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 정들었던 곳과의 이별
뻔한? fun한!!/산다는건... 2008. 7. 3. 09:32 |- 오늘은 접대를 하시는거예요, 받으시는거예요??
> 그건 왜?
- 부장님이 사시는거라면 양주 한병 그냥 드리고, 아니면 계산 달고...
> 내가 사는건데...
나와 함께 한 동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물음을 던진 안사장이
그 사람이 자리로 돌아온 후 양주 한병을 가지고오자 함께 한 사람이 사양을 한다.
> 아... 그만요.. 오늘은 이 정도로 됐습니다.
- 이건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겁니다.
> 서비스라도 난 오늘은 더 이상 못마시니까, 그거 키핑해놨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드리세요.
-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며 병마개를 따는 안사장을 보며 동행이 만류를 한다.
> 키핑했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그때 드리라니까요...
- 네, 키핑할거예요.
> 근데, 지금 마개를 오픈하시면 어떻해요?
- 이거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드리면, 이부장님 성격에 키핑해놓은거라고 생각하고 공짜로 드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단 오픈해서 한두잔 따라놓고 나중에 오픈된걸 드릴려구요. 근데, 이제 또 언제 오실지를 알아야지...^^
그 집을 나와서 동행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아니... 얼마나 단골이시길래, 저렇게까지 생각을 해줍니까? 생각하는게 대단하네...
> 저... 이집 대충 계절 바뀔 때 마다 한번씩 오나... 아까 그러잖아요,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고...
친구 김형수의 손에 이끌려 한 10년 넘게 드나든 술집이 있다.
규모도 조그마해서 작은 룸 하나에 소파형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지하에 위치한 단란주점이다.
도산대로에 있는 한우리라는 고기집 뒷편의 작은 골목에 위치해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뜨이지도 않는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집이다.
워낙 작고 다니는 손님들만 다니다보니 손님끼리도 서로 얼굴이 대충 익고, 누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 까지도 알 정도다.
이곳에 들리다 어느 순간 안면을 트게되어 친하게된 ROTC 후배들도 생겼다.
이곳을 운영하는 안사장은 여자이지만 스케일이 아주 큰 여걸이다. (사실 안사장은 여걸이라는 표현을 무척 싫어하지만..)
손님을 단순히 술손님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술값에 연연하지 않고, 한마디로 통이 크다. 그러니 계절에 한번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잘해주지...
이 양반과는 참 마음으로 통하는 고마운 일이 많다.
한번은 년말에 후배들과 여길 들렀다가 후배 한녀석의 페이스에 말려 폭탄주를 과하게 마시고 넉다운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눈을 떠보니 내 앞에 전기히터만 하나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깨엔 여성코트가 둘러져있다.
지금이 대체 몇시야..??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이 넘었다. @>@...
- 좀 주무셨어요? 깨워도 일어나질 못하시는게 너무 취하신거 같아 그냥 주무시라고 놔뒀는데...
그러더니 기사를 부른다.
- 김군아... 너 이부장님 댁 알지? 수서... 좀 모셔다드리고 와.
> 아니... 됐어요.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 아니예요. 제 차 타고 가세요. 모셔다드리고 와. 난 여기 있을테니까.
> 아니... 그럼 같이 나가요. 나 내리고 들어가시면 되잖아...
그때 내게 들려준 안사장의 한마디를 난 잊지못한다.
- 지금 부장님 댁까지 가면 얼추 다섯시 반이 될텐데,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운동하러 나올 시간이예요.
새벽에 여자랑 같이 탄 차에서 내리는거 아파트 사람 누구 눈에라도 띄면 괜히 부장님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혼자 들어가세요. 그동안 난 가게 정리좀 하고 있으면 되니까...
집에 들어와 집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배려해주는 사람이 어딨냐며 집사람이 놀란다.
그리고 구정 즈음에 가까운 후배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그곳에서 하면서, 오랫동안 너무 잘해주어 고맙다며
집사람이 떡바구니와 옷을 한벌 선물했는데, 안사장은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한다.
술장사하면서 손님 부인에게 선물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그렇게 서로 편하게 지내던 안사장으로 부터 지난 주말 문자가 왔다.
6월30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놀라 전화를 하니 영업이 너무 안되어 문을 닫는단다.
보증금도 월세로 모두 반제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더 이상 답이 나오지를 않더란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음써주어 고맙다며 마지막으로 술한잔 대접할테니 들르란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막상 이런 소리를 들으니 참 마음이 울적했다.
그러니 본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얘기를 들은 집사람도 많이 아쉬워하며 한번 가봐야하지 않느냐면서 조언을 한다.
'그래도 당신한테 참 잘해준 사람인데 그냥 가지말아요.. 그동안 잘해준 것만 해도 꽤 될텐데...
에휴... 여유가 되면 한 백만원 정도 해주면 좋으련만...'
6월30일인 지난 월요일.
나에게 처음 그곳을 알게한 친구 김형수와 연락을 하여 골프초청모임을 대충 끝내고 밤 10시쯤 멤피스를 찾았다.
형수와 둘이 성의를 모아, 자녀들과 식사를 하든가, 어디 온천이라도 가서 쉬고 오라며 전별금을 전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마지막 날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로 그동안 마음 속에 쌓아왔던 정담을 나누고는 나올 때 술값 계산을 하려하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 그동안 두분한테 너무 고마워서 내가 모실려고 부른건데 이런 법이 어딨어요...
> 고맙긴... 우리가 고맙지. 1년에 너댓번 오는 사람한테 잘해줘서 우리가 고맙구만...
- 그래도 이러면 꼭 내가 마지막까지 장사하려고 부른거 같잖아...
>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지.
- 아까 봉투까지 주셨잖아요.
> 그건 그거고... 마지막 손님이 술값 안내고 가면 안되잖아. 나중에 좋은 일 있으면 그때 한잔 사요.
그때... 10년 이상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안사장이 눈물짓는걸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금 마음이 찡하다.
어제 안사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고맙다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걸 보면 자기가 그래도 복이 있는 모양이란다.
복이 있기는 젠장.... 철마다 한번 가는 사람을 손님으로 둔게 무슨 복이라고.....
멤피스.
언제든지 참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치 사랑방이 없어진거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안사장님... 그곳에서 아이 둘 다 교육시켰다고 하셨잖아요.
용기 내시고, 재충전하신 후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L^..
> 그건 왜?
- 부장님이 사시는거라면 양주 한병 그냥 드리고, 아니면 계산 달고...
> 내가 사는건데...
나와 함께 한 동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물음을 던진 안사장이
그 사람이 자리로 돌아온 후 양주 한병을 가지고오자 함께 한 사람이 사양을 한다.
> 아... 그만요.. 오늘은 이 정도로 됐습니다.
- 이건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겁니다.
> 서비스라도 난 오늘은 더 이상 못마시니까, 그거 키핑해놨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드리세요.
-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며 병마개를 따는 안사장을 보며 동행이 만류를 한다.
> 키핑했다가 나중에 이부장님 오시면 그때 드리라니까요...
- 네, 키핑할거예요.
> 근데, 지금 마개를 오픈하시면 어떻해요?
- 이거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드리면, 이부장님 성격에 키핑해놓은거라고 생각하고 공짜로 드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단 오픈해서 한두잔 따라놓고 나중에 오픈된걸 드릴려구요. 근데, 이제 또 언제 오실지를 알아야지...^^
그 집을 나와서 동행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아니... 얼마나 단골이시길래, 저렇게까지 생각을 해줍니까? 생각하는게 대단하네...
> 저... 이집 대충 계절 바뀔 때 마다 한번씩 오나... 아까 그러잖아요,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고...
친구 김형수의 손에 이끌려 한 10년 넘게 드나든 술집이 있다.
규모도 조그마해서 작은 룸 하나에 소파형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지하에 위치한 단란주점이다.
도산대로에 있는 한우리라는 고기집 뒷편의 작은 골목에 위치해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뜨이지도 않는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집이다.
워낙 작고 다니는 손님들만 다니다보니 손님끼리도 서로 얼굴이 대충 익고, 누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 까지도 알 정도다.
이곳에 들리다 어느 순간 안면을 트게되어 친하게된 ROTC 후배들도 생겼다.
이곳을 운영하는 안사장은 여자이지만 스케일이 아주 큰 여걸이다. (사실 안사장은 여걸이라는 표현을 무척 싫어하지만..)
손님을 단순히 술손님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술값에 연연하지 않고, 한마디로 통이 크다. 그러니 계절에 한번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잘해주지...
이 양반과는 참 마음으로 통하는 고마운 일이 많다.
한번은 년말에 후배들과 여길 들렀다가 후배 한녀석의 페이스에 말려 폭탄주를 과하게 마시고 넉다운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눈을 떠보니 내 앞에 전기히터만 하나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깨엔 여성코트가 둘러져있다.
지금이 대체 몇시야..??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이 넘었다. @>@...
- 좀 주무셨어요? 깨워도 일어나질 못하시는게 너무 취하신거 같아 그냥 주무시라고 놔뒀는데...
그러더니 기사를 부른다.
- 김군아... 너 이부장님 댁 알지? 수서... 좀 모셔다드리고 와.
> 아니... 됐어요.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 아니예요. 제 차 타고 가세요. 모셔다드리고 와. 난 여기 있을테니까.
> 아니... 그럼 같이 나가요. 나 내리고 들어가시면 되잖아...
그때 내게 들려준 안사장의 한마디를 난 잊지못한다.
- 지금 부장님 댁까지 가면 얼추 다섯시 반이 될텐데,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운동하러 나올 시간이예요.
새벽에 여자랑 같이 탄 차에서 내리는거 아파트 사람 누구 눈에라도 띄면 괜히 부장님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혼자 들어가세요. 그동안 난 가게 정리좀 하고 있으면 되니까...
집에 들어와 집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배려해주는 사람이 어딨냐며 집사람이 놀란다.
그리고 구정 즈음에 가까운 후배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그곳에서 하면서, 오랫동안 너무 잘해주어 고맙다며
집사람이 떡바구니와 옷을 한벌 선물했는데, 안사장은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한다.
술장사하면서 손님 부인에게 선물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그렇게 서로 편하게 지내던 안사장으로 부터 지난 주말 문자가 왔다.
6월30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놀라 전화를 하니 영업이 너무 안되어 문을 닫는단다.
보증금도 월세로 모두 반제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더 이상 답이 나오지를 않더란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음써주어 고맙다며 마지막으로 술한잔 대접할테니 들르란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막상 이런 소리를 들으니 참 마음이 울적했다.
그러니 본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얘기를 들은 집사람도 많이 아쉬워하며 한번 가봐야하지 않느냐면서 조언을 한다.
'그래도 당신한테 참 잘해준 사람인데 그냥 가지말아요.. 그동안 잘해준 것만 해도 꽤 될텐데...
에휴... 여유가 되면 한 백만원 정도 해주면 좋으련만...'
6월30일인 지난 월요일.
나에게 처음 그곳을 알게한 친구 김형수와 연락을 하여 골프초청모임을 대충 끝내고 밤 10시쯤 멤피스를 찾았다.
형수와 둘이 성의를 모아, 자녀들과 식사를 하든가, 어디 온천이라도 가서 쉬고 오라며 전별금을 전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마지막 날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로 그동안 마음 속에 쌓아왔던 정담을 나누고는 나올 때 술값 계산을 하려하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 그동안 두분한테 너무 고마워서 내가 모실려고 부른건데 이런 법이 어딨어요...
> 고맙긴... 우리가 고맙지. 1년에 너댓번 오는 사람한테 잘해줘서 우리가 고맙구만...
- 그래도 이러면 꼭 내가 마지막까지 장사하려고 부른거 같잖아...
>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지.
- 아까 봉투까지 주셨잖아요.
> 그건 그거고... 마지막 손님이 술값 안내고 가면 안되잖아. 나중에 좋은 일 있으면 그때 한잔 사요.
그때... 10년 이상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안사장이 눈물짓는걸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금 마음이 찡하다.
어제 안사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고맙다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걸 보면 자기가 그래도 복이 있는 모양이란다.
복이 있기는 젠장.... 철마다 한번 가는 사람을 손님으로 둔게 무슨 복이라고.....
멤피스.
언제든지 참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치 사랑방이 없어진거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안사장님... 그곳에서 아이 둘 다 교육시켰다고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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