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하순 쯤이었나보다.
재원이가 군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람과 함께 까사미오를 찾아왔다.
와인병에 캐리커쳐를 그린 작품을 까사미오에 전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방문 목적의 요지인데,
까사미오로서도 좋은 퍼포먼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제, 상명대학교 만화학과와 에니매이션학과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작품으로 전시가 시작되었다.
전시회 작품을 만들어준 작가 소개.
모두 상명대학교 만화학과와 에니매이션학과 재학생이며, 맨 우측에 다소곳한 포즈를 취하고 계신 분이
이 학생들의 전시회 준비를 지도하여 주신 이호 선생님.
나도 얼결에 졸지에 축사까지 한마디 하게됐다.
이번에 까사미오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16점인데, 내가 봐도 상당히 흥미롭다.
작품 중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몇 점을 소개하면...
작품명이 있지만,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제리나 졸리, 말론 브란도, 비, 김제동.
이 중 내가 가장 감탄한 작품은 [말론 브란도]의 캐리커쳐.
툭 튀어나온 앞이마와 퀭하니 들어간 두 눈, 그리고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양 볼과 입의 특징이
잘 살아났는데, 특히 튀어나온 이마의 느낌이 와인병의 곡선으로 인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복근까지 묘사한 비도 재밌다.
오브제 캐리커쳐라고 하는 이 작품들은 종이에 그려 붙인 것이 아니라,
특수물감을 사용하여 와인병에 직접 그린 것으로 물에 젖거나 하더라도 지워지지가 않는단다.
전시내용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는 가운데,[샘플로 사장님과 부사장님의 캐리커쳐도 준비해 보았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의아했었다. 부사장은 누굴 말하는거야...
그 의문을 풀어준 샘플작품.

졸지에 부사장이 되버린 재원이.
까사미오 직원들이 바로 "어~~ 사장님이네.." 하는걸 보니, 내 특징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럼 작품이 잘 됐다는 반증 아닌가.
손에 들고있는게 언뜻 포크인가 싶었는데, 와인잔이다. 와인가게 주인장이라고...
상당히 놀라운건,
단순히 평면적인 그림이 아니라, 단추라든가 주름 부분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
아무튼 이제 평생 보관해야할 와인이 생겼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여자친구의 생일 등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좋아하는 와인을 선정하여 미리 사진을 보내주면,
까사미오에서 학생들과 제휴하여 일정에 맞춰 위와 같은 와인 캐리커쳐를 준비함으로써
고객이 까사미오에서 연인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는...
까사미오를 전시장소로 선택해준 학생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열정적인 작품활동으로 캐리커쳐 분야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큰 무대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고, 그때 이렇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캐리커쳐를 배우던 학생시절에 강남에 있던 와인집에서 처음 전시회를 했었는데,
그 집 이름이 뭐였더라.. 까사미오던가...
그때 그 집 사장은 우리가 만들어준거 아직도 갖고 있을라나 몰라... 따서 마셔버린거 아냐..??"
아마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