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1일 문을 연 샤브미를 접기로 했다.
2년 4개월, 28개월만이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전혀 경험도 없던 상태에서 처음으로 벌렸던 일.
때문에 준비단계에서 부터 시행착오도 많았고, 또 그만큼 애정도 많이 기울였던 [샤브미].
나름대로 단골도 생기고, 맛에 대해 인정도 받았지만, 늘 갈등도 많았다.
[저렴한 가격]과 [좀더 나은 서비스].
이 두가지를 모두 추구하기가 결국은 힘에 부친 것이다.
직장인을 의식하다보니 가격을 다른 곳에 비해 낮출 수 밖에 없었고,
음식만 배달하는 다른 곳과 달리 손님들에게 일일히 기본서빙을 하다보니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샤브샤브를 즐겨 드시는 일부 손님들께서
'다른 곳에 비해 맛있고 양도 많으면서 값이 너무 싼데 이렇게해도 남아요??' 하고 걱정(?)을 해주셨는데,
씁쓸하게도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떻해서든 유지를 해보려고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해봤다.
가격을 올리는 방안, 원가 절감을 위해 양을 줄이는 방안, 또, 서빙을 생략하고 인원을 줄이는 방안 등등...
하지만, 어떤 형태로 바뀌건 그런 것들이 결국 그동안 샤브미를 즐겨찾고 아껴주신 분들에게 대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실망을 안겨 줄거라는 생각을 하니, 차라리 깔끔하게 문을 닫는게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내가 다른 일에 투자를 하여 일주일에 이틀 자리를 비우면서
직원들의 근무태도와 서비스 자세가 흐트러진 것도 무시 못할 이유가 된거 같다.
서비스업은, 제대로 조직화 되기 전 까지는 주인의 관심이 중요하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지난 달부터 백점장이 다시 복귀하여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무진 노력을 했지만,
동시에 많은 인원이 교체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가 무척 힘들었다.
때문에, 이제 계절이 바뀌고 날이 더워지면서 더운 음식인 샤브샤브의 선호도가 떨어질 때인 지금 이 시점이
진퇴를 결정할 적기라는 판단이 든 것이다.
샤브미를 접을 생각을 하며 아쉬운 것이 있었다.
하나는, 그동안 그래도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었고,
그로인해 많은 교분을 쌓을 수 있었는데 그런 기회의 장이 없어진다는 것이 아쉽고,
그보다도 내 마음을 못내 착찹하게 만드는 것은,
부모님이 그동안 샤브미에서 가지셨던 친구분들과의 모임의 장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자식이 하는 곳이니만큼 디저트꺼리도 가져오셔서 편하게 드시는 등,
부담없이 편하게 생각하셨던 사랑방과 같은 공간을 빼았는거 같아, 그게 영 마음에 걸린다.
월요일 오후에 직원들에게 공지를 했다. 각자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그리고, 직원들이 새로운 일터를 찾아 떠나는 추이를 보며 영업마감일을 정하려 했는데,
홀직원 한명이 바로 다음 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퇴직하고,
근무자세가 불성실하여 속을 썩이던 한명은 어제부로 해고했다.
그리고, 한명은 원래 이달 말까지만 근무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달이 지나면 홀에는 점장만 남게 된다.
그래서 부득불 이번 주까지만 영업을 하고 마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직원들은 한달간의 말미를 주고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그동안 애써준 직원들에게 나름대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아쉬움과 착찹함... 그리고,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폐업 후의 홀가분함 까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샤브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계시고, 또 자주 찾아주시던 분들에게도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 내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샤브미 오픈 준비단계에서, 젓가락 하나부터 모든 것을 챙겼던 백점장이 결국 문닫는 마무리까지 맡게 되었다.
그동안 몸도 많이 안 좋았고, 그래서 몇번 잠시동안 샤브미를 쉬기도 했지만,
어려울 때 마다 나의 부탁을 받아 샤브미를 버티게 해준,
나보다도 더 샤브미에 애정을 갖고 헌신한 백은경 점장.
이제 한명 남은 직원과 주말까지 샤브미를 지키는 것도 그의 몫이 되었다.
그에게 많은 빚을 진다는 생각이다.
나에게는 참 소중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