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현장'에 해당되는 글 177건

  1. 2010.07.01 마음을 읽어주면 고맙다
  2. 2010.04.19 심란한 1주일이 될거 같다. 2
  3. 2009.08.27 조명공사를 마친 까사미오 4
  4. 2009.08.21 까사미오의 와인 캐리커쳐 전시 4
  5. 2009.07.21 새까만(?) 후배들의 흐뭇한 방문 1
  6. 2009.07.17 까사미오에 나타나신 산신령 4
  7. 2009.07.08 뿌듯... 버티는 청량제 4
  8. 2009.06.22 몰핀 두방을 맞은 날 8
  9. 2009.05.22 새벽 2시를 넘긴 tobanart 님과의 정담 2
  10. 2009.05.20 같은 곳에 대한 다양한 시각 2
  11. 2009.05.19 두루두루 환영환송회를 겸한 회식 2
  12. 2009.03.21 나름 인정받은 것 같은 흐뭇함 2
  13. 2009.03.17 까사미오 주인은 악덕 기업주
  14. 2009.03.09 에휴~~ 이놈의 성격하고는...
  15. 2009.02.24 당당한 젊음이 아쉽다
  16. 2009.02.19 대우받는 고객은 행동이 다르다.
  17. 2009.02.13 자낭화님과 베가님의 까사미오 내방 3
  18. 2009.02.11 까사미오에서의 행복한 사명
  19. 2009.01.23 매출이 많아서 애매해지는 경우
  20. 2009.01.19 아쉬웠던 희정님의 까사미오 방문
  21. 2009.01.09 대우받기 그리고 대우하기 4
  22. 2009.01.07 서비스업을 하겠다고?? 먼저 부귀영화를 버려라. 2
  23. 2008.12.30 까사미오의 희망과 우려
  24. 2008.12.26 이런 상황이 도움이 될라나...???
  25. 2008.12.24 의식없이 이루어진 일은 너무 억울하지않은가... 6
  26. 2008.12.19 무료서비스가 뭐길래... 4
  27. 2008.12.11 까사미오 지킴이 재형氏가 떠난다. 4
  28. 2008.04.17 바람잘 날이 없다... 17
  29. 2008.03.18 샤브미는 이제 정말 추억 속으로... 29
  30. 2008.03.06 샤브미 재활용??? 7




지난 토요일
월드컵축구 16강전 [대한민국 vs 우루과이] 경기 때
오랜만에 까사미오에서 이벤트를 했다.

까사미오의 빔프로젝트에 이상이 있어 활용할 생각을 못하다가
16강 진출 후 부랴부랴 동생 회사의 고장난 빔프로젝트를
거금(?)을 들여 수리하여 교체를 했다.
혹시 4강까지 가지않을까 해서...


손님들끼리 저 포스터를 보며 주고받는 대화내용.

"득점시래.. 그래 아무래도 이기긴 힘들다고 본거지.."
"현실적이네."


생색내기용이 아니란걸 인정받은거 같아 흐뭇했다. 
:

모든 자영업이 다 그렇겠지만, 경기가 안좋으면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인건비다.
때문에 어려울수록 인건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다.

까사미오도 그렇다.

서빙은 평일 2명, 주말 3명이던 직원을 한 명씩 줄여 평일엔 한명이 일하고, 주말엔 두 명이 일하고 있다.
모두 대학생인데, 그것도 월~수요일은 12시까지만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한다. 다음 날 수업 때문이다.
그 이후는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

주방은 두 명이 근무하는데, 사실 요즘 같으면 한 명이라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주방에 두 명을 고수하는 이유는, 갑자기 손님이 밀려올 경우, 예약손님이 많을 경우,
그리고, 혹시라도 유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홀의 경우 유고가 생기면 나라도 나서면 되지만, 주방의 경우는 하던 사람이 아니면 안되기에 예비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내가 메뉴 조리까지 익히면 되지않느냐면 할 말이 없지만...

대학생을 고용하다보니 분기에 한번 꼴로 난감한 경우가 생기는데, 이번 주가 그렇다.
시험기간인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시험기간만큼은 시험공부  때문에 근무가 어렵다는데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번 주의 절반은 나 혼자 서빙을 해야 한다.

이번 주 토요일 주방 이모 아들의 혼사가 있다.
때문에 금요일과 토요일 출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진즉에 전해왔는데,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녀가 결혼하기 전 날 자정까지 일을 할 수도 없고,
또 결혼식을 마치고 정리할게 또 얼마나 많겠는가. 
앞서 얘기한대로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한 명이면 족한 주방인력을 두 명으로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그런데, 지난 주말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주방에서 일하던 총각이 출근을 안한 것이다.  단순히 출근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연락도 두절이고 자기 짐도 어느 새 정리를 해갔다.

이 친구는 월초에 퇴직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는데, 그때는 월말까지는 일을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슬그머니 자기 짐을 정리하여 그만 둔 것이다.
주말 이틀동안 이모가 출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조금 바쁘게 돌아가는 주말 주방을
혼자 맡을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거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십대 후반이면 그렇게 생각없는 나이는 아닐텐데...


샤브미 때 부터 아무 이야기도 없이 월급여를 받은 다음 날 부터 출근하지 않는 직원을 종종 겪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요식업소에서 직원들 첫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감하고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한 부분은 직원 퇴직시 추후 지급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방식을 사용하라고 오래 전에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쪼잔해지는거 같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럴 때 마다 그 말이 생각난다. 결국 불신이 불신을 키우는 셈.


그나저나.. 이번 주말은 어쩌지...
주초에 사람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주말에 혼자 일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자녀 혼사를 치루는 사람을 결혼식만 참석하고 출근하라 그럴 수도 없고... 

주초엔 홀이 비고, 주말엔 주방이 비고...
이래저래 심란한 일주일이 될거 같다.
:

지난 7월16일 토반아트님이 까사미오에 들러 조명에 대한 조명을 해주신지
한달하고도 정확히 1주일이 지난 지난 일요일, 드디어 조명공사를 했다.

얘기 나오고 한달 이상을 끈 이유가, 게으른건지 생각이 많은건지 나도 모르겠다.
뭐 굳이 핑계를 댄다면, 재원이의 출국에 필요한 준비 - 인터넷전화기 신청, 환전, 짐 꾸리기... - 로 바빴고,
어머니 팔순도 있었고, 영등포에 벌려놓은 일에 신경쓰이는 커다란 변수가 생기는 등,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게다가 조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존 환경에 어울리면서도 색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조명기구를 선정한다는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워낙 종류가 많다보니 카탈로그를 보면 볼수록 비전문가의 머리 속은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고.

몇가지로 압축한 후, 최대한 상상력을 살려 각각의 조명이 매달린 분위기를 나름대로 연상해보고 결정을 했다.


먼저 기존 까사미오.




이게 까사미오의 원래 모습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조명을 최대한 밝게한 모습인데, 실제로는 이것보다 다소 어두운 상태를 유지했으며,
특별히 강조되는 부분이 없이 홀 전체가 동일한 톤으로 관리됐다.




 조명공사 후.

일률적으로 홀과 룸 전체를 밝히던 할로겐 램프를 모두 없애고,
테이블마다 펜단트 조명을 설치하여 테이블이 독립공간의 느낌이 들도록 했다.

홀 사이드의 정사각형 테이블에 원형 펜단트를 설치함으로써,
테이블 중앙에 생기는 원형 그림자로 인해 테이블이 흐트러진 후에도 위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구멍이 뚫린 갓의 그림자로 인해 단조로운 벽면에 무늬효과도 연출.

홀 가장자리의 곡선형 펜단트와 대비시키기 위하여,
홀 중앙은 직사각형 테이블 임을 감안하여 테이블과 수평으로 막대형 조명을 생각하였으나,
막대형 펜단트가 두줄로 내려올 경우 펜단트 줄로 인해 홀의 중앙이 너무 어수선해 보일거 같아
부득이 한 줄짜리 사각 망사등으로 결정.         




6명 이상의 단체손님이 자리하는 벽과 룸의 경우, 테이블에 고정된 펜단트 조명이 
테이블의 가변적 세팅에 불편함을 초래할거 같아 천정부착형 반사등으로 설치.




종전에 홀 중앙에 있던 날개등을 입구로 옮겨 놓으니
전구로 인한 주광색 효과로 종전 백색 할로겐 램프에 비해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거 같다.


전반적으로 종전에 비해 tone down 되어 아늑한 느낌이 들긴 하는거 같은데,
까사미오를 찾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분위기가 아늑하다고 좋아하실지, 종전이 부담없었는데 너무 어둡다고 불편해하실지... 


여기에 색다른 관점에서 내가 흥미롭게 관심을 갖는게 하나 있다.

까사미오는 캐쥬얼한 분위기를 표방하다 보니 일부 손님들의 경우 다른 손님들께 미안할 정도로
너무 소란스러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간간히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떨지가 무척 궁금하다.

사람의 심리가 묘해, 소주집에서는 왁자지껄 하고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다가도,
분위기 무겁게 깔거나 카펫 깔아놓으면 괜히 위축되지 않는가. 

왠지 종전보다는 시끄러운 분위기가 좀 가라앉을거 같은데, 과연 내 생각대로 될까...
아님, 내가 너무 순진한 기대를 하는건지...


변화의 단초를 주신 토반아트님의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L^..




:


월 하순 쯤이었나보다.
재원이가 군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람과 함께 까사미오를 찾아왔다.

와인병에 캐리커쳐를 그린 작품을 까사미오에 전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방문 목적의 요지인데,
까사미오로서도 좋은 퍼포먼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제, 상명대학교 만화학과와 에니매이션학과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작품으로 전시가 시작되었다.




전시회 작품을 만들어준 작가 소개.

모두 상명대학교 만화학과와 에니매이션학과 재학생이며, 맨 우측에 다소곳한 포즈를 취하고 계신 분이
이 학생들의 전시회 준비를 지도하여 주신 이호 선생님.

나도 얼결에 졸지에 축사까지 한마디 하게됐다.

이번에 까사미오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16점인데, 내가 봐도 상당히 흥미롭다.
작품 중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몇 점을 소개하면...

   

작품명이 있지만,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제리나 졸리, 말론 브란도, 비, 김제동. 

이 중 내가 가장 감탄한 작품은 [말론 브란도]의 캐리커쳐.
툭 튀어나온 앞이마와 퀭하니 들어간 두 눈, 그리고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양 볼과 입의 특징이
잘 살아났는데, 특히 튀어나온 이마의 느낌이 와인병의 곡선으로 인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복근까지 묘사한 비도 재밌다.

오브제 캐리커쳐라고 하는 이 작품들은 종이에 그려 붙인 것이 아니라,
특수물감을 사용하여 와인병에 직접 그린 것으로 물에 젖거나 하더라도 지워지지가 않는단다.


전시내용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는 가운데,[샘플로 사장님과 부사장님의 캐리커쳐도 준비해 보았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의아했었다.  부사장은 누굴 말하는거야...

그 의문을 풀어준 샘플작품.

졸지에 부사장이 되버린 재원이.

까사미오 직원들이 바로 "어~~ 사장님이네.." 하는걸 보니, 내 특징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럼 작품이 잘 됐다는 반증 아닌가.
손에 들고있는게 언뜻 포크인가 싶었는데, 와인잔이다.  와인가게 주인장이라고...

상당히 놀라운건, 
단순히 평면적인 그림이 아니라, 단추라든가 주름 부분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
아무튼 이제 평생 보관해야할 와인이 생겼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여자친구의 생일 등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좋아하는 와인을 선정하여 미리 사진을 보내주면,
까사미오에서 학생들과 제휴하여 일정에 맞춰 위와 같은 와인 캐리커쳐를 준비함으로써
고객이 까사미오에서 연인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는... 


까사미오를 전시장소로 선택해준 학생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열정적인 작품활동으로 캐리커쳐 분야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큰 무대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고, 그때 이렇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캐리커쳐를 배우던 학생시절에 강남에 있던 와인집에서 처음 전시회를 했었는데,
 그 집 이름이 뭐였더라..   까사미오던가...
 그때 그 집 사장은 우리가 만들어준거 아직도 갖고 있을라나 몰라...  따서 마셔버린거 아냐..??"


아마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L^.

:

연그린 후배인 조영준이 까사미오를 들렀다.
인사를 시키는데 YRC 후배란다.



지금 1학년과 2학년들이라니 지연이보다도 4년이 어린건가...


재원이가 아이디어를 낸 까사미오 panel 방명록에 자취를 남겼다.  

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선배라는 호칭으로 불려진다는게 참 이상하면서도 흐뭇하다.
나이를 먹는구나...



:

- 이 펜단트가 까사미오 조명이냐?
> 아니옵니다.

- 그럼 이 백라이트가 까사미오 조명이냐?
> 그것도 아니옵니다.

- 그렇다면 이 야외등이 까사미오 조명이냐?
> 아니옵니다. 밋밋한게 까사미오 조명입니다.

- 에라~~ 이 한심한 놈아..  이 조명 몽땅 가지고 가라.



토반아트님이 또 까사미오를 찾아주셨다.
오늘은 처음에 함께 오셨던 하소장님(왼쪽)께서 극구 까사미오에 가자고 제안을 하셨다는데,
꼭 한분이 우기신다고 이렇게 오셨겠나...


토반아트님만의 독특한 후배사랑법.

처음 들르셨을 때는 환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하셨다.
어제도 그 부분을 상기시키시면서 일행에게도 문제점을 지적해보라고 말씀하신다.

처음 함께 오신 최소장님(가운데)께서 조명에 대한 말씀을 꺼내신다.
와인집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조명이 아니라는...  조명이 너무 밋밋하고 특징이 없다는 지적이시다.
조명만 잘 활용해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신다.

하소장님도 같은 의견이신데, 몇가지가 덧붙여진다.
까사미오라는 상호, 와인주막이라는 별칭, 조명을 비롯한 와인집으로서의 실내분위기,
또 주막이라는 개념과 안주의 종류, 게다가 주인으로서 나의 이미지까지 모두가 부조화라는 것.
듣고보니 생각지못했던 예리한 지적이시다. 

토반님도 곁들여주신다.
창밖 외부 가든의 조명도 조명 자체가 빛을 발하는 것 보다 조명으로 인해 나무가 파랗게 돋보이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12만원 정도로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단다. 

전체적으로 200만원 정도의 조명 투자로 분위기를 확연히 변모시킬 수 있다는 말씀들이신데,
문제는 조명기구를 구입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어떤 형태로 꾸미느냐 하는 노하우의 문제.
나는 머리 속이 비어있으니...

조명개선으로 매출 10% 오르면 1% 주겠느냐는 토반님의 딜.
매일 오셔서 와인 드시고 가시라는 말씀에 현금이 필요하시단다. (물론 웃자고 하신 말씀.^^)


문제 제기만 해놓고 그냥 이렇게 가시면 어쩌냐며 매달렸다.

차에 오르며 토반님이 남기신 말씀.
"전화 해.  같이 을지로 조명상가에 나가보자구.  디자인비는... 이렇게 얘기꺼내놓고 어떻게 받아.."

ㅋㅋ~~  토반 선배님.. 스스로 후배에게 엮이셨다.
여지껏 이렇게 구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대안을 제시해주신 분이 없었는데,
하는 업에 관련된 일이라고 누구나 이렇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게 아님을 안다.

정이 많은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관심과 배려.
토반아트 선배님.. 선배님의 애정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머지않은 날에 까사미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나도 사못 기대가 크며 참 궁금하다.

:
- 무슨 일 하시는지 물어봐도 돼요?
> 가게에서 일하는데요.
- 무슨 가겐지 물어봐도 돼요?
> 와인가겐데요.
- 어디 있어요?
> 강남 교보타워 후문 앞에요.
- 어.. 거기 이름이 뭐예요?
> 까사미오요.
- 어머..  (카운터를 돌아보며) 언니~~ 거기가 손님들이 피자 맛있다고 얘기한데 아니예요??
  그 집 피자 맛있다고 소문났던데..  거기서 일하세요??  한번 가봐야겠네..

헤어샾에서 머리를 만져주던 헤어디자이너와 나눴던 대화라고 재원이가 들려준 내용이다.

재원이가 이 이야기를 들려준 포인트는 까사미오가 그렇게 알려졌다는데 자기도 놀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한 포인트는 달랐다.

집사람에게 그랬다.
"에구~~ 저 쑥맥...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학생이라고 하던가, 어학원에서 일한다고 그러면 되지,
 가게에서 일한다는건 또 뭐야.."
집사람도 그런다. "그리고, 이왕이면 와인바라 그러지, 촌티나게 와인가게는 또 뭐고..." 



지연이 선배들의 모임이 까사미오에서 있었다.
그 모임에 함께 했던 지연이가 놀랐다며 들려준 이야기.

한 선배가 뒤늦게 연락이 된 선배와 통화를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너 빨리 와라.
> 어디들 있는데?
- 강남에서 와인 한잔하고 있어.
> 강남??  강남에 유명한 와인바가 있는데...
- 그건 모르겠고, 우린 교보타워 뒤에 있다.
> 교보타워 뒤??  그럼 까사미오에 있는거야?
- 어? 어떻게 알아?
> 거기 유명한데야.
- 그래??  여기 지연이네 가게라는데...
> 뭐?  까사미오가 지연이네 가게라고??
- 그럼.. 넌 지연이네 가겐줄 모르고 유명하다 그런거야?
> 지연이네 가겐줄은 전혀 몰랐지.  근데 거기 와인 좋아하는 애들은 다 알아.



블로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힘들어도 버티자.
이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알게 모르게 높아졌다는데 행복해하자.

근데, 언제 이렇게 됐지???
:
여행만 다녀오면 숙제부담이 크다.
사이판에 잠깐 다녀온 - 머무른 기간으로 딱 3일에 불과한 - 이야기를 남기는데 근 2주가 걸렸다.
생각해보면 대충 올려도 될걸 뭘 그리 세세히 올리려고 하는지...  이것도 병이다.
삼일의 이야기를 언뜻 3개월 있었던 것 처럼 읊어대니 어찌보면 일종의 사기이기도 하다. 

하여간 사이판 이야기하느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 숙제를 끝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요즘 경기가 참 안좋아 많은 사람들이 심란할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하지만, 문득 문득 생각지않은 일들이 생겨 그런 어려운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해준다.




5월 중순에 다녀가셨던 토반아트님이 다시 까사미오를 찾아주셨다.
5월말에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다녀오신 후 다시 찾아주신 것.
회사가 강남인 비즈니스 관계이신 분과 오셔서 "여기 자주 들러달라." 고 고마운 부탁까지 하신다.
까사미오를 도와주시려고 일부러 함께 찾아주신 것.  

사무실 근처의 자주 다니시던 와인바가 문을 닫지만 안았어도 까사미오를 안왔을거라며,
"그 집이 다시 문을 열면 여기 안올거라." 는 말씀 속에 후배에 대한 선배님의 정겨운 마음이 느껴지는듯 하다.
(이게 겁을 좀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너무 속마음 관리를 못해 진짜 짤리는거 아닌지...^^)


같은 날 반가운 얼굴을 또 까사미오에서 만났다.



샤브미에도 오셨었고, 까사미오도 몇번 찾아주셨던 굘님.
지난 4월에 결혼한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결혼한 휘앙새와 함께 까사마오에 오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몇번 까사미오에 들렀었다는데 내가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느라 보질 못했던 모양이다.
결혼 후 행복한 모습으로 와인을 마시는 그 모습만으로도 내겐 커다란 즐거움이다.



느즈막히, 그것도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으로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고 정을 나눌 수 있다는게 참 고맙다.
특히나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편치 못할 때 생각지도 않던 분들의 관심은 큰 기쁨으로 다가오고,
그것이 곧 격려가 된다.     

뜻대로 안되어 웃음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뜻하지않았던 일로 웃음을 찾기도 하는거.
삶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언젠가는 살만한 일도 생길거라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기다려보자.
:
- 손님이 사장님을 찾으시는데요..
> 남자분이야?  여자분이야??
- 남자분이세요.

잠시 사무실에 있는데, 9시반쯤 까사미오에서 전화가 왔다.

남자..??  나를 왠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나한테 직접 전화를 할텐데...
올라가보니 남자 세분이 앉아계신데, 그중 한분이 낯익다.




- 저... 혹시 드림위즈에서 블로그를 하시지않나요?
> (미소와 함께) 알아보시네...^^
- 아~~  선배님 맞으시군요...

블로그에서 왕래가 잦은 tobanart 님이 찾아주셨다.
토반아트님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우연찮게 나보다 ROTC 4년선배 되신다는걸 알았는데,
우측에 계신 분도 토반아트님 블로그의 주요 등장인물로 기억에 남는 분이다.
좌측에 계신 분은 뉴질랜드로 이민가신 토반아트님의 친구분으로 잠시 들어오셨단다.

함께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건물의 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듯 하더니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동구권의 사회변천과정을 거쳐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이야기로 돌면서
곁가지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가더니, 미국 줄리어드 음대 강효 교수에 관한 이야기.. 
거기서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파생되는가 싶더니, 그게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의 주제로 넘어가고, 다시
삼국시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급기야 거란과 송나라 그리고 고려와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까지...
아~ 정말 식견과 입담들이 대단들 하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끝에 시계를 보니, 어이쿠~~~  2시반이 넘었다.
까사미오가 간혹 드물게 술이 많이 취하신 분들로 인해 1시가 넘더라도 1시반을 넘긴 적은 없는데,
지난번 자낭화님과 배가님이 오셔서 2시를 넘긴 이래 두번째다.
그러고보면 블로그 친구분들과 알게모르게 쌓인 속정이 꽤 깊은 모양이다.
아님, 블로그를 통해 넘나들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게 그만큼 많았던건지도.


비까지 오는 날 늦은 시간에 일부러 다리건너 강남까지 찾아주신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런 방문이라 놀라움이 더 컸는데, 거기에 세분이 보너스까지 주셨다.

시카고컷 피자를 드시고 세분이 곁들여주신 덕담.
- 피자 정말 맛있네..
- 어.. 이 피자는 정말 놀라운데...  뉴질랜드에서도 이런 맛은 못봤는데..
- 여지껏 다니면서 먹어본 피자중 제일 맛있는거 같아. 재료가 뭔가요??

일부러 찾아주신 토반아트 선배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 뵈었음에도 5시간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마음을 열어주신 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와 까사미오가 이렇게 또 즐거운 인연이 만들어주었다.

:
[고객1]  찾는게 없네요.

젊은 여성 두분.   와인리스트를 들여다보더니 나간다.


[고객2]  가격이 많이 올랐네...

젊은 남녀 커플.   역시 와인리스트를 살피더니 나간다.
납품가격 인상으로 19000원이던 와인이 메뉴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21000원하는 와인이 들어앉은 것을 확인한듯.


[고객3]  비싼거 없나??

40대 초중반의 남자 두분.   와인리스트는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제일 비싼게 얼마냐고 묻는다.
65000원이라는 말에 왜 싼 것만 있냐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른 곳에서 11만원이라는 말에도 비싼 것좀 갖다놓으라며 나간다.


[고객4]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세요?

30대 중반의 남자 두분.   회계처리에 대한 내용과 납품증빙에 대해 묻더니 무자료거래에 대해 운을 뗀다.
그런건 알지도 못한다고 하니, 와인가격이 하도 싸서 해본 소리란다.


[고객5]  저는 이제 여기 밖에 모릅니다.

30대 중반 단골 남자분.   까사미오 가격을 보고 다른데 가서는 와인을 못 마시겠다며.



비싸도 문제  싸도 문제다.

:
작년 12월 재형氏가 떠난 후 까사미오에는 인원 변동이 많았다.
재형氏의 자리를 병일氏가 굳건히 메워주었고, 2월에는 주일이가 대학에 복학하느라 떠났다.
주방에서도 재영氏가 떠나고 승종氏가 대신하고 있다.
(누군 氏를 붙이고 누군 왜 이름만 부르냐고??  아직 학생은 이름불러도 되지 뭘...)

그런데, 재형氏 환송회 이후 제대로 환송환영회를 하지 못했다.
2월중에 한번 했어야 했는데, 재영氏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미루다보니...

그러던 중 병일氏가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까사미오를 떠나게 됐다.
그래서 겸사겸사 간만에 회식을...

영업시간 특성상 토요일 영업이 끝나고 시작된 회식.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요일 새벽 1시에 세꼬시집에서 시작된 1차가 끝난 시각이 4시쯤.

그리고 이어진 2차.
함께 참석한 재원이에게 평소 찾는 노래방 문 닫았는지 확인해보라니, 문 닫으려고 청소하고 있단다.
미안하지만 시치미떼고 들이닥쳤다.  평소 안면이 있는지라 고맙게도 웃으며 받아준다. 





이때는 한바탕 광풍이 몰고간 다음이다.

이날의 핫 이벤트는 [수류탄酒].
캔맥주 하단에 작은 구멍을 뚫어 손가락으로 막은 상태에서 약간 흔들어
부글대는 압력을 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짧은 시간 살짝 살짝 들어 조금씩 방출한 뒤
구멍에 입을 댄 상태에서 캔맥주 상단의 캔 꼭지를 따는 방법이다. 
[수류탄주]라는 이름도 캔 꼭지를 따는게 마치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이게 설명만 들어서는 뭔지 잘 이해가 안간다.
남이 하는걸 보더라도, 구멍에 입을 대고 캔 꼭지를 따는 순간
두눈의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며 목젖이 정신없이 요동치는 상태에서 맥주캔에서 입을 떼지도 못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온몸을 흔들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한다.

캔 꼭지를 따는 순간 공기가 통하면서 유압에 의하여
맥주 한 캔이 순식간에 정신없이 입속으로 밀려오는데, 물밀듯이 밀려온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대체 어떤 상황이 느껴지는건지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
나도 예전에 그게 궁금해서 해봤다.  먼저 겪어본 후배가 극구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호기심 땜시. 

무엇을 인지하기에 실전체험만한게 없다. 
그래서 모두에게 돌아가며 수류탄酒 하나씩.

처음이라서인지 후유증이 너무 컸나...  곳곳에 수류탄의 파편이...
바닥은 물론 테이블까지 맥주로 범벅이 된다.
- 어~~ 이거 완전 히튼데요...
- 충격이다. 꼭 한번 써먹어야겠어요.
- 맥주 들어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요.  목젖을 때리는거 같아요..
- 여태껏 주법중 최곤데.. 사장님한테 하나 확실하게 배워갑니다. 
경이의 탄성이 모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바리톤의 굵은 음성이 매력적인  유승종의 열창.
호방한 웃음에 비해 노래하는 모습은 무척 다소곳하다.

어깨동무를 한 식운이와 주일이는 동갑내기다.
그래서인지 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상반된 성격임에도 상당히 친해졌다.





조병일.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끝까지 붙잡았다.

친형이 돈까스전문점을 차려 퓨젼일식을 전공한 동생 병일氏에게 넘겨주고
본인은 홍대앞에 일본식 라멘집을 오픈할 계획이란다.
때문에 한달여 전부터 까사미오에 출근하기 전 오후 3시까지는 돈까스전문점에서 일을 해오다가,
형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됐다.  

그러니.. 자기 가게를 꾸릴 사람을 내 욕심만으로 잡고 있을순 없지않은가.
곧 결혼도 해야하는 나이고.

무표정한듯 하지만, 참 성실하고 속정이 많은 친구다.
여지껏 겪은 많은 직원들이 출근시간 전에 도착하더라도 휴식을 취하다 출근시간이 되야 일을 시작하는데,
병일氏는 늘 출근시간 30분전에 도착하여 그때부터 바로 일을 시작한다. 
그러니 일이 밀리거나 빠듯한 적이 없다.
하루에 양쪽을 오가며 일을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하련만, 자세나 일에 흐트러짐이 없다.

마지막까지 자기가 그만둔 다음에 예상되는 사항까지 내게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에서
고마움과 함께 더 아쉬움을 느낀다. 
함께 한 기간이 5개월이었지만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고싶은 정이 가는 친구다.

남영동 용산중학교 앞 [돈키]로 돈까스 먹으러 가야지..    





이제 당분간 홀을 혼자 떠맡게될 식운이를 중심으로, 단체예약시는 재원이와 주일이가 도와줘야할거 같다.
 

"1시간만..." 하고 들어간게 6시반이 됐다.

수류탄酒의 여파로 바닥이 끈적끈적하다. 
퇴근하려고 청소까지 마친 곳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미안해서 그냥 나올 수가 없다.
물걸레와 행주를 달라하여 깨끗하게 치우니 오히려 미안해하며 자기가 할테니 놔두고 그냥 가란다.
재원이 왈,
"우리도 매일 이런거 전문인데요, 뭘..."

 
밖에 나와보니 밤새 주룩주룩 내리던 비도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이 더 싱그럽게 느껴진다.
병일氏 가게가 저렇게 맑고 밝게 커나갔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와 재원이가 이대로 잠이 들면 완전 밤낮이 바뀐다면서,
점심때 모시러 가겠다고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재원이에게 밤샘 회식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머니..
"근데, 아범은 나이가 50중반인데 젊은 애들하고 똑같이 그러면 피곤해서 어떡해.."

어머니가 모르시는구나...  이런 방법으로 젊은 원기를 보충한다는걸...^^ 
: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방향의 이면도로는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번잡한 곳이다.
그곳을 지나는데 우연히 신장개업 프래카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발마사지를 하는 곳.
예전에 발마사지를 한번 받아본 이후 발마사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호기심에 위치를 확인하는데,




여기가 어디라는거야...??

방향감각을 잡느라 주요 랜드마크를 확인하던 중...
어~~~ @>@...   까사미오가 눈에 띈다.

야~~   이 근처의 수많은 업소 중에 까사미오가 약도에 들어가다니...
그만큼 근처에선 나름 인지도가 높다고 인정받은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흐뭇하기도 하고,
저 약도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고맙기도 하다. ^&^~~
:
직장생활을 할 때 내가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팀웍이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호흡이 맞지않으면 그 공간은 곧 지옥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조직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조직의 와해를 가져오게 된다.

단위조직에서 회식을 한다거나 야유회 같은 것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조직의 화합을 다지기 위함인데,
거의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겐 이런 이벤트들이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까사미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식을 자주 할 수도 없고, 또 회식날만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에 가끔 직원들과 가벼운 내기를 한다.
약간의 돈을 걸고 사다리타기를 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 경우 내 몫을 크게 하는게 당연하다.
직원들에게 재미를 주는게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포츠의 빅매치가 있은 경우에는 아주 좋은 이벤트가 되는데,
주요경기가 있을 경우 직원들과 종종 스코어 맞추기 내기를 한다.
방법은 1구좌에 2000원씩을 내고 예상스코어를 적어내고 맞추는 사람이 상금으로 가져가는 방식.
일종의 스포츠토토다.  

예상스코어를 적는 순서는, 
까사미오에 새로 들어온 식구는 1회에 한해 우선권을 주며, 그 다음은 나이의 역순이지만,
그전 상금수령자는 맨 마지막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내 순서는 늘 마지막이다.
그리고 나는 늘 다섯구좌 이상을 신청한다.
직원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기위한 것이지 내가 상금을 얻기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축구경기의 경우 내 순서에는 3점 이하의 스코어는 거의 남아있질 않는다.
내가 적을 수 있는 스코어는 3점 이상인 경우 밖에 없는데 축구에서 그런 점수가 나기는 쉽지가 않다.
때문에 의도한대로(?) 내가 이기는 경우는 그야말로 거의 없다.



지금 진행되고있는 WBC야구에서도 까사미오는 매번 토토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축구와 달리 야구의 경우 스코어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난 항상 직원들이 모두 찍은 다음에 남은 범위에서 베팅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내 몫이 되고 말았다. 
이번 WBC 1라운드 한국의 스코어는 모두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일본에 14 : 2 로 참패한 것도, 또 1 : 0 으로 이긴 것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스코어다.

재미있는건, 모두가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스코어를 직원들이 먼저 찍고난 후,
나는 어쩔 수 없이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스코어를, 그것도 보태준다는 마음으로 몇구좌씩 찍은게
결과적으로 대박(?)의 횅운을 가져다 준 것이다.
내가 먹은 상금을 가져가는 것도 어색해 1/2은 간식자금으로 내놓고, 나머지는 다시 다음 경기에 투자를 하는데,
투자금이 많아지니 당첨확율도 높아지는거 같다.  부익부라고 할까...

어쨌든 어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내가 또 상금수령자가 됐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의 이구동성.
"또 사장님이 위너신대요.."

나 완전히 직원들 등쳐먹는 악덕기업주가 되고말았다.

직원들이 나의 독주를 막기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내일 일본전부터는 방법을 바꾸겠다고 한다.
"니들 맘대로 해라~~  난 니들 하자는대로 할테니까..."


자기들끼리 머리 맞대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건, 서로 팀웍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내 의도대로 되고있는거 맞는거지???


근데...  내일도 또 내가 먹으면 어카냐???  
정말 직원들 고혈을 빨아먹는 찰거머리 악덕 기업주네...  ㅋㅋㅋ....  ^&^~~ 

:

오늘 WBC 1라운드 1,2위 결정전.
지난 토요일 일본에게 콜드게임패라는 치욕을 당한 한국이 일본에 1:0 으로 이겨 짜릿한 설욕을 했다.
투수진의 그야말로 완벽한 황금계투가 빛을 발한 한판이었다.

뭐.. 오늘 이긴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토요일 이야기다.


지난 토요일 까사미오에는 30명 단체손님이 예약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약시간을 30분이나 넘겼을 때 까지 나타난 사람들은 겨우 5명.
예약을 했던 사람이 인원이 줄어들어 20명정도가 될거 같다며 미안하단다.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오더니 15명이 채 안될거 같단다.
그럼에도 한시간이 지났는데 나타난 인원은 일곱명.
예약 때문에 다른 단체의 예약도 받지않았는데 참 속상하다.

그런데, 그 시간에 벌어지고있는 일본과의 야구 한일전은 예상을 깨고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겨우 2회초 임에도 8점을 내주며 참패분위기로 가고있는데,
예정인원의 1/4도 참석이 안된 단체가 이것저것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

부페와인은 어떤 것으로 어떻게 주고, 와인잔은 1인당 2개씩 세팅해주고, 물컵도 1인당 하나씩...
그리고,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물도 준비해주고, 입가심한 물을 버릴 수 있는 물통도...
이미 예약한 사이드메뉴는 인원에 맞게 줄여주고...

안그래도 한일전 야구가 참패를 하고있어 야구광으로서 열불이 터지는 판에,
다른 예약도 받지않은 상태에서 예정인원보다 훨씬 적게 온 것도 속상한데
인원을 반의 반도 못채운 사람들이 까탈스런 요구를 계속하니 슬슬 열이 받쳐온다.
말투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으나, 내 표정에 짜증이 묻어나는거 같다.

안되겠다.  이러다 내가 실수하지...

정말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손님들에게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일거 같아
얼른 사무실로 내려가버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기위해 도망을 간 것이다.


이런걸보면 성질 못된 스포츠마니아는 서비스업을 해서는 안될거 같아...
물론 개인의 성숙도 차이겠지만.
오늘같은 날은 뭘 요구해도 웃으면서 들어줄텐데...*^^*
           

:
주방에서 일하던 재영氏가 지난 주 토요일로 그만두게 되었다.
Working holiday Visa로 호주를 가기위한 준비 때문이다.

정부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도,
왜 이리 사람 구하기가 힘든건지...

지난 주 금요일 면접을 본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경력도 그렇지만 시원스러워보이는 성격이 좋아보였다.
당장 일을 할 수 있다 하여 재영氏와 하루라도 같이 일을 하는게 좋을거 같아
토요일 첫 출근을 했다.

그런데...
어제, 그러니까 월요일 나오질 않았다.

토요일 주방에서 하루 일을 함께 했던 재영氏와 이모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을 하면서 불편하거나 못마땅한 기색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좀 익숙해지면 메뉴개발도 해봐야겠다는 말도 했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길래
혹시 사고라도 난게 아닌가 궁금하여 오늘까지 전화를 해봐도 받지를 않는다.
궁금해서 그러니 사고가 아니라면 미안해하지말고 연락이라도 달라는 문자메세지에도 답이 없다.

본인이 일할 여건이 맞지않으면 얘길하면 될텐데...
그래야 나도 의사결정을 할테고, 또 우리의 조건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게될테고.

받지않는 전화를 반복하면서 왜 전화를 받지않는지 정말 궁금하다.

하루만에 결정을 번복하는게 미안한 순진함 때문인지,
자기중심적인 무책임 때문인지,
아님, 정말 무슨 사고라도 난건 아닌지...

연락이 된다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당당한 자기의사표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싶다. 

:
세분이 오셨다.
사장을 찾는단다.
가보니,
여기 세번째 오는데, 
전에 왔을 때 서비스안주를 주길래 다른 사람과 함께 왔는데
왜 오늘은 서비스안주를 안주느냐고 항의를 한다.


자주 들리는 분이 계시다.
자주 오시는게 고마워 서비스안주를 드리니
이러지않아도 되는데 고맙다며 계속 다른 분들을 모시고 오셔서 나를 소개시켜주신다.




호의를 당연한걸로 받아들여 당연시하며, 매번 호의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호의를 고맙게 여기며 자신이 우대받고있다고 생각하여 고맙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더 정이 가며 자연스레 허리가 숙여지겠는가.
대우받는 사람은 대우받을만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대우받는 것이다.

자기의 가치는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남은 단지 개개인이 만든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만 할 뿐이다. 

:
수요일 오후 7시가 조금 못미처 반가운 얼굴이 까사미오에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후 또 한 얼굴이 환한 미소와 함께 나와 얼굴이 마주친다.
베가님과 자낭화님이 차례로 오신 것이다.

월요일 자낭화님이 미리 언질을 주셨다. 수요일에 베가님과 함께 까사미오에 들르시겠다고.
연락을 받고 고마웠는데 막상 만나니 기쁨이 배가된다.





자택은 부천, 회사는 인천.
그러니까 베가님은 아침에 부천에서 인천으로 출근을 하신 후,
퇴근과 함께 집을 대칭점으로 반대방향인 서울 강남으로 넘어오신거다.
쉽지않은 행보를 하셨다고 생각되니 고마운 생각이 들지않을 수 없다.
 
가만...  인천에서 서울에 7시까지 오셨다는건 조기퇴근을 하신거 아닌가...

베가님과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자낭화님이 셔터를 마구 누르신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라며 셔터를 누르신건데, 결국 의도된 스냅사진이 됐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확실하게 기억나는건 필명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 특히 베가님의 필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 밖에 없는데
와인 세병이 비워지면서 시계는 이미 새벽 2시를 향하고 있었다.
까사미오는 1시에 영업이 끝나는데, 모든 손님들이 나간 한참 후까지 우리만 자리에 버티고 있었던거다.

뭐... 주인장 좋다는게 뭔가...  

그런데, 7시부터 새벽 2시면...  장장 7시간??  @>@.. 
그것도 2차 이동없이 1차에서만.   정말 뭔 얘기를 했던건가...???
만약 7시에 모아놓고 "지금부터 7시간동안 꼼짝말고 이 자리에 앉아 쉬지않고 이야기를 해야해!!" 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였을까...
아마, 7시간동안 무슨 말을 하냐며 말도 안된다고 항의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했다는건 그만큼 서로에게 반가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 느즈막히 가세한 집사람도 한 몫을 했다.


베가님..
정겨운 시간을 만끽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라 베가님의 귀가여건을 생각치못한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 시간에 택시를 타셔야했을테고, 요금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게다가 출근하시려면 피곤하셨을테고.  이래저래 너무 미안합니다...

자낭화님...
오실 때 마다 늘 블로그 친구님을 대동해주시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집사람이 자낭화님께 강한 친밀감을 느꼈던 모양이예요. 
나이 차이가 있는, 그것도 처음 만난 분에게 너무 주책없었던거 아닌가... 하면서도 상당히 즐거워하더군요.^^

아참~~  그래도 두분.. 어제 재미난 해프닝을 목격하셨죠??  옆 테이블의...
까시미오도 술집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가끔씩 볼 수 있는 모습이랍니다. ^&^~~

다시한번 즐거웠던 두분의 방문에 감사드리며, 후에 다시한번 유쾌한 시간을 기대하겠습니다.


:
까사미오를 지키며 가장 즐겁고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을 때?   물론 기분좋은 일이다.
그럼, 아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그것 역시 즐거운 일이다.
혹은, 뜻하지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커다란 기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못지않게 행복할 때가 있다.

손님들이 와인추천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경우 나는 몇가지를 확인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맛이 있는지, 좋아하는 포도품종이 있는지, 그리고 가격대는 어느 정도를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범위내에서 추천을 하는데, 가끔은 와인에 대해 잘 모르니 적당한 것을 추천해달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맛은 너무 sweet 하지도, 또 너무 dry 하지도 않은 무난한 것으로 고르는데,
가격대는 참 난처하다. 좋은 등급을 추천하려다보면 자칫 장사속에 비싼 와인을 권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에 비례해서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은 28,000 ~ 33,000원 정도, 나이가 좀 있는 손님에게는
35,000 ~ 45,000원 정도, 그리고 편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할 정도다 싶으면 50,000원 이상에서 추천한다.

아주 가끔 고급와인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까사미오 고객의 특성상 그런 경우가 드물어
재고 부담으로 그런 종류의 와인을 취급하지않아 미안하기도 하다.

하여간 내 나름대로 고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추천하는 와인이 몇종 있는데,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하며 그 와인에 대해 물어올 경우 참 기분이 좋고 즐겁다.


"10번 테이블 손님이 전에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게 있다고 하시는데요.."
지난 월요일, 주문을 받던 직원이 내게 건네는 말을 듣고 그 테이블로 갔다.

나      : 와인 선정 도와드릴까요?
손님1 : 지난 번에 사장님이 추천해주신게 너무 좋았는데 뭔지 몰라서요.. 
나      : 프랑스와인이었나요??  그럼 아마 ***를 추천드린거 같은데요.
손님2 : (웃으며) 사장님은 ***만 추천하시는 모양이에요?
나      :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마침 제가 시음을 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 오늘 새로 받은게 있는데
           그것을 한번 드릴까요?  호주와인이고 쉬라즈입니다만..
손님2 : 괜찮나요?
나      : 사람마다 맛의 취향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저는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손님3 : 가격은 어느정도 하나요?
나      : 3만원인데, 가격대비 아주 훌륭합니다. 4만원이라고 해도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새로 들인 와인을 추천했는데, 계산을 하며 와인이 너무 좋았다고 네사람이 이구동성이다.

- 사장님 추천해주신 와인 너무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 전에 추천해주신 것도 맘에 들었는데, 오늘도 좋은 와인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 다음에 또 좋은거 골라주세요.
- 제가 와인을 좀 까다롭게 대하는데, 정말 좋네요. 이거 take-out 도 가능하죠?  하나 가져갈 수 있게 싸주세요.

"그렇게 맘에 드셨다니 저도 너무 기쁩니다.  제가 너무 행복하네요." 

너무 맘에 든다고 별도로 포장까지 요청하는걸 보니 나도 정말 너무 좋았다.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계신데, 그 분은 늘 앉으며 "오늘은 뭘 권해주실거냐?" 며 묻고,
나갈 때는 "다음에는 뭘 추천하실거냐?" 고 묻는다.
그런 분들을 대할 때 마다 정말 뿌듯한 행복을 느낀다.

나의 판단과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맛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는게 얼마나 커다란 기쁨인가.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담이 덜한 가격의 좋은 와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까사미오를 운영하는 날 까지의 내 사명이 아닐까.
 

:
가게를 하다보니 친구들을 포함해 지인들이 알게되고,
지인들의 연배가 어느정도 되는 경우 성장한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의 소개로 까사미오를 찾는 경우가 있다.
물론 친구가족들을 만났을 경우 아이들에게 "아저씨네 가게 놀러와." 라고 내가 초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경로로 친구의 아이들이 까사미오를 찾아오면 무척 즐겁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친구의 모습을 찾는 것도 재밌지만,
이 아이들보다 어린 시절 우리가 만났는데, 당시 우리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느덧 시간이 이리도 많이 흘렀구나... 하고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즐거움도 크다.


그런데...
가끔은 난처하고 곤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간단하게 와인을 마시고 일어설 경우 상황에 따라 모든걸 그냥 서비스로 줄 수도 있고,
또는 와인이나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곤 하는데,
간혹 부모 잘 만나 (*^^*) 고가의 와인을 몇병 마시고 제법 매출을 올려준 경우는 나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제법 고가의 와인을 무료로 하기엔 원가가 제법 나가고,
그렇다고 안주를 무료로 하기엔 매출대비하면 생색만 내는거 같아 괜히 내가 찜찜하다.


예를들면 이런 경우다.

55,000원하는 와인 두병과 안주를 하나 주문해서 13만원이 채 안나왔을 경우,
와인을 무료로 하기에는 단가가 비싸고, 안주를 무료로 하기에는 아이들에게 왠지 미안하다.
이럴경우 대충 우수리만 떼는데, 어쨌든 뭔가 명쾌하지가 않다.
받을걸 다 받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아빠 친구로서 뭔가 화끈하게 베푼 것 같지도 않은... 


매출이 많아 고민이라니...  이거야말로 행복한 고민인가..??

:
지난 9일 그동안 블로그상에서만 인사를 나누던 희정님이 까사미오를 찾아주셨다.

막연히 알고지내던 분을 만나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다가가는 것과 같은 기대와 설레임을 준다.
그리고 그런 기대와 설레임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젊게 만들어주는 묘약이 아닌가 싶다.

직장은 부천이시고, 집은 인천이신 희정님.
일부러 서을까지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운 일인데, 선물까지 주셨다.




정말 배려가 돋보이는 선물 [배려].
교보문고에 들를 때 마다 뒤적이며 관심을 가졌던 책이었는데,
심플하면서도 예쁘게 나비매듭까지 넣어주셨다.


함께 오신 분과 만날 약속을 하면서 나누셨다는 대화 한토막은 세상이 좁다는걸 새삼 느끼게 한다.

전해들은 두분의 대화내용을 재구성하면...

희정님 : 강남역 근처에 와인집이 하나 있는데...
친구분 : 강남역 어디??
희정님 : 교보타워 후문 앞이라는데...
친구분 : 교보타워 후문앞...??   거기 이름이 뭐야??
희정님 : 까사미오...
친구분 : 까사미오???   니가 거기를 어떻게 알아??
희정님 : ... 너 거기 알어??

그 친구분은 지난 연말에 회사분들과 까사미오에 오셨었다고 한다. 
친구분이 까사미오를 알고 계셨다는게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때 밉보였으면 큰일 날뻔 했다.^^

무척 아쉬웠던건, 처리할 일이 있어 잠깐 사무실에 내려갔다 오는 사이에 희정님이 가셨다는거.
멀리서 일부러 오셨는데 가실 때 인사도 못나눈게 너무 아쉽고 미안했다.


새해 블로그 첫 만남의 기쁨을 주신 희정님..
찾아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가시는 모습 보지못해 많이 미안하고 아쉬웠습니다. *^^*


:
* 대우받는 기쁨


까사미오에서 카운터를 지키고있다보면 가끔 진귀한(?)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그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야릇한 풍경을 상상한다면 실망이 클까 두렵다.

손님들이 계산을 위해 카드를 내밀면, 카드결제후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란 인사와 함께
나이에 관계없이 두손으로 카드를 건네주며 정중히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나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내 가게를 찾아준 고마운 고객이니까.

그런데, 내가 예상치 못했던 모습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것은, 손님들이 덩달아 두손으로 카드를 받으며 "잘 먹었습니다." 라며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는거다.
나야 모시는 입장이니 그리하는게 당연하지만, 덩달아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말했다.
"나는 모르겠는데 남들이 볼 때는 내가 나이가 들어보이는가봐.. 젊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30~40대 까지 오히려 공손하게 대하는걸 보면.."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떠나 연배가 위인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고 보기가 좋다. 




** 대우하는 즐거움


엊그제 손님이 없어 한가한 때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남자분이 혼자 까사미오에 들어오셨다.

주문을 받은 직원에 의하면 안주는 없이 와인 한병을 주문하시면서 마시다 남은건 보관을 요구하신단다.
보관은 안한다고 말씀을 드리니 막무가내로 요구를 하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안주주문없이 보관한걸 두세번에 걸쳐 혼자 오셔서 드신다고 하니 직원이 좀 황당했나보다. 
더구나 얼마 전부터 와인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직접 반영하지않는 대신 안주를 시키지않는 경우에는
테이블차지를 받고 있는데, 보관을 시킬 경우 그때마다 테이블차지를 받아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테이블에 계신 분을 건너다보니 적어도 60대 후반은 되어 보이신다.
주인이 있으면서 젊은 직원을 다시 보내는게 예의가 아닌거 같아 내가 직접 다가갔다.


- 선생님 뭐 필요하신게 있으십니까?
> 아.. 내가 바로 옆에 오피스텔에 사는데, 여태까지 강남역 옆 지하에 있는 와인바를 다녔는데,
   너무 멀어 다리가 아파서 가기가 힘들어.  근데 여기 이런게 있는줄 몰랐네.
   그런데 내가 한번에 한병을 다 못마시니까 몇잔 마시고 키핑을 할께.

-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드시던걸 보관하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가져가셔도 되는데요.
> 집에서 혼자 무슨 재미로 와인을 마셔..   그냥 보관해줘..

- 그래도 아시다시피 와인은 며칠 지나면 맛이 변하지않습니까..
   저희가 보관을 하지않는 이유도 보관상의 문제도 있어 나중에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고요.
   또, 저희 가게는 안주주문이 없을 시 테이블차지응 부과합니다만...
> 맛 변하기 전에 올께...  그리고 배불러서 오는데 안주를 어떻게 또 먹어...

- 선생님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 
> 그냥 노인네가 와서 먹는거니까 그렇게 해줘. 

참 난감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좀 외람된 표현이지만 마치 아이가 보채는 모습이랄까.

- 알겠습니다.  어르신 말씀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금요일이나 토요일 손님들이 많은 경우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알았어..  주말에는 안올께.


기본안주를 드리니 금방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그리고 불과 20분이나 됐을까...  금방 일어나 나가신다.

- 아니... 어르신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나세요?  좀더 계시다 가시죠.
> 아니야.  빨리 한잔 마시고 가야지. 자주 올텐데 뭘...
- 저.. 보관할 때 존함을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 그냥 이회장이라고 해.   근데,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
- 네.. 저는 [이]자 [상]자 [범]자 쓰고 있습니다.
> 아~~ 이사장...  나랑 종씨네...


노인이 나가신 후 몇가지가 긍금했다.

저 분은 가족이 어떻게 되실까?
지금 혼자 사시는건가?
저 분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실까?
어떻게 혼자 여기까지 찾아오시게 된걸까??
저 분은 무슨 생각을 하시면서 혼자 와인을 드실까?? 

강남역까지 가는게 힘들어서 여기를 찾아오게 됐다는 말씀을 생각하니 절로 엷은 웃음이 나왔다.

그래...  저 정도 연세에 그 정도 대우마저 받지 못한다면 사는게 너무 재미가 없지않겠나.
한 시대를 지키신 분들이 어디서든 그 정도의 혜택(?)는 누려도 되는게 아니겠는가.
나도 저 나이가 되면 뭔가 아쉬운게 많을 지도 모르는데.

근데, 나도 그 분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왠지 난 그러지 못할거 같다.  난 너무 소심한가봐...^^

참.. 나가시면서, "여기 참 조용하고 좋네... 다른데 가면 시끄러워서 말이야..." 하시던데,
주말에 젊은 사람들이 담배연기 뿜어가며 북적일 때, 혹은 단체손님들로 소란스러울 때 오시면 어쩐다냐... 

:
고교동창 다섯이 까사미오를 찾았다.

나 : 왠일들이야?
1  : 얘하고 얘가 이번에 그만뒀잖아...  뭘 할까 얘기하다 와인얘기가 나와서 '그럼 상범이한테 물어보자.' 해서 왔지.

한 친구는 씨티은행의 임원으로 있다가 퇴임을 했고, 또 한 친구는 중견업체의 대표로 퇴임을 했는데,
장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와인이야기가 나와 와인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싶어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 : 와인장사 해보려고??
2  : 요즘 와인이 뜬다며...?
나 : 한 1년쯤 있다 하지...
3  : 왜.. 요즘 와인시장이 안좋냐??

나 : 그게 아니라 니들 불과 얼마 전까지 기업체 임원으로 있으며 밑에서 떠받쳐주는 것만 누렸잖아.
      넥타이매고 양복입고 내 비위대로 지시만 하다가, 남들 비위 맞출 수 있겠어?

      스무살 갓 넘은, 딸 보다 어린 여자애들이 '아저씨.. 여기 재털이좀 주세요..' 했을 때,
      재털이 갖다주면서 '더 필요하신거 없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겠어?
      손님들 나가면 직접 행주들고 테이블 치울 수 있을거 같아??
3  : 그건 좀 그러네...

나 : 그렇지? 쉽지않을거 같지??
      그런데, 난 지금 그렇게 하고 있거든.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웃어가며.
      이런건 말이 좋아 사업이지, 영세상인이야.  영세상인의 핵심은 인건비 따먹기인데,
      자본에 여유가 있어 크게 차려놓고 지배인 통해 관리를 할게 아니라면 주인이 직접 나서야 하거든..
      사장이랍시고 폼잡고 있을 여유가 없지. 필요에 따라 직접 서빙도 하고 뒤치닥거리도 해야하고.
      근데, 니들은 지금 그게 안되잖아.  그러니까 넥타이 풀고 목에 힘 빼는데 최소 1년은 필요하다는 얘기야. 

      나도 예전에 대기업체 있던 사람들이 사업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왜 그럴까...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일을 배웠으면 오히려 잘되야되는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대기업에서 익힌게 교과서가 아니더라는거지.
      대기업의 논리와 영세기업의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구.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예전의 방식만 고집하니까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거 같아. 


그날 친구들에게 해준 마지막 이야기는 이랬다.

근무할 때 받았던 거래처의 접대, 내 심중을 헤아려 알아서 행동하는 아랫사람의 행동,
그리고,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명성과 나를 바라보던 시선.
그런걸 다 잊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 시작해라.

한마디로 과거의 부귀영화를 일장춘몽으로 생각하고, 더이상 미련이 없다고 생각될 때,
서비스업은 그때야 할 수 있다.  그래도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
금년 하반기 내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않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까사미오 매출 격감의 원인이 뭘까?
30% 이상 매출이 격감된 이유가 단순히 경기부진에 따른 것인가?
아님, 까사미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일까??

다같이 겪고있는 경기부진 때문이라면 나혼자 해법을 찾기가 힘들고,
반면에 어찌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수도 있지만,
소위 까사미오의 악발이 떨어진거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문에 대한 답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어느정도 나온듯 하다.

크리스마스 전 주말 금요일과 토요일, 까사미오는 개점 2년 중 가장 많은 매출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우려했던 크리스마스 이브날도 작년에 뒤지지않는 매출을 보였다.    

까사미오의 위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다.
강남역 6번출구로 나오면 제대로 걷기가 정도로 인파가 많지만,
까사미오 반경 100미터 근처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특히, 까사미오가 있는 교보타워 뒷골목은 골목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는 교보타워 근무자들 외에
지나는 행인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니 까사미오를 찾는 사람들은 알고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골목을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물며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라던가 요즘같은 송년분위기에는
대부분 인파가 많은 곳으로 몰리는게 당연한 소비심리 아니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볼때,
크리스마스 전 주말과 이브날 까사미오를 찾은 손님들은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며,
그런 의미가 그래도 나에게 희망을 준다.

요즘 어려운 것은 총체적인 경제난 때문이지, 결코 까사미오에 문제가 있어 외면당하는건 아니라는
기대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긍심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1월이후에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현실이다.

기다리면 봄이 온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봄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12월25일 저녁무렵,
까사미오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전기오븐이 작동을 하지않는다.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어제까지 멀쩡하던 녀석이...

전기오븐에 부착된 누전차단기를 위로 올려도 '찰칵'하고 걸리지가 않고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걸로 보아 차단기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전기오븐이 작동하지 않으면 사이드메뉴 주문받는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피자를 만들 수 없다.
마음이 급해 직원에게 근처의 전기부품상회에서 차단기를 사오라고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그것도 오후 7시쯤 문을 연데가 있을지..
우려대로 한참 후 돌아온 직원은 빈손이었다. 그래도 책임감이 느껴졌는지 논현동까지 다녀왔단다.

잠시 생각을 하다 내가 나갔다.
그리고 차단기를 구해와 전기오븐도 기능을 되찾았고, 주문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어~~ @ㅁ@..  사장님 어디서 사오셨어요??"

먼저 차단기를 사러나섰던 직원에게  영업이 끝나고 다음과 같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너.. 왜 내가 직접 차단기를 사러나갔다 왔는지 알아?
나도 처음엔 내일 니가 조금 일찍 나와 차단기 사서 교체하라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 생각에는 분명 차단기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하는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차단기가 아닌 기계 자체에 결함이 생긴거라면...  그럼 오븐회사에 A/S를 요청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기사가 못올 수가 있잖아.  그럼 내일도 주문을 제대로 못받게 되고,
게다가 요즘엔 토요일도 휴무니 내일뿐만 아니라 토요일도 문제고...

그러니까 오늘 차단기를 교체해보고 차단기가 아닌 기기상의 문제라면
내일 아침 A/S를 요청해야 저녁에 장사를 할거아냐..  그것도 될까 말까지만...

그러니, 오늘 어떻게든 차단기를 구해봐야 하는데, 
일단 근처 아파트단지 상가의 전기부품가게를 돌아보니 모두 문을 닫았고, 그럼 어째야 해?
문 연데가 없으니 관두고 말어??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전기상회말고 그런걸 다룰만한 데가 어디가 있나? 
인테리어하는 곳은 왠만한 전기작업은 직접 다 하니까 기본적인 전기소품은 소량이나마 있을 것이다.
물론 이윤을 붙일테니 가격은 부품가게보다 훨씬 비싸겠지만 지금 그걸 신경쓸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대규모 인테리어 전문점이 그런 자질구레한거 까지 사무실에 가지고 있지는 않을거야.
물론, 그런 곳은 오늘같은 날 문을 열지도 않겠지만...

그렇다면, 그런걸 가지고 있으면서 문을 열만한... 확률적으로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은 어딜까..??
어디겠니??    아주 오래된 대단위 아파트단지에 있는 인테리어가게.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손 볼게 많아지니 보수센터나 인테리어가게가 많을거고,  
또 자잘한 부품 마모도 많을테니 전기나 수도 배관과 관련된 소모품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거야.
그래서 찾아간 곳이 뱅뱅사거리 부근에 있는 신동아아파트와 우성아파트.
결국 신동아아파트 종합상가 인테리어집에서 구했다.

너도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맞게 될텐데, 그럴 때 내가 생각하는 상황대처방법은 두가지다.
첫째, 가능한 한 그 즉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  그래야 차선책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두번째는, 한가지 방법에 집착하지말고 생각을 다양하게 하는 습성이 필요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다른 각도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을 옛사람들은 [삶의 지혜]라고 했고, 현대에서는 학문적용어로 [시스템적 사고]라고도 하지만,
흔한 말로 그게 [통빡]이야.

오늘같은 경우 물론 거기도 문을 닫을 수도 있었고, 차단기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
운이 좋아서  차단기를 구해온거겠지만, 운도 일단 거기까지 찾아갔기에 따른 것이고,
통빡을 굴리니 그곳에 가볼 생각도 한거고...


아~~ 하며 열심히 듣고있는 직원에게 듣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실제로 생각하는게 중요한거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
아주 고리따분한 얘기가 있다.
예전에는 남자들이 여자를 어찌해보려고 술을 먹인다는 얘기.
보편적으로 여성과 술은 거리가 멀다는,
지금 생각하면 원시시대 동굴벽화에나 기록되어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도 나는 그런 방법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소주 석잔이면 나가떨어지는 주제에 뭘 어쩌겠는가.
까딱하면 되려 내가 먼저 떨어지기가 십상인데...

이런 고전적인 방법이 요즘 통할 수가 있을까??
요즘에는 여성들의 음주는 이야기꺼리 자체가 안되는데다,
오히려 주량이 상당한 여성도 많아서 이런 방법이 별로 통할거 같지가 않다.

하지만...
늘 조심은 해야함을 어제 새삼 느꼈다.


와인도 술이다. 
소주보다는 도수가 약해 만만히 보는 사람도 있지만 술은 술이다.
와인에 따라 입안에 감도는 향이 좋고 느껴지는 맛도 달콤하여 여성들이 좋아하는데,
또 그래서 극소수의 남성들이 다른 목적으로 여성들과 함께 와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까사미오의 남녀 두분이 오신 테이블에서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을 하여 콜택시를 call했다.
콜택시가 불렀다고 전하자, 바람도 쏘일겸 문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기다리겠다며 
남자손님이 여자손님을 부축하여 밖으로 나가는데, 이미 많이 취해 정신을 잃은 여자분은 몸도 가누지를 못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는지 궁금해 밖을 내다보니...
허~참~~~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남자의 얼굴이 뒤덮고있는데,
이건 남녀간의 애정표현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강압적인 행위다.
입구에 사람들이 드나드는데도 남자는 아랑곳 없다.

잠시 후 콜택시가 도착했다.
계속되고있는 행위에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콜택시가 왔다고 전하자,
이건 또 뭔소린지...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주면서 콜택시를 보내란다.  어쩌겠는가... 
직원이 콜택시 기사에게 미안하다며 만원을 주자 그런 상황에 익숙한지 기사는 별말없이 간다.

직원이 기사를 보내는 동안 그 남자손님에게 여자분 괜찮겠느냐고 묻자,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염려하지 말라며 여자손님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가는데, 그때 얼핏 마주친 그 여자의 눈..
초점이 완전히 풀린 멍한 상태에서 말 그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까사미오에서 나갈 때만 하더라도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던 남자의 자세는 온데간데 없고
상당히 강압적인 형태로 여자의 손목을 잡아끈다.  

그 남자손님은 처음에 행선지까지 말하며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택시가 오자 돌려보냈다.  마음이 바뀐 것이다.
택시가 올때까지 바람을 쏘이며 기다리는동안 여자가 어느정도 정신을 차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여자가 의식을 잃고 온몸이 무너져내리는걸 확인하면서 다른 생각이 든 것이다.

"저렇게 술먹고 송장처럼 된 사람에게 키스할 생각이 날까..??  그것도 오바이트까지 한 입에다..  이해가 안돼.."  
그렇게 끌려서 사라지는걸 보며 중얼거리는 소릴 들은 직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받는다.
"아까 보니까 남자 휴대폰에 애기사진까지 있던데..."  

그 남자손님.. 정말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처음엔 택시 태워 보내려했다가 의식을 잃은걸 확인하고 마음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여자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면, 그래서 남자들은 늑대고 속물이라 자인하고 말았을텐데.


현재 각자의 상태가 어떻든, 또 두사람의 관계가 어떤 관계건
정상적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적어도 당사자가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정행위든 엔조이든 합의된 상태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술은 자기자신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기분좋게 마시자.
그리고 그런 것을 자녀들에게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분위기만으로 흥에 취하기에는 세상이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까사미오도 술집이라고 별 일을 다 본다.
차마 글로 올리지 못하는 일까지.

:
까사미오가 오픈시점부터 시행하던 사이드메뉴 마일리지제도가 있다.
한번 방문시마다 카드에 직원이 확인사인을 해주는데, 네번째 방문시에는 샐러드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일곱번째는 피자를, 열번째는 치킨바베큐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이벤트성 제도다.

그런데, 이걸 시행하다보니 업주로서 다소 황당한 일이 생긴다.
케익을 사들고 와서는 사이드메뉴 없이 15,000~17,000원 정도의 가장 저렴한 와인 한병만 주문한 채
확인도장을 받아 나중에 무료서비스 사이드메뉴만 챙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까사미오에서는 사이드메뉴를 무료로만 즐길 뿐 비용을 지불하고 먹는 일이 없다.
물론 젊은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 안가는 면도 없지않으나,
추구하는 박리다매가 아니라 박리소매인 현실에서 업소는 아주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마일리지의 개념을 조금 바꿨다.
마일리지를 사이드메뉴에 대한 보상개념으로 하여 사이드메뉴를 주문하지 않은 경우는
마일리지횟수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즉, 무료서비스 안주를 안주 주문에 대한 보상개념으로 한 것이다.



직원이 주문을 받아오면서 마일리지카드를 내민다.
피자를 무료로 서비스받을 수 있는 횟수다.

그런데 뭐가 좀 이상하다.
마일리지 확인은 직원들이 직접 사인을 해주는데, 사인이 낯설다.
까사미오에서 홀에 근무하는 직원이라야 인원이 빤한데,
마일리지카드에 명기된 사인은 내가 알고있는 우리 직원의 사인이 아닌 것이다.
해당 테이블의 손님을 확인하니 까사미오에 자주 오는 청년이다.
하지만, 내가 있을 때 기억으로는 안주를 시키지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불과 2주일 전에도 무료서비스를 받은 기억이 있는데, 그새 또???

직원을 시켜 마지막 사인을 누구에게 받았냐고 물었더니, 우물쭈믈 하면서 잘 모르겠다고 하다가
급기야는 동행한 사람에게 "자주 오는 단골손님에게 그런걸 묻는건 예의가 아니지않느냐.." 고
직원이 핀잔만 받았다.

그 카드를 내가 보관한 채 그 일행이 나갈 때까지 일부러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는데,
나가면서 마일리지카드를 제시하고 무료서비스 피자를 요구한 그 청년과의 대화내용.

- 아까 그 마일리지카드를 주셔야죠..
> 죄송하지만 그 카드는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왜죠?
> 마일리지카드에 임의로 사인을 하시면 곤란하지않습니까..
- 그거 여기 직원한테 받은건대요.
> 저희 집에 자주 오시니 잘 아시겠지만, 사인을 해주는 저희 직원이 저 포함해서 세명 뿐인데,
   직원 사인이 아닙니다.  특히, 11월 28일 이후의 사인은 절대 우리 직원의 사인이 아닙니다.
   
(사실 그 때 이미 나는 그 사인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까사미오에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칼라메일로 보내
    누구의 사인도 아닌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약간은 머쓱한 표정으로) 그럼 그거 빼고 그 앞에 것만 모두 인정해주세요.
> 죄송하지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 왜죠?  앞에 꺼는 인정해주셔야죠.
> 그건 빼고 앞에 것만 인정해달라는 얘기는 나중 것은 우리 직원 사인이 아니라는걸 인정하시는거네요?
   그럼 그건 누가 한거죠?
-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 앞에 꺼만 인정해달라는 얘기는 뒤에 것은 우리 직원이 하지않은 거란걸 인정하신거잖아요.
   제가 묻고싶은건데, 손님이 가지고 계셨던 카드에 우리 직원이 아니라면 누가 알겠습니까??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게 아까워서 제가 해놓고 안했다고 우기겠습니까??

그 청년은 자기가 억울하다며 인상을 쓰면서 신경질적으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짜증과 함께 답답함이 밀려왔다.

까사미오는 알마 전부터 직원들의 사인이 아닌 고무인으로 마일리지 확인을 해주고 있다.


:
작년 5월부터 까사미오를 지켜왔던 재형氏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까사미오를 떠난다.
처음 만났을때 받은 친근한 인상만큼 까사미오를 찾은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던 재형氏.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재형氏는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와인에 대해 배우고싶다며 까사미오를 찾아온 재형氏는 와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와인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지금 재형氏의 와인에 대한 지식은 아마추어 이상이다.
자기가 하고자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그의 성격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까사미오에는 와인에 대한 서적이 몇권 있다.
그중에는 [Wine Encyclopedia]라는, 제목 그대로 백과사전만한 두께의 책이 있는데
시간 날 때 마다 독파를 하더니 결국은 그 책의 내용을 거의 외우는 수준이 됐다.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손님들에게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주니 손님들도 좋아할 밖에...

지난 주 토요일 있었던 환송회에서도 재형氏는 후배에게 따끔한 일침을 잊지않았다.
"프로의식을 가져! 대충 일하다 간다는 생각만 하지말고."

재형氏가 그만두는 이유는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는 재형氏는 까사미오에서 일하면서도 짬짬히 음악에 대한 일을 계속해왔다.
드라마 OST작업 및 연주활동도 해왔는데, 이제 그쪽 일에 더 치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의 미래계획에 대해 알고있었던 나로서는 가는 길을 만류할 수가 없다.


모든 것에 대해 만족스러웠던 재형氏로 인해 유일하게 내가 피해를 본 것이 있다.
고객에 대한 응대는 물론 와인에 대한 발주부터 영업마감까지 도맡아 처리한 그로 인해
내 기능이 많이 퇴화된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하다보니 내가 나설 일이 없었던 것.

재형氏가 그만두면 처음 시작할 때 처럼 다시 내가 전면에 나서야한다.
이제 당분간은 자리 비우기도 힘들게 됐다. 
당분간 내가 불편한 일이 많겠지만, 재형氏의 미래가 본인이 설계하는대로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재형氏~~

그동안 재형氏 때문에 너무 편하게 지냈는데 많이 아쉽네...
까사미오를 잘 지켜줘서 고맙고, 좋은 모습으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할께.
그리고, 내가 꼭 필요할 때는 일시적으로 SOS를 칠 수도 있을텐데, 그때 모른척하기 없기...  ^L^..  


:
까사미오의 홀은 주중에는 직원 3명이 일을 하고, 주말에는 파트타이머가 한명 충원된다.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그랬다.

구정이후 매출이 좀 떨어지기 시작한다.  손님이 줄고 있다는 얘기.
인력의 여유...  인건비의 과다지출이다.
당분간은 주중 2명 주말 3명으로도 충분하겠다 싶지만, 정규직원을 줄이는게 미안해 주말 알바를 그만 나오라 했다.
여기서부터 꼬임이 시작된다.

손님이 줄어드니 직원들의 긴장도가 당연히 떨어진다.
출근시간도 조금씩 지연되고, 근무시간에 인터넷에서 싸이를 하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한다. 
출근시간에 대해 넌지시 몇번 지적을 했음에도 크게 개선되지가 않는다.

결국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매니져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전달했다.

- 손님이 적을수록 오신 분들께 더 집중해라.
   손님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라.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테이블의 불필요한건 먼저 치워라.
- 몇번 주의를 줬음에도 출퇴근시간이 고쳐지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어려운거 아니냐.

나는 특별한 경우, 그리고,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기 보다는 매니져를 통해 전달을 하는 편이다.
주인이 직접 전달을 할 경우 전달효과는 더 클 수 있겠지만, 가볍게 하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고,
또 그러다보면 직원들과 거리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뜻을 매니져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날 영업 종료 전 직원 한명이 퇴직의사를 밝혔다.
지각이 잦던 친구라 굳이 붙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순서가 뒤바뀐 아쉬움이 든다.
이 친구가 먼저 그만둘 의사를 밝혔다면, 주말 알바를 그만두게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럼 주중 2명, 주말 3명으로 딱인데...  이리되면 주말 두명이 일하긴 좀 버거워진다.

일단 주말에 내가 달라붙고, 여차직하면 재원이를 동원하면 되겠지... 
이렇게 운용방안을 그리고 있는데, 며칠 뒤 또 한명이 집안사정을 이유로 또 그만둔단다.

비.상.
그렇다.  이리되면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그런데,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던가...  궁하면 뭔가 방안이 생긴다더니 다행히 직원 한명이 투입됐다.
그리고, 주말엔 새로 들어온 직원의 여자후배가 일을 하기로 했다.
다급해지던 상황이 생각보다 쉽게 정리가 되어가는 듯 해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런데...  이번엔 또 건물관리를 하던 직원이 그만둔다는 의사표시를 했단다. 

오늘 오후 면담을 하기로 했다. 

슬슬 짜증이 난다.
하나 정리가 되면 또 하나, 그게 마무리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그래... 짜증도 복이라고 생각하자.
짜증꺼리가 있다는건 내게 뭔가 할 일이 있다는거 아닌가.
고민할 일조차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나은거겠지.

또, 아무 걱정이 없다는건 그만큼 머리쓸 일이 없다는거 아니겠는가.
노화방지, 치매방지.
고민꺼리, 짜증꺼리가 있다는게 두뇌회전에 좋고 정신을 가다듬는데도 좋고,
내 존재감을 일깨우는 촉매라고 생각하자.
:
샤브미가 새로운 장소로 변한다.
그동안 비어있던 샤브미에 중식당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강남에서 20여년간 중식당을 운영중이라니 풍부한 경험이 느껴져 다행이다 싶다.

계약이 끝나고 내일부터 인테리어 보수에 들어가 4월7일 오픈 예정인데,
샤브미의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살려갈지 궁금하다.





작년 샤브미 폐업시 일차 정리를 하면서 집기 비품은 남겨두고 있었는데,
어제 다시 올라가 다시 한번 둘러보니 컵이 보인다.

저거 만드느라 여주 도예촌까지 다녔었는데...
다른 업소가 들어서며 이제 샤브미의 흔적이 모두 지워진다고 생각하니 지난 과정들이 생각난다.

시.원.섭.섭.

참...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절묘한 표현이다. 
문을 닫은 후에도 근처에서 만나면 아쉬워하는 분들을 대할 때 마다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아쉬움이 남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2년4개월간 샤브미를 찾아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데,
블로그를 통해 찾아주신 많은 친구님들께도 다시금 감사드린다.
특히, 미국에서 일부러 찾아주셨던 로사님과 칼라님, 그리고 Sunny님께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할지... 


샤브미가 있었던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중식당 [금문]이 번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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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5일 연그린총회 사진 몇 컷.


 
 



샤브미를 정리하고 그 공간을 비워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단체모임장소로 공간이 괜찮다.

이날 까사미오에서 와인과 안주를 받아왔는데,
이참에 여길 아예 단체모임 전문장소로 활용을 할까보다.
[민들레영토]처럼...  

안그래도 그날 김덕규선배가 관심을 보였다.  자기들 동문회 장소로 썼으면 좋겠다고.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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