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탄절에 재원이를 찾아갔다.
면회라고 하기엔 그렇고, 지연이가 떠날 때 짐이 많아 두고간 것을 보내기 위함이다.
재원이 말에 의하면 미군 택배시스템을 통하면 국제요금이 아닌, 미국내요금에 따라 보낼 수 있단다.
아들이 카투사로 있으니 덕보는게 있구만.

재원이 숙소를 들어가보면 정말 느낌이 새롭다.
카투사도 물론 한국군인이지만, 미군 시설과 한국군 시설은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침대에 소파, 그리고, 오디오에 TV 까지.



또 냉장고에 전자렌지도...

물론 저것들은 재원이가 구입한 것이 아니다.
모두 선임병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재원이 역시 제대를 할 때는 후임병들에게 대물림을 할거라는데,
벌써부터 후배들이 재원이 방에 있는 비품을 서로 찜하느라 로비가 한창이란다.




방안에는 욕조에 샤워시설까지...  왠만한 콘도수준이다.

이등병때 부터 이런 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팔자가 늘어진거지.
그러니, 집에 굳이 올 필요가 없다.  집보다 난데...

거울을 일정표로 이용하고 있는데, 저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네..

일정표를 보니 내용도 끝내준다.
12.27 에는 원주시청 콘서트에 전원참석이고,
12.28 에는 원주 동부팀 프로농구 관람.
1월3일은 회식, 닭갈비라고 적혀있다.
1월 6일은 제천에서 달리기행사. 
15일부터 24일까지는 말년휴가.

이 녀석이 군인 맞나 싶다.
사실 우리는 재원이가 조금은 고생을 하기를 바랬다.  군생활을 통해 좀 더 강인한 체험을 하길 원한 것이다.
카투사 응시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 되는 사람 한명도 못 봤으니 괜히 시간만 끌지말고
입영영장이 나왔을 때 바로 입대하라고 몇번이나 권했음에도 결국 카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다 제 복이려니 생각해야지 어쩌겠나.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밥을 안준다고 불만이다.
주말엔 식당이 문을 닫아 늘 밖에 나가서 사먹어야 하는게 이곳 카투사들의 불만이란다.

재미난 얘기 하나.
한번은 맞은 편 한국군부대의 병사들이 무슨 일이 있어 이곳에 왔다가 점심을 먹게 됐단다.
마침 그날 점심 메뉴가 함박스테이크.
한국군 병사들이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입이 귀에 걸리는데,
카투사 이녀석들의 반응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에이~~ 또 이거야....???  밥 좀 먹었으면 좋겠구만...' 


제대날짜가 2008년 2월 9일로 확정됐다더니, 유리에 씌여있는 D-46.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얘기.

내년 2월에 제대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날짜가 정해졌다니 새삼 내 느낌이 이상하다.



침대 옆 옷장에는 벌써 제대시 입고나올 군복을 세탁까지 해서 모셔두고 있다.
이미 예비군 마크까지 달아놓고, 이제 2월에 상위 뒤 주룸만 잡으면 된다나...
그거 입고 어딜 얼마나 다니겠다고 주름까지 잡는다는건지 원...




재원이의 취미 중에 이런게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다.
어렸을 적에 가끔 그림을 그리는걸 보긴 했지만, 어린아이들이 흔히 하는 낙서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커서도 계속 하는걸 보면 나름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흥미로운건 모두가 스포츠 관련이라는거.
취미를 살려 나중에 스포츠 카툰 같은 것도 괜찮을거 같긴 한데,  문제는 소질.
취미와 직업은 확연히 다르지않은가.

'나의 폴더 > 나, 그리고,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구매법, 그 소심함의 득과 실  (15) 2008.01.04
우리 가족에게 많은 의미를 주게될 2008년  (12) 2008.01.03
지연이의 출국  (16) 2007.12.20
가족사진  (25) 2007.12.17
행복한 가장  (13) 2007.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