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2004년 11월 30일이 백점장이 처음 나를 찾아 온 날이다.
12월 22일 오픈을 예정하고, 15일부터 정식 출근키로 했음에도,
백점장은 12월 2일부터 출근을 하여 난방시설 하나 제대로 없는 냉방에서 돌돌 떨며 오픈을 준비했다.
사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단정한 용모와 친근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지만,
너무 여려 보여 점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특히, 식당은 처음인 나였기에 이것저것 내가 궁금한걸 알려줄 수 있는 경험도 필요했는데,
나는 그가 나름대로 경험이 좀 있는걸로 알았다.
그런데, 모르는게 약이라 했던가...
그가 샤브샤브 뿐 만이 아니라 요식업 경험이 두달에 불과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나는 직장생활 후 만난, 가장 좋은 파트너와 함께 일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예정 납품일보다 약 보름정도 늦게 가져온 240만원짜리 샤브미 간판을 100만원에 납품을 받아 나를 놀라게 한 그는,
샤브미의 모든 것을 거의 혼자 다 꾸려나갔다.
납품업체의 선정은 물론, 식자재가 납품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될 시는 책임자를 불러 질타를 하기도 한다.
사실 나와 만난 처음 100 여일 동안 그는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일이 힘들었다기 보다, 내 등쌀 때문이다.
처음 식당을 하는 나로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 대상은 어쩔 수 없이 점장이었기에,
내가 믿을 수 있게끔 나와 동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조직생활 경험이 없었던 그로서는,
기업체에서 20년간 정형화된 틀이 몸에 배었던 나의 기준을 맞추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필요 이상으로 그에게 까탈스럽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용케 잘 버텨 준 그가 후에 한 말이 있다.
'사장님... 왠만한 사람은 그렇게 하시면 다 도망가요... 저니까 참고 있었지..'
난 그 말에 동의한다.
백점장은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우선, 영리하다. 그리고, 상당히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단이 있다.
책임감이 강하며, 늘 솔선수범 한다.
샤브미가 오픈한 직후, 추운 겨울 아침 혼자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화장실 청소는 늘 자기가 직접 했다.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가치관도 뚜렷하다. 내가 그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주인이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직원들의 불편한 생각을 주인에게 정확히 전달했던 그가 9월말에 샤브미를 떠났다.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게 아니라, 집에서 쉬면서 심신을 추스리는 시간을 갖고 싶은거다.
샤브미에 있는 동안 종합병동이라 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아, 내 욕심만으로 더 이상 붙잡을 수만은 없었다.
오랜 직장생활로 원칙을 중시하던 나의 각진 부분들을 둥글둥글하게 마모시켜 주던 그는
내가 직장생활을 마친 후 새롭게 만난, 나에게 가장 큰 신뢰감을 안겨 준 두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사람을 보는 눈 부터, 나와는 묘하게 일치하는게 많았던 그의 새로운 앞날이 그가 계획하는 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한가지, 언젠가는 샤브미를 떠날 날이 올 것이고, 그 날이 오면 무척이나 서운하고 섭섭할거 같았는데,
이상하리만큼 의외로 내 마음이 차분하다.
실질적인 샤브미의 관리자였던 그가 샤브미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샤브미가 꼭 필요할 때는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백점장이 퇴직이 아닌 휴직이라고 이야기하고,
지금도 내가 판단이 어려운 일은 그에게 전화를 한다.

동생처럼 대해준 백점장에게 재원이는 많은 애정을 가졌다.
백점장이 쉰다는 말에 재원이가 준비한 케익. 2년간 함께 했다하여 초가 두개다.
원래는 영업을 마치고, 테이블에 함께 모이려 했는데, 재원이의 일정이 바빠 주방에서 간단히 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