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동호회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골프동호회는 골프를 시작한지 어느정도 지나 재미가 붙기 시작했을 때 가입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동호회에 가입하여 머리를 얹는 희대의 배짱 두둑한 일이 생긴 것이다.

골프에서 머리를 얹는다는게 무슨 의미인가..
골퍼로 입문하는 첫 데뷔무대를 의미하는 [머리얹기]는 대개 잘 아는 지인의 손에 이끌려 나가는게 상례다.
극도로 긴장하기때문에 평소에 절친한 사람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을 풀어주고,
또 골프라운딩의 기본적인 에티켓과 매너를 알려준다.

그래서 머리 얹어준 사람을 골프에 관한 한 평생의 사부로 생각한다.
때문에 가장 절친한 사람과 동행을 하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누구의 머리를 얹어 준다는 것은 그 자체가 영광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골프를 치는 한,  평생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행사를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초면의 사람들과 치른다는건 대단한 용기이자,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동호회 조편성을 하면서부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동호회의 방장인 나는 자동으로 포함이 되고, 나머지 두분을 편안한 편안한 사람으로 편성을 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 얹는 사람과 같이 라운딩 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처음 머리를 올리러 동호회 정모에 참석하는 재벌님.
처음엔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모든게 생소하실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아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동행을 하여 이것저것 긴장도 풀어주고 조언도 해 줄텐데...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하루 전인 토요일에 미리 만나, 필요한 사항을 메모로 해서 건네드리고,
일요일 중부 만남의 광장에서 조인을 했다.

골프장에 도착해서의 절차도 알려주고,
드디어 우리가 속한 4조...

모두의 호기심과 걱정어린 시선 속에 두번째로 나선, 재벌님 인생의 첫 공식 티샷...
팅~~~ 소리와 함께 헤드의 끝부분에 걸린 공은 2시 방향으로 때굴때굴...

볼을 페어웨이 가운데다 놓고 세컨 샷...
한번... 두번... 세번... 네번... 허공, 허공, 뒷땅과 허공을 번갈아 치는 동안 공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안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신 재벌님이 혼잣말로 스스로에게 암시를 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참... 나도 무지 당황되는 순간이었다.
뒷팀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정도 하고 앞으로 가져가서 치라고 하면 완전히 자신감을 잃을거 같고...
어찌됐던 본인이 공을 굴리기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시작된 재벌님의 머리올리기는, 하지만, 이후부터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후반들어서자, 완전히 선수가 바뀐 듯, 공이 허공을 날아다니는데,
머리 올리는 사람이 그렇게 공을 잘 띄우는걸 처음 봤다.
게다가, 잘못 맞아 오비가 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휘는 법이 없다.
처음엔 슬라이스나 훅이 많이 나는 법인데, 일단 뜬 공은 직선으로 잘 나간다.

그리고, 앞에 해져드가 있으면, 대개가 물 속에 공 하나는 제물로 바치기 마련인데, 후반들어서는 훌쩍 훌쩍 잘도 넘긴다. 
하여간, 데뷔전에서 공을 일곱개 밖에 안 잃어버릴 정도면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동호회에서 머리를 올리니 좋은 점도 있다.
일단, 뒷팀이 우리 회원님들이시니, 우리가 플레이가 좀 더디더라도 차분하게 기다려 주는 바람에 눈치를 안 봐도 됐고,
(사실 머리 올리는 사람을 데리고 나가면 뒷팀 눈치가 엄청 보인다.  뒷팀 캐디도 신경쓰이고...)
우리 팀 캐디인 강정림씨를 참 잘 만났다.
티 꽂는 법 부터, 재벌님에게 이것저것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다.  샷이나 퍼팅을 몇번씩 다시 하게도 하고...
이런 캐디 만나는 것도 머리 올리는 사람으로선 복이다.

아무튼, 머리는 재벌님이 올리시는데, 왜 엉뚱하게도 내가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정말 한.. 다섯홀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이 되서 혼났다. *^^*

함께 재벌님께 좋은 라운딩이 되도록 배려를 해 주신 초심님과 티거님에게도 정말 감사드린다.


머리를 올리기 전 까지는 서로 경칭를 썼으나,
어제 머리올린 기념으로 술을 한잔 하면서, 바로 형 아우로 관계설정이 되어버렸다.
이랗게 또 좋은 아우와 친교를 맺게되니 아니 즐거울 수가... 
 

용기를 내어 과감한 도전을 한 재벌아우의 골프 입문을 축하하며,
특히, 그 영광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앞으로 좋은 발전 있기를 바란다.




머리얹기에 동참해준 티거와 초심님,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골프장 잔디를 밟아 본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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