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경험했던 주례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07. 1. 8. 10:35 |직장생활을 하던 1999년 4월 어느 날,
광고팀장으로 재직시 사원으로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좀 사달라고.
약속장소로 나가니 아가씨와 함께 왔는데,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내민다.
그 : 부장님, 꼭 오셔야 하는데, 그 날 별일 없으시죠?
나 : 당연히 가야지. 축하해..
그 : 정말 꼭 오셔야 해요. 부장님 안 오시면 저희 결혼식 못합니다.
나 : 겁주는 방법도 여러가지네.. 아~~ 갈테니 염려말어.
그 : 부장님이 저희 주례를 해주셔야 하거든요. 사실, 오늘 그거 부탁드리려고 뵙자 그랬습니다.
나 : ... ... @>@...
돌이켜 볼 수만 있다면 그 때의 내 표정을 한번 돌려보고 싶다. 정말 황당한 말이 아닌가...
그 : 해주시는거죠?
나 : (뜨악한 표정으로) 뭔소리야...???
그 : 주례 부탁드린다고요.
나 : 너..(그러다 약혼녀 얼굴 한번 힐끗 보다가)..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 무슨 그런 황당한 농담을 하냐..
그 : 장난도 아니고, 농담도 아닙니다. 정말 부탁드리는겁니다.
나 : 시끄러.. 밥이나 먹어.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주례는 무슨 주례...
그 : 주례가 나이 갖고 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나 : 그래도, 그건 어른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생각해봐라. 나이도 사십대 중반에,
일개 기업체 부장이 주례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그 : 집에는 이미 말씀을 다 드렸습니다. 제 생각대로 하라고 그러셨고요.
나 : 설사, 니 부모님이 양해를 하셨다 하더라도, 처가집은?? 적어도 주례는 사회적 경륜이나 덕망이 있는 분이 하는게 맞아.
내가 주례를 한다는건 처가집에 대한 예의도 아냐.
그 : 부장님... 보통 주례를 학교 은사님이나 성직자, 아니면, 아버님 친구분이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평상시 그런 분들과 얼마나 친분있게 지내고, 또, 결혼후에 얼마나 자주 만납니까?
내내 연락없이 지내다 결혼식날 주례보고는 대부분이 그 후로 안 만나지 않습니까?
그것보다는, 제가 신입사원 시절에 저를 데려다 쓰셨고,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고,
또 앞으로도 자주 만나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봐주실 수 있는 분이 주례를 서는게 옳다고 생각하는대요.
나 : ... ... 그 말은 맞는데... ... 그래도 나는 아니야.
그 : 부장님이 예전에 저희한테 늘 강조하시던게 [발상의 전환]이었잖아요.
전 지금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장님이 발상의 전환을 하실 차롑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런... 말 한마디에 이렇게 코를 꿰다니...
집에 와서 집사람에게 얘기하니,
당신 나이가 몇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뛸 줄 알았던 집사람이 의외로 한번 해보란다.
한번 해보라고??? 그럼.. 정말 한번 해봐...???
몇 날을 고심했다.
주례사도 주례사지만, 워낙 틀에 박힌 고답적인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뭔가 특이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식날.
식순에 따라 결혼식이 진행되고, 사회자의 멘트. '이어서 성혼선언이 있겠습니다.'
'신랑 이수만군은... ... ... 맹세합니까?' 신랑의 대답과, 이어지는 신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신부의 대답.
여기까지는 똑 같다. 그리고 주례는 바로 성혼선언을 하면 된다.
신랑 신부를 포함해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이어서 신랑 이수만군의 부모님께 여쭙겠습니다.
두분 부모님께서는 아드님이신 이수만군이 선택한 ***양을 새 식구로 맞이함에 있어,
살아가는 동안 설사 부족한 부분이 보일지라도 허물로 꾸짖기보다,
애정으로 감싸며 며느리가 아닌, 친딸처럼 아끼며 사랑하시겠습니까?'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당황해 하시던 부모님께 다시 한번 질문을 드리니, 얼떨결에 대답을 하신다.
'좀더 크게 대답해 주시죠.' 하객들도 모두 웃고...
같은 질문을 신부 부모님께도 드리니, 신랑 부모님 보다는 크게 대답을 하신다. 이게 학습효과.
'그럼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모든 하객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서는, 오늘 결혼하는 이수만군과 ***양의 결합을 인정하시고,
두 사람의 일생을 곁에서 애정으로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크게 대답해 주시죠.'
모든 이의 웃음 속에 대답은 더 커진다.
'그럼, 신랑 신부의 다짐과, 양가 부모님들의 애정과,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동의와 축복 속에
이 혼인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주례로서 선언하는 바 입니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두 사람이 내게 인사를 왔을 때, 신부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 친구들이 그러더란다.
주례가 너무 멋지다며, 누구냐면서, 자기들도 성혼선언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일단 성공적(?)이었던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마흔네살 때의 이야기다.
대학교수로 있는 후배가 주례 걱정을 하길래 들려줬더니, 잘 써먹고 있는 모양이다.
지적재산권 청구할 걸 그랬나... ^-----^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결혼에 증인이 되어 혼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영광이며 축복인거 같다.
광고팀장으로 재직시 사원으로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좀 사달라고.
약속장소로 나가니 아가씨와 함께 왔는데,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내민다.
그 : 부장님, 꼭 오셔야 하는데, 그 날 별일 없으시죠?
나 : 당연히 가야지. 축하해..
그 : 정말 꼭 오셔야 해요. 부장님 안 오시면 저희 결혼식 못합니다.
나 : 겁주는 방법도 여러가지네.. 아~~ 갈테니 염려말어.
그 : 부장님이 저희 주례를 해주셔야 하거든요. 사실, 오늘 그거 부탁드리려고 뵙자 그랬습니다.
나 : ... ... @>@...
돌이켜 볼 수만 있다면 그 때의 내 표정을 한번 돌려보고 싶다. 정말 황당한 말이 아닌가...
그 : 해주시는거죠?
나 : (뜨악한 표정으로) 뭔소리야...???
그 : 주례 부탁드린다고요.
나 : 너..(그러다 약혼녀 얼굴 한번 힐끗 보다가)..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 무슨 그런 황당한 농담을 하냐..
그 : 장난도 아니고, 농담도 아닙니다. 정말 부탁드리는겁니다.
나 : 시끄러.. 밥이나 먹어.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주례는 무슨 주례...
그 : 주례가 나이 갖고 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나 : 그래도, 그건 어른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생각해봐라. 나이도 사십대 중반에,
일개 기업체 부장이 주례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그 : 집에는 이미 말씀을 다 드렸습니다. 제 생각대로 하라고 그러셨고요.
나 : 설사, 니 부모님이 양해를 하셨다 하더라도, 처가집은?? 적어도 주례는 사회적 경륜이나 덕망이 있는 분이 하는게 맞아.
내가 주례를 한다는건 처가집에 대한 예의도 아냐.
그 : 부장님... 보통 주례를 학교 은사님이나 성직자, 아니면, 아버님 친구분이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평상시 그런 분들과 얼마나 친분있게 지내고, 또, 결혼후에 얼마나 자주 만납니까?
내내 연락없이 지내다 결혼식날 주례보고는 대부분이 그 후로 안 만나지 않습니까?
그것보다는, 제가 신입사원 시절에 저를 데려다 쓰셨고,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고,
또 앞으로도 자주 만나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봐주실 수 있는 분이 주례를 서는게 옳다고 생각하는대요.
나 : ... ... 그 말은 맞는데... ... 그래도 나는 아니야.
그 : 부장님이 예전에 저희한테 늘 강조하시던게 [발상의 전환]이었잖아요.
전 지금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장님이 발상의 전환을 하실 차롑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런... 말 한마디에 이렇게 코를 꿰다니...
집에 와서 집사람에게 얘기하니,
당신 나이가 몇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뛸 줄 알았던 집사람이 의외로 한번 해보란다.
한번 해보라고??? 그럼.. 정말 한번 해봐...???
몇 날을 고심했다.
주례사도 주례사지만, 워낙 틀에 박힌 고답적인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뭔가 특이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식날.
식순에 따라 결혼식이 진행되고, 사회자의 멘트. '이어서 성혼선언이 있겠습니다.'
'신랑 이수만군은... ... ... 맹세합니까?' 신랑의 대답과, 이어지는 신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신부의 대답.
여기까지는 똑 같다. 그리고 주례는 바로 성혼선언을 하면 된다.
신랑 신부를 포함해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이어서 신랑 이수만군의 부모님께 여쭙겠습니다.
두분 부모님께서는 아드님이신 이수만군이 선택한 ***양을 새 식구로 맞이함에 있어,
살아가는 동안 설사 부족한 부분이 보일지라도 허물로 꾸짖기보다,
애정으로 감싸며 며느리가 아닌, 친딸처럼 아끼며 사랑하시겠습니까?'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당황해 하시던 부모님께 다시 한번 질문을 드리니, 얼떨결에 대답을 하신다.
'좀더 크게 대답해 주시죠.' 하객들도 모두 웃고...
같은 질문을 신부 부모님께도 드리니, 신랑 부모님 보다는 크게 대답을 하신다. 이게 학습효과.
'그럼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모든 하객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서는, 오늘 결혼하는 이수만군과 ***양의 결합을 인정하시고,
두 사람의 일생을 곁에서 애정으로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크게 대답해 주시죠.'
모든 이의 웃음 속에 대답은 더 커진다.
'그럼, 신랑 신부의 다짐과, 양가 부모님들의 애정과,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동의와 축복 속에
이 혼인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주례로서 선언하는 바 입니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두 사람이 내게 인사를 왔을 때, 신부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 친구들이 그러더란다.
주례가 너무 멋지다며, 누구냐면서, 자기들도 성혼선언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일단 성공적(?)이었던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마흔네살 때의 이야기다.
대학교수로 있는 후배가 주례 걱정을 하길래 들려줬더니, 잘 써먹고 있는 모양이다.
지적재산권 청구할 걸 그랬나... ^-----^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결혼에 증인이 되어 혼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영광이며 축복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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