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골프모임의 회원모집 안내문을 보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동반자를 배려할 줄 아는...]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두루 필요한 것이거늘,
왜 유독 골프에서는 [배려]라는 말에 더 깊은 의미를 두는 것일까...

그것은 일상에서와 달리 골프에서는 배려가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배려는 다분히 추상적 개념이다.
그리고 그것은 베푸는 사람의 도의적인 마음가짐이며,  받는 자가 실질적인 실효성을 느끼기가 어렵다.
하지만, 골프에서의 동반자에 대한 배려는 눈에 보이는 행동이며,  때문에 동반자에게 그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흔히들 스코어가 잘 나오면 '동반자가 좋아서...' 라는 멘트를 하곤 하는데,
나는 그 말이 단순한 립서비스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동반자가 좋으면 확실히 스코어가 좋아진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영향이 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안한 마음은 몸의 근육도 편안하게 이완시켜준다.
자연 스윙이 부드러워지고, 그만큼 템포도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것이 골프에서 동반자에 대한 배려일까?
오비를 낼 때 마다 몰간을 주고, 어지간한 거리도 기브를 남발하는게 배려일까?
배려가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건 왠만한 골퍼들은 다 안다.

배려란,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도와주거나,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은 배려가 아닌 예의이며,
꼭 지켜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샷을 할 때, 혹은 퍼팅을 할 때 집중력을 돕기 위해 조용히 한다거나,
세컨샷이나 퍼팅을 할 때 순서를 지킨다거나 하는 것들은 당연한 예의지, 배려는 아니다.

처음 만난 동반자와 라운딩을 할 경우,
혼자 걸어가기 보다는 동반자와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어색함을 덜어준다던지,
사소하거나 무의식적인 실수는 모른 척 눈 감아주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에 동호회원들과 라운딩을 하며 참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샷을 한 후 카터를 타고 이동을 할 때, 먼저 카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뒷자리로 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는 사람이 머뭇거리며, 뒷자리의 누구에게 앞으로 오시라고 해도,
모두 웃으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18홀 내내 맨 마지막으로 타는 사람이 늘 앞 자리에 앉는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난 이런 것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앞자리에 앉는다고 대놓고 나무랄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 사람은 경우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연장자자 앞자리에 앉는 것에 대해 경우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연장자가 뒷자리로 가려 할 때 나머지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그 인품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러면서 결국은 앞자리로 모시게 된다.

지난 여름, 나는 정말 동반자에게 진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날은 비가 몹시 내렸다. 나를 제외한 세분은 모두 우의를 착용하고,
우의가 없던 나는 그냥 비를 맞으며 라운딩을 했는데,
카터를 탈 때마다 세분이 꼭 뒷좌석의 가운데 자리를 비워놓고 계셨다.
일행 중 한분은 여성이었기에 그분은 편하게 앞에 앉으시도록 하고,
남자 셋 중 내가 가장 어리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뒷자석의 가운데 앉는 것이
자동차 승차예절상으로 보더라도 맞는 것이기에 처음엔 별 생각을 안 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왜 그분들이 가운데 자리를 비워 놓는지를 알았다.

카터에 비가 들이쳐 시트가 비에 젖자, 두분은 우의를 입지 않은 내가 가장자리에 앉을 경우
바지가 젖을 것을 우려하여, 비에 젖은 양쪽에 두분이 앉으시고, 그래도 비가 덜 들이치는 가운데
자리를 나를 위해 비워 놓으셨던 것이다.
그걸 안 순간, 나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 - 그것은 남에게 뭔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니다.

상대방이 불편할지도 모를 작은 것,
상대방이 곤란할 수 있는 사소한 것,
이런 것에 대해 화제를 꺼내지 않고,
이런 것에 대해 다른 누가 언급을 하더라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못들은 척 하고, 또, 모른 척 넘어가는 것
- 이것이 배려가 아닐까.

골프칠 여건이 안되는 사람 앞에서는 골프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구 모델을 사용하는 사람 앞에서 최신형 드라이버의 장점을 자랑하지 않고,
거리가 짧은 사람에게 자기의 클럽별 비거리를 내세우지 말고, 
성격적으로 소심한 사람에게 내기를 해야 기량이 는다고 부추기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오래된 공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새 공을 써야하는 이유를 설파하지 않는 것.

배려란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오늘의 Tip :

새해엔 모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듣기 싫은 이야기는 남에게도 하지 말고, 내가 듣고싶은 이야기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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