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오래 전 동창녀석들을 만났다.
열명 남짓 모였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편승해 한 친구가 제안을 한다.
'야.. 말이야...  우리 정기적으로 만나면 어때?'

같이 흥이 오른 친구가 맞장구를 친다.
'그거 좋다...  그러자.'

그 뒤 부터는 누구 목소리가 큰지, 목소리 경연장이 되어버렸다.
중구난방 쏟아지는 말. 말.. 말들...

- 그럼 모임 이름은 뭘로 할래?
- 재수회라고 있더라.  재수한 애들끼리 매달 두번째 수요일에 만난대나...
- 그럼 우린 뭘로 해?
- 야~~ 그건 총무 정해놓고 총무가 알아서하라그래..
- 그거 좋네..  그럼 총무는 누가 해?
- 쟤...  쟤 있잖아.. 쟤...

그 녀석의 턱짓을 따라 향하는 시선들이 아무 말없이 듣고만있던 내게로 모이는거 같다.

엥~~ @<@...  나?

- 왜 나야?
> 야~~  네가 해야 핑계낌에 까사미오에서 모이는거 아니냐..
- 오우~~ 그런거야..??
> 됐지??  그럼 이름...  이상범이답게 기발난 이름 뭐있냐?
.
.
.
.

'견우회 어떠냐?  분기에 한번씩 소개팅도 하고..'

모두들 귀가 번쩍 뜨이는지 저마다 한마디씩 묻는다.

- 소개팅??  그건 누구랑 하는건데??
- 직녀회라도 있나보지...
- 니가 책임지는거야?

그중에 제법 논리적이라는 녀석이 현실적으로 접근을 한다.

'가만있어봐..'
- 소개팅하는데 가마니는 왜 쓰냐..?? (가만있어봐 = 가마니써봐)

'내 말은 소개팅을 하려면 인원이 어느정도 정예화되야 하는거 아니냐 그거지...
 그러니까 멤버는 오늘 모인 사람으로 확정?'  
- 아니...  어중이떠중이 들어오는대로 다 받는다.

'야~~ 그럼 안되지... 그래갖고 소개팅을 어떻게 하냐??'
- 회 명칭상 왠만하면 다 받게끔 돼 있어..

'이름이 왜??'
- 내가 견우회라 그랬잖아..  犬牛..  개나 소나 다 모이는 모임인데, 개나 소나, 어중이 떠중이나 개낀 도낀이지..

순간... @ㅁ@~~

'으이그~~  이상범이... 하여간..  야~~  난 거기 안낄란다.'
- 너는 회원자격도 없는 놈이..  너는 끼지도 못해 야...

'개나 소나 다 낀다매..??'
- 그래... 근데 넌 개만도 못하잖아...

크~ 하~ 하~ 하 ~~~

'그럼 소개팅은 뭔대?'
- 그거야 개나 소나 모이는 모임이니까, 개 소. 소 개.. 소개팅 맞잖아...


그날 난 친구들 집단희롱회로 2차 술값을 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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