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날 며느리의 새배를 받은 후
환하게 웃으시며 "애미야~ 나 내년에 갈거다." 라며 우리를 놀래키셨던 아버지.
나는 몰랐는데 10여 년 전에도 "난 아흔에 갈거다" 라는 말씀을 며느리에게 하셨단다.

 

 

금년 아흔이 되신 아버지.
그래서인지 유난히 매사 마지막의 의미를 부여하신다....
지난 겨울 입으셨던 옷을 세탁 맡길 때도 "이제 입지 않을 옷을 뭐하러 세탁하느냐" 고 하시더니,

치아 하나가 빠졌음에도 "얼마 안쓸텐데.." 라며 치과가기를 거부하신다.

 

 

 

지난 일요일 어머니 생신모임.
함께 하는 마지막 아내의 생일을 직접 챙겨주고 싶다는 말로 며느리를 눈물짓게 하시더니 결국 당신이 계산을 하셨다.

모두의 마음에 먹먹함이 느껴질 때 그나마 재원이가 한마디 한다.
"할아버지~ 그러시다 앞으로 10년간 계속 할아버지가 돈 내실 거 같은데요~^^"

 

 


기력이 많이 쇠하셔서 드시는 것도 예전만 못 하신데, 그런 아버지가 걱정이 되시는 어머니는 끼니 때마다 늘

조금만 더 드시라며 한 조각이라도 더 권하시기 바쁘다.

 

 

 

65년을 함께 한 부부는 무의식 중에도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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