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의 속마음을 알아볼 시간입니다.
초심님의 티샷... 정말 굿샷이라. 가서 보니 그린까지 대충 80 미터쯤 남았더군요.
사랑님의 티샷... 역시 굿샷. 단지 오른 쪽 벙커에 떨어진게 좀 아쉽지만,
아쉽기는 초심님이 아쉽지, 사랑님이야 아쉬울게 뭐가 있겠소이까... 어차피 2등이 목표인 것을.
강하의 티샷... 저야 원래 드라이버는 끝내주지요. 늘 문지방에 걸리는게 흠이라서 그렇지...
청수님의 티샷... 역시 좋으시더이다. 사랑님과 같이 벙커로 들어갔는데, 차이점이라면,
똑같이 벙커로 들어갔지만, 사랑님의 경우는 보는 사람이 아쉽고, 청수님은 본인이 아쉬운게 차이라면 차이겠지요.
세상이 참 웃기더이다. 똑같은 일을 저질러놓고도 희비가 갈리고 있으니까요.
하여간 일단 티샷들은 모두 최선을 다 하는거 같습디다.
하긴... 앞으로 버벅거릴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데 처음부터 속내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들이겠지요.
아시다시피.. 늘 하시다시피 短者先攻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랑님의 세컨샷...
명불허전이라더니 벙커에서 정말 멋드러지게 쳐내더이다... 하지만 또다시 그린 왼쪽의 벙커로..
이거이... 작전같기도 하고, 우연같기도 하고...
역시 친 본인은 태연자약, 보는 초심님은 안절~부절~~
이어지는 청수님은 벙커 탈출에는 성공하셨지만 뒤땅으로 쪼르르... 다시 한번 치신 공은 오른쪽 벙커로 가네그랴....
이 역시 반대로 친 본인은 안절부절, 보는 강하는 태연자약.
강하의 세컨샷은 그린 앞 20 미터. 초심님이 다들 속보인다고 한 말씀 하시더이다.
그리고는 그린 앞 80 미터에서 세컨샷을 했는데....
얼~래~~~ @<@... 이게 뭔 일이래...
40 미터 쯤 보내고 그만이네.... 정말 속보이는 샷이 아닐 수 없지요....
그리고는 괜히 쓴웃음을 짓는 척 하고는 그린 앞 40 미터에서 세번째 샷을 했는데...
어~허~~~ 이거 양반 체면에 뭐라 육두문자를 쓸 수도 없고...
이번에는 아예 그린을 넘기시더이다... 그린을 1 미터쯤 넘어서 섰나...
이리되면 4 온이 되는거지요. 빠따 한번만 개겨주면 가비얍게 따블이 되는거고요.
이건.. 실수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야...
그러시고는 제 옆으로 바싹 다가오시더니, 제가 세번째 샷 어드레스를 취하는데 일갈을 하시더군요.
일부러 잘 못치나 본다나요... 그런데, 일부러고 뭐고... 원래 최근 저의 큰 고질병이 문전앞 처리 아닙니까...
일부러 버벅거릴순 없지요. 한번 버벅이 두번 버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법도 없고요.
또 제 실력에 잘 쳐봤자 얼마나 잘 치겠습니까... 해서 평소엔 띄워치던 공을 실수를 줄이려 굴려쳤지요.
그런데...
어머나... 이게 왠일이니...
핀대 옆 80센티에 붙으면 어떻하니...
초심님... 평소 인색하던 서양말이 바로 나옵디다. 뭐.. 오케이라나....
평소 안하던 제안을 하실 땐, 같이 평소 안하던 대응을 하는게 공평하고 예의바른 행동이겠지요.
'오케이를 주신다고요?? 그걸 내가 왜 받아... 나 그렇게 주는대로 받는 경우없는 사람 아니걸랑요...'
그랬더니, 어떻게 하나 두고 보겠답니다.
이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나 자신도 모르겠는데, 뭘 두고 봐... 두고 보기는.... 정말 짬뽕납니다. 열그릇...
이건 일부러 안 넣어도 만냥에 눈이 먼 놈이라 욕 먹을테고, 실수로 못 넣어도 일부러 안 넣었다고 욕 먹을테고..
그런 와중에 사랑님의 세번째 벙커샷은 다시 그린을 횡단해 맞은 편 벙커로 직행.
어~~~ 이게 이러다 사랑님이 꼴찌하는거 아닌가 생각하는 사이에 비교적 핀대 가까이 4온을 시키시고,
청수님은 벙커에서 다시 한번 버벅거리시는 바람에 5온.
여기까지 정리를 하자면,
강하 3온, 사랑님 4온, 청수님 5온, 그리고, 초심님은 그린 1.5 미터 엣지부근에서 네번째 샷이 남은겁니다.
'강하님 옆에 붙여놓고, 강하님 치는거 보고 칠거야...' 하시며 칩샷을 하셨는데...
@>@... @>@... @>@... (요건 제 눈동자 입니다)
내리막인데 왜 그리 쎄게 내려오는지....
아이고~~~ 이거 잘못하면 그린 밖으로 나가는거 아냐??? 그럼 내가 80센티에서 몇 퍼팅을 해야 2등이 되누...???
계산도 복잡해 아예 맘 편히 1등을 하는게 낫겠다...는 복잡한 머리를 굴리는데...
이때 들려오는 단발마 소리.
안돼.... 들어가면 안돼....
안되긴 뭐가 안된다는거야...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니...
제법 빠른 속도로 강하게 굴러 내려오던 공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핀대를 정확히 강타하더이다.
약간이라도 빗맞았더라면 튕겨 나갔을 법도 하건만,
공의 방향이 핀의 중심에 수직으로 정확히 만나 접점을 이루면서 홀컵에 낑기더군요.
@>@... @>@... @>@... @>@... @>@... @>@... (이건 경악을 금치못하는 초심님의 눈동자입니다)
파...
그 순간 초심님은 엣지에서 무릎을 꺾고 엎드려 두 손으로 땅을 치며 통곡을 하더군요.
그렇게 기가막힌 칩샷을 하고 통곡을 하다니...
아마 남들에게는 감격에 겨운 행동으로 보였을겝니다.
이제 저는 부담없는 파 퍼팅...
좌우간... 그래서 결론은, 초심님 캐리오너로 1등, 강하 2등, 사랑님 3등.
자... 이렇게 승부는 가려졌는데, 궁금한게 있더이다.
초심님의 마지막 칩샷은,
1등을 안하겠다고, 홀에 안들어가도 좋다고 마음을 비우고 쳐서 멋진 샷이 나온 것인지...
아님, 1등을 안하겠다는 욕심이 과하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샷이 나온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