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할 때 내가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팀웍이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호흡이 맞지않으면 그 공간은 곧 지옥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조직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조직의 와해를 가져오게 된다.

단위조직에서 회식을 한다거나 야유회 같은 것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조직의 화합을 다지기 위함인데,
거의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겐 이런 이벤트들이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까사미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식을 자주 할 수도 없고, 또 회식날만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에 가끔 직원들과 가벼운 내기를 한다.
약간의 돈을 걸고 사다리타기를 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 경우 내 몫을 크게 하는게 당연하다.
직원들에게 재미를 주는게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포츠의 빅매치가 있은 경우에는 아주 좋은 이벤트가 되는데,
주요경기가 있을 경우 직원들과 종종 스코어 맞추기 내기를 한다.
방법은 1구좌에 2000원씩을 내고 예상스코어를 적어내고 맞추는 사람이 상금으로 가져가는 방식.
일종의 스포츠토토다.  

예상스코어를 적는 순서는, 
까사미오에 새로 들어온 식구는 1회에 한해 우선권을 주며, 그 다음은 나이의 역순이지만,
그전 상금수령자는 맨 마지막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내 순서는 늘 마지막이다.
그리고 나는 늘 다섯구좌 이상을 신청한다.
직원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기위한 것이지 내가 상금을 얻기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축구경기의 경우 내 순서에는 3점 이하의 스코어는 거의 남아있질 않는다.
내가 적을 수 있는 스코어는 3점 이상인 경우 밖에 없는데 축구에서 그런 점수가 나기는 쉽지가 않다.
때문에 의도한대로(?) 내가 이기는 경우는 그야말로 거의 없다.



지금 진행되고있는 WBC야구에서도 까사미오는 매번 토토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축구와 달리 야구의 경우 스코어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난 항상 직원들이 모두 찍은 다음에 남은 범위에서 베팅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내 몫이 되고 말았다. 
이번 WBC 1라운드 한국의 스코어는 모두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일본에 14 : 2 로 참패한 것도, 또 1 : 0 으로 이긴 것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스코어다.

재미있는건, 모두가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스코어를 직원들이 먼저 찍고난 후,
나는 어쩔 수 없이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스코어를, 그것도 보태준다는 마음으로 몇구좌씩 찍은게
결과적으로 대박(?)의 횅운을 가져다 준 것이다.
내가 먹은 상금을 가져가는 것도 어색해 1/2은 간식자금으로 내놓고, 나머지는 다시 다음 경기에 투자를 하는데,
투자금이 많아지니 당첨확율도 높아지는거 같다.  부익부라고 할까...

어쨌든 어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내가 또 상금수령자가 됐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의 이구동성.
"또 사장님이 위너신대요.."

나 완전히 직원들 등쳐먹는 악덕기업주가 되고말았다.

직원들이 나의 독주를 막기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내일 일본전부터는 방법을 바꾸겠다고 한다.
"니들 맘대로 해라~~  난 니들 하자는대로 할테니까..."


자기들끼리 머리 맞대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건, 서로 팀웍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내 의도대로 되고있는거 맞는거지???


근데...  내일도 또 내가 먹으면 어카냐???  
정말 직원들 고혈을 빨아먹는 찰거머리 악덕 기업주네...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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