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영업이 다 그렇겠지만, 경기가 안좋으면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인건비다.
때문에 어려울수록 인건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다.

까사미오도 그렇다.

서빙은 평일 2명, 주말 3명이던 직원을 한 명씩 줄여 평일엔 한명이 일하고, 주말엔 두 명이 일하고 있다.
모두 대학생인데, 그것도 월~수요일은 12시까지만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한다. 다음 날 수업 때문이다.
그 이후는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

주방은 두 명이 근무하는데, 사실 요즘 같으면 한 명이라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주방에 두 명을 고수하는 이유는, 갑자기 손님이 밀려올 경우, 예약손님이 많을 경우,
그리고, 혹시라도 유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홀의 경우 유고가 생기면 나라도 나서면 되지만, 주방의 경우는 하던 사람이 아니면 안되기에 예비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내가 메뉴 조리까지 익히면 되지않느냐면 할 말이 없지만...

대학생을 고용하다보니 분기에 한번 꼴로 난감한 경우가 생기는데, 이번 주가 그렇다.
시험기간인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시험기간만큼은 시험공부  때문에 근무가 어렵다는데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번 주의 절반은 나 혼자 서빙을 해야 한다.

이번 주 토요일 주방 이모 아들의 혼사가 있다.
때문에 금요일과 토요일 출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진즉에 전해왔는데,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녀가 결혼하기 전 날 자정까지 일을 할 수도 없고,
또 결혼식을 마치고 정리할게 또 얼마나 많겠는가. 
앞서 얘기한대로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한 명이면 족한 주방인력을 두 명으로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그런데, 지난 주말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주방에서 일하던 총각이 출근을 안한 것이다.  단순히 출근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연락도 두절이고 자기 짐도 어느 새 정리를 해갔다.

이 친구는 월초에 퇴직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는데, 그때는 월말까지는 일을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슬그머니 자기 짐을 정리하여 그만 둔 것이다.
주말 이틀동안 이모가 출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조금 바쁘게 돌아가는 주말 주방을
혼자 맡을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거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십대 후반이면 그렇게 생각없는 나이는 아닐텐데...


샤브미 때 부터 아무 이야기도 없이 월급여를 받은 다음 날 부터 출근하지 않는 직원을 종종 겪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요식업소에서 직원들 첫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감하고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한 부분은 직원 퇴직시 추후 지급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방식을 사용하라고 오래 전에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쪼잔해지는거 같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럴 때 마다 그 말이 생각난다. 결국 불신이 불신을 키우는 셈.


그나저나.. 이번 주말은 어쩌지...
주초에 사람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주말에 혼자 일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자녀 혼사를 치루는 사람을 결혼식만 참석하고 출근하라 그럴 수도 없고... 

주초엔 홀이 비고, 주말엔 주방이 비고...
이래저래 심란한 일주일이 될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