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을 통해 얻는 것
뻔한? fun한!!/산다는건... 2008. 8. 13. 03:29 |까사미오에 거의 출근도장을 찍듯 자주오는 외국인이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 온 [대니얼 리빙스턴].
한국의 외고에서 강의를 하다 지금은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어떤 연유로 까사미오에 오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맘에 드는 구석이 있었는지 점점 오는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얼추 1주일에 반은 온다.
한국어는 아주 기본적인 몇 마디만 하니 우리말로 언어소통을 하기는 어려운데,
까사미오가 저렴하게 즐기는 이점도 있지만,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자주 오는 이유 중의 하나인거 같다.
자주 오다보니 나와도 눈인사 부터 시작해 대화를 조금씩 나누게 되는데, 이게 또 고역(?)이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고역인데, 이 친구 워낙 성격이 좋아 한번 마주앉으면 1시간은 기본.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아마 이해가 되실거다.
대화 소재 찾으랴, 잊어먹은 영어단어 떠올리랴... 그리고 어거지로 기억해낸 단어들 조합하랴...
그런데, 대화 중 이 친구의 특징이 있다.
미국에서 로스쿨 석사까지 마치고 현재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는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대화 중 내가 잘못 표현하는 부분은 알맞은 표현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잘못된 발음은 대화 중이라도 몇번을 반복시켜가며 바로 잡아준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대충 한담을 나누는게 아니라 대화 중에도 영어레슨을 받는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이 친구가 들려준 말.
'언어를 사람의 인체와 비교한다면, 문법은 뼈에 해당하고, 어휘력은 근육이며, 발음은 피부와 같다.
문법이 약하면 일정수준 이상 성장이 안되고, 어휘력이 약하면 표현에 힘이 실릴 수 없으며,
피부가 좋아야 매력적으로 느껴지듯 발음이 좋아야 남들에게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세가지 중 하나도 안되는 입장이지만, 아주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영어권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람이나 영어를 잘 하는 가까운 사람에게 가끔 짓궂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외할머니가 영어로 뭐야? 빙수는 뭐라 그래?'
대부분이 순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대충 대동소이하다.
- 걔네들은 그런거 구분 안하고 그냥 할머니라 그래.
- grandmother-in-law라 그러나...
- 아이~씨~~ 형은 맨날 헷갈리는 것만 물어보고 그래...
- 미국엔 빙수 없어..
지난 주 대니얼이 자기 형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래, 형의 와이프를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sister-in-law란다.
동생의 와이프는? 똑같단다. 그럼, 남편의 여동생은? 그것도 같단다.
우리는 형수, 제수, 시누이라고 구분한다며 우리말 호칭을 알려주고는 이렇게 호칭이 확실하게 구분되는게
한국어의 장점이라고 알려주니, 그래서 한국어가 어렵다나. 머리 나쁜 사람은 배우기 힘들다고 웃는다.
문득 생각난 김에 어머니의 어머니를 뭐라 하느냐 물으니, 처음엔 grandmother-in-law라고 하더니,
그럼 아버지의 어머니와 구분이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다.
앞에 [enate]를 붙이면 된다고. enate가 외가 쪽을 이르는 표현이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거의 쓰지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90% 이상은 이 단어를 모른다네.
그래서인지 영어사전을 찾아봐도 이 단어는 없던데, 설마 없는 단어 엉터리로 만들어서 알려주진 않았을테고,
본토 사람도 90% 이상이 모르는 단어를 알게된게 뿌듯하다.
뭐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다닌 보람이 있네...
내친 김에 평소에 늘 궁금했던 질문 하나 더.
내 이름 중 [범]을 영어로 [Beom]이라고 표기하는데, 이걸 영어로 [범]이라고 읽어주느냐고 물으니, ' No!! 비움.'
그럼 영어로 어떻게 쓰면 [범]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 되느냐고 물으니,
[Bum]은 뜻이 나쁜 의미의 단어이니 이름으로 안좋고, [Bom]은 [ㅗ]발음에 가까우니, [Bohm]이 좋단다.
[h]가 들어가면서 [ㅓ]발음이 난다면서, 우리나라 性氏 중 [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한국사람들이 보통 [Park]라고 쓰지만, 그보다는 [Pak]이 [박]에 가까운 반면 [팩]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Pahk]이 [박]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란다. 그러면서 [h]의 기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서울]도 [Suh-ool]이 가장 서울다운 발음이라고.
다음에 여권 갱신할 때는 [BOHM]으로 바꾸는걸 심각히 고려해봐야겠다.
사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게 있긴 하지만, 중요한건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중요한거 아닌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연이가 영어감각 유지에 신경을 쓰는거 같아
대니얼에게 우리 딸에게 영어레슨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혼쾌히 수락한다.
지난 토요일 둘이 만나 1주일에 3일 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는 이야기를 지연이로부터 들었다.
어제 까사미오에 들른 대니얼이 지연이와 만난 이야기를 하길래,
얘기들었다며 나는 주 2일을 생각했는데 주 3일을 한다니 아마도 가게를 팔아야 할거 같다고 하니,
막 웃으며 한국의 교육비가 너무 비싼거 같다면서 팔지않아도 될 방법을 생각해보잔다. ^^
뭐... 하긴, 자기가 까사미오와서 매출 올려주면서 내가 공짜로 회화레슨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내가 호강하는거지.
사람이 인연을 맺어간다는게 뭔지...
가게를 하면서 오십이 넘어 이제 오십이 되는 미국인을 만나 친분을 맺게될 줄 생각도 못했는데...
미국 뉴저지에서 온 [대니얼 리빙스턴].
한국의 외고에서 강의를 하다 지금은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어떤 연유로 까사미오에 오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맘에 드는 구석이 있었는지 점점 오는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얼추 1주일에 반은 온다.
한국어는 아주 기본적인 몇 마디만 하니 우리말로 언어소통을 하기는 어려운데,
까사미오가 저렴하게 즐기는 이점도 있지만,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자주 오는 이유 중의 하나인거 같다.
자주 오다보니 나와도 눈인사 부터 시작해 대화를 조금씩 나누게 되는데, 이게 또 고역(?)이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고역인데, 이 친구 워낙 성격이 좋아 한번 마주앉으면 1시간은 기본.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아마 이해가 되실거다.
대화 소재 찾으랴, 잊어먹은 영어단어 떠올리랴... 그리고 어거지로 기억해낸 단어들 조합하랴...
그런데, 대화 중 이 친구의 특징이 있다.
미국에서 로스쿨 석사까지 마치고 현재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는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대화 중 내가 잘못 표현하는 부분은 알맞은 표현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잘못된 발음은 대화 중이라도 몇번을 반복시켜가며 바로 잡아준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대충 한담을 나누는게 아니라 대화 중에도 영어레슨을 받는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이 친구가 들려준 말.
'언어를 사람의 인체와 비교한다면, 문법은 뼈에 해당하고, 어휘력은 근육이며, 발음은 피부와 같다.
문법이 약하면 일정수준 이상 성장이 안되고, 어휘력이 약하면 표현에 힘이 실릴 수 없으며,
피부가 좋아야 매력적으로 느껴지듯 발음이 좋아야 남들에게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세가지 중 하나도 안되는 입장이지만, 아주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영어권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람이나 영어를 잘 하는 가까운 사람에게 가끔 짓궂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외할머니가 영어로 뭐야? 빙수는 뭐라 그래?'
대부분이 순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대충 대동소이하다.
- 걔네들은 그런거 구분 안하고 그냥 할머니라 그래.
- grandmother-in-law라 그러나...
- 아이~씨~~ 형은 맨날 헷갈리는 것만 물어보고 그래...
- 미국엔 빙수 없어..
지난 주 대니얼이 자기 형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래, 형의 와이프를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sister-in-law란다.
동생의 와이프는? 똑같단다. 그럼, 남편의 여동생은? 그것도 같단다.
우리는 형수, 제수, 시누이라고 구분한다며 우리말 호칭을 알려주고는 이렇게 호칭이 확실하게 구분되는게
한국어의 장점이라고 알려주니, 그래서 한국어가 어렵다나. 머리 나쁜 사람은 배우기 힘들다고 웃는다.
문득 생각난 김에 어머니의 어머니를 뭐라 하느냐 물으니, 처음엔 grandmother-in-law라고 하더니,
그럼 아버지의 어머니와 구분이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다.
앞에 [enate]를 붙이면 된다고. enate가 외가 쪽을 이르는 표현이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거의 쓰지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90% 이상은 이 단어를 모른다네.
그래서인지 영어사전을 찾아봐도 이 단어는 없던데, 설마 없는 단어 엉터리로 만들어서 알려주진 않았을테고,
본토 사람도 90% 이상이 모르는 단어를 알게된게 뿌듯하다.
뭐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다닌 보람이 있네...
내친 김에 평소에 늘 궁금했던 질문 하나 더.
내 이름 중 [범]을 영어로 [Beom]이라고 표기하는데, 이걸 영어로 [범]이라고 읽어주느냐고 물으니, ' No!! 비움.'
그럼 영어로 어떻게 쓰면 [범]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 되느냐고 물으니,
[Bum]은 뜻이 나쁜 의미의 단어이니 이름으로 안좋고, [Bom]은 [ㅗ]발음에 가까우니, [Bohm]이 좋단다.
[h]가 들어가면서 [ㅓ]발음이 난다면서, 우리나라 性氏 중 [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한국사람들이 보통 [Park]라고 쓰지만, 그보다는 [Pak]이 [박]에 가까운 반면 [팩]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Pahk]이 [박]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란다. 그러면서 [h]의 기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서울]도 [Suh-ool]이 가장 서울다운 발음이라고.
다음에 여권 갱신할 때는 [BOHM]으로 바꾸는걸 심각히 고려해봐야겠다.
사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게 있긴 하지만, 중요한건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중요한거 아닌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연이가 영어감각 유지에 신경을 쓰는거 같아
대니얼에게 우리 딸에게 영어레슨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혼쾌히 수락한다.
지난 토요일 둘이 만나 1주일에 3일 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는 이야기를 지연이로부터 들었다.
어제 까사미오에 들른 대니얼이 지연이와 만난 이야기를 하길래,
얘기들었다며 나는 주 2일을 생각했는데 주 3일을 한다니 아마도 가게를 팔아야 할거 같다고 하니,
막 웃으며 한국의 교육비가 너무 비싼거 같다면서 팔지않아도 될 방법을 생각해보잔다. ^^
뭐... 하긴, 자기가 까사미오와서 매출 올려주면서 내가 공짜로 회화레슨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내가 호강하는거지.
사람이 인연을 맺어간다는게 뭔지...
가게를 하면서 오십이 넘어 이제 오십이 되는 미국인을 만나 친분을 맺게될 줄 생각도 못했는데...
'뻔한? fun한!! > 산다는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들을 달뜨게했던 견우회 소개팅 (22) | 2008.10.14 |
---|---|
달동네 외과의사가 알게해준 것들. (19) | 2008.09.22 |
처음 받아본 자상한 진료 (14) | 2008.07.24 |
눈 뜨고 책 두권을 강탈당한 해탈의 넉넉함 (13) | 2008.07.18 |
고마운 분의 고마운 방문 (9) | 2008.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