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샤브미 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 점장 :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장님... 저 오늘 안 나갈래요.

(어~~~ 뭔소리...???  평상시의 대화형식에 의하면, '안 나가면 안돼요?' 가 맞는건데...)

> 나 : 왜?? 무슨 일이 있나??
- 점장 : 아뇨.. 그냥 답답해서 바닷가 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고 싶어요.

> 나 : 혼자 ??
- 점장 : 그럼 혼자 가지... 누구랑 같이 가요??

> 나 : 지금 어딘데 ?
- 점장 : 고속도로 접어 들었거든요...

(평소 이런 친구가 아닌데...  이렇게 무책임하고 즉흥적인 사람이 아닌데...  오죽하면 이러겠나...)

며칠동안 직원 둘이 없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나 싶었다.
그러다 일단 새로 채용을 하고, 새로 온 직원들이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 마음이 놓이진 않지만,
그래도 토요일이라 손님이 없을거 같으니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었나보다....

(그래...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지 않겠나... 기계도 아니고... 본인도 월요일 부터 새로워지고 싶을게야...)

- 점장 : ... ... 사장님... 그럴께요...
> 나 : ...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 점장 : 근데, 사장님 지금 어디세요?  집이시죠??
> 나 : 집에서 나왔는데...

- 점장 : 그럼.. 정말 그래도돼요?
> 나 : 그렇게 해...  모처럼 홀가분하게 머리 좀 식히고 오렴.
.
.
.
- 점장 : 아~~참~~~  사장님~~~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세요???   오늘 만우절이잖아요.

> 나 :  @<@~~~ !$^%*&^(*))^%@$@#^...  (우이~씨~~~ 이런.....)
- 점장 : 어쩜 그렇게 쉽게 그러라고 대답을 하세요???   안된다고 해야 계속 고집을 피울텐대... 재미가 없잖아요.

> 나 : ... ... 으이그~~~  (궁시렁~~~ 궁시렁~~~)
- 점장 : 그런데, 정말 가도 돼요~~???



샤브미에서 만나서,
끝까지 시치미떼고 가는 걸로 하고 가게에서 기다리지 그랬냐고 물으니,
그럴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자기가 안 나오는줄 알고,  
혹시 내가 다른 약속이 있는데도 취소하고 가게로 나오는거 아닌가... 걱정이 돼서 더 이상 거짓말을 못 했단다.

고양이,  쥐 생각 많이 해줬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럴까 싶었다고 하니, 돌아오는 답이 한술 더 뜬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거예요...  제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바닷가를 가요?
 제가 그렇게 무책임한 바보예요???  근데, 정말 갈걸 그랬나...'


후후...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점장도 모르는게 있다.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니, 내가 그 말을 믿었지...



어찌됐든,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오늘 누구를 멋지게 한번 넘겨보나 생각했었는데,
얼떨결에 아침부터 내가 당하고 말았다.

가볍고 즐거운 거짓말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던대...  오늘 활력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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