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란걸 처음 사본게 1997년도다.
당시에도 제법 가격이 있는걸 샀던 기억이 있는데, 제대로 활용했던 적이 없다.

전기요금 아낀다고 아주 제한적으로 한 2~3년 쓰다보니, 생각보다 냉방효과가 약하다.
A/S를 받아보니 냉매가 소모됐단다.  냉매 주입 후 1년이 지나니 또 별로다.
워낙 더워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다시 A/S를 받으니 또 냉매가 샌다나...

그 뒤, 실외기가 속 썩이고, 다음엔 본체의 콤프레셔가 애를 먹여 거의 해마다 A/S기사의 정기방문이 계속됐는데,
고치다지쳐 한 2년 에어컨을 바라만 보며 여름을 보내다가 작년엔 드디어 준사망선고를 받았다.  
부품을 교환하여 수리하는데 60여만원이 든다니...  앓느니 죽는다지...  
이렇게 에어컨 놔두고 땀 비질비질 흘리며 몇년을 보낸 것이다.
한번 잠들면 세상을 등지는 수면습성이 그나마 열대야를 버티게 도와준 셈이다.

지난 3월 금년엔 어떻게 좀 편히 여름을 지내보자는 생각에 에어컨 대리점을 찾았었다.
당시 기분으로는 꼭 사야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디자인과 기능과 가격을 훑어봤는데,
금년엔 에어컨을 필히 사야겠다던 집사람이 집에 와서는 오히려 제동을 건다. 
에이~~ 지난 몇년간도 없이 잘 버텼는데 뭐...   

생각해보니 최근 며칠 이상저온과 심한 일교차가 왠지 이번 여름은 그리 덥지않을거 같기도 하고. 
또 혹시 여름에 재원이 따라 미국에라도 다녀온다면 여름 보내는 기간이 짧아질지도.. 하는 생각도 들어
일단 보류로 잠정 결정.


지난 일요일 부모님을 뵈러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동생이 어머니 핸드폰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모델을 보기위해 길가의 하이마트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히 보게된 에어컨.

아무 생각없이 아이쇼핑하듯 들렀는데, 거기서 코가 꿸줄이야...

하이마트 상도점 허철호氏.
젊은 사람이 어찌나 그렇게도 성실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는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을 시종일관 웃음띈 얼굴과 공손하게 고객을 임하는 자세에서 진실성이 느껴진다.

그냥 나오면 마치 내가 사람을 기만한거 같다는 죄의식(?)에 결국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하고 말았는데,
집사람마저 혼을 빼앗겨 나중에 냉장고를 사게되면 다시 오겠다고 자진을 한다.
집 옆에도 하이마트가 있건만, 가까운데 놔두고 1시간 걸리는 상도동까지 냉장고사러 오게 생겼다.
   

다음 주나 가능하다더니, 오늘 설치기사가 왔다.

   

완전 공사판이다.  배관연결하고 벽 뚫고...

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에어컨은 완제품이 아니라 반제품이란다.
전원만 꽂는다고 되는게 아니라, 설치를 제대로 해야 비로소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무려 다섯시간만에 이런 완제품의 모습으로 각각 자리를 잡았다.



작은 꽃송이는 무드램프란다.
아래 벽걸이형의 하얀 부분처럼 전원이 들어가면 발광을 하는데, 어둠 속에서는 제법 운치가 있을 것도 같다.

요즘은 기계적인 성능만 가지고는 경쟁이 안된다. 
튼튼하기만 하면 잘 팔리던 시대는 이미 옛이야기가 됐고, 정교함과 다기능 소형화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디자인의 시대다.  그러니 제품 기획자들의 머리 속은 얼마나 복잡할까...


슬쩍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인터넷의 최저가보다도 5만원 정도 싸게 구입을 했다.
우와~~~  정말 기분이 캡이다.

진실성이 느껴지는 판매사원에, 성실하고 기분좋게 작업을 해준 설치기사,
게다가 공시된 최저가보다도 저렴한 가격까지...

냉장고사러 가야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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