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단체골프모임에는 대개 시상제도가 있다.
우리 동호회에서도 정기모임에서 시상을 한다.
그런데, 내가 몸담고 있는 동호회의 시상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모든 시상은 참가자의 협찬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별도의 시상품을 사전 준비한다거나 구매를 하지 않는다.
사전 정모 참가신청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협찬의사를 밝히거나, 당일 협찬품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늘 시상품이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어떤 날은 협찬품이 넘쳐 다음 모임으로 이뤌시키기도 할 정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실력이 좋은 사람 위주보다는, 누구에게나 골고루 시상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미숙한 회원들을 격려하는 의미의 시상이 많다.

그러다보니 모든 모임에서 있는 우승, 준우승, 메달리스트에 대한 시상은 아예 없다.
핸디캡 조정은 하지도 않는다.  롱게스트도 물론 없다. 대상자의 범위가 대충 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동호회의 시상내용은 이렇다.

[갈매기상] '3' 자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눕히면, 마치 갈매기가 날개짓을 하는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트리플보기를 제일 많이 한 사람에게 시상.

[오리상] '2' 자가 물위에 떠있는 오리 모습이라 하여, 더블보기를 제일 많이 한 사람에게 시상.

[변태상] '하지는' 못하고, 보기만 하는 변태라 하여, 보기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대상.

[하트상]  버디를 제일 많이 한 사람.

[천방지축상]  전후반 점수차이가 가장 큰 사람.

[일취월장상]  직전 정모 스코어보다 가장 많이 개선된 사람. 단, 10 타 이상 개선은 작전세력(?)으로 간주하여 제외.

[원앙상]  늘 붙어 다녔다는 의미에서, 점수차가 가장 적은 부부에게 시상.

[잉꼬상]  실력차가 나는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서로를 챙긴다는 의미에서, 점수차가 가장 큰 부부에게 시상.   

[니어리스트]  이것은 일반적인 니어리스트와 같다.

[월상]  핸디캡 조정없이 타수순으로 해당월에 해당하는 사람이 되며, 동타일 경우에는 해당 홀 우수자에게 시상.
예를들어, 7월에는 타수순으로 7등을 한 사람이 되며, 동타일 경우에는 아웃코스 7번홀 성적이 좋은 사람,
그것도 동타일 경우, 인코스 7번홀 성적이 좋은 사람이 수상자가 된다.

[중구난방팀상]  각 조의 2등과 3등의 점수차가 가장 큰 팀.

[특별상]  그날의 이벤트성으로 운영자가 판단하여 수상자 선정.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버디를 한 사람은 만원을 운영기금으로 내고, 
아무도 버디를 못 한 조는 전원이 만원씩을 벌금으로 내어 식비에 충당한다.


위와 같은 우리 동호회의 시상제도는, 어찌보면 잘 치는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시상은 모임의 목적에 맞게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실력을 견주는 대회나 모임이라면 당연히 실력위주의 시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친목을 다지는 모임에서의 시상은 모두의 놀이마당이 되는 것이 보다 흥겹다고 생각한다.

하수가 고수의 둘러리가 되기보다, 모두의 격려를 받는 주인공이 되고,
예측불허의 수상자 발표에 모두들 귀 기울이며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되는 시상식.
 
또, 공이 안맞는 날은  '오늘은 오리상을 노리자...' 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우리 동호회의 정모가 늘 정겹고, 모든 회원들이 정모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골프를 잘 치는 고수들의 이해와 아량,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모든 사회도 기본 원리는 똑같지 않을까...

좀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조그만 배려로 인해 전체의 분위기가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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