 미군 시설과 한국군 시설은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침대에 소파, 그리고, 오디오에 TV 까지.



또 냉장고에 전자렌지도...

물론 저것들은 재원이가 구입한 것이 아니다.
모두 선임병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재원이 역시 제대를 할 때는 후임병들에게 대물림을 할거라는데,
벌써부터 후배들이 재원이 방에 있는 비품을 서로 찜하느라 로비가 한창이란다.




방안에는 욕조에 샤워시설까지...  왠만한 콘도수준이다.

이등병때 부터 이런 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팔자가 늘어진거지.
그러니, 집에 굳이 올 필요가 없다.  집보다 난데...

거울을 일정표로 이용하고 있는데, 저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네..

일정표를 보니 내용도 끝내준다.
12.27 에는 원주시청 콘서트에 전원참석이고,
12.28 에는 원주 동부팀 프로농구 관람.
1월3일은 회식, 닭갈비라고 적혀있다.
1월 6일은 제천에서 달리기행사. 
15일부터 24일까지는 말년휴가.

이 녀석이 군인 맞나 싶다.
사실 우리는 재원이가 조금은 고생을 하기를 바랬다.  군생활을 통해 좀 더 강인한 체험을 하길 원한 것이다.
카투사 응시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 되는 사람 한명도 못 봤으니 괜히 시간만 끌지말고
입영영장이 나왔을 때 바로 입대하라고 몇번이나 권했음에도 결국 카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다 제 복이려니 생각해야지 어쩌겠나.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밥을 안준다고 불만이다.
주말엔 식당이 문을 닫아 늘 밖에 나가서 사먹어야 하는게 이곳 카투사들의 불만이란다.

재미난 얘기 하나.
한번은 맞은 편 한국군부대의 병사들이 무슨 일이 있어 이곳에 왔다가 점심을 먹게 됐단다.
마침 그날 점심 메뉴가 함박스테이크.
한국군 병사들이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입이 귀에 걸리는데,
카투사 이녀석들의 반응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에이~~ 또 이거야....???  밥 좀 먹었으면 좋겠구만...' 


제대날짜가 2008년 2월 9일로 확정됐다더니, 유리에 씌여있는 D-46.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얘기.

내년 2월에 제대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날짜가 정해졌다니 새삼 내 느낌이 이상하다.



침대 옆 옷장에는 벌써 제대시 입고나올 군복을 세탁까지 해서 모셔두고 있다.
이미 예비군 마크까지 달아놓고, 이제 2월에 상위 뒤 주룸만 잡으면 된다나...
그거 입고 어딜 얼마나 다니겠다고 주름까지 잡는다는건지 원...




재원이의 취미 중에 이런게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다.
어렸을 적에 가끔 그림을 그리는걸 보긴 했지만, 어린아이들이 흔히 하는 낙서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커서도 계속 하는걸 보면 나름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흥미로운건 모두가 스포츠 관련이라는거.
취미를 살려 나중에 스포츠 카툰 같은 것도 괜찮을거 같긴 한데,  문제는 소질.
취미와 직업은 확연히 다르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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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며 어학연수를 알아보던 지연이.
내년 1월2일부터 수업이 시작이라며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가야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한다.
자기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돈 들어가는 절차를 밟으라는 얘기.

자신이 잡아놓은 플랜을 보니,
어학전문교육기관의 6개월코스 후 방학기간에는 NYU (New York University) 의 썸머코스를 들을 계획이란다.
그리고 가을학기에는 NYU의 어학코스를 수강할 예정이라는 것.
NYU를 지향하는 이유는 졸업 후 예술경영과 무대예술을 공부할 유학지망 1순위 대상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분위기 적응차원이란다.

6개월코스의 교육과정을 훑어보니, 하루 6시간 주5일 과정이다.
게다가 매월 테스트를 실시하여 일정수준이상 달성이 안되면 같은 과정 되풀이.
생각보다 하드코스를 택한거 같아 의외다.

- 너... 같은 과정만 여섯번 듣다 오는거 아니냐...???
> 뭐.. 그럼 그거라도 달달 외워서 오겠지만은..., 그런 일이야 있겠습니까.. 
   근데 왠지 내 발등을 찍은거 같기는 하다는 생각이 점점 드는건 왜일까..


지연이는 뉴욕까지 직항편을 원했지만, 항공편을 알아보니 가격차이가 너무 크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직항편과 경유 항공편의 요금차이가 무려 2배 이상이다.
보통 요금이 아주 저렴한 항공편의 경우 2회 경유를 하거나, 아니면 경유지 대기시간이 5시간 이상이라 불편한데,
인터넷을 뒤지다시피 찾아보니 아주 적당한 노선이 있다.
Air China의 서울 - 북경 - 뉴욕 노선인데, 북경 경유시간이 불과 2시간 반이면서, 가격은 100만원 이상 저렴하다.

> 북경에서 나 잘못되는거 아닌가...  중국비행기 수하물 분실이 잦다는데...
- 그것도 경험이고 공부다. 그리고 1/3 가격에 북경까지 구경하고 얼마나 좋으냐...

일언지하에 묵살.


그리고 동생의 사용기를 듣고 초읽기에 몰려 부랴부랴 구입한 무선인터넷 전화기 myLG 070.
두대를 개통하여 하나는 집에, 하나는 지연이에게 들려보냈다.  
서울에서 개통하여 들고간 전화기로 서울 - 뉴욕간 통화는 물론 문자메세지도 주고받는다.
게다가 같은 전화기끼리는 모두 무료다.
지연이는 이 전화기로 한국의 친구들과 일반 휴대폰을 이용하듯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을 수가 있다.
참 좋아진 세상이다.


오늘 아침 6시10분에 공항으로 출발하여 도착한 시간이 7시반.
가는 도중 6시40분쯤 재원이가 전화를 했다.  지연이에게 이것저것 나름대로 조언을 해준다.
미국사람들 단순하니 스트레스 받지말고, 적응하는게 우선이니 주위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건 다 받고...
통화를 마친 지연이 왈, '오빠는 오빠인 모양이네.. 동생 간다고 이 이른 시간에 전화를 주는거 보니...'

티켓팅을 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큰 가방 하나가 중량 초과란다. 최대 32kg까지만 허용이 되는데, 47.5kg.  나눠야 된단다.
지금??  이걸 어떻게???
초과요금을 지불하면 안되느냐 물으니, 32kg도 초과요금을 내야하지만, 이 크기로는 실을 수가 없단다.
그 큰 비행기에 실을 수가 없다니...??   뭔 말인지 이해가 안되지만, 안된다는데야 도리가 없다.
트렁크 하나만 먼저 집어넣고는 헐레벌떡 가방을 새로 하나 구입해서 분리작업.

그러느라 20~30분 정도 시간을 잡아먹었다.
설렁탕을 먹고싶다는 지연이의 1년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한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는 20분이 지나니
종업원이 와서 주문하시겠느냐고 묻는다.  @>@~~  뭐야..???



결국 이렇게 사진만 찍고 나왔다.

사진 찍으며 하는 말, '아빠 블로그에 올리면 혹시 다른 분들이 '얘는 왜 이렇게 손톱을 까맣게 했느냐' 고
욕하시는거 아닐까??' 


Boarding Time 9시.
시간에 쫒겨 샌드위치 한쪽을 미처 먹지도 못하고 9시 5분전에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심사장에 사람이 많아 혹시 시간에 늦진 않았을까 걱정이 됐는데, 아무 연락이 없는걸보니 출발은 한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북경에서도 출발을 했겠네...


당초 2008년 1월에 들어오겠다던 녀석이 어제 갑자기 내년 11월 중순에 들어올거란다.
갑자기 단축하는 이유를 물으니, 2008년 춘계공연에 참가할 작품 Presentation이 내년 12월말에 있다며
그 준비를 해야 한단다.  졸업 전에 큰 무대를 꾸미고싶은 욕심이 동한 모양이다.


이.지.연.
저 머리 속은 얼마나 복잡한지 한번 열어보고 싶다.
좌우간 넌 참 할거 많아 좋겠다.

그런데, 아빠는 왜이리 점점 마음이 바빠지냐...

하지만, 앞으로도 네 생각을 따라잡느라 아빠가 늘 허둥됐으면 좋겠다.
작은 머리에 큰 생각이 담기고, 좁은 가슴에 넓은 마음을 품기를 바란다.
:

지연이가 다음 주 1년 예정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문득 미치는 생각이 있다.
그럼 네식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

지연이야 일단 1년 예정이라지만, 재원이가 내년 2월 제대를 하고 여름에 복학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서로가 언제나 만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지연이가 내년 연말에 들어오더라도 재원이가 없고, 재원이가 언제 들어오게 될지 알 수도 없지만, 
설사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지연이가 그 전에 졸업을 하고 다시 유학을 간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원이가 유학을 가지 전, 그러니까 2001년 1월에 가족사진을 한번 찍고는 기회가 없어서
재원이가 있을 때 가족사진을 다시 한번 찍으려 생각만 하고는, 차일피일 벼르기만 하다 미뤄왔는데,
지연이가 다음 주에 나가게되니 이제 시간이 없다. 

마침 지난 토요일 재원이가 외출을 나와 제 친구와 지연이 셋이서 저녁을 먹는다고 하길래,
꼼짝말고 있으라 해놓고 집사람과 함께 부랴부랴 나갔다.

사진관에서 정식 촬영하기엔 서로 준비들이 안되어,
장소를 샤브미로 잡고 까사미오에 와있는 동생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런대로 쓸만하네.




요건 일단 카메라 조정용 맛 뵈기로...
지연이의 저 코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산거 같다.  한 6년 됐나... 




이제 똑딱이 치우고 바디카메라 하나 장만하실 때도 됐잖아요...

동생은 늘 내게 다그친다.




앗~~~  삼촌...  나 아직 준비가 안됐단말야...


 

이렇게 장난쳐도 되나...???


 

꼭 아빠가 이쁜 짓을 해야겠냐...

 
 

우린 좀 새침 모드로...


 

얘는 엄마에게 뭐가 불만이지??


 

아... 이렇게 가족사진 찍으려니 쑥쓰럽구만...   man in black ??

 


둘다 이성친구가 없는 오빠나 나나 한심하우...

재원이 머리가 눌려있는 바람에 시종일관 모자를 벗지도 못하고...




비록 약식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네식구가 함께 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자.
이거 사진관에서 찍으려면 몇십만원인데...

이제 언제나 또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
[야구이야기를 많이 올리는 이유]를 블로그에 올린 다음인 지난 주말,
외박을 나온 재원이에게 슬쩍 말했다.

'두산에 대한 기사 블로그에 올려놨다...'
올리긴 올리는데, (너는) 보긴 보냐 ??...  는 묵시적 질문이었던 것이다.

'아.. 다 보고 있지...'
재원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 괜히 나혼자 생각에 헛된 짓 한건 아니라는 위안이 된다.


월요일 밤에는 지연이가 한마디 한다.

'아빠 블로그 봤는데... 공연폴더 없다고 해서 아빠가 나 한테 애정이 없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핸들 안 맡기는건 두고두고 콤플레인 할거야.' 

집사람도 보고 웃었단다.


음...   다들 보고 있구만...

직접 마주보고 대화할 시간은 적어도,
이렇게 아빠가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나의 블로그를 찾는다는 것.
그것은 나의 생각이나 일상에 관심을 갖어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과 생각이 교류되는 나는 참 행복한 가장이다.
:
' 아빠~~  OB베어스가 어제... ... ...'

내가 외국에 출장을 나가 집에 전화를 걸면 재원이가 내게 한번도 빼먹지않고 들려준 이야기다.
내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렸을때 부터 나와 같이 프로야구 OB베어스의 팬이었던 재원이는,
이렇게 국제전화로라도 아빠가 좋아하는 팀의 전적은 물론 게임내용까지 상세히 중계방송을 하다시피 하곤 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내가 귀국하여 집에 들어오면 내게 내미는게 있다.
OB베어스에 대한 신문기사를 오려 스크랩을 해놓은 것이다. 

재원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이야기이다.



집사람이 내 블로그 내용 중 싫어하는(?) 소재가 두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아이들, 특히 딸아이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기술하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랑으로 표현이 되어, 남들에게 실없는 팔불출이 될 뿐이라는게 이유이며,
특히 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것에 대해, 하도 사회가 어수선하니 아이가 노출되는 것이 왠지 싫은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이 싸이월드 등을 통해 어차피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마당에 뭐가 신경 쓰이느냐고 말은 하지만,
엄마로서의 염려되는 마음이 이해 안되는 바는 아니다. 

또 하나 집사람이 싫어하는 소재가 [야구이야기]이다.
얼마 전에도 재미없다고 야구이야기 자주 올리지 말란다. 

그런데, 내가 야구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하여 올리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스포츠는 종종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승부를 연출하며
사람들을 열광 속에 몰아넣고 희열에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명의 선수가 각고의 인내와 열정으로 스타로 발돋음하는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있다.
나는 스포츠의 그런 부분이 좋다. 
그런 모습은 아무 배경이 없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가 좋고, 거의 모든 운동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기사를 즐겨 읽는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주로 두산베어스에 대한 기사를 주로 스크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원이.   재원이가 두산베어스에 대한 기사를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재원이가 미국에 있을 때도 인터넷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팀에 대한 기사를 검색할 수는 있다.
군대에 있는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에 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자기가 좋아하는 기사를 일일히 검색하기에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 재원이에게,
아빠의 블로그에 들어오면 자기가 관심있는 기사를 한번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야구이야기] 폴더를 만든 가장 큰 이유이다.

어린아이도, 국제전화를 통해 아빠가 관심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고
아빠가 귀국하면 보여주려고 며칠동안 아빠가 좋아하는 신문기사를 오려두었는데,
나이든 아빠가 그 보답을 못할까...

어렸을 때 재원이가 보여줬던 아빠에 대한 애정을 이제 갚는다는 생각이다.

근데, 이러면서 미안한게 있다.
공평하려면 지연이의 관심분야에 대해서도 폴더를 하나 만들어 스크랩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한 나의 지식이 지연이 보다 훨씬 짧으니 지연이도 이해를 하겠지... 생각한다.


지연아~~~  아빠가 너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게 아니라는건 우리 딸이 알지???

물론, 어제도 네가 '오빠에겐 아빠 차 핸들을 맡기면서 내겐 안 맡긴다.' 고 아빠에게 콤플레인을 제기했지만, 
너를 오빠와 차별한다고 생각하는건 설마 아니겠지???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  너희가 있어 아빠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엄마는 당근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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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원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옷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자에, 후드 티 혹은 야구나 미식축구 유니폼 티, 그리고 헐렁한 청바지나 힙밥스타일 바지에 배낭이 일상 패션이다.

여자친구를 비롯해 누굴 만나든 똑 같다.

몸에 맞는 스타일을 싫어하고 뭐든 헐렁한걸 좋아하는데,

전에는 옷 욕심 안내는게 돈이 안들어 좋기도 했지만,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드니,

고정된 스타일이 너무 애들 같고, 후줄근해 보이기도해 엄마와 동생이 늘 아쉬워한다.


집사람이 '이제 나이도 있으니 여자친구 만날 때 옷차림좀 바꿔보라.' 해도, 신경쓸 상대가 아니란다.

지연이가 '오빠는 키가 크고 하체가 길어 패션스타일을 바꾸면 얼마나 멋있을텐데...' 해도 막무가내다.
사실 나도 좀 못마땅하긴 한데, 그때마다 본인은 늘 '아~ 됐어...  난 이게 편해, 내가 편하면 됐지...' 다.

사회생활이라는게 남의 시선에 맞출 필요도 있고,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상 옷차림을 단정히 해야 할 때도 있다.
상대가 정장을 하고 나왔는데, 내가 편하다고 너무 캐쥬얼하게 입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그러기위해 의도적인 연출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역설해도 마찬가지다. 
고집은 또 오죽 세야지...  그건 둘다 마찬가지다.
 
 

추석전날 네식구가 같이 점심을 먹고, 함께 백화점엘 들렀다.

추석날 부모님께 드릴 간식도 장만할겸 들렀다가 지연이가 모자를 보겠다하여 자연스레 캐쥬얼 매장엘 들렀는데,

여기서 갑자기 재원이 패션바꾸기 온가족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연이가 매장에서 쟈켓을 하나 보더니, 오빠 입으면 멋있겠다고 바람을 잡은 것이다.
흘낏 쳐다보던 재원인 당연히 고개를 돌린다.  관심 밖이라는 뜻.
한번 입어보기만 하라고 꼬드긴 후, 마지못해 입고 나온 녀석에게 매장 점원을 비롯해 온가족이 원더풀을 연발.
와이셔츠도 절대 안입는 녀석에게 흰색 셔츠를 입히고는 다시한번 모두가 열광.

모두가
멋있다...  훨씬 늘씬해보인다...   키가 더 커보인다...   긴 하체가 더 살아보인다... 는 등, 온갖 찬사를 늘어놓으니,
조금 세뇌가 되는 듯 하다.

그렇게 해서 겨우 옷 하나 사줬다. 
남들은 사달라는거 뭘 사느냐고 말리기 바쁘다는데, 이건 완전히 반대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친 김에 멋적어하는 녀석 붙잡고 기념촬영(?) 한 컷.


재원인 쟈켓이 너무 작은거 같다고 어색해 하는데, 
지연이 말에 의하면, 사실 오빠는 한 치수 더 작은걸 입어야 맵시가 더 나는거란다.

매장 점원의 말이 재밌다.
'너무 어색해 하시니, 오늘은 일단 요기까지 하시고, 다음에 서서히 줄여나가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다음 날인 추석 날.
연미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지연이가 작업할게 있다고 나가더니, 상자를 하나 가지고 와서는 오빠에게 내민다.

'오빠... 그 복장에는 구두나 나이키 운동화 같은거 보다 이런걸 신어야 돼.'  그러면서 풀어놓은거...



'CONVERSE 운동화를 신어야 더 폼이 나거든... 오빤 키가 커서 밑창이 얇아도 되잖아..
 사실 이거보다 옆이 가죽느낌으로 된거 되게 멋있는게 있던데, 그건 10만원이 넘어 내 용돈으론 무리더라.
 좀 아쉽긴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칼라가 괜찮을거야...'

그러면서 마무리멘트,
'이제 청바지만 하나 장만하면 되겠네...  일반 청바지 말고, 리바이스나 캘빈클라인 같은데서 [일자]나 약간 [나팔]같은거.
 그건 내 소관이 아니고, 이제 엄마 아빠 몫이지.' 

재원이가 '아~ 나... 딱 붙는거나 나팔 같은건 절대 싫어...' 하자,
'약간 나팔은 별로 표가 안나. 표 날 정도면 촌티나지...  
 하여간, 오빤 앞으로 머리 짧게 세우고, 딱 맞는 쟈켓에 일자 청바지 입으면 정말 폼 날거야.
 조인성이 뭐 별거야...   오빠 체형이 딱 내 이상형인데...' 라며, 한껏 오빠를 치켜세운다. 

엄마 : 야... 아들~~~  정말 멋지다...  앞으로 여자친구 만날 때 이러고 나가라...
나 : 너 그러고 부대 들어가면 쫄병들이 깜짝 놀라겠다. '이병장님.. 벌써 제대 준비하십니까??'  그러겠네...

처음엔 그리 완강하던 녀석이 가족들의 호응에 저도 싫진 않았나보다.
지연이가 사준 운동화도 부대로 싸들고 들어가려 한다.


사실 옷차림에 변화를 주는 것도 남들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전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재원이도 이제 군대도 마치고 나면 좀더 세련된 이미지가 필요할 때다.

그날 지연이의 자켓 입은 모습이 너무 이뻐 지연이 쟈켓도 하나 샀는데,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 여보... 우리 애들 백화점에서 제대로 옷 사준게 처음인거 알아요?
> 그런가...??
- 재원인 맨날 이태원, 지연이도 동대문이나 강남지하상가에서만 옷 사입지, 언제 쟤가 백화점 옷 입어요?
   동대문에서도 한벌에 5만원만 넘어도 비싸다고 안사고, 티는 이만원 넘는건 아예 처다보지도 않는 앤데...
   지금 입고있는 티도 강남지하상가에서 만오천원주고 산건데, 대학교 3학년 여자애가 누가 그래요... 
   우리 애들은 진짜 옷값 안들어가는거야... 애들한테 고맙게 생각해야돼...

그건...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추석연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내게 안겨준 즐거움이 많았다.

아이들이 대학 상급학년이 되도록 고급제품 등에 겉 멋이 들지않은게 고맙고,
재원이의 새로운 패션 변신 가능성이 즐거웠고,  지연이의 늘씬한 옷맵시가 흐뭇했으며, 
오빠 패션 코디 해준다고 할머니로 부터 받은 추석 용돈으로 제 오빠 운동화를 사온 지연이의 마음이 대견했다.

지연이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한게 좀 아쉽고, 정작 집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게 못내 미안하지만,
서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따뜻하고 푸근한 추석을 보낸거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 하였다.
:
9월2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소위 황금 연휴.
하지만 까사미오는 22일과 26일 문을 열었다.

22일 집사람과 쌈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관람.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본 얼티메이텀]을 보러가서, 상영관 앞에서 재원이와 조우.
추석연휴 외출을 나와 여자친구와 같이 온 녀석을 입구에서 만났다.

영화를 보고 배낭여행 동반자였던 초이부부와 신사동 진동횟집에서 추석맞이 저녁식사. 
식사 후 초이집에서 차 한잔 하고 집에 들어와 잠시 쉬다, 까사미오 회식 참석차 밤 12시에 출근(?).
영업종료후 23일 새벽까지 직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아침 6시반에 귀가.

23일 父子는 하루종일 잠과 씨름 후, 함께 공연을 보러나간 母女를 저녁 9시쯤 만나
텅빈 까사미오에서 가족끼리 와인파티.
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것 처럼 가족끼리 전세내어 와인을 기울이니 좋더군...   

24일 낮에 식구들이 함께 시내 나들이.
재원이의 소망대로 신선설렁탕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단촐한 네식구가 명절에 함께 식사를 한게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재원이가 미국에 있었고, 또 지연이가 대학생이 된 후 해마다 공연준비로 한번도 명절날 집에서 쉰 적이 없었기 때문.
네명밖에 안되는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기가 이맇게 어려우니...
식사 후 다같이 백화점에 들러 쇼핑후 귀가.

25일 오전 상도동으로 가 부모님 찾아뵙고 상도동성당에서 연미사 후, 숙부님, 숙모님, 4촌동생들과 점심식사.
작년까지만해도 연미사 후 상도동 집에서 점심을 했으나, 여자들이 고생한다 하여 금년부터 외식으로 대체.
반응들이 너무 좋아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하기로.
저녁에는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집으로 와 함께 식사.
그래도 집에서 한끼는 드셔야한다는 집사람의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26일 집사람과 다시 영화 한편. 이번엔 강남 CGV에서 [즐거운 인생].
그리고 나는 까사미오 출근.


정말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제법 된거 같다. 
집에 있는 동안은 TV에서 이어지는 야구중계와 영화 보느라, 책은 열 페이지 정도 읽었나...
이번 연휴동안은 가급적 식구들과 한 공간에 있으려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PC 앞에 앉을라치면 얘가 냉큼 올라와 이러고 있으니 할 수도 없다.



키보드 앞에서 이러고 있으니...

꼬맹~~~  너 지금 인터넷 하지말라고 농성하는거지???
:
아버지께서는 자식들의 생일날 용돈을 주신다.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직접 나가 선물을 고르기가 어려우시니 각자가 필요한 것을 구하라는 애정의 표시인 것이다.  
아들 딸과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주들의 생일마다 챙기신다.


지난 번 집사람의 생일을 즈음해 내게 봉투를 하나 건네주신다.



며느리 생일 용돈이다.

그런데, 하나를 더 건네주신다.



- 이건 뭐예요?
> 니 생일날 내가 잊었더라...

- 네..???  그때 주셨을텐데요..
> 아니더라...

- 그래도 그렇지.. 반년이 지났는데요...
> 반년이 지났어도 할건 해야지.  내가 요즘 이렇게 정신이 없다.


아버지께서는 모든걸 기록을 해두신다.
그 세세함과 꼼꼼함에는 온 집안식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며느리의 생일 용돈을 주시면서 아마 식구들에 대한 기록을 되짚어 보셨으리라.
그러니 내가 아무리 지난 번에 받았다고 한들, 당신의 기록에 누락되어 있으면 소용이 없다.

만으로 여든둘이신 분이 이제 이렇게 정신이 없으시단다.
그러면서 [깜막]이라고 주석을 다신 저 센스.
생일 당시 깜빡 잊었다는 말씀이다. 
집사람과 함께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본 지연이가 묻는다.  '할아버지 글씨네..  근데, 깜막이 뭐야??'
엄마의 답변, '아빠 생일 깜빡 하셨다고...  할아버지 너무 재밌지 않니.??' 


저 세심하신 사랑이 나중에 더 크게 생각이 나겠지..
그때는 이런걸 회상하며 혼자 눈물지을지도 모르겠다.
:
지지난 주 지연이의 생일이 지나갔다.
엄마는 미리 옷을 선물했고, 나는 나중에 필요한걸 사주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얼렁뚱땅 넘어갔는데,
나의 어설픈 사탕발림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지연이를 만족시킬 생일선물이 지연이에게 주어졌다.

두달 보름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팀이 지연이에게 보내준 
여러가지 생일 축하레터와 선물들이 지연이를 들뜨게 했지만,

특히 이것.



뮤지컬 무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배우였지만, 영화 [말아톤]에서 일약 스크린의 스타로 떠오르고
[타짜]에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혀 수퍼스타가 되어버린 조승우.

그 조승우가 지연이가 스탶으로 참여한 [맨 오브 라만차]의 더블 캐스팅에서 한 축을 맡았는데,
위의 물품들은 공연을 보러 온 조승우의 팬들이 건네준 선물이라고 한다.

빵에다, 캔디, 껌에도 라만차 로고와 조승우 사진까지 있고,
심지어 위드 승우 약국 이라는 약봉투에 담긴 피로회복제 까지 있으니, 가히 팬들의 열정을 알만 하다.

이런 것들을 모아 하나의 박스에 담아 준 것을 지연이에게 다시 준 모양이다.
이거 조승우의 광팬들이 알면 지연이가 공공의 적이 되는거 아닌지 몰라...

하지만, 이게 꼭 지연이에게만 줬겠나...  함께 고생하는 여러 스탶들에게 고루 나눠줬겠지.

그런데, 지연이가 더 입이 벌어진건 바로 얘 때문이다. 



요놈이 조승우가 지연이에게 전해준 main 생일선물이다.

조승우가 키우는 고양이 중 한녀석을 지연이에게 양도했는데,
이동용 가방에 전용화장실과 화장실용 모래, 게다가 장남감과 사료에 간식까지, 한 살림 챙겨 보내왔다.

이름은 꼬맹이.

내가 초등학생 무렵 집에서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 여지껏 전혀 애완동물을 데리고 있어 본 적이 없고,  
특히, 집사람의 경우 근본적으로 동물들에 대해 다소의 거부감을 갖고있는데다, 낮에 돌볼 사람도 없어
처음 지연이가 고양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집사람이나 나나 '그걸 누가 키우냐?' 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지연이가 그냥 받아온 것이다.
조승우가 아닌 일반인이 줬어도 받아왔을까...???


그런데, 얘.. 이름 그대로 이 꼬맹이 때문에 우리 집 라이프 사이클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가장 놀란건 꼬맹이에 대한 집사람의 반응이고, 나도 요즘 얘 때문에 정신이 없다.
조만간 이 녀석에 대한 우리 집의 변화에 대해 언급이 있겠지만,
아마 앞으로 내 블로그에 이 꼬맹이가 가끔은 등장할거 같다.


그리고, 지연이의 생일 당일.
집에들어가니, 기다렸다는 듯 지연이가 책 한질을 건넨다.
...@>@...???

[신의 물방울] 10권짜리 한 세트.

늘 엄마 선물만 준비했는데, 아빠 꺼는 정말 고르기가 힘들단다.  그건 내가 알지...
그래서 아빠가 요즘 와인에 빠져있는거 같아 준비했다고.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의미.

이 녀석아...  잘 커줘서 아빠가 고맙지...

주고받은 선물들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 지연이의 생일이었다.
:
재원이가 7월17일 부터 휴가란다.
한달 전에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재원이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재원이를 보내놓고 늘 아쉽게 생각했던 것은, 너무 모국을 모르는 상태에서 건너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중고등학생은 어디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방학이 되더라도 예전 우리처럼 친구들과 캠핑을 가지도 못한다.
학원엘 다니기 바쁘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닌다고 해야 어학연수를 빌미로 외국을 나갈 뿐이지,
방학이나 시간이 날 때 국내를 둘러 본다는 것은 한국 교육제도의 틀에서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조기유학생들은 자신이 태어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재원이도 마찬가지다. 기껏 가본 곳이 스키장과 몇몇 온천 정도...

내년 2월 제대를 하면, 재원이는 또 미국으로 건너갈 것이고,
그리되면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알게 될 시간은 또 언제가 될지 모른다.

생각만으로 하는 조국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은 한계가 있다.
내 조국의 어디에 무엇이 있고, 그 각각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외국에 살면서도 태어난 모국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누가 물어도 안내를 할 수 있을게 아닌가.
먼저 소개는 못할 망정, 정작 외국인이 '너네 나라 어디가 좋더라..' 하는데도 아무 말도 못한대서야...

그런 생각에 미치자,
이번 재원이의 휴가기간에 우리나라를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원이에게 이번 휴가에 아빠에게 1주일의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느냐 물었다.
그리고 그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지난 주에는 나름대로 일정을 잡아보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재원이가 휴가를 나오는 날 아침 우리가 원주로 간다.
욕심껏 잡아본 그 다음의 행선지는 이렇다.

서울 - 원주 - 단양팔경 - 창녕 우포늪지대 - 칠암 - 부산 - 거제도 - 위도 - 통영 - 욕지도 
- 남해 독일마을 - 하동 최참판댁 - 여수 오동도 - 보성 녹차밭 - 해남 땅끝마을
- 변산반도 채석강 - 임실 옥정호 - 진안 마이산 - 서울.

주마간상 격이 될지도 모르지만, 형편 봐가며 가감을 할 생각이다.


이번 여행은 평소와는 좀 다르게 떠난다.

여행을 갈 때는 항상 사전 예약 등 숙박장소를 미리 해결해 놓고 떠나는 것이 그간의 내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사전 예약없이 그냥 돌기로 했다.
구름에 달 가듯이... 혹은, 발길 닿는대로... 는 아니지만, 그냥 차를 가지고 다니다 해 떨어지면 근처에서 자는 방식으로...
민박이라도 좋고 여인숙도 좋다.
사실, 여행을 다니며 가장 의미없는 것이 자는데 돈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여행 중의 숙박지는 잠자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잠만 자고 나오는 곳에 돈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그 지역의 먹거리에 투자하는게 낫다는게 나의 생각인데,
다행히 집사람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인준받기가 쉬웠다.  부부일심동체. ^^

이렇게 속 편하게 마음 먹을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곳곳에 자리잡은 찜질방 문화 때문에 가능하다. 
정 잘데 없으면 찜질방 가면 되잖아...  샤워시설 없는 어정쩡한 민박보다 낫다. 


한편으론 재원이에게 고맙다.

우리 나이로 스물넷.
사실 한창 친구들과 놀러다닐 나이가 아닌가.
그 나이에 부모와 같이 1주일간 여행을 한다는게 기실 무료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마디 거부반응 없이 선뜻 나의 의견을 따라준 재원이가 고맙다.

이제 내일 모레...  우리가 함께 할 어설픈 국토순례가 기다려진다.
재원이에게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여행이 됐으면 좋겠는데...
  
:



언제 이렇게 컸지???

할아버지 앞에서 꼼짝도 못하던 쪼그맣던 녀석,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만 듣고있던 녀석이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화로 리드해 나간다.

모자를 쓰고 식사를 하던 중,
'부대에서 식사할 때 모자 쓰고 밥 먹느냐?' 고
할아버지로 부터 넌지시 한마디 주의를 들은 재원이.

예전 같았으면 꾸지람이라는 생각에 머쓱해하며
내내 할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못 하던 녀석이
이제는 여유만만하게 두분을 자기 말에 귀 기울이시게 만든다.

두분의 표정을 봐도
이제는 손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우신가 보다.
또 당신들과 같이 대화가 되는 손자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드시겠지.

정말 언제 이렇게 컸나...


아이의 성장도 즐겁고,
성장과 함께 마음이 여물어가는 것도 기쁘고,
내 부모님과 내 아이들이 나를 건너뛴 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흐뭇하지만,
어째 마음 한편이 왠지 서늘하다.

많이 늙으셨구나...

:

지난 일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가 방석을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손목을 짚으며 쓰러져 방바닥에 엉덩이와 머리까지 부딪히는 바람에 병원에 가  X-ray를 찍으니
바닥을 짚을 때의 충격으로 손목의 뼈가 으스러졌단다.

단순골절 같으면 기브스를 하고 끝나겠지만,
뼈가 조각나는 바람에 지난 화요일 조각난 뼈를 이어붙이는 수술을 했다.
나이가 드시니 뼈의 경도도 많이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머리와 골반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골반 뼈에 금이라도 갔다면, 이 더위에 움직이시지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을 하시겠나.
의사도 천만다행이란다.


뼈에 철심을 박은 어머니 손의 모습이 마치 용가리 같다.

'어머니 손이 완전히 고슴도치가 되셨네...' 하자,
순간의 실수로 160만원이란 거금을 쓰게 됐다고 아쉬워 하신다.

'아이고... 어머니, 골반이나 머리 크게 다치실거 160만원으로 막았으면 무지 싸게 먹힌거죠...'


중요한건 입원비를 포함한 치료비 일체를 아버님이 부담하셨다는거.

어머니 치료비를 자식들이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리의 간청을,
아버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어이 당신이 지불하셨다.

' 너희들에게는 어머니지만, 나에게는 내 아내다.  
  남편이 버젓이 있는 내 아내 치료비를 왜 너희들이 지불하냐?
  더구나 어쩌면 이게 내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내가 한다.
  너희들은 나중에 내가 못 할 때 해라.'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나,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으려는 그 성품을 아직은 말릴 재간이 없다.
또 굳이 그 뜻을 꺾고 싶지도 않다. 
이제 여든 중반이 되시는 아버님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돈 쓰는게 안스럽게 느끼시는 자식사랑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른팔을 못 쓰셔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많으실텐데,
아마 아버님이 어머님의 오른팔 역할을 성실히 하실거다.  늘 그래오셨으니까.

이 여름에는 두분 모두 더욱 더운 여름을 나실거 같다. 
:



지연가 이번 여름방학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대학 입학후 매년 여름에 학교공연에 참가하다, 
3학년도 됐으니 금년 여름방학에는 자기 시간을 갖겠다며 여행계획도 세우고 하던 지연이가 결국 또 일을 벌렸다.

우연찮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조연출 모집광고를 보고 응모하여 두차례에 걸친 면접을 보더니
합격을 해서 지난 월요일부터 스탭의 일원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토니상 5개부문을 수상했을 정도로 브로드웨이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이고,
조승우, 정성화, 김선영 등 국내 뮤지컬의 대표적인 배우들의 연습과정을 직접 곁에서 보고,
또, 외국인 연출에게서 뭔가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응모를 했지만,
대다수가 일반인으로 제법 많은 인원이 응모를 했던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합류 통보를 받고는 학생인 자기가 선택된 것에 대해 무척 고무된 모습이다.
집에서도 하루종일 뮤지컬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이미 곡들을 외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미 국내에서는 정상급으로 인정받는 출연진들이고, 처음 경험하는 전문집단에서의 연습이라서인지
나름대로 학교 무대 준비과정과 비교하여 이야기꺼리가 많은 모양이다.
미국인 연출의 말을 알아듣느냐고 물으니, 알아는 듣겠는데 말이 안터진다고 답답해한다. 
그것도 차츰 익숙해지겠지...   방안에서도 종일 뭔가를 정리하고 메모하고 있다.
또 공연에 관계된 사람들과의 전화통화를 옆에서 들어봐도 화법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회인 티가 조금씩 난다고 할까...


지연이에겐 아무래도 휴식이라는 개념은 어울리지가 않는 모양이다.
항상 쉼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뭔가를 추구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기만 하다.

금년 여름 지연이의 새로운 경험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





똑같은 사물을 나타냄에도
거북하게 느껴지는 표현이 있고,
살곰맞게 느껴지는 표현이 있다.

인터넷시대의 필명.
그것은 또 다른 나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
1,2학년 때 선배들을 도와 연극을 꾸미던 지연이가
비록 교내 작품이지만, 처음으로 직접 연출을 맡은 자기의 작품을 올렸다. 




대체 몇시에 집에 들어오는지,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하느라 몇주 동안은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어쩌다 새벽에 귀가하는 날에도 마치 열병을 앓듯 제 방에서 컴퓨터와 음악과 씨름을 하더니
드디어 처음으로 자기 작품을 올린 것이다.





자기보다 선배 연기자들을 모시고(?) 작품을 구상하고,
포스터와 프로그램 제작까지 직접 자기 손으로 다 하며 속을 끓이면서
아쉬운 마음과 하고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특히, 작품을 준비하는 도중 삶을 달리한 학과 선배에게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연출후기의 [Remember JunTiger]는 아마 먼저 세상을 달리한 그 선배에 대한 추모인 듯 하다. 


지연이가 보여준 연극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보여주는 각기 다른 유형의 사랑의 형태를 옴니버스형 뮤지컬로 꾸몄다. 

- 사랑하는 마음을 어설프게 표현하는 젊은이들의 풋사랑,
- 옛 소꿉시절의 짝사랑을 되찾는 노총각 노처녀의 티격태격 사랑,
- 아직 신혼이라고 해도 될 시기에 암 투병을 하는 남편과 곁을 지키는 아내의
   각기 속마음과는 달리 상대를 울리는 버릴 수 없는 사랑,
-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느라 잊고 지내던 서로에 대한 애정을 생각하는 중년부부의 사랑,
- 어느덧 자식들에게 짐이 되어버린 노년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서로에게 의지하고픈 황혼의 사랑.

이렇게 연령별, 환경별로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저마다에게 다르게 다가가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이며, 
반면에 모두에게 함께 와닿을 수 있는 사랑의 공통분모는 무엇인지를 생각케 한다.


이 연극을 뮤지컬로 꾸미기 위하여, 장학금으로 받은 돈으로 디지털 피아노를 살만큼
지연이는나름대로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렇더라도, 지연이의 성격 상, 아마 자신의 초연인 이 작품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다.

지연이는 자기만의 콤플렉스가 있는 아이다.
그 콤플렉스는 남과 비교하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다.
'남들은 저렇게 하는데, 왜 나는 못할까...' 가 아니라, '왜 나는 이 이상 안되는걸까...'
늘 그걸 고민한다.

하지만, 그런 지연이式 콤플렉스가 여지껏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자신의 미래를 굴려나가는 힘의 원천이 되리라 생각한다.


작은 무대지만, 큰 무대를 향한 의미있는 무대를 꾸민 지연이에게 기쁨의 박수를 보낸다. 


 


공연 중에는 사진촬영을 금한다고 협조사항에 적혀있었다.
플래쉬없이 찍고도 싶었지만, 명색이 연출의 아버지가 협조를 안 할 수는없지 않은가.
욕구를 꾹 참고, 아쉬운대로 공연 종료 후 Curtain Call 모습만 담았다.
:




표현을 안할 뿐,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은 복잡한 모양이다.

그 복잡한 생각을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기다리는게 부모의 역할이겠지만,
이게 참 어려운 부분이다.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 각기 달리 느껴지는 [조언]과 [간섭]의 차이를 어떻게 근접시키느냐 하는 것도어렵고,
[기다리는 것]의 한계 설정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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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점심을 하면서, 동작동 국립묘지 이야기를 꺼내신다.
군인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사후에 당연히 국립묘지 안장을 생각하신다.

벌써 오래 전  대전에 제2국립묘지가 생길 무렵,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동작동 장군묘역에는 이제 자리가 별로 없단다. 거기 자리 차지하려면 빨리 죽어야 하는데...'    

그때 혼자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군대는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선착순이구나...'
다행히 선착순에 늦으신 연유로 두분은 대전 국립묘지를 당신들의 안식처로 생각을 하고 계시다.
전에 언젠가는 두분을 모시고 한번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 동작동의 국립묘지에 새로 납골당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단다.
두분의 관심이 크셔서 식사 후 함께 찾았다.


충혼당. 
새로 지었다는 납골당인데, 실내 봉안실과 실외봉안실로 구분된다.




실내 봉안실로 들어가니 한 가운데 바닥에 태극문양이 보인다.
국가가 운영 관리한다는 상징이라고 생각할 수도...



태극문양 위의 천정은 이렇게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다.



총 3개층으로 되어있는 실내는, 
신분과 계급에 따라 애국지사, 군무원, 사병, 하사관, 위관, 영관, 장군 실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室은 신분으로 구분하지 않고, 207호실 등 단지 숫자로만 구분한다.
그건 바람직한거 같다.



각 실에는 이렇게 유골함을 모시는데, 부부를 같이 모실 수 있도록 했다. 
약력에 사진을 함께 한 것이 자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거 같다.
하지만, 어딘지 뭔가 너무 가벼워 보인다. 획일적인 장식장 같은... 
각 공간의 분위기를 좀더 엄숙하게 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좀 허한 느낌이랄까.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세로로 아홉단으로 나뉘어지는데, 맨 위에 모신 분은 올려보기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위치는 밑어서 부터 순서대로 모신다고 하니, 선택이 불가하다.
 
추석이나 한식과 같이 많은 성묘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실내가 너무 붐빌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같은 줄에 몰릴 때는 가족들이 줄을 서야하나... 생각을 하니, 어째 좀 그러네...  대략 난감.

나중에 보니 한가지 대비책이 있긴 하다.


 

요건 실외 납골당이다.
이곳은 그래도 실내보다는 무게감이 있어보인다.




여긴 1층에 있는 제례실이다.
삼오제를 지내거나, 제사를 지낼 일이 있으면 사전에 신청을 하여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모니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골함을 잡아주는 시설을 갖추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시설은 만든지가 얼마 안되는 모양인지, 아직 유골함을 설치하지 않은 채 비어있는 납골실이 많다.
들은 얘기로는 총 2만기의 유골을 모실 수 있다고 한다.

'여기도 얼마지나면 꽉 차겠네요.  좌우간 군대는 어쩔 수 없이 선착순인가 봐요.' 하니,
아버님도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머님의 한 마디, '빨리 이리 들어와야 니들이 편한데...  그러니... 빨리 죽는 것도 뜻대로 안되고...' 


시설을 돌아보고 난 후, 아버님은 약간은 허전함을 느끼시는듯 하다. 
하긴.. 나도 왠지 부족하고 민망한 생각이 드는데 당사자인 당신이야 더 하실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의 생각은 확고하시다.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이곳에 있어야 한단다.
국가적으로 생각해도 화장이 맞는 것이고, 자식들이 대전까지 다니는 것도 일인데,
죽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식들 편하게 해주는 것이란다. 
그리고, 가까이 있어야 자식들이 한번이라도 더 오게되는게 아니냐는...
아버님은 그러신다.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애들이 편한게 낫지.'
 
반듯한 자리와 비석을 갖추고싶은 생각이 드신다면 그건 아버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머님인들 왜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이곳이 좋다.' 고, 단호하게 아버님께 말씀하시는 것은, 
어찌보면 사후에라도 자식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하고싶은 모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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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또 뭐야...???

집사람이 보던 잡지를 들춰보니 아주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얘가 여긴 또 왠일이래...

근데, 코디가 어딘지 부자연스럽네.  이래서 또 고슴도치지만... ^^

:
저녁을 먹고 집사람과 함께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는데, 10시쯤 아들녀석의 전화가 왔다.

근데, 이게 왠 소리...

아들 : 아빠.. 방금 지원대장을 만났는데요, 공식 발표를 할거지만, 군복무기간 단축되면서 
          나도 금년 12월에 제대한대요.
나 : 뭐???  @>@...   그게 벌써 확정이 됐다는 말이야???

아들 : 네.. 그렇대요...


순간, 짧은 순간에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게 있었다.

'금년 12월에 제대를 하면, 내년 3월에 복학이 가능한거 아니야...'
학비 생각이 난 것이다.


그 순간 아들녀석의 마무리멘트가 날아온다.

'근데요...  오늘이 만우절이래요...'


@<@~~~  이런 젠장...

전화기를 타고 크게 울려오던 목소리를 듣고있던, 집사람이 깔깔대고 웃더니 하는 말,
'에~휴~~~  당신도 정말 나이 먹는가보네...  당신같은 사람이 아들한테 그렇게 완벽하게 당하는걸 보니...'

하긴, 예전엔 아이들이 엄마 골탕먹이는 재미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마에게 이런 장난을 많이 했다.
엄마는 워낙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잘 넘어가지만, 아이들의 그런 면을 알고있는 나는 쉽게 당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 무방비상태로 당한 것이다.
참~~ 나...  어이가 없구만...

그래도 모처럼 화끈하게 웃게 만들어준 아들녀석이 고맙다.  ^-------^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만우절의 풍류마저 잊고 지내는 요즘이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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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의 한달 용돈은 30만원이다.  원래는 40만원이었다.
며칠 늦게 들어오자 엄마가 용돈이 남아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모양이라며 10만원을 삭감했는데,
딸아이는 군소리 한마디없이 그 조치를 수용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대학 3학년의, 그것도 여대생의 한달 용돈이 30만원이라면,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다들 놀란다.

딸애는 그 돈으로 자기 옷까지 해결을 한다. 
그러다보니 집사람의 말을 빌어보면, 딸아이는 옷을 살 때 가격 앞자리가 1 이 아니면 옷을 못 산단다.
주로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옷을사는데, 보통 15000원정도 가격대에서 옷을 구한다고 한다.
얼마 전, 하도 안되보여 동대문 밀리오레 등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봄 바바리가 7만원이라고 비싸다며 옷을 못 사더란다.

귀걸이 등 악세사리도 1000~3000원 짜리를 하고 다닌다. 


지난 일요일 집사람과 신라면세점을 들를 일이 있었는데, 집사람이 딸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연극과 학생들이 대부분 나름대로 멋을 내고 다니는데,
싸구려(?)만 걸치고 다니는 딸이 한편으론 안되어 보였던지 뭔가를 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평소 갖고싶어 했다는 스왈로브스키 매장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랐다.
맘에 들면 하나 사라고 했더니, 가격을 물어보고는 그냥 돌아선다. 
왜 안사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다.

' 귀에다 13만원 이상을 달고 다니는건 의미가 없는거 같애....'

딸아이는 선글라스와 시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시계가 많지만, 대개가 5만원 이하 짜리다.
딸의 관심품목인 선글라스 매장에 들렀다.   이것저것 써보는데, 내가 봐도 잘 어울린다.
그 중 괜찮아보이는걸 사라고 했더니 19만5천원의 가격표를 보고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

나 : 브랜드 선글라스가 20만원이면 비싼건 아니야.  아빠가 하나 사줄테니 골라보라니까...

딸 : 아빠는 내가 앞으로 돈 쓸 일이 얼마나 많은줄 아세요?  어떻게 감당 하시려고... 
      내가 작품 무대에 올리려면 아빠가 돈 다 대야 할지도 모르는데...
      오늘 귀걸이 값 13만원으로 이번에 내가 연출 맡는 스탭들 회식이나 한번 시켜주세요.'    

나 : 그건 그거고...

딸 : 됐어요.


엄마가 뭔가 사준다니까 좋다고 따라 나섰던 아이는, 그날도 결국 빈 손으로 집에 돌어왔다. 
딸아이의 그런 건강한 생각이 무척 대견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론 은근히 걱정도 되며 캥기는 구석도 있다.

정말, 앞으로 돈 쓸 일이 얼마나 되길래, 기집애가 저렇게 겁을 주냐...


 



천원단위의 악세사리만 하는 이 아이에게도 야무지고 다부진 목표가 하나 있다.
15년 안에 반드시 벤쯔를 타겠다는거.

딸래미 덕분에 우리도 벤쯔 한번 타볼라나...    기대된다. 
근데, 연극하는 사람 벤쯔타고 다니는거 못 봤는데...  
대부분 대중교통..  잘 해야 중고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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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이용해 묵은 살림을 정리하던 집사람이 빛바랜 신문을 내게 내민다.
뭔가... 하고 들추니 과거 직장에서 광고업무를 맡았을 때의 기사다.

이미 블로그에 한번 소개를 한 적이 있는 광고지만,
1995년의 날짜가 찍혀있는 신문을 통해 그때의 광고와 그에 대한 기사를 다시 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다소 누렇게 빛바랜 신문용지가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게 한다. 




1995년 10월 27일 금요일  [한국일보]




1995년 12월 7일  [세계일보]



내친 김에 당시 수상장면 한장 추가.
 




갑자기 그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보고싶다.
한번 수소문을 해서라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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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원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병으로 진급을 했다는 신고 전화다.
기간으로는 아직 절반에 조금 못 미치지만, 계급상으로는 이제 꺾어진 반이다.

상병 계급장을 달고 신고를 하고 나오는데, 계급장이 무거워져 몸의 중심을 잡느라 고생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녀석에게 한마디 충고를 했다.


아무리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올라가는 진급이지만, 상병과 일병은 무게감이 다르다.
그리고, 몸의 중심을 잡느라 고생했다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중심, 판단의 중심을 잡는거다.

몸의 중심 뿐만 아니라, 마음의 중심, 판단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계급장의 무게감 만큼 모든 행동과 생각을 신중하고 진중하게 하기 바란다고...


욱 하는 성격 때문에 나름대로 경우에 어긋나는 일을 당하면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흥분을 잘 하는 성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고쳐진다지만, 이제 우리나이로 20대 중반 아닌가.
자연치유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때로는 시기를 놓치면 고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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