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멋을 아는 골퍼. 프레드 펑크
뻔한? fun한!!/골프느낌표 2005. 11. 29. 01:03 |
어제 밤 스포츠뉴스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다.
그것은 한 남자골퍼가 경기중 페어웨이에서 분홍색 꽃무늬 치마를 입는 모습이었다.
그 남자골퍼의 이름은 프레드 펑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트리올로지 골프장에서 벌어진 메릴린치 스킨스게임에 참가한 프레드 펑크는,
대회를 앞두고 애니카 소렌스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이라도 드라이브샷 거리가 당신보다 짧으면 치마를 입고 경기하겠다' 고 제의했다고 한다.
펑크는 PGA 투어에서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76%로 2위지만, 평균 비거리는 약 270야드로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소렌스탐의 평균 비거리가 274야드라는 것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소렌스탐에게 먼저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이 경기가 승부보다는 흥미 위주의 이벤트성 대회인 스킨스게임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프레드 펑크의 이색 제안은 생각보다 빨리 말이 씨가 됐다.
1, 2번 홀을 무난히(?) 잘 버틴 펑크는 드디어 3번 홀에서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271야드를 친 펑크는 278야드를 날린 소렌스탐에게 뒤지고 말았다.
소렌스탐은 준비해 온 치마를 캐디백에서 꺼내줬고 펑크는 약속대로 그 자리에서 치마를 입고 경기를 계속 했다.
나는 이 해프닝을 보면서 프레드 펑크에 대해 두가지를 주목했다.
나는 그의 성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는 아주 익살스러우면서도 매우 영리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일단 무뚝뚝한 사람에게서는 그런 제안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그냥 단순히 익살스러움만 가지고도 그런 행동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냥 말장난에 그쳐버릴 그런 해프닝을 그는 현실화 시켰다.
내가 프레드 펑크라고 생각하고, 그의 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부터 나는 프레디 펑크다.
이번 스킨스게임 출전선수 명단을 보니, 타이거 우즈와 애니카 소렌스탐이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출전선수의 명단은 살펴 볼 필요가 없다.
모든 언론은 남녀 골프의 절대자인 우즈와 소렌스탐에 집중할 것이다.
나머지 선수, 특히나 나같은 단타자는 아무리 바둥대봤자 낄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우즈와는 무엇을 비교해도 내가 돋보일 방법이 없다.
소렌스탐은 전에도 성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스코어가 기준이었다.
그렇다면... , 그래... 이번에 그녀와 비거리 내기를 하자.
그리고, 갤러리에게 뭔가 확실한 웃음거리를 주자. 그러면 카메라 앵글을 내게 돌릴 수 있을거야.
그리고 스킨스게임은 9홀이니까 기왕이면 가급적 빨리 망가져야 더 길게 나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표가 나도 안되고... 소렌스탐의 거리가 어느 정도 나면 그때...
그리고 소렌스탐이 자신의 평균 비거리보다 멀리 날린 3번홀에서 펑크는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저질렀고,
그 뒤로 모든 것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다.
3번홀에서 누가 먼저 티샷을 했는지도 나는 모른다.
펑크가 위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다.
단지, 재미로 그런 상상을 해봤을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그는 전세계 골프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그 자신이 게임을 행복하게 즐겼다는 것이다.
그가 어느 언론의 표현대로 스스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상금 1위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골프는 맨탈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가 타이거 우즈 보다 세배나 많은 22만5000달러의
상금을 획득한 것은 그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펑크로부터 이색 제안을 받은 소렌스탐의 행동.
그녀는 진짜 치마를 준비해 갖고 나왔던 것이다.
경기 후,
소렌스탐은 '펑크가 치마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해 치마를 준비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입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우즈는 '펑크가 꽃치마 속에 가시를 숨기고 있는지 몰랐다'고 농담했다.
해프닝의 당사자인 펑크는 '치마 입고 퍼트를 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순수 아마츄어 골퍼인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가?
아무리 이벤트 성격의 스킨스게임이라 하더라도 상금이 걸려 있는 대회다.
그래도 그들은 대회의 성격을 알고 그 목적에 맞게 즐기려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아둥바둥 하는지...
우리는 무엇에서 골프의 매력을 찾고 있는지...
진정한 골퍼의 멋은 무엇인지...
펑크의 익살과 여유 속에서 진정한 골프의 멋을 느끼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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