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임을 느끼게 하는 지연이의 애정어린 지적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0. 3. 10. 03:43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군인이셨던 관계로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아
가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내가 보낸 편지의 잘못된 철자를 수정하여
답장과 함께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국어였다.
다른 과목의 성적이 나보다 우수했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내가 국어만 너만큼 했으면 서울대 의대를 갔을텐데.." 했을 정도니까.
그리고,
국어성적과 맞춤법이 비례하는건 아니지만, 특히 맞춤법은 정말 자신있었다.
스스로 빈 틈이 없이 완벽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보냈고,
그 후에도 그런 자신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어느 순간 글을 쓰다보면 헛갈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아무 의심이나 생각없이 사용하고 쓰던 단어들이 갑자기 긴가민가 자신이 없다.
그럴 때 마다 사전을 찾아 확인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집사람과 지연이에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최근에 부쩍 많아졌다.
물론 게중에는 실수로 인한 오타도 있지만, 지적을 받은 다음에야 "어~" 하고 잘못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지적을 받고도 "그런가..?" 하고 쉽게 오류를 수긍하지 못하는 중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사실 상당히 당혹스럽다.
때론, 이게 나이를 먹는건가... 하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블로그를 보고 맞춤법이 잘못된 걸 발견하면 지연이는 꼭 댓글에 오류를 지적한다.
그리고 가끔은 직접 그런다. " 아빠~~ 왜 그래..?? 아빠 요즘 틀리는게 부쩍 많아지는거 같애.."
나는 그러는 지연이의 마음을 안다.
자기가 어렸을 때 부터 커오면서 그려지고 있던 아빠의 모델이 흐트러지는게 싫은거다.
얼마 전 내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맞춤법이 잘못된걸 발견한 지연이와 내가 주고받은 reply 내용이다.
아빠가 하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챙겨 보는 지연이에게 고맙다.
재원이도 그렇고, 다 큰 아이들이 부모의 일상에 이렇게 관심을 보인다는게 행복이 아닐까..
아이들과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부모도 그리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난 피보호자만 할꺼니까 아빤 쭈우우욱 지금처럼 있어야해요!!!" 라는 지연이의 말에서
아빠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느껴져 뭉클하다.
내가 그럴만큼 역할을 했었나... 싶은 반성과 함께, 언제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야 할텐데.. 생각을 하다, 문득 이제는 많이 연로하신 두분 부모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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