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같은 4인방이 또 모였다.
이번엔 경기도 가평 설악면에 있는 프리스틴밸리C.C

우리에게 골프는 만남의 매개체일뿐 목적이 아니다.
그러니 함께 오가며 나누는 대화가 더 재밌다.

티거가 일 때문에 함께 이동하지 못한게 좀 아쉬웠지만,
어제도 재벌이와 해탈과 함께 이동을 하며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진다.
요즘 말 많은 이슈는 한번씩 다 거론이 된다.
신정아 이야기, 누가 되는게 대선정국이 재밌을거라는 통합신당의 경선이야기 등등...

서종면에 접어들어 갈치조림과 순두부로 점심을 먹고
티업시간에 아슬아슬하게 프리스틴에 도착.
카터로 이동하면서부터 슬슬 입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덤앤더머의 입담 - 단적인 예를들면 이런거다.

해탈이 티샷을 위해 티박스에 올라 티를 꼽고 개다리춤을 추고나서 어드레스를 취한다.
그동안에도 나머지 셋은 정신집중을 방해하기 위해 계속 떠들고있다.
물론 우리끼리의 경우에만 이런다는거다.  다른 사람들과는 절대 이러지 못하지.
기본도 모르는 무매너의 표본이니까.

자기의 티샷모습에는 관심도 없이 딴소리만 하는 우리 셋에게 해탈이 슬그머니 한마디 한다.
'저... 죄송하지만 말씀 중에 제가 티샷을 해도 되겠습니까??'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는 얘기임을 다 안다.
그렇다고 미안하다며 조용히 하면 우리가 덤앤더머가 아니지.
저마다 한마디씩 응수를 한다.
- 그럼 그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
- 공 치면 되지, 이렇게 대화를 중단시키는건 또 무슨 매너야...
- 앞으론 우리 신경쓰지말고 치라고...

샷을 준비하는데 해탈이 가만있을수 없다.
'형~~  오른쪽에 OB말뚝 보이지?'
티거가 거든다. ' 에이...  골프 몇년 쳤는데 그걸 모르겠어...??'
다시 해탈.  ' 아냐.. 두목이 요새 노안이 와서 안보일까봐 걱정되서...  언니~~ 왼쪽은 해져드 맞나?
두목~~ 왼쪽엔 또 해져드라니까 조심해서 빠뜨려...'

par3 숏홀에서 재벌의 티샷이 벙커로 간다. 벙커샷이 그린에 못미쳐 써드샷을 준비중이다.
케디에게 슬쩍 한마디.  '언니 이 홀이 롱홀이던가...??'

뭐 이런 식이다.



이 사진을 찍어주던 캐디가 갑자기 막 웃는다.

...???  @>@~~~ 
- 언니... 왜 웃는건데...?? 
- 누구 바지 지퍼가 내려간거야???

캐디 왈,  사진 포즈가 너무 촌티 난다나...
요즘 그렇게 드라이버 잡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냔다.

- 그럼 어떻게 찍는데???
> 그냥 자연스럽게...  스윙하는 모습이나, 해져드에서 공 찾는 모습들을 찍죠... 

그런가...
그 홀에서 해탈이의 세컨샷이 해져드로 들어갔다.
일제히 떠든다.  '역시...  해탈인 언니 말을 너무 잘 들어...  자연스런 사진 찍으려고 바로 집어넣는구만...'




사진 찍힐까봐 공들을 안찾고 그냥 가는 바람에 이거 하나 건졌다.

재벌의 벙커샷.  하체가 단단히 고정된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번 만에 올라왔는지는 우리만의 기밀이다.


 

내가 요즘 골프에 흥미를 많이 잃어 연습장 한번 안가면서도
가끔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모습 때문이다.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관, 거기에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
그것은 그 어떤 골프 스코어와도 비견될 수 없는 마음의 풍요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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