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재형氏가 떠난 후 까사미오에는 인원 변동이 많았다.
재형氏의 자리를 병일氏가 굳건히 메워주었고, 2월에는 주일이가 대학에 복학하느라 떠났다.
주방에서도 재영氏가 떠나고 승종氏가 대신하고 있다.
(누군 氏를 붙이고 누군 왜 이름만 부르냐고??  아직 학생은 이름불러도 되지 뭘...)

그런데, 재형氏 환송회 이후 제대로 환송환영회를 하지 못했다.
2월중에 한번 했어야 했는데, 재영氏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미루다보니...

그러던 중 병일氏가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까사미오를 떠나게 됐다.
그래서 겸사겸사 간만에 회식을...

영업시간 특성상 토요일 영업이 끝나고 시작된 회식.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요일 새벽 1시에 세꼬시집에서 시작된 1차가 끝난 시각이 4시쯤.

그리고 이어진 2차.
함께 참석한 재원이에게 평소 찾는 노래방 문 닫았는지 확인해보라니, 문 닫으려고 청소하고 있단다.
미안하지만 시치미떼고 들이닥쳤다.  평소 안면이 있는지라 고맙게도 웃으며 받아준다. 





이때는 한바탕 광풍이 몰고간 다음이다.

이날의 핫 이벤트는 [수류탄酒].
캔맥주 하단에 작은 구멍을 뚫어 손가락으로 막은 상태에서 약간 흔들어
부글대는 압력을 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짧은 시간 살짝 살짝 들어 조금씩 방출한 뒤
구멍에 입을 댄 상태에서 캔맥주 상단의 캔 꼭지를 따는 방법이다. 
[수류탄주]라는 이름도 캔 꼭지를 따는게 마치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이게 설명만 들어서는 뭔지 잘 이해가 안간다.
남이 하는걸 보더라도, 구멍에 입을 대고 캔 꼭지를 따는 순간
두눈의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며 목젖이 정신없이 요동치는 상태에서 맥주캔에서 입을 떼지도 못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온몸을 흔들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한다.

캔 꼭지를 따는 순간 공기가 통하면서 유압에 의하여
맥주 한 캔이 순식간에 정신없이 입속으로 밀려오는데, 물밀듯이 밀려온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대체 어떤 상황이 느껴지는건지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
나도 예전에 그게 궁금해서 해봤다.  먼저 겪어본 후배가 극구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호기심 땜시. 

무엇을 인지하기에 실전체험만한게 없다. 
그래서 모두에게 돌아가며 수류탄酒 하나씩.

처음이라서인지 후유증이 너무 컸나...  곳곳에 수류탄의 파편이...
바닥은 물론 테이블까지 맥주로 범벅이 된다.
- 어~~ 이거 완전 히튼데요...
- 충격이다. 꼭 한번 써먹어야겠어요.
- 맥주 들어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요.  목젖을 때리는거 같아요..
- 여태껏 주법중 최곤데.. 사장님한테 하나 확실하게 배워갑니다. 
경이의 탄성이 모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바리톤의 굵은 음성이 매력적인  유승종의 열창.
호방한 웃음에 비해 노래하는 모습은 무척 다소곳하다.

어깨동무를 한 식운이와 주일이는 동갑내기다.
그래서인지 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상반된 성격임에도 상당히 친해졌다.





조병일.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끝까지 붙잡았다.

친형이 돈까스전문점을 차려 퓨젼일식을 전공한 동생 병일氏에게 넘겨주고
본인은 홍대앞에 일본식 라멘집을 오픈할 계획이란다.
때문에 한달여 전부터 까사미오에 출근하기 전 오후 3시까지는 돈까스전문점에서 일을 해오다가,
형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됐다.  

그러니.. 자기 가게를 꾸릴 사람을 내 욕심만으로 잡고 있을순 없지않은가.
곧 결혼도 해야하는 나이고.

무표정한듯 하지만, 참 성실하고 속정이 많은 친구다.
여지껏 겪은 많은 직원들이 출근시간 전에 도착하더라도 휴식을 취하다 출근시간이 되야 일을 시작하는데,
병일氏는 늘 출근시간 30분전에 도착하여 그때부터 바로 일을 시작한다. 
그러니 일이 밀리거나 빠듯한 적이 없다.
하루에 양쪽을 오가며 일을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하련만, 자세나 일에 흐트러짐이 없다.

마지막까지 자기가 그만둔 다음에 예상되는 사항까지 내게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에서
고마움과 함께 더 아쉬움을 느낀다. 
함께 한 기간이 5개월이었지만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고싶은 정이 가는 친구다.

남영동 용산중학교 앞 [돈키]로 돈까스 먹으러 가야지..    





이제 당분간 홀을 혼자 떠맡게될 식운이를 중심으로, 단체예약시는 재원이와 주일이가 도와줘야할거 같다.
 

"1시간만..." 하고 들어간게 6시반이 됐다.

수류탄酒의 여파로 바닥이 끈적끈적하다. 
퇴근하려고 청소까지 마친 곳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미안해서 그냥 나올 수가 없다.
물걸레와 행주를 달라하여 깨끗하게 치우니 오히려 미안해하며 자기가 할테니 놔두고 그냥 가란다.
재원이 왈,
"우리도 매일 이런거 전문인데요, 뭘..."

 
밖에 나와보니 밤새 주룩주룩 내리던 비도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이 더 싱그럽게 느껴진다.
병일氏 가게가 저렇게 맑고 밝게 커나갔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와 재원이가 이대로 잠이 들면 완전 밤낮이 바뀐다면서,
점심때 모시러 가겠다고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재원이에게 밤샘 회식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머니..
"근데, 아범은 나이가 50중반인데 젊은 애들하고 똑같이 그러면 피곤해서 어떡해.."

어머니가 모르시는구나...  이런 방법으로 젊은 원기를 보충한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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