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에 해당되는 글 445건

  1. 2008.09.04 앞으로 나와 함께 할 FX 520 19
  2. 2008.08.29 시험에 물들게 하시면... 12
  3. 2008.08.13 대니얼을 통해 얻는 것 24
  4. 2008.07.29 무너지는 外유內강, 피곤한 MB 17
  5. 2008.07.24 처음 받아본 자상한 진료 14
  6. 2008.07.23 바보같은 과정을 거쳐 얻은 교훈 18
  7. 2008.07.22 액땜 한번 제대로 했네... 41
  8. 2008.07.20 어째 이런 일이... 내가 미쳐... 10
  9. 2008.07.18 눈 뜨고 책 두권을 강탈당한 해탈의 넉넉함 13
  10. 2008.07.11 고마운 분의 고마운 방문 9
  11. 2008.07.03 멤피스, 정들었던 곳과의 이별 14
  12. 2008.07.02 칼럼리스트 초청으로 다녀온 스카이72 CC 22
  13. 2008.06.28 뉴서울CC 에서의 급번개 10
  14. 2008.06.27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을 보는 즐거움 17
  15. 2008.06.26 벙글님과 벨뷰님이 차려주신 옥상 바베큐파티. 11
  16. 2008.06.26 벙글님과 벨뷰님의 마음이 읽혀지는 크리스탈치과 17
  17. 2008.06.13 너무 예뻐 갈등을 느끼게 하는 골프공 25
  18. 2008.06.09 오랜만에 김형수와 함께 한 히든밸리 라운딩 7
  19. 2008.06.03 소통이란게 결국... 6
  20. 2008.05.30 현금보다 우선하는 人情? 10
  21. 2008.05.29 얼떨결에 구입한 에어컨 9
  22. 2008.05.24 새로운 놀이꺼리 - 동영상편집 7
  23. 2008.05.22 아마추어골퍼의 꿈을 낚은 공하나 5
  24. 2008.05.21 버릴 수 없는 이웃때문에... 22
  25. 2008.05.14 동호회 필명 뒷풀이 13 (마지막) - 뭉치면 알고 흩어지면 모른다. 9
  26. 2008.05.11 축제분위기의 야구장 7
  27. 2008.05.06 동호회 필명 뒷풀이 12 - 동호회 말아먹은 선무당 6
  28. 2008.05.04 백점장의 새로운 시작 33
  29. 2008.05.01 동호회 필명 뒷풀이 11 - 우리 커플인거 알지?? 넘보지마!!! 8
  30. 2008.04.29 동호회 필명 뒷풀이 10 - 니들이 내 속을 알아??? 3

5일간의 가족여행 일정 중 이제 마지막 하루의 여행기만 남았다.
조금의 여백을 남긴다는 기분으로 여행기를 하루 쉬고, 오늘은 일상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I.T 제품에 대한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그리고 여지껏 지름신의 강림을 강하게 거부하던 저항정신을 접고, 이번엔 지름신의 온순한 양이 되었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은가.  그토록 버텼으니 이제 넘어갈 때도 됐다.

그래서 일주일간 2종의 신제품이 내 곁을 새로이 찾았는데, 그 중에 하나를 먼저 소개한다.


2005년 10월에 구입하여 근 3년간 내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파나소닉의 루믹스 FX 9.

작년 여름휴가때 우포늪에서 미끄러지면서 경통이 휘어 교체를 검토하다 수리를 안할 경우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거금(?) 88,000원을 들여 수리하여 계속 사용하던 것인데, 저한테 돈 들인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수리 후 아무 탈 없이 충실히 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렇게 충실히 내 곁을 지켜준 이 녀석에게 가끔 아쉬운게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화각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ISO 감도에 대한 것.
물론 35mm 화각과 ISO 400 이 가끔 약간의 아쉬움은 느끼더라도 큰 불만은 없었는데,
쏟아지는 신제품의 광각과 고감도 스펙을 접하면서 어쩔 수 없는 뽐뿌를 받고야 말았다.

결국 두달여의 번민 끝에 질러댄 것.



잠자던 숲속의 공주처럼 요 안에서 자기를 찾아줄 주인을 기다리던 녀석은 개봉을 하자
알라딘 마술램프의 종과 같이 거대하진 않지만 아담한 자신을 드러냈다.
  



역시 파나소닉의 루믹스 FX 520.
간단한 스펙은 25mm 광각에 ISO 1600~6400.  3인치 LCD.  그리고 수동기능이 된다는 것. 
3인치 LCD 이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FX 9 에 비해 크기가 약간 크지만, 주머니에 넣고 다닐만은 하다.

내가 계속 루믹스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3년간 사용한 FX 9 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미 기능에 익숙한 브랜드가 사용하기 편할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럼 내가 뽐뿌를 받고 그토록 거부하던 지름신을 받아들인 명분으로 삼은 화각과 ISO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비교를 해서 만족감을 느껴야 스스로 당위성이 생길거 아닌가.    


그래서 먼저 비교해본 화각.




좌측 건물의 모서리 끝을 기준으로 잡은 샷.
두 카메라가 잡아주는 좌우폭 차이를 눈으로 비교하기 쉽게 FX 9 의 우측끝인 도로표지판이
FX 520 이 잡은 화면의 도로표지판과 수직선상에 일치하도록 리사이즈 해봤다.  결국 남은 만큼의 차이. 
FX 520 은 바로 앞에 있는 건물과 골목까지 잡아준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번엔 중앙의 전광판을 기준으로 좌우폭 비교. 

이렇게 비교를 하니 35mm와 25mm 화각의 차이는 확실히 컸다. 
 

다음은 감도 비교.



화이트밸런스와 ISO 모두 AUTO로 촬영한 것.

왼쪽이 FX 9, 오른쪽이 FX 520.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딱히 낫다고 말하긴 그렇다.



    
왼쪽은 FX 9 의 ISO 최대치인 400, 오른쪽은 FX 520 의 일반적 최대치인 ISO 1600 을 반영한 샷.
FX 520 이 밝기는 하지만 노이즈가 있어 밝다는 것으로 의미를 찾아야할듯.


그래도 화각이 시원스러운게 제일 만족스럽다.  앞으로 잘 쓰자.

:
한시간 반에 걸쳐 여행기 한단락를 마무리하고 오타 점검을 하는데,
갑자기 화면이 껌뻑 껌뻑...

어~~??  뭔가 조짐이 심상치않다.

일단 등록부터...   급히 스크롤 다운을 하는데...

으악~~~  안돼...!!!

저 혼자 전원을 내보냈다 다시 부팅을 한다.


이런 C~~~ !!!???#(*$^)_))Y$##^*(


이 시간에 내가 잠도 못자고 왜 이래야 돼...


자자... 


리플달아주신 분들에 대한 답글도 지금은 도저히... ㅡ.ㅡ
:
까사미오에 거의 출근도장을 찍듯 자주오는 외국인이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 온 [대니얼 리빙스턴].
한국의 외고에서 강의를 하다 지금은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어떤 연유로 까사미오에 오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맘에 드는 구석이 있었는지 점점 오는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얼추 1주일에 반은 온다.
한국어는 아주 기본적인 몇 마디만 하니 우리말로 언어소통을 하기는 어려운데,
까사미오가 저렴하게 즐기는 이점도 있지만,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자주 오는 이유 중의 하나인거 같다.

자주 오다보니 나와도 눈인사 부터 시작해 대화를 조금씩 나누게 되는데, 이게 또 고역(?)이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고역인데, 이 친구 워낙 성격이 좋아 한번 마주앉으면 1시간은 기본.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아마 이해가 되실거다.
대화 소재 찾으랴, 잊어먹은 영어단어 떠올리랴... 그리고 어거지로 기억해낸 단어들 조합하랴... 

그런데, 대화 중 이 친구의 특징이 있다.
미국에서 로스쿨 석사까지 마치고 현재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는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대화 중 내가 잘못 표현하는 부분은 알맞은 표현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잘못된 발음은 대화 중이라도 몇번을 반복시켜가며 바로 잡아준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대충 한담을 나누는게 아니라 대화 중에도 영어레슨을 받는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이 친구가 들려준 말.
'언어를 사람의 인체와 비교한다면, 문법은 뼈에 해당하고, 어휘력은 근육이며, 발음은 피부와 같다.
 문법이 약하면 일정수준 이상 성장이 안되고, 어휘력이 약하면 표현에 힘이 실릴 수 없으며,
 피부가 좋아야 매력적으로 느껴지듯 발음이 좋아야 남들에게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세가지 중 하나도 안되는 입장이지만, 아주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영어권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람이나 영어를 잘 하는 가까운 사람에게 가끔 짓궂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외할머니가 영어로 뭐야?  빙수는 뭐라 그래?'

대부분이 순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대충 대동소이하다.

- 걔네들은 그런거 구분 안하고 그냥 할머니라 그래.
- grandmother-in-law라 그러나...
- 아이~씨~~  형은 맨날 헷갈리는 것만 물어보고 그래...
- 미국엔 빙수 없어.. 


지난 주 대니얼이 자기 형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래, 형의 와이프를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sister-in-law란다.
동생의 와이프는?  똑같단다. 그럼, 남편의 여동생은?  그것도 같단다.
우리는 형수, 제수, 시누이라고 구분한다며 우리말 호칭을 알려주고는 이렇게 호칭이 확실하게 구분되는게
한국어의 장점이라고 알려주니, 그래서 한국어가 어렵다나.  머리 나쁜 사람은 배우기 힘들다고 웃는다.

문득 생각난 김에 어머니의 어머니를 뭐라 하느냐 물으니, 처음엔 grandmother-in-law라고 하더니,
그럼 아버지의 어머니와 구분이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다.
앞에 [enate]를 붙이면 된다고.  enate가 외가 쪽을 이르는 표현이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거의 쓰지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90% 이상은 이 단어를 모른다네.
그래서인지 영어사전을 찾아봐도 이 단어는 없던데, 설마 없는 단어 엉터리로 만들어서 알려주진 않았을테고,
본토 사람도 90% 이상이 모르는 단어를 알게된게 뿌듯하다.
뭐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다닌 보람이 있네...

내친 김에 평소에 늘 궁금했던 질문 하나 더.

내 이름 중 [범]을 영어로 [Beom]이라고 표기하는데, 이걸 영어로 [범]이라고 읽어주느냐고 물으니, ' No!!  비움.'
그럼 영어로 어떻게 쓰면 [범]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 되느냐고 물으니,
[Bum]은 뜻이 나쁜 의미의 단어이니 이름으로 안좋고, [Bom]은 [ㅗ]발음에 가까우니, [Bohm]이 좋단다.
[h]가 들어가면서 [ㅓ]발음이 난다면서, 우리나라 性氏 중 [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한국사람들이 보통 [Park]라고 쓰지만, 그보다는 [Pak]이 [박]에 가까운 반면 [팩]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Pahk]이 [박]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란다.  그러면서 [h]의 기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서울]도 [Suh-ool]이 가장 서울다운 발음이라고.

다음에 여권 갱신할 때는 [BOHM]으로 바꾸는걸 심각히 고려해봐야겠다.
사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게 있긴 하지만, 중요한건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중요한거 아닌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연이가 영어감각 유지에 신경을 쓰는거 같아
대니얼에게 우리 딸에게 영어레슨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혼쾌히 수락한다.

지난 토요일 둘이 만나 1주일에 3일 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는 이야기를 지연이로부터 들었다.
어제 까사미오에 들른 대니얼이 지연이와 만난 이야기를 하길래,
얘기들었다며 나는 주 2일을 생각했는데 주 3일을 한다니 아마도 가게를 팔아야 할거 같다고 하니,
막 웃으며 한국의 교육비가 너무 비싼거 같다면서 팔지않아도 될 방법을 생각해보잔다. ^^

뭐... 하긴, 자기가 까사미오와서 매출 올려주면서 내가 공짜로 회화레슨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내가 호강하는거지.  


사람이 인연을 맺어간다는게 뭔지...
가게를 하면서 오십이 넘어 이제 오십이 되는 미국인을 만나 친분을 맺게될 줄 생각도 못했는데...
:

밖으로는 유하게 나가다 美日에 찔리고,
안에서는 강하게 나가다 민심에 밀리고.

밖으로는 유명환 장관이 망신살이 뻗치고,
안에서는 강만수 장관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정말 골치아픈 外유內강, 피곤한 MB,

Boys, be ambitious?  非MBtious!


: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지나갈 일이 있을 때 한번 들리라는 양평대군님의 고마운 말씀. 

지나갈 일이 있어서라 아니라 일부러 어제 천안으로 양평대군님을 찾았다.
안그래도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핑계거리가 생긴 것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보고, 또 사고 후 찜찜했던 몸상태도 확실하게 확인해보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허물없이 알고지내면 도움이 될 세가지 직업군이 있다.
변호사, 세무사, 그리고 의사.
어제 양평대군님과의 만남은 그 말을 확신한 날이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환자들이 제법 붐비는 가운데 대군님의 배려 (사실 흔한 말로 빽) 에 의한 새치기 진료부터
생각 이상의 처우를 받은거 같다.

사고당일인 월요일에 찾은 병원에서는 X-ray 두장 찍고 '별 이상은 없는거 같다' 는 말이 전부였다.
어제는 여섯장의 X-ray를 촬영했다.  척추 전면과 측면, 목 전면 측면, 그리고 양쪽 어깨.

꼼꼼한 촬영도 촬영이지만,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필름 한장 한장의 뼈마디 하나 하나에 대해 세밀하게 짚어가며
현재의 상태 및 원인, 그리고 앞으로 발생가능한 상황과 예방법까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신 양평대군님. 

난 태어나서 여지껏 내 몸 안에 있는 내 뼈의 상태에 대해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더 신기했고 고마웠다.




청바지입은 록커스타일의 모습으로 만날 때는 진짜 의사 맞나.. 싶었는데,
점잖은 의사선생님 맞다. ^^




사진은 그래도 이상한 포즈가 있어야 한다며 다시 한컷을 요구하는,
장난끼 넘치는 대군님.



근데, 이 분이 저 분하고 많이 닮았네...^^


인터넷 공간인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지 불과 1년여.
그리고 두번의 만남.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X-ray 필름을 CD로 까지 만들어주신 양평대군님...
너무 자상하게 잘 살펴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녁을 함께 하며 들었던 백령도에 대한 추억은 너무 낭만적이었습니다.

집안 식구들 모두 대동해서 천안까지 내려가 죄다 사진찍자 그러면 어쩌죠???  *^^*


아~~  근데, 충격의 한마디.

모든 뼈마디의 분석을 마친 후 종합 결론. 

'이 사진만 봤다면 아마 강하님이라고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이 사진만 보고 직업을 짐작했다면... ...'

했다면... ...  이하는  Off the record.

마지막 멘트는,
.
.
.

'참 험하게 사신거 같네요.'

ㅡ.ㅡ... 
:
어제 차량사고처리가 끝난 후 가해차량 운전자와 인사를 나눴다.

'많이 심란하시겠어요. 본인도 충격이 크실텐데 저희 때문에 티도 못내시고...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땐 서로 즐거운 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사고에 대한 크고작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잘못하여 용서를 구한 일도 있을 것이고, 남의 잘못을 놓고 어찌해야할지 고심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도 숱한 경험을 했다.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미안했던 일,
잘못을 떠넘기거나 무리한 요구로 황당했던 일,    
사소한 것을 확대하여 트집을 잡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끔 난감하게 만들어 짜증나던 일,
그리고, 내 잘못에 대해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주어 고마웠던 일.
등등...  아마 이것만으로 책을 써도 한권은 족히 나올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경우도 많지만, 내가 피해를 입었던 몇가지가 생각난다.


*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느 일요일 낮.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아파트 경비다.
어떤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내 차 옆이 긁혔단다.
나가보니 차 옆에 길게 긁힌 줄이 선명하다.
4학년쯤 보이는 아이는 벌건 얼굴로 엄마 옆에 서있다. 이미 엄마로 부터 일차 질책을 받은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어쩌죠?'
어쩌긴...  변상의도가 있었다면 그렇게 묻진 않을텐데... 

상황판단을 해보니 같은 아파트에서 변상받긴 어려울거 같다.
어차피 못 받을거라면...  이럴 때는 통큰 모습이라도 보여주는게 낫다. 

'됐습니다.  애들 놀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뭐...
 꼬마야.. 괜찮아~~ 아저씨 아들도 얼마나 개구진데...  다치진 않았니?'

최대한 온화한 미소로 아이를 안심시키고,
아이 엄마에게는 놀란 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시라고 인자한 멘트를 날린 후,
집에 들어와서는 가슴을 쳤다.

'우~~ 속 터져~~~'


**

직진신호에서 U턴 하던 코란도에 옆구리를 받혔다.
차에서 내린 건장한 두 젊은이의 머리는 깍두기.
사고처리를 위해 경찰을 부르자니까 다음날 만나 처리하잔다.

다음 날, 약속장소인 프라쟈호텔 커피숖에 들어서니
구석에 있던 육중한 체구의 깍두기 청년 둘이 동시에 일어나 내게 허리를 90도로 깍듯하게 꺾는다.
'안녕하셨습니까??'   아주 예의바른 행동.   순간, 내게로 집중되는 주변의 시선들 들 들...
직장인다운 말끔한 싱글에 단정한 넥타이 차림의 내 모습에 박히는 시선에 언어가 담긴 듯 하다.
'원래 영화를 봐도 중간보스는 말끔하잖아...'  
이런 제기랄... 지금 내 모습이 왜 이렇게 보이게됐지...???

그들의 요지는 수리비가 없으니 한번만 용서해달라는거다.
돈이 없으면 경찰서에 가서 해결하자고 하니, 자기들은 사정이 있어 경찰서에 갈 형편이 못된다나...

- 경찰서에 갈 형편이 못 된다???  지금 날 겁주는 겁니까?  (사실 약간 겁도 나지만 냉정한 표정을 지으려 애쓴다)
> 아닙니다. 겁을 주다니요...  단지 정말 저희가 경찰서에 가면 안될 사정이 있기 때문에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배 중이거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거나...

유추해보니,
조직의 하부 조직원 같은데, 차량사고를 냈다고 보고했다간 형님들(?)에게 욕만 먹을거 같아 말은 못 하고,
경찰에도 못 가고, 쫄따구들이라 돈은 없고...  그러니 막무가내로 봐달라고 내게 통사정을 하고 있는거다.

내가 명함을 괜히 줬구나...
순간 집사람과 아이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소심한건지 모르겠지만, 가족들 생각이 나니 괜한 객기를 부려 감정 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차피 수리비 받긴 글른거 같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고??
스케일 큰 모습.  그게 그나마 남는거다.   잔잔한 표정으로...

- 알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할 때는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여기서 얘기 끝냅시다.
> 고맙습니다. 저희를 이해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대신 은혜를 갚고 싶으니, 저희들 도움이 필요하실 땐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요.
- 도움??  도움이라...  내가 댁들 도움받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어지는 그들의 대답이 나를 서늘하게 만든다.
'혹시 경찰에 부탁하기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연락주시면 저희가 바로 해결해드리겠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는 나를 보며 육중한 용수철이 다시 튀어오른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역시 직각으로 꺾어지는 허리.

주위의 시선이 다시 내게 모아진다.
아이씨... 뭐야...  내가 지금 두사부일체 찍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어차피 손해볼 바에야 이미지라도 좋게 남기자는 생각은
내가 정말 통이 크거나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이런 속좁고 부끄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

비가 무지막스럽게 내린다.
밤 11시가 넘어 안그래도 늦은 밤에 비까지 내리니 제대로 뵈는게 없다.

차 안에서 가게에 잠시 들른 집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에서 누가 나오더니 내 차 바로 앞에 주차되어있는 용달차에 오른다.
이어 시동이 걸리더니 차가 후진을 한다.

어~~@<@..

주위가 깜깜해 뒤에 있는 내 차를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놀라 경적을 울리며 하이빔 라이트를 계속 깜빡였슴에도 용달차는 내 차를 들이받았다.
우산이 없어 상의를 벗고 나가 살펴보니 내 차 본네트 위가 못에 찍힌 것 처럼 폭 파였다.

짜증 Up...

용달차 기사가 내려 어쩔 줄을 모른다. 
미안하다며 연신 허리를 조아리는 기사에게 내 짜증섞인 군소리가 이어진다.

뒤에 차 안보입니까??
운전하는 사람이 후진할 때 뒤 살피는거 기본 아녜요?
그렇게 경적을 울리고 쌍라이트를 켜댔는데...
이거 어떻게 하실거예요?  
변상하셔야 하는거 아녜요?

비를 맞는 짜증까지 더해져 줄기차게 이어지는 내 면박.

잔소리하다 지쳐 잠시 숨을 고르며  말없이 허리만 굽실거리는 기사를 보니
나이가 사십중반쯤 되어보인다.  당시 나보다 10년쯤 연상.
보아하니 차주 같지는 않고 고용기사 같다.

이미 어느정도 쏟아낼 말은 다 뱉은 상황이라 그런지 조금씩 이성이 든다.
이 양반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 같은데, 본네트를 바꾸려면 며칠일당이 필요한거야?
그 생각이 드니 차마 수리비를 요구할 수가 없다.
인상을 쓴 채, 다음부터는 주위 신경을 좀 쓰시라는 等 몇마디 더 하고는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 날.

전날의 상황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어린 사람에게 연신 머리를 숙이며 미안해하던 그 기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내가 나쁜 놈이지...
그 빗속에서 나이많은 사람을 그렇게 몰아부치다니...
그 양반도 한 집안의 가장일테고 가족을 위해 비가 오는 그 늦은 시간까지 일했을텐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어제 나의 행동이 심했다는 후회와 부끄러움이 생긴다.

게다가 결국 수리비도 못 받았잖아.
그렇게 몰아부칠거라면 냉정하게 수리비를 받던가, 아님, 어차피 못 받을거였으면 너그럽게 이해를 하던가...
그래가지고 얻은게 뭔데??   이건 얻은건 하나도 없이 사람 모양새만 쪼잔해졌잖아.. 
괜히 스스로 열만 받은 채 사람 비위만 건드려 초라하게 만들어 놓고.  그리고 이렇게 후회하고 앉았고... 
이런 밴댕이 속알딱지가 따로 없다.    

얼마나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는지 모른다.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이 정도로 속 좁은 놈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그런 스스로에 대한 질타를 통해 얻은 결론이 그거였다.

내 의도대로 안될거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 순간부터는 대범한 모습을 보이자.
좋은 이미지라도 남기자.  그게 남는거다.


요즘 광고를 보면 단순히 상품안내를 떠나 재밌는 것도 많지만,
광고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그 중에 하나.

[차는 흠집나도, 품위는 흠집내지 마세요]
:

쾅~~~

온몸에 느껴지는 충격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등에 전해지는 뻐근함을 느끼며 차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니,

내 차를 들이받은 차가 이런 모습으로 서있다.

앞좌석 양쪽 에어백이 모두 터져나왔고,
엔진룸이 많은 손상을 입은 듯 부동액과 오일이 줄줄 흘러 내린다.

내 차는??



어찌나 쎄게 받혔는지 트렁크가 열리질 않을 뿐 아니라,
머플러가 길바닥에 내려 앉았고, 범퍼 역시 너덜너덜하다.

차가 받히면서 차체가 옆으로 뒤틀렸는지,
네개의 문짝 중 운전석 문 외에 나머지 세개는 열리지도 않는다.
차체와 도어 사이에 틈이 벌어질 정도로 뒤틀렸음에도...


어제 낮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팔당대교를 지나 양수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니 차들이 많이 정체되어 있다.
나 역시 차를 정지시킨 채 앞차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순간 벌어진 일이다.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고 실토를 했다.
아마도 졸음운전을 하다 눈을 뜬 순간 앞에 정차되어있는 차를 보고
급정거를 한다는 것이 그만 급발진을 한 것이다.

놀란 마음에 최대한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는걸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았으니
튕겨나오는 힘이 얼마나 강했겠는가.  가해차량의 앞 유리창이 모두 깨질 정도였으니... 

병원에서 X-ray 촬영을 하고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았다.
목에서 등으로 연결되는 근육이 땡기는 것 같고, 등과 어깨 허리도 뻐근하고,
오른쪽 가슴이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으나,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는데  자고나면 어떨지 모르겠다.  
전에도 두번 이런 경험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는 없는거 같았는데...


이번 일로 몇가지 공부를 했다.

내 차가 받힌 후 밀리면서 앞에 정차되어있던 차를 추돌했는데,
이럴경우 앞차에 대한 나의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현장에 나온 보험회사 직원에게 물었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다.

- 맨 앞차 분에게 몇번 추돌당했는지 물었더니, 한번 추돌당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번 추돌당했다면, 선생님 차가 먼저 추돌을 한 후 뒷차에 의해 다시 추돌했기 때문에 선생님도 일부 보상책임이 있지만,
  한번 추돌당했다는 것은 뒷차에 의해 선생님 차가 추돌당한 후 그 영향으로 선생님 차가 앞차를 추돌한게 되어
  선생님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보험회사 직원은 먼저 그 사실관계부터 확인을 했었고,
앞차 운전자의 대답여부에 따라 보상에 대한 책임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차량 수리기간 중 렌트카 사용여부에 대해 문의가 왔다.
렌트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교통비를 지급한단다.  은근히 교통비로 미는 분위기.
얼마를 지급하느냐 물으니 내 차 기준으로 하루에 2만5천원.  
2만5천원이라고??  장난하나... 
집사람의 차를 사용해도 됐지만, 기분이 상해 렌트카를 쓰겠다고 했다. 
5만원이라고 했으면 수용을 했을 것이다.   
렌트카 회사에 문의하니 내 차 등급 하루 렌트비용이 8만원이란다.  **놈들...

렌트카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원하는 지점으로 갖다주는데, 내 차 수리가 종료되면 내 차를 가져와서 렌트카를 가져간단다.
그러니 내가 차를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서비스체계가 많이 좋아졌다.

문제는 렌트카의 이용에 대한 내용.
혹시 있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책임소재를 확인하다 보니,
렌트카의 보험이 대물, 대손, 자손은 가입되어 있는데, 자차에 대한 부분은 없다.
이유를 물으니 단기렌트인 경우에는 보험사에서 받아주지를 않는단다.

이건 상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자차보험이 가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내 과실로 렌트카에 손상을 입힌 경우 변상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냈을 경우 상대방에 대한 것은 보험처리가 되지만, 렌트카의 수리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주차한 렌트카에 누군가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갔다면, 그 수리비도 내 책임이다.

차량사고시 수리기간 중 지급되는 렌트카는 대개 수리차량과 동급의 차를 제공한다.
고급차일 경우 그 차에 걸맞는 고급차량을 렌트해준다는, 상당히 고마운 서비스 같지만,
자차보험이 안될 경우 고급 렌트카를 받는다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거 같다.
만약 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만큼 수리비용도 비쌀테니까.


하여간, 어제 큰 액땜했다.
사고지점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 사고를 당했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 차에 받힌 내 차가 옆 차선으로 밀려나갔을 경우, 옆에서 질주하던 차량에 의해
다시 추돌을 당하며 튕겨나갈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차가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면서도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 한동안은 별일 없겠지...
:
밤 12시 부터 1시간 반에 걸쳐 작성 중이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대한 영화관람기가 갑자기 날아가다니...

어떻게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되나...

내 컴터가 문젠지, 드림위즈 서버가 문젠지...


기껏 정성들여 작성 중이던 글이 없어지면 다시 쓸 의욕이 안생기던데...

지금은 기력도 없고...


정말 돌아버리겠다.  ㅡ.ㅡ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운세가 별로...

여주 프레미엄 아울렛에서 구경을 하던 중,
우산을 들고 점포안을 둘러보기가 좀 그래서
점포 앞 우산꽂이에 두고 아이쇼핑 후 나와보니 우산이 없어졌다는...

비가 온다고 어떻게 남의 우산을 집어가냐...

집사람은 누군가의 실수였을거라 하지만
손잡이가 특이하고 크게 안쇄가 되어있어
별로 그런 생각이 안든다.

그 비 대신 맞아준걸로 됐지...
쓰던 글까지 날라가??? 
:
해탈이는 책을 많이 읽는 친구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그저 실없는 농담이나 잘 하는줄 알지만
그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는 친구다.
[퀴즈 대한민국]에서 최종라운드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평소 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해탈과 재벌 그리고 친구 형수와 자리를 함께 했다.
해탈이의 쾌거(?)를 축하하고 영웅이 되지 못한 아쉬움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날 있었던 해프닝 한토막. 

영등포 나눔사무실에서 출발을 하는데 걸려온 해탈이의 전화.
'형... 내가 좀 일찍 나왔는데 교보서점에서 책보고 있을께...'

약속장소에서 만난 해탈이 옆에는 두권의 책이 있었다.
- 뭔 책이야?
> 으~응...  머리좀 식히려고 샀어요.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생맥주를 한잔하기 위해 들른 호프집.
자리를 잡고 주문한 생맥주로 한잔 목넘김을 하고나자, 재벌이가 에어컨 옆으로 자리를 옮기잔다.
그래서 각자 자기 잔 들고 이동.

자리를 옮기고 잠시 후, 종업원 아가씨가 해탈이 책을 들고온다. 해탈이 깜빡 잊고 두고온 모양.
'책을 두고 오셨는데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간 한마디.
- (만면에 웃음을 띄며)  아~~ 그거요...  그 책, 오늘 우리 서빙하는 아가씨 주려고 갖고온건데...

- 어머~~~  정말요??  너무 고맙습니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얼굴 하나가득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책을 들고 돌아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탈이의 표정은
말 그대로 어이상실이었다.  어~어~~~ @>@... 

ㅋㅋㅋ... 
상상을 초월한 아가씨의 반응과 순간적인 해탈이의 뻘쭘한 표정...
창졸간의 기가 막힌 시츄에이션에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며 형수가 한마디한다.

- 순진한거야?  여우짓을 하는거야?? ^^
> 아냐.. 여우짓은 아닌거 같아.  애가 얼굴이 아주 순수하던데 뭘...
   순간적으로 너무 좋아하잖아.  그리고 잰 정말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책 좋아하지 않으면 그렇게 순식간에 반응을 보이지 않지. *^^*

근데, 당혹스럽기는 얼떨결의 한마디로 해탈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나도 마찬가지다.
웃자고 던진 말에 진지하고 겸허하게 순응(?)한 철없는 아가씨.
참... 덤앤더머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잠시 후 안주를 가지고 다시온 아가씨에게 슬쩍 물었다.

- 아가씨 책 좋아해요?
> 네.. 좋아해요.

이 한마디로 상황 끝.

재벌 : (웃으며) 농담이라고 돌려달라그래...
해탈 : 아~참~~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래...형..  더구나 조카같은 애한테...  장난치는게 되잖아.

나    : 아~ 그럼 그럼... 그럼 장난노는게 되지...  ㅋㅋㅋ~~~   야.. 그 책 내가 사줄께...
해탈 : 아~ 됐어~~ 형...  다음부턴 강하형 입을 막고 다니던가 해야지 원...
          에이씨...  이럴줄 알았으면 화장실가서 몇 페이지라도 보고 나올걸.
          다음부턴 반 이상 본 책 들고다닐거야.
          

이게 해탈이다.
그가 남들에게 가까이 하고싶은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런 그만의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

며칠 전 어떤 분이 뜻밖의 글을 남기셨다.

뉴질랜드에 사신다고 스스로를 소개하신 분이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는데 까사미오에 들러보고 싶다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갑작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어제 후배 두분과 늦은 시각에 찾아주셨다.

뉴질랜드에서 유학관련 컨설팅을 하신다는 정원장님.
유학과 관련된 국내제휴 비즈니스로 1주일 예정으로 들어오셨단다.  

적도를 기준으로 거의 대칭점에 있는 분이 짧은 방문기간 중에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일부러 들른다는 것이 사실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필명이라도 자주 접했다면 모르겠는데, 
정원장님은 내 머리에 입력된 정보가 없는 무척 낯선 분이라 나역시 더욱 설레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내 블로그에 자주 오셨지만 거의 눈팅만 하셨단다.
그러니 내 기억에 없지... 
그래서 고마움이 더하기도 하다.  

함께 동반하신 후배 두분의 말씀에서도 고마움이 더 진하게 채색되고 있다.

- 오늘 저녁만 먹고 헤어지는줄 알았는데, 갑자기 꼭 가봐야할 와인집이 있다고 해서...
- 그래서 아는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자기도 모른다면서...
- 얼마나 얘기를 많이 하던지...

아마 정원장님도 호기심이 무척이나 많으신 분인가 보다. ^^
아님, 내가 블로그에 너무 극성을 떨었나...??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얼굴이나 보고가자.  뭐 이런거...

저 잘난 맛에 산다고, 그래도 내 사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았나보다.. 하고
그냥 자화자찬의 시건방을 떨어본다.


뿌듯함.
고마움.
우려.

이렇게 멀리서도 찾아주는 분이 계시다는 뿌듯함,
몰랐던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 고마움과 함께
돌아가는 걸음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깃든다.


바쁘신 시간 쪼개어 힘들게 찾아주시고,
기회가 되면 뉴질랜드에 골프치러 오라고 초대까지 해주신 정원장님...
마음 깊히 너무 감사드리며, 의도하셨던 일 잘 처리하시고 건강하게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선배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느라(?) 늦은 시간까지 우정출연을 마다않으셔서
격의없이 편안한 대화를 나눠주신 이팀장님과 홍차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L^..


이렇게 내가 갖고있는 이상으로 나를 보아주시는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나의 이 공간이 많은 분들에게 더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게 아닐까.

내 주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욱 진지하게 임해야겠다.

:
- 오늘은 접대를 하시는거예요, 받으시는거예요??
> 그건 왜?
- 부장님이 사시는거라면 양주 한병 그냥 드리고, 아니면 계산 달고...
> 내가 사는건데...

나와 함께 한 동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물음을 던진 안사장이
그 사람이 자리로 돌아온 후 양주 한병을 가지고오자 함께 한 사람이 사양을 한다.

> 아...  그만요.. 오늘은 이 정도로 됐습니다.
- 이건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겁니다.
> 서비스라도 난 오늘은 더 이상 못마시니까, 그거 키핑해놨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드리세요.
-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며 병마개를 따는 안사장을 보며 동행이 만류를 한다.

> 키핑했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그때 드리라니까요...
- 네, 키핑할거예요.
> 근데, 지금 마개를 오픈하시면 어떻해요? 
- 이거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드리면, 이부장님 성격에 키핑해놓은거라고 생각하고 공짜로 드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단 오픈해서 한두잔 따라놓고 나중에 오픈된걸 드릴려구요.  근데, 이제 또 언제 오실지를 알아야지...^^

그 집을 나와서 동행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아니... 얼마나 단골이시길래, 저렇게까지 생각을 해줍니까?   생각하는게 대단하네...
> 저... 이집 대충 계절 바뀔 때 마다 한번씩 오나...  아까 그러잖아요,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고...


친구 김형수의 손에 이끌려 한 10년 넘게 드나든 술집이 있다.
규모도 조그마해서 작은 룸 하나에 소파형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지하에 위치한 단란주점이다.
도산대로에 있는 한우리라는 고기집 뒷편의 작은 골목에 위치해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뜨이지도 않는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집이다.  
워낙 작고 다니는 손님들만 다니다보니 손님끼리도 서로 얼굴이 대충 익고, 누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 까지도 알 정도다.
이곳에 들리다 어느 순간 안면을 트게되어 친하게된 ROTC 후배들도 생겼다.

이곳을 운영하는 안사장은 여자이지만 스케일이 아주 큰 여걸이다. (사실 안사장은 여걸이라는 표현을 무척 싫어하지만..)
손님을 단순히 술손님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술값에 연연하지 않고, 한마디로 통이 크다.  그러니 계절에 한번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잘해주지...

이 양반과는 참 마음으로 통하는 고마운 일이 많다.

한번은 년말에 후배들과 여길 들렀다가 후배 한녀석의 페이스에 말려 폭탄주를 과하게 마시고 넉다운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눈을 떠보니 내 앞에 전기히터만 하나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깨엔 여성코트가 둘러져있다. 

지금이 대체 몇시야..??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이 넘었다.  @>@... 

- 좀 주무셨어요?   깨워도 일어나질 못하시는게 너무 취하신거 같아 그냥 주무시라고 놔뒀는데...

그러더니 기사를 부른다.

- 김군아... 너 이부장님 댁 알지?  수서...  좀 모셔다드리고 와.
> 아니... 됐어요.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 아니예요.  제 차 타고 가세요.  모셔다드리고 와.  난 여기 있을테니까.
> 아니... 그럼 같이 나가요.  나 내리고 들어가시면 되잖아...

그때 내게 들려준 안사장의 한마디를 난 잊지못한다.

- 지금 부장님 댁까지 가면 얼추 다섯시 반이 될텐데,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운동하러 나올 시간이예요.
   새벽에 여자랑 같이 탄 차에서 내리는거 아파트 사람 누구 눈에라도 띄면 괜히 부장님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혼자 들어가세요.  그동안 난 가게 정리좀 하고 있으면 되니까...

집에 들어와 집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배려해주는 사람이 어딨냐며 집사람이 놀란다.
그리고 구정 즈음에 가까운 후배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그곳에서 하면서, 오랫동안 너무 잘해주어 고맙다며 
집사람이 떡바구니와 옷을 한벌 선물했는데, 안사장은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한다.
술장사하면서 손님 부인에게 선물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그렇게 서로 편하게 지내던 안사장으로 부터 지난 주말 문자가 왔다. 
6월30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놀라 전화를 하니 영업이 너무 안되어 문을 닫는단다. 
보증금도 월세로 모두 반제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더 이상 답이 나오지를 않더란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음써주어 고맙다며 마지막으로 술한잔 대접할테니 들르란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막상 이런 소리를 들으니 참 마음이 울적했다.
그러니 본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얘기를 들은 집사람도 많이 아쉬워하며 한번 가봐야하지 않느냐면서 조언을 한다.
'그래도 당신한테 참 잘해준 사람인데 그냥 가지말아요..  그동안 잘해준 것만 해도 꽤 될텐데...
 에휴...  여유가 되면 한 백만원 정도 해주면 좋으련만...' 


6월30일인 지난 월요일.  
나에게 처음 그곳을 알게한 친구 김형수와 연락을 하여 골프초청모임을 대충 끝내고 밤 10시쯤 멤피스를 찾았다.
형수와 둘이 성의를 모아, 자녀들과 식사를 하든가, 어디 온천이라도 가서 쉬고 오라며 전별금을 전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마지막 날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로 그동안 마음 속에 쌓아왔던 정담을 나누고는 나올 때 술값 계산을 하려하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 그동안 두분한테 너무 고마워서 내가 모실려고 부른건데 이런 법이 어딨어요...
> 고맙긴...  우리가 고맙지.  1년에 너댓번 오는 사람한테 잘해줘서 우리가 고맙구만...
- 그래도 이러면 꼭 내가 마지막까지 장사하려고 부른거 같잖아...
>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지. 
- 아까 봉투까지 주셨잖아요.
> 그건 그거고...  마지막 손님이 술값 안내고 가면 안되잖아.  나중에 좋은 일 있으면 그때 한잔 사요.

그때...  10년 이상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안사장이 눈물짓는걸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금 마음이 찡하다.

어제 안사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고맙다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걸 보면 자기가 그래도 복이 있는 모양이란다.

복이 있기는 젠장....  철마다 한번 가는 사람을 손님으로 둔게 무슨 복이라고.....


멤피스.

언제든지 참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치 사랑방이 없어진거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안사장님...  그곳에서 아이 둘 다 교육시켰다고 하셨잖아요.
용기 내시고, 재충전하신 후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L^..  
:
골프칼럼리스트 초청모임이 월요일 스카이72 CC 하늘코스에서 있었다.
 
스카이72 CC는 72홀 퍼블릭코스다.
하늘코스와 바다코스로 나뉘어지는데, 바다코스는 다시 각각 18홀의 Ocean, Lake, Links 코스로 구분된다.
Lake는 호수가 많은 플로리다 스타일이고, Links는 페어웨이 기복이 심한 스코틀랜드 스타일이란다.
 
하늘코스는 자연암반을 그대로 살려 Rockhill 코스라고 하는데, 그린과 페어웨이가 모두 밴트글라스다.
밴트글라스는 내게 아주 쥐약이던데, 퍼블릭임에도 관리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 페어웨이가 마치 이발을 한 것처럼
길이가 가지런하고 걸을 때 마다 정말 푹신푹신한 느낌이 전달되는게 기분이 아주 좋다.
 
Rockhill 은 아리조나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4개코스 중에 인기가 제일 좋아 가장 부킹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린피도 다른 코스보다 1만원이 비싸다던데...  왜 그럴까??



요게 야자수였다면 아리조나 냄새가 더 났을텐데...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전면.  뒤가 거의 암반이다.
이 코스는 로컬룰로 오비가 없고 무조건 해져드 처리.
 


 
갈라진 산의 중간이 티박스.  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며 날리는 드라이버샷의 감흥이란...
사진 오른쪽 벙커의 카트길..  카트도로가 벙커 가운데 있다.
골프치면서 벙커 가운데로 카트가 다니는건 처음 봤다.
 
멀리 보이는건 바다와 섬이 색다른 운치를 준다.
 
 
윗사진 산 가운데 티박스에서 내려다본 홀의 모습.   겁없이 우측 바위를 넘기려다 그만...  
 
좀더 살펴보면...


 


영종도 공항 바로 옆이라 수시로 비행기의 이착륙모습도 볼 수 있고,  바다와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지만,
골프를 치는 입장에서는 바람이란 변수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어제 만난 신명숙氏는 내가 만나본 캐디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훌륭한 캐디다.
상냥하고 매너좋고...  이런 캐디와 동반한다는건 골퍼에게도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카트에 부착된 [캐디 10계명]. 
1번부터 사람을 미소짓게 만들더니, 내용 하나하나가 정말 재치있으면서도 완벽한 캐디의 조건을 다 담았다.
 
 
 
라운딩이 끝나니 캐디가 사진의 왼손에 있는 캐디의 고유번호가 있는 캐디카드를 각각에게 나눠준다.
고객은 저 함 속에 넣으면 되는데, 우리 팀은 당연히 All  Excellent.
 
 
라운드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는 시상식을 한다.
그린피, 캐디피 모두 무료에 밥까지 먹여주고, 게다가 상품까지 푸짐하게 준다.
라운딩 시상식에 칼럼 시상식까지 포함해서 드라이버에 우드, 웨지, 퍼팅매트 등 골프용품에
양주, 한과 등등 까지...
 
참가자 전원에게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2박스와 PRGR에서 협찬하는 이것저것 골프용품세트,
그리고 기능성 골프웨어도 주던데, 이게 가장 맘에 들었다.  게다가 나갈 때 작은 케이스를 하나 더 준다. 
이건 또 뭔가 했더니...
 
   
저거...  순금이라는데, 캐디백에 달았다가 없어지는거 아닌가...


요즘 골프를 별로 안치니 소재거리도 없어 골프칼럼 쓴지도 오래됐는데,
이렇게 풀코스 서비스를 받으니 영 미안하다.

쥐약을 잘도 먹었으니 이제 우짜란 말이냐... 
:
지난 월요일 방글님의 바베큐파티에서 즉석 발의된 번개라운딩을 오늘 뉴서울CC 에서 가졌다.

천둥번개에 비 와라... 바람 장난아니게 불어라...   짜증날거 같은 무더위가 올거다...  등등,
면금님, 벙글님, 재벌님이 함께 한다는 번개소식을 접한 다른 회원들의 온갖 사주와 주술이 있었지만,
하늘은 늘 정의로운 사람들 편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얼마나 날씨 좋았는데...^^
 
 
오전 6시반에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만나 칼라볼 한줄씩을 나눠갖고 南 in 코스로 이동. 
아래로 내려깔리는 탁트인시계와 짙은 초록의 페어웨이는 동호회 정모장소인 시그너스CC 와는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마치 매번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에 떡볶기집이라도 찾은 느낌이랄까...
 
어찌됐던 남들 다 잡는 도라이바를 안잡고 우드로 남들 도라이바의 거리를 능멸하는 벙글님은
첫홀부터 기세좋게 버디를 낚으시더니만, 급기야 전반을 37타로 마감.
처음 찾는 골프장에서는 누구라도 조금은 어색해하기 마련이건만, 벙글님의 우드는 참으로 뻔뻔하다.^^
 
전반을 마치고 후반 첫홀에서 기념촬영 한방.
   
요렇게 포즈를 잡았다가 뉴서울CC에서만 경력10년인 신미경氏에게 무지 혼났다.
지금 모범생들 장학금수령 기념사진 찍느냐고...
 
그래서 된통 혼나고 다시 한방.
 
신미경氏...  조금 마음에 드는지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
에~휴~~  요즘은 캐디언니 취향 맞추기도 힘들어...
공도 안맞는 某氏는 그래도 의연한 포즈로 미소띄는걸 잊지않는다.
그 속이 그 속이 아닐터인데...    
 
 
스윙 폼은 스코어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왼쪽 분의 오늘 스코어는 80타.
가운데 분의 오늘 스코어는 87타.
오른쪽 분의 오늘 스코어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보안사항이라 비취(비밀취급) 인가자 외에는 공개가 되지않는다.
114에 물어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위 사진을 찍은 사람의 오늘 스코어는 꼭 알아야 할만큼 가치있는 사항이 아니다.
 
근데, 벙글님의 우드샷은 정말 쥐긴다.
여지껏 김미현보다 우드샷 잘치는 사람은 해탈이 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한명 추가다.
엄청난 거리와 방향성으로 드라이버를 잡는 동반자들을 돌아버리게 만들더니,
후반에 들어 조금 미안했던지 우드가 조금 돌아버린다. 
 
면금님은 오늘 라베를 했다.  보통 라베가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80대에 입문을 한 것이다.
전략의 승리.  小失大取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
퍼터가 홀컵을 직접 노리기보다 반드시 홀컵 주변의 기브 거리에 붙이는 전략이 주효.
 
재벌님은 전반전 중반에 이미 지치버렸다.
강하는 전반 마지막홀에서 갈매기를 보더니만, 후반에는 간간이 해변가와 호숫가를 거닐었다.
그래도 롱홀에서 티샷 誤飛내고 보기한걸로 만족. 하마터면 롱홀에서 誤飛파를 하는 대형사고를 칠뻔...
 
19홀은 생애 첫 8자를 그리신 면금님의 은총으로 식사를 하면서 [남자답게 사는 법]에 대해 Case Study.
서로의 쫒기는 시간으로 더 많은 대화가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각자 삶의 터전으로... 

다음에는 또 어디서 해볼까...
:
여행을 다니며 나는 나 자신이 피사체에 포함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진촬영에 거부감이 있는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사진 찍히는걸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단지 내가 풍광이나 정경이 정말 마음에 드는 좋은 곳이나, 혹은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를 배제하는 이유는,  
그 좋은 모습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욕구 때문이다.   

멋진 경치를 공유하고 싶은데,
내가 그 모습의 한복판에 끼어있으면 멋진 모습의 일부분을 가리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마치 나를 보라고 은근히 강요하는거 같아 좀 어색한게 큰 이유다.

때문에 블로그에 내 모습을 올릴 때 마다 좀 주저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꼭 올리고 싶은 경우가 있다.

당시의 감흥을 꼭 느낌으로 기억하고 싶은 때와,
내가 알고있는 나의 실제 모습보다 훨씬 느낌이 좋게 내가 표출되었을 경우다.


지난 월요일 벙글님의 바베큐파티 때 벙글님이 촬영한 사진을 내게 보내주셨다.
그 중에 위 두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사진이 있어 기분이 좋다.






저 뒤에 손가락 두개는 뭐야?  1인당 2만원???




저 폐품이 안부서진걸 보면 아직 다행이지...  ㅋ~~
:
옥상에 올라가니 사방의 시야도 시원하고 바람도 시원하다.

건물 옥상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치유정원이 컨셉이다.
사람들이 버린 물건들을 주워 모아 다시 다듬어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기위해 준비중이다.



끝에만 살짝 보이는데, 이런 걸로 옥상이 거의 가득하다.  심지어는 초창기 휴대폰까지 있다.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진 옥상정원에 준비된 바베큐파티에 앞서 인사 말씀을 하시는 벙글님.
 
주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양주17년산에 칠레와인, 프랑스와인, 게다가 천국에 소주에 맥주까지... 
각자 마실 주류는 각자가 지참하고 왔다.   나는 천국 9병과 대형 맥주 지참.

이 옥상에는 무척이나 많은 재활용품이 있는데,
사진 맨앞쪽 좌우에 보이는 친구들도 우리 동호회 재활용자원.  초상권 문제로 뒤통수만 잡았다. ^^
 
 
 

사진에 노이즈가 좀 보이는데, 플래쉬를 사용하지않은 똑딱이카메라의 한계..  ㅡ.ㅡ
벙글님... 몰랐었는데, 미소띈 얼굴이 아주 훈남이다. 

치과에 왔으니 웃을 때 치아가 안보이면 무효.   이빨 완벽하게 다 보이도록...
좌측 세번째 도토리형님 장원...  우측 두번째 면금님과 해탈 합격...   재벌..  턱걸이 패스.
 



우리에게 일용할 바베큐를 제공하시느라 가장 바쁘셨던 벨뷰님.
인상도 좋으시고, 미소도 옷 맵시도 좋으시고...




붉게 물드는 노을과 함께 얼굴들도 붉게 물들어간다.
근 40여일 만에 술을 접하니 얼굴이 더 빨개지는거 같아 찍지말라고 돌아보는 순간 잡혔다. 




옥상에서 바베큐파티를 마치고 4층 병원로비로 내려와 티 타임.

 
여지껏의 번개패턴에서 벗어난 정성이 가득한 번개를 만들어주신 벙글님과 벨뷰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좋은 자리를 준비하느라 뒷전에서 뒷바라지 해주신 간호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싶다.  
 
고.맙.습.니.다. 
:
지난 월요일 동호회의 벙글님과 벨뷰님이 바베큐번개를 치셨다.
치과의사이신 두분이 신축한 건물에 치과를 개원하시고 동호회원들을 초대한 것이다. 

옥상에서 바베큐 준비를 하는동안 치과를 둘러 보았는데, 야 ~~  정말 잘 꾸며놓으셨다.    

크리스탈치과는 기존에 일반인이 생각하는 치과와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요즘은 병원도 마케팅기법이 도입되어 의료진의 환자를 대하는 인식도 바뀌고 내부 인테리어도 어지간한 카페를 능가하는데,
크리스탈치과의 모든 것은 내원객을 환자가 아닌 고객의 개념에서 접하면서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4층에서 내려 치과로 들어서면 접수창구가 있다.
저렇게 잘생기고 훈훈한 미소를 보이는 원장님에게 절로 신뢰가 가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입만 벌리고 있으면 저절로 입안이 시원해질 것만 같은...
 


진료실은 4층과 5층으로 나뉘어지는데, 마치 격조있는 테라스를 올라가는 기분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벽면에는 CRYSTAL 치과의 영문이니셜을 이용하여 환자를 대하는 치과의 기본이념을 보여준다.
 


각 층에는 중앙을 중심으로 삼면에 독립된 룸이 있는데, 치과진료분야별로 진료실과 개인상담실이 있다.
 
어~~  ...   그런데...  왼쪽의 스튜디오는 또 뭐래???   치과에 왠 스튜디오???
 


스튜디오의 내부.   조명시설까지 갖춘 것이 여늬 사진관의 스튜디오 같다.
 
치과의 보정치료나 턱관절치료를 받다보면 얼굴이 변형되기도 한다는데,
그런 얼굴의 치료전 모습과 치료후 모습을 비교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는단다.
일반 카메라로 간단히 찍어도 될거 같은데, 이렇게 훌륭한 시설까지 갖춘 것이 너무 감탄스럽다.
역시... 환자의 기분까지 감안하는 배려.   
 


내부도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했는데, 대부분의 진료실은 진료의자가 창을 향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덜어주려는 마음이리라.
 
   
 
화장실 세면대에 비치된 일회용치솔.
입안이 텁텁한 고객에게 개운한 기분을 갖게하기 위한 마음이 보인다.
 
 


위에 본 모든 것의 근원은 여기에 있었다.
나는 저 문구에서 치과를 운영하시는 오너들의 정신과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옥상에 준비가 된거 같으니, 이제 먹으러 가자~~~
:



후배에게서 골프공을 선물받았다.

그런데, 이 골프공이 좀 색다르다.

칼라볼인데, 주로 겨울에 사용하는 빨간볼이나, 야간에 사용하는 야광볼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브랜드(Crystal) 처럼 볼 표면을 얇은 유리로 감싼거 같은 느낌.  샷을 하면 꼭 깨질 것만 같다.

후배는 좋은 공이라고 필드에서 써보라는데,  아이언으로 치면 표면이 심하게 긁힐거 같아...

그러니...  이렇게 예쁜 공을 아까워서 어떻게 쓰나... 

하지만, 한편으론 샷을 했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직은 책장 위에 장식용으로 놓여있는데,  어쩌나...    하나씩만 들고 나가볼까???
:
지난 6월5일 해탈이가 깔아놓은 멍석에 재벌과 친구 형수와 함께 했다.
형수와는 한동안 매월 정기적으로 라운딩을 함께 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서로 골프를 멀리하게 되어
근 4년만에 함께 라운딩을 하는거 같다.



히든밸리G.C.의 모습.

오른쪽은 아웃코스의 9번홀 그린, 왼쪽은 인코스의 9번홀 그린.
계곡 속에 조성된 인공호수를 따라 절묘하게 양쪽으로 레이아웃된 코스가 퍽이나 인상적인데,
이 숨겨진 계곡에서 즐거운 웃음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옷을 갈아입는데, 해탈이 느닷없이 손을 내민다.
- 두목... 5만원 내.
> 뭔데?
- 스킨스라도 해야지...  세사람 5만원씩, 나는 7만원.
 
자기는 이 집단에서 경쟁자가 없다는 오만함이 누구랑 비슷하기도 하고,
나를 재벌과 동급으로 배열하는 의전절차가 매우 거시기하기는 하지만,
뭐... 요즘 키워드가 실용주의니 시류를 굳이 거역할 의사는 없다.
 
간단한 룰미팅.
1. 트면 상금은 무조건 다음 홀로 이월된다.
2. 이월금액의 누적한도는 없다.  얼마가 쌓이던 무조건 다음 홀에서 전액 지급.
3. 숏홀의 니어는 무조건 오너꺼.  파가 아니라도 좋다.
4. 본전 확보후 자동으로 OECD 가입.
5. OECD 가입 후 5불출에 걸릴 경우 5불출 한개당 1만원씩 환수하며, 환수한도는 없다. 본전 다 털려도 끝까지 환수.
 
본전 털려도 끝까지 환수라...  이게 독약이구나.  어설프게 빨리 먹었다간 자칫 거덜나겠다... 

그런데, 세상사가 항상 뜻대로 되는게 아니다. 
특히, 피해가려는건 꼭 먼저 만나게되는게 세상사다.  이번에도 그랬다.




해져드 한복판에 금붕어모양의 그린이 있는 일명 금붕어홀인 15번 Par3홀.
금붕어의 눈 위치인 그린 너머와 꼬리지느러미 부분에 벙커가 있는 아일랜드홀이다. 

오늘의 게임에서 이 홀은 꽤 의미가 있는 홀이 되어버렸다.
14번홀의 누적상금 4만원이 또 넘어왔으니 5만원, 숏홀의 니어상금이 포함되면 6만원,
게다가 일찌감치 생각지도않게 의도하지도 않았던 OECD에 가입을 하고서는 
14번홀에서 벙커에 트리퍼트를 겸해 트리플로 버벅거리며 내가 토한 벌금 3만원을 합하니
이 숏홀이 졸지에 9만원이 걸린 대박 홀이 된 것이다.
 
하지만, 대박홀이 결코 즐겁지가 않다.  
OECD에 가입 후 연방 5불출에 걸려 먹은거 다 토하고 이제 만원 밖에 안남았는데,
이런 제길...  게다가 앞핀이니 여기서 물퐁당이면 이제 2차 민족자본이 동원되야한다.
그렇다고 길게 치면 쓰리퍼트 십상이니 이래저래 골치아프게 됐다.
 
여기서 재벌의 티샷은 그린 왼쪽으로 퐁당..
재벌과 인하대학 동문인 김형수의 티샷도 역시 비슷한 위치로 퐁당...
 
해탈 : 누가 동문 아니랄까봐...  두분 동문회 하세요??
나 : 그 학교 물 근처에 있다며?? 
해탈 : 짠물근처??   근데 여긴 민물인데... *^^*

그리고, 어~~어~~~  이게 왠일...???  
내가 티샷한 볼이 핀에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가더니만 핀 우측 60cm 부근에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 앉았다. 


라운딩 종료 후 캐디피를 지불하고 나니 6만원이 남는다.  그러니까 내 순익이 만냥.
갑자기 몇년전 도고CC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다.
일찌감치 OECD에 가입을 하고도 후반에 버디를 세개 잡으며 거의 싹쓸이를 했지만,
캐디피와 그늘집 비용을 계산하고 남은 순이익은 2만원.
 
그럼에도 20만원을 따먹고 도망갔다는 해탈과 준이의 온갖 음해와 모함으로
결국 대치동 모 맥주집에서 맥주값 26만원을 뒤집어 쓴 악몽...
 
그래도 그런 악몽이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는게 늘 즐겁다.


이날 최고의 어록.
 
재벌의 타샷은 가출을 하려다 나무 바리케이트에 의해 페어웨이로 돌아오고,
세컨샷은 바위 맞고 까진 채 들어오고, 써드샷은 해져드로 들어가다가 돌 모서리에 까진 부분 또 까진 채 튕겨 나오고...
몇번을 죽으려고 기를 쓰던 그 공은 계속되는 불운(?)으로 인해 재벌의 아이언에 계속 학대를 당해야만 했는데,
공과의 싸움에서 지친 재벌 왈,  '너를 다이하드로 지칭하노라...'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해탈, 거듭되는 불운을 불굴의 즐거움으로 극복해준 재벌,
그리고 빈자리를 정겹게 메꾸며 덤앤더머의 정기를 이어준 친구 김형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너무 재밌었다는 캐디 김민경氏. 그날 웃느라고 혹시 탈장이나 되지않았는지 모르겠다.
:
소통이 중요하고 소통을 하겠다더니만...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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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국과 한국간에 소가 통하는게 소통이었구나...
:
어제 설치한 에어컨 계약을 할 때 설치비용에 대해 물으니 판매사원이 세부사항을 확실히 일러준다.

- 에어컨 가격에 설치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설치비용은 세가지로 구분됩니다.
   실외기용 앵글을 새로 설치할 경우 앵글비용이 12만원이 드는데, 아파트 3층 이상일 경우에는 위험수당
   3만원이 추가되고요, 배관료는 5m 까지는 무료지만 초과시에는 길이에 따라 배관료가 추가됩니다.
> 그럼 우리는 5층이니까 앵글을 새로 한다면 15만원+알파 라는 얘기네...  오케이~~  알았어요..


에어컨을 설치하러 온 기사가 기존에 설치된 실외기 위치와 에어컨의 위치를 살펴보더니 먼저 이른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벽걸이형 에어컨은 배관비가 별도로 들지않지만, 거실용은 배관이 길어 추가비용이 발생합니다.'

뭐.. 이미 들어서 예상하고 있던 터...

다음엔 실외기용 앵글을  살피더니 그냥 사용해도 되겠단다.
그냥 써도 된다니 12만원이 안들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좀 개운치가 못하다.

- 이게 설치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괜찮겠습니까?  하중을 견디는 장력이라든가...
> 10년이 됐습니까??  (이리저리 다시 살피더니) 그럼 새로 달겠습니다. 앵글값은 12만원입니다.

바로 앵글을 바꾸자고 말을 바꾸니, 괜히 안해도 될 말을 해서 쓸데없이 12만원만 더 쓰는게 아닌가 하는 속좁음에
은근히 나도 말을 바꿔본다.

- 아니.. 뭐... 기사님이 보시기에 괜찮을거 같으면 그냥 쓰죠..  (은근히 신경써주는척...) 괜히 작업량만 많아지느니...
> 아닙니다...  그래도 안전한게 좋죠.  보니까 색도 많이 벗겨지고...

좀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그래... 앞으로 또 10년이 갈텐데 안전이 우선이지.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도 확실한게 좋고.
그럼 정말 15만원이 기본이고, 추가배관료는 얼마나 될라나...


그런그렇고, 이 분들이 설치를 하러 집에 도착한게 11시반이 조금 넘었었다.
그러면서 두개를 달려면 4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12시반쯤 되자 집사람이 묻는다. ' 저 분들 점심은 어떻하나...??'

- 점심식사 하셔야요? 
> (우물쭈물..) 아.. 뭐... 일 끝나고 저희가 나가서 먹으면 됩니다...

- 점심도 안드셨을거 아녜요. 4시간이상 걸린다는데 그럼 너무 늦을텐데 힘드시잖아요. 뭐좀 시켜 드릴까요?
> (역시 멋적은 표정으로) 그럼 짜장면이나 시켜주시면 됩니다.

- 아니.. 그러지마시고, 부대찌게나 제육볶음 같은거 괜찮으세요??


그렇게해서 주문한 식사가 도착하니 두분이 묻는다.

- 저희만 먹는겁니까?
> 저희는 오시기 바로 전에 식사를 마쳤거든요.  그러니 저희 신경쓰지 마시고 드세요...

식후에 집사람이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를 내놓고, 작업 중간에 음료수를 제공했는데,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작업이 종료된 다음의 상황 때문이다.


모든 직업이 종료되고 시운전까지 마친 후, 나에게 통보를 한다.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내가 비용정산을 할 차례.  '그럼 설치비가 모두 얼마가 되나요?'
앵글비용과 위험수당은 이미 정해진 것이니 추가되는 배관료만 더하면 되는데, 그게 얼마인지 묻는 것이다.

그런데... ... 돌아온 답변이 의외다.
'그냥 앵글값 12만원만 주십시요.  나머지는 저희가 그냥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더니, 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대접 잘 받고 갑니다. 에어컨 잘 쓰십시요.'


예전에는 이사를 한다거나 이런 작업을 하면 보통 작업하는 사람들이 이미 정해진 비용 외에
자신들의 수고료를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요즘이야 많이 사라졌지만, 가끔은 그런 일로 인상를 찌푸리고 기분 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는건 고사하고 자신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비용까지 마다하다니...   흔치않은 경우다.

마지막에 남긴 말로 유추하건데, 아마 점심을 시켜주고 후식을 제공한 것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손님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세태가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물질보다는 존재감에 가치를 두는 모양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더니, 말 한마디로 천냥보다 더 갚진 오고가는 情을 느꼈다. 
:
에어컨이란걸 처음 사본게 1997년도다.
당시에도 제법 가격이 있는걸 샀던 기억이 있는데, 제대로 활용했던 적이 없다.

전기요금 아낀다고 아주 제한적으로 한 2~3년 쓰다보니, 생각보다 냉방효과가 약하다.
A/S를 받아보니 냉매가 소모됐단다.  냉매 주입 후 1년이 지나니 또 별로다.
워낙 더워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다시 A/S를 받으니 또 냉매가 샌다나...

그 뒤, 실외기가 속 썩이고, 다음엔 본체의 콤프레셔가 애를 먹여 거의 해마다 A/S기사의 정기방문이 계속됐는데,
고치다지쳐 한 2년 에어컨을 바라만 보며 여름을 보내다가 작년엔 드디어 준사망선고를 받았다.  
부품을 교환하여 수리하는데 60여만원이 든다니...  앓느니 죽는다지...  
이렇게 에어컨 놔두고 땀 비질비질 흘리며 몇년을 보낸 것이다.
한번 잠들면 세상을 등지는 수면습성이 그나마 열대야를 버티게 도와준 셈이다.

지난 3월 금년엔 어떻게 좀 편히 여름을 지내보자는 생각에 에어컨 대리점을 찾았었다.
당시 기분으로는 꼭 사야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디자인과 기능과 가격을 훑어봤는데,
금년엔 에어컨을 필히 사야겠다던 집사람이 집에 와서는 오히려 제동을 건다. 
에이~~ 지난 몇년간도 없이 잘 버텼는데 뭐...   

생각해보니 최근 며칠 이상저온과 심한 일교차가 왠지 이번 여름은 그리 덥지않을거 같기도 하고. 
또 혹시 여름에 재원이 따라 미국에라도 다녀온다면 여름 보내는 기간이 짧아질지도.. 하는 생각도 들어
일단 보류로 잠정 결정.


지난 일요일 부모님을 뵈러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동생이 어머니 핸드폰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모델을 보기위해 길가의 하이마트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히 보게된 에어컨.

아무 생각없이 아이쇼핑하듯 들렀는데, 거기서 코가 꿸줄이야...

하이마트 상도점 허철호氏.
젊은 사람이 어찌나 그렇게도 성실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는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을 시종일관 웃음띈 얼굴과 공손하게 고객을 임하는 자세에서 진실성이 느껴진다.

그냥 나오면 마치 내가 사람을 기만한거 같다는 죄의식(?)에 결국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하고 말았는데,
집사람마저 혼을 빼앗겨 나중에 냉장고를 사게되면 다시 오겠다고 자진을 한다.
집 옆에도 하이마트가 있건만, 가까운데 놔두고 1시간 걸리는 상도동까지 냉장고사러 오게 생겼다.
   

다음 주나 가능하다더니, 오늘 설치기사가 왔다.

   

완전 공사판이다.  배관연결하고 벽 뚫고...

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에어컨은 완제품이 아니라 반제품이란다.
전원만 꽂는다고 되는게 아니라, 설치를 제대로 해야 비로소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무려 다섯시간만에 이런 완제품의 모습으로 각각 자리를 잡았다.



작은 꽃송이는 무드램프란다.
아래 벽걸이형의 하얀 부분처럼 전원이 들어가면 발광을 하는데, 어둠 속에서는 제법 운치가 있을 것도 같다.

요즘은 기계적인 성능만 가지고는 경쟁이 안된다. 
튼튼하기만 하면 잘 팔리던 시대는 이미 옛이야기가 됐고, 정교함과 다기능 소형화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디자인의 시대다.  그러니 제품 기획자들의 머리 속은 얼마나 복잡할까...


슬쩍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인터넷의 최저가보다도 5만원 정도 싸게 구입을 했다.
우와~~~  정말 기분이 캡이다.

진실성이 느껴지는 판매사원에, 성실하고 기분좋게 작업을 해준 설치기사,
게다가 공시된 최저가보다도 저렴한 가격까지...

냉장고사러 가야겠구만~~~
:
요즘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바로 동영상편집.

재원이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와서는 컴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한 다음 완성품을 보여주는데,
얼~~~  제법 폼이 난다.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관심을 보이는 내게 눈치빠른 재원이가 던진 한마디.

'알려드려요???'

불치하문이라...    그래서 또 하나 알았는데, 이게 보통 재미가 아니다.


[http://www.mncast.com/magicone/Magic_One_Install_Full.exe]
요놈을 클릭하면 동영상편집기를 다운받을 수 있다.
다운을 받으면 바탕화면에  [Magic One] 과  [Magic One 동영상편집기] 라는 두개의 아이콘이 생성되는데,
[Magic One]은 동영상편집 외에 다양한 기능이 있고, 일반적으로는  [Magic One 동영상편집기]를 클릭하여 사용하면 된다.

그 다음은 열린 화면을 보고 대충 눈치껏 따라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
처음에는 기능 일부를 이해하지 못해 다소 헤매기도 했는데, 몇번 시행착오를 범하다보니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도저히 모르겠거나, 시행착오를 범할 성격적 여유가 없을 시는 [http://www.mncast.com/magicone] 에서 설명을 보거나,
그도 귀찮으면 지식IN 에 [매직원]이나 [동영상편집기]라고 검색하면 친절한 해설氏가 많다.
그것도 싫으면 안하면 되고~~~

동영상촬영을 하지않는 나는 주로 사진을 편집하여 동영상의 이미지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 사용법에 대해 워낙 상세히 설명들을 해놓은게 많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몇번 가지고 놀다보니 좀더 재밌고 맘에 드는 편집을 위한 몇가지 포인트가 있는거 같다.

먼저, 사진을 가지고 동영상과 같은 이미지 효과를 얻는 요녀석의 원리를 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얘의 기능은 사진을 단순히 평면으로 연결하는게 아니라, 몇가지 패턴으로 흔들어가며 연결한다.
스스로 알아서 사진을 상하좌우로 흔들거나 줌인 혹은 줌아웃을 한다. 
예를 들면,  사진 한장을 한번에 보여주는게 아니라, 사진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보여주거나, 반대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보이거나 아래에서 위로 보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진을 가까이서 조금씩 멀리 빼거나 (Zoom-Out), 멀리서 서서히 가깝게 다가가는 (Zoom-In) 효과를 준다.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한장한장을 이런 식으로 연결한 것이 전체적으로는 평면 사진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아주 그럴듯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미리 언급하는 것은 이게 사진보정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경험에 의한 몇가지 포인트를 알아보자.

우선, 동영상 편집용 사진은 혹시 Crop을 할거라면 조금 여백을 두고 넉넉하게 하는게 좋다.
필요한 부분만 꽉차게 Crop 하면 위에서 설명한대로 화면이 흐르며 지나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이 움직이면서 보이므로, 만약 얼굴을 너무 크게 Crop할 경우 얼굴이 한번에 안 보일 수가 있다. 
때문에 여백을 두는 것이 Main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인다.
(처음엔 몰랐는데, 편집된 결과물을 보니 크게 크롭된 사진의 흐름이 아주 어색해 보였다.)  

그리고, 사진마다 강조하고 싶은 특정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얼굴을 강조하고 싶다거나, 혹은 손끝을 강조하고 싶다거나, 혹은 배경의 꽃을 더 강조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사진의 배열은 일단 원하는대로 한 다음, 미리보기를 통해 각 사진 배열번호의 움직이는 패턴을 보고
거기에 맞게
사진의 배열을 바꾸면 좀더 그럴듯한 영상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진의 오른쪽 아래부분에 찍힌 고양이에 포인트를 맞추고 싶을 경우,
[동영상편집기]의 미리보기 기능을 통해 오른쪽 아래로 흐르는 패턴의 배열번호에 그 사진을 배열하면 된다. 

동영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배경음악(Back Ground Music) 이다.
배경음악의 효과는, 드라마나 다큐프로에서 음악없는 화면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음악을 BGM으로 깔아줄거냐 하는 것.
음악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다르니 꼭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사진의 분위기에 맞거나, 보여주고 싶은 메세지를 살릴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는게 아무래도 좋지않겠는가...
음악은 컴퓨터에 다운 받아 불러오면 된다.

편집된 사진의 노출시간은 음악을 넣을 경우, 음악의 연주시간에 맞추는 [자동배경음악]을 선택하면 편리하다.
전체 사진 컷수와 음악시간을 계산하여 한장당 노출시간을 자동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경을 써야할 것은, 사진의 양과 음악의 길이다.
즉, 편집한 사진은 많은데 음악이 너무 짧으면 사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산만할 수 있다.
반면에 긴 음악에 비해 사진이 적으면 사진 넘어가는 속도가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집의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오프닝멘트와 엔딩멘트를 자막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이 자막부분이 노출되는 방법은 취향껏 하면 될 듯.
자막이 위로 흐르거나, 옆으로 흐르거나, 혹은, 한줄씩 들락날락하거나...

엔딩부분에 자막을 길게 넣을게 아니라면 전체 음악으로 커버가 되지만,
엔딩멘트를 따로 편집하고 싶다면 엔딩용 음악을 따로 넣어주는 것도 좋다.
이 경우, 엔딩용 자막의 표출이 끝나는 순간 음악도 끊기므로,
자막의 길이를 감안하여 자막이 표출되는 간격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갑자기 음악이 끊기면 마무리가 엉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간주가 나올 때 쯤 자막이 끝나도록 조절하는 센스가 필요.
 

사진의 동영상편집이 좋은 점은, 사진을 더 분위기있게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 외에,
많은 사진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편집을 통해, 음악도 고르고 사진의 배열순서도 고민해보면서
마치 내가 PD나 제작자가 된 듯한 착각 속에 빠지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샘플로 임진각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편집한 것을 올려본다.
이제 시작하는 초보의 연습용이라 별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편집된다는 느낌만 이해하시라고...


P.S : 엔딩멘트를 별도로 자막처리한 샘플은  http://blog.dreamwiz.com/tahi/6706645 를 참고하면 되는데,
         일부 사진의 경우 너무 꽉차게 Crop을 해서 사진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시행착오를 볼 수 있다.  


: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아마추어골퍼가 받을 수 있는 트로피나 기념패가 몇가지 있다.
단체모임에서 시상하는 우승트로피도 있지만, 개인의 골프스코어를 기념하여 동반자들이 증정하는 것이 있다.

먼저 이야기했듯 다 아는 것이지만 기념패를 만들어주는 경우를 정리하자면,

싱글. 골프 입문 후 처음으로 18홀의 스코어가 기준타수보다 +9 이하를 기록했을 경우.
이글. 특정 홀의 기준타수 보다 2타를 줄였을 경우.
알바트로스. 특정 홀의 기준타수 보다 3타를 줄였을 경우.
홀인원. PAR3 홀(숏홀) 에서 티샷 한 공이 한번에 그린의 홀컵에 들어갔을 경우.
이븐 파. 18홀 스코어를 기준타수(보통 72타)와 동일하게 기록했을 경우.
언더 파. 18홀 스코어가 기준타수 미만일 경우.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자주 필드에 나가다보면 그나마 싱글은 할 수 있지않겠나 생각들을 하지만,  
선수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골퍼, 더구나 주말골퍼 입장에서는 그게 말처럼 만만한게 아니다.
규정대로 하면 골퍼의 70%가 100타를 깨지 못한다는 말에서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흔히들 달성하기 어려운 순으로 홀인원 > 이글 > 싱글을 꼽는다. 
보편적 생각으로 골프선수일 경우에는 이 공식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순수 아마추어골퍼의 경우라면 내 생각은 다르다.
아마추어의 경우 골프선수에 비해 정교함이나 기교가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홀인원이나 이글은 사실 운(運)이다.
물론 선수들에게도 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일단 의도한대로 얼마나 정확하게 목표지점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실력의 차이가 선수와 아마추어의 사이에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소 역설적일지 몰라도,
홀인원은 한번만 잘 맞으면 이룰 수가 있지만, 이글은 두번(롱홀에서는 세번)을 잘 맞춰야 한다.
그리고 싱글스코어는 18홀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야 가능하다.  드라이버와 우드, 각종 아이언에 퍼터를 이용한
얼추 80번정도의 샷을 꾸준히 실수없이 한다는게 아마추어로서는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순수 아마추어골퍼에게는 보편적개념으로 볼 때 싱글하기가 홀인원보다 어렵지않나 싶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싱글과 이글은 해봤지만, 아직 홀인원은 하지 못했다.
(말을 만들자니 쉬운거지 그게 어디 동네 어린애 이름인가 말이다...)  

그러니 [이븐 파]나 [언더 파]는 말 할 필요도 없다.  골프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그저 [꿈]이다. 

그 꿈같은 스코어를 지난 동호회 정모 때 공하나가 일궈냈다.
공하나로 18홀을 도는게 소망이라서 필명을 [공하나]로 했다는 그가 그 소망을 넘어 아마추어로서 꿈을 이룬 것이다.

오늘 동호회 정모 때 회원들의 축하하는 마음을 모은 [이븐 파 기념패]를 전달했다.




이븐 파 기념 세레머니.

기념패에 맥주를 가득 담아 원샷.

:

오늘:88  전체:200,005  개설일:2005.05.11


문득 문패를 보니 이렇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세돌이 지났구나...

 

총 게시글 : 1685 개 (하루평균 1 개)
총 방문자 : 200005 명 (하루평균 181 명)
총 덧글수 : 14668 개 (하루평균 13 개)

자동생성되는 관리에 나타난 집계.

예전에는 방문자 수가 리얼타임 터치 수로 집계가 되어,
같은 날 같은 사람이 다섯번을 방문하면 다섯명으로 집계가 됐었다.
언제부턴가는 동일인의 방문은 하루에 한번만 집계되도록 프로그램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니 사실 하루평균 181명은 허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덧글도 방문하신 분들의 덧글에 내가 댓글을 달아놓은 것이 얼추 절반일테니,
하루평균 덧글수도 반으로 보면 될거 같다.

고무되는 것은 게시글이 하루평균 1.5개라는 것.
하루 한건 이상 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용두사미가 되지않은거 같아 다행이다. 
작심삼일이라 하는데, 삼년을 끌고 왔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블로그를 이렇게 끌고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배려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른 사이트에서 개량된 블로그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네이버에서 [블로그 시즌 2]를 내보이고, 파란도 리뉴얼 작업을 마쳤고, 다음도 그렇고,
또 싸이월드도 기존의 미니홈피 기능에 블로그 기능을 첨가한 [싸이월드 블로그]를 선보이고 있다.

기능만을 놓고 본다면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고 싶은 충동도 느껴진다.
구형아파트에서 인텔리전트 주상복합 아파트로 옮기고 싶은 욕구랄까...

하지만, 엄두가 안난다.
이 많은 이사짐을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옮긴다한들, 모든 글에는 그 글을 올릴 시점의 감정이 함께 버무려지면서 글의 맛도 맛깔스럽게 나는 법인데,
옮겨진 글들은 시제가 맞지않아 내용과 의미가 많이 달라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이사를 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버릴 수 없는 이웃 때문이다.

각 사이트별 블로그는 각기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다.
네이버는 테마에 대한 전문적 블로그가 많다.  각 분야에 대한 매니아층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글을 올린다.
네이버가 초기에 지향했던 지식IN 의 영향도 받지않았을까 싶다.   
싸이월드는 다들 인지하다시피 젊은 층이 절대적이고...

드림위즈 블로그의 특징은, 블로거들의 보편적인 성향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년령층도 30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비교적 폭넓게 구성되어 있는거 같은데,
특히 40대 이상이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또 하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어느 다른 블로그보다 덧글로 보여주는 훈훈함이 진하다는 것.
그래서 처음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도 어색하지않게 정착을 해나갈 수 있다.  


위에 구형아파트에 비교를 했는데, 사실 나에게 드림위즈 블로그는 전원주택과 같은 푸근함을 준다.
내가 이런 넉넉함을 갖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보여주시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성원이 너무 고맙다.


그래서... 나 그냥 여기서 不老具하며 살란다...

얼굴도 몰랐던 제게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분께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다들 행복하시고, 즐거운 인생이 되시길 바랍니다. ^L^...
:
회원 한분이 상을 당하셨다.
내게 소식이 전해졌으니 당연히 게시판에 공지를 했지만,
말 그대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단순공지만 했을 뿐이다.
그 이상은 자칫 회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회원들께 친밀하게 와닿던 분이시라서인지 꽤 많은 분들이 내게 연락이 왔다.
문상을 갈 때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직접 문상은 어려울거 같으니 대신 부의를 전해달라는 부탁이 많았다.
 
해서... 
부탁받은 부의봉투를 만들다보니...
 
얼래~~~
 
봉투에 이름을 적으려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모두 필명으로 호칭을 하지 않았던가...
가까운 몇분, 혹은 자주 함께 라운딩을 하는 몇몇분을 제외하곤 대개가 본명을 모른다.   
그러니, 봉투에 실명(實名)을 적어넣으면 나중에 분류를 할때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상주들 간에 아무도 모르는 失名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다고 필명을 적을 수도 없는거 아닌가.
나처럼 [강하]야 그나마 성은 [강]이요, 이름은 [하]라고 생각해줄 수 있겠지만,
[해탈]은 좀... 고인이 되셨으니 이제 속세에서 해탈하셨다는 뜻인지...
게다가 [흑기사]는 뭐고, [점톤]은 뭐며, [판다]는 또 뭔말인지...
자칫하다간 상가집에 가서 장난하는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어쩐다...
잠시 궁리를 하다 찾아낸 방법.
 
A4용지에 부의내용을 한꺼번에 적기로 한 것이다.
부의하신 회원의 필명과 부의금 목록을 한번에 적고 부의금을 한꺼번에 상을 당하신 회원의 안주머니에 넣어드렸다.
 
 
필명...
서로 격의없이 편하자고 부르기 시작한 이름이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을 당혹스럽게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필명이 있기에 웃을 수 있는 해프닝이 아닌가 싶다.     
:
영등포 사무실의 최형석이사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부산 출신으로 롯데자이언츠 팬인 최이사.
두산베어스의 골수팬인 나.
롯데와 두산의 경기장을 찾았는데, 그냥 보는건 뭔지 밋밋하다.

그래서 합의하에 결정한 룰.
안타 천원, 2루타 2천원, 3루타 3천원, 홈런 5천원, 도루 천원.
응원하는 팀이 달성할 때 마다 상대방이 벌금을 물기로.

결국 4천원의 적자가 났다.
하지만, 진들 어떻고  이긴들 무엇하리...
재미를 위한 게임인 만큼 순간순간의 재미가 너무 좋다.




완전 한국시리즈 분위기다.  3만5천의 관중석이 꽉 찼다.
금년들어 롯데가 상승세를 타며 가을야구에 대한 롯데팬의 열망과
최근 급상승세를 타는 두산팬들의 기대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프로야구가 발전하려면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




해가 진, 조명탑이 환하게 켜진 야구장은 또다른 매력이 있다.
여전히 관중석은 대만원.  이런 분위기에선 선수들도 야구할 맛이 날거다.
그만큼 플레이도 더욱 진지해질테고.

뿌듯했던 현상 하나.
롯데 응원석에서 파도타기가 시도됐다.
그런데 외야 중앙의 롯데 응원석이 끊긴 지점에서 그칠줄 알았던 파도타기가
지고있는 두산응원석까지 연결이 되어 완전히 한바퀴를 돌았다.
양팀 응원단이 승부를 떠나 다 함께 축제분위기를 연출한 순간이었다.




롯데 응원단은 수준높은 응원을 펼친다.
응원의 질이 높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들이 좋아하는 팀에 대해 열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조건없는 관심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관심이 기대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을 수 있다는 것.
난 그것을 성숙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양팀의 팬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보는거 같아 흐뭇했다.
:
필명으로 호칭하기가 다소 애매한 분들께 필명 변경을 요청하다보면
아예 내게 작명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곤 한다.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몇몇분의 필명을 지어드린 적이 있는데,
이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필명이라지만,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그 사람의 고유명사 아닌가.
그러니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대로 대충 만들 수도 없다.
 
다른 분의 필명을 만들 때 나름대로 생각하는게 있는데,
필명 속에 당사자의 이미지에 맞는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누구든 자기의 호칭을 받아든다면 왜 이렇게 지었는지, 또는 필명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당개 풍월을 읊듯 어줍잖은 실력으로 필명에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두 글자에 함축된 의미를 담기에는 한글이나 영어보다 한문이 쉬우니까.
 
 
휘경님은 눈에서 광채가 나고, 이마가 약간 벗겨진 얼굴 전체에서 단단하면서도 야무진 느낌이 나타난다.
그래서 [빛날 輝]에 [벼슬 卿]를 사용하여 [輝卿]이라는 필명을 드렸다.
[벼슬 卿]을 사용했던 이유는 기업체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민제님은 자기 말을 하기보다 주로 남의 말을 듣는 편인, 얼굴에 [좋은 사람]이라고 씌여있다. 
특별히 나서지 않으면서도 계산은 슬그머니 하며 베푸는걸 좋아하는... 그래서 [백성 民][임금 帝]를 인용했다.
만백성의 임금과 같다는 의미로 지었는데, 본인은 극구 만인의 제물이란다. 
 
체구가 엄청 좋은 태웅님. 체구 뿐만이 아니라 얼굴도 호걸형이라서 붙여준 [클 太] [수컷 雄].
 
나이답지않게 얼굴이 말끔하고 동안이어서 아이처럼 환하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아 [아이 童] [비출 照]로 명명한 동조님.
 
영문 이니셜인 KCS을 사용하던 현민님.  언뜻 보기에도 날렵하고 빈틈이 없어보이는 현민님에겐
[빛날 炫]과 [옥돌 珉]을 결합하여 [炫珉]이라는 필명을 만들어드렸다. 
 
 
내깐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면서 
주위사람들이 들어도 발음이나 어감이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현민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호회를 떠난 분들이다.
그나마 현민님도 바쁘신지 요즘은 소식 접한지도 오래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어설픈 사이비 작명가가 동호회 회원을 다 말아먹고 있었다.
말을 말던가    방장을 더 빨리 그만뒀어야 했는데...    만.시.지.탄. 
:
샤브미에서 근 2년여간 나를 도와 내게 사회적응교육을 시켜주었던 백점장이 홍대앞에 의류점을 열었다.
점장이 아닌 사장이 된 것이다. 

5월2일 금요일 오픈 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일이 있어 오늘 들렀다.




홍대전철역에서 홍대방면으로 올라가는 중간쯤, 왼쪽에 있는 스타벅스를 끼고 조금 들어가니
겉보기에도 새로 단장한 듯한 깔끔하면서도 멋스러운 의류점이 보인다.




Lana

블랙바탕에 노란색의 상호가 전체적인 바탕과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안을 들여다보니 크지않은 공간을 짜임새있게 꾸몄다.

해바라기 무늬의 뒷면이 내부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드는데,
천정의 조명과 바닥 등의 인테리어 분위기에 맞게 의류와 악세서리의 디스플레이도 예쁘게 했다.

주인장의 옷차림도 밝은 분위기에 한 몫을 하고, 밝은 미소도 여전하다.
샤브미에 있을 때 보다 미소가 더 화사한거 같은데...   자기꺼라 그런가...^^




한쪽에는 의류를 더 돋보이게 하는 악세서리와 구두가 진열되어 있다.


작은 매장 곳곳에서 주인장의 특성이 잘 묻어나온다.

원래 감각이 있는 사람이기에 단순하거나 평범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함께 들른 집사람도 구비된 품목들의 내용이 좋다면서, 앞으로 옷은 여기서 사면 되겠단다.
더구나 코디능력까지 있으니...


동대문상가에서 몇달동안 현장수업을 받으며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자기 사업을 시작한 백점장.
(이젠 아니지만, 그 호칭이 우리에겐 편하다)

세련된 감각도 있고, 영리하고,
착한 심성에 밝은 미소의 친절함까지 갖춘 그의 새로운 시작이 더 큰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이틀간은 대박이었다고 환하게 웃는데, 그 웃음이 연일 함박웃음이 되었으면 싶다.
내게는 이미 가족과 같은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참...  Lana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금이 딱 적기일거 같다.
얘기를 나눠보니, 이 친구가 아직은 판매자 입장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을 정하는거 같다.
본인이 물건을 사던 사람 입장에서 '이건 너무 비싼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앞서 마진을 많이 남기지 못하고 있는데,
도매상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홍대앞에서 그렇게 받으면 안된다고...

그러니, 아직 정신 못차리고 어리버리 할 때 미리 사놔야지,
조금 지나 현실에 적응이 되면 가격이 오르지않을라나...^^   
:
오래 살다보면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집사람이 가끔 내게 하는 말이,
자기는 원래 남들 앞에서 말을 제대로 못했는데, 요즘은 말이 많아졌다면서 그게 다 나 때문이란다.
어쨌든 같이 살다보면 식성이나 성격은 물론 생김새도 닮아간다는데,
내 생각엔 닮아간다기보다 서로 맞춰간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생김새야 그리 될 수 없는거겠지만.
 
커플룩이라는게 유행을 탄지는 이미 오래됐다.
신혼여행을 갈 때 같은 패션 같은 컬러의 옷을 입기도 하고,
어지간한 연인들은 대개가 커플링을 한다.
내부 결속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서로에 대한 소유권의 공시인 셈이다.
내꺼니까 넘보지 말라는...
 
 
그런데, 우리 동호회에도 이런 식의 커플명을 사용하는 부부회원이 제법 계시다.
 
일단 돌림자를 함께 사용하시는 분들.
알콩 달콩,  초심 애심,  생글 벙글.
이름만 들어도 어느 분 부인이고, 어느 분 부군인지를  알 수 있다. 
 
돌림자는 아니지만 아담이브님도 커플임을 알 수 있는 커플명이 아닌가.
 
비록 이렇게 확연하게 부부임이 드러나진 않더라도, 필명의 느낌이 비슷하신 분들도 있다.
나루터님과 꿈마을님은 필명만 가지고는 언뜻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두분의 필명에서는 어딘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청수님과 산바다님도 비슷하지 않나...
 
좀 다른 버전이지만 부부의 필명이 합해지면서 임팩트가 강하게 와닿는 커플명도 있다.
파워모드.   파워님과 모드님은 두분 모두 상당한 골프실력을 갖추셨는데,
합체하실 때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보여지는 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커플명은 왠지 더 진한 부부애가 깃든듯 하다.
 
동호회의 많은 부부회원들께서 늘 건강한 모습과 정겨운 마음을 함께 영유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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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연프로의 필명에 대해 소개를 했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가 연프로는 정말 볼을 잘 치는 프로인줄 알거다.
게다가 외모나 체격은 또 얼마나 당당한가.  티칭프로에 전혀 꿀림이 없다.
 
그런데, 연습장에서는 그렇게도 잘 맞는 공이 실전에만 나오면
마치 누워있는 반금련을 바라보는 무대처럼 되버리니 이게 골퍼로서는 가장 속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이나 답답하고 깝깝했으면 스스로를 연습장프로라 자학하며 줄임말 [연프로]를 필명으로 썼을까.
 
 
백돌이님은 실력이 그 정도라 필명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말이 좋아 백돌이고 성격이 좋아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런 필명을 사용하는 속마음마저 편할리는 없을게다.
이왕이면 [보기돌이]라고도 하고 싶고, [팔공산]이면 또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더라도...  두분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이유로 속이 편치못할 분도 계시다.
 
초록이 움트는 계절, 상큼한 공기를 코끝으로 느끼며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페어웨이가 참 싱그럽다.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 야~~ 오늘 잔디 좋네...
- 그러게... 때깔도 좋고, 푹신해보이는게 아주 싱그럽구만... 
- 아~~ 나는 이런 잔디가 너무 좋아...  겨우내 얼마나 만나고싶었는지...
 
계절이 바뀌어 늦가을을 지날 때도 한마디씩 한다.
 
- 잔디가 슬슬 맛이 가누만...
- 이제 뉘리끼리하네...
 
장마가 지난 다음에도 그렇다.
 
- 잔디가 왜 이래...???   영 관리를 안하는모양이야... 개판이네...
 
이렇게 다들 아무 생각없이 그때그때마다 한마디씩 뚝뚝 내뱉지만, 말도 못하고 속상한 분이 계실거다.
실력으로나 인품으로나 우리 동호회의 정신적인 지존으로 추앙받고 계신 부부커플의 속마음을 잠깐 들여다보자.
 
데이브님 : 잔디가 뭐가 어떻다고??? 
                푹신하다는둥... 뭐??? 뉘리끼리하다고???   겨우내 보고싶었다는 해탈이놈은 또 뭐야...
                이것들이 사람이 좋아 말을 안하고 있으니까 남의 마누라를 아주 지들 멋대로...
 
잔디님 :  어머나...  지금 내 얘기하는거야???  
              때깔도 좋고 푹신해보인다니...  이거 지금 성희롱인거 모르는거야...???
              자기들이 무슨 국회의원 최뭐시기도 아니고...  
              그리고, 관리를 하고 안하고 왜 지들이 난리야.. 난리는...  
              언제 바디로션이라도 한번 사줘봤냐??  관리 운운하게...
 
 
재미난 필명은 주위 사람에게 웃음을 주기도 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남의 속사정... 웃고만 지날 일도 아니다.
웃음을 주는 필명의 주인공들에게 훈훈한 마음의 정을 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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