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를 모르면 흉내만 내게된다.
내 삶의 현장/샤브미 2007. 2. 10. 01:59 |며칠 전 샤브미의 인원변동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사람이 바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에 대한 교육이다.
이것이 제대로 안되면 조직 전체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단지 일의 내용이나 방법, 절차에 대해서만 알려준다면,
배우는 사람은 흉내만 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겉보기에는 잘 돌아가는거 같아도 실상은 작은 것에서 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결국은 엉망이 되고만다.
이런 맥락에서 샤브미의 최근 모습 중 신경쓰이는 것이 몇개 있다.
점장이 없는 가운데 직원들의 분위기는 무척 좋아 보이고, 다들 열심히들 움직여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데,
부분부분 눈에 거슬리는게 있다.
쌈밥의 알이 전에 비해 굵어지고 있는 것.
그리고, 찬으로 내놓는, 종지에 담아놓은 김치의 모습이 전에 비해 정갈하게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쌈밥의 알이야 노메인의 질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하다.
쌈밥을 싸는 노메인이 좀 크거나 뻣뻣할 경우, 밥알을 너무 작게 만들면 노메인이 풀어지기 때문에
풀어지지 않도록 밥알을 좀 크게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런데, 김치는 경우가 좀 다르다.
김치의 폭을 좀 작게 자르고, 종기에 담는 양도 적게 담아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도록 해왔는데,
이게 요즘 폭도 커지고 담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김치가 요즘 말로 모양새가 빠진다.
'우리 집이 일반 백반집이 아니지 않느냐...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김치를 작게해서 이쁘게 담아라.' 고
몇번 얘기를 해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바쁠 때 김치좀 더 달라는 손님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나름대로 자구책을 쓴다는게 양을 늘린게 아닌가 싶다.
며칠 전에 친구들이 샤브미로 찾아왔다.
같이 식사를 하며 모처럼 손님의 입장에서 서빙을 받으니, 또 다른 문제를 알게된다.
새로 온 직원이 내 육수에 숙주와 버섯 등 기본 야채를 넣어주고 간 다음에 보니,
꼭 넣어줘야 할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다음 날 홀에 근무하는 직원 네명을 모두 불러모아 전날 서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성훈이에게 기본서빙에 대해 알려줄 때 무엇을 알려줬느냐...
어제 성훈이가 서빙을 하고간 다음에 보니, 꼭 먼저 넣어야할 감자, 호박 만두, 대파, 고추는 그대로 있더라.
성훈... 왜 이런게 먼저 들어가야 하는지 알아?
감자, 호박, 만두는 냉동보관하기 때문에 다른 것 보다 먼저 넣어야 빨리 부드러워지고,
대파, 고추를 먼저 넣는 이유는 육수에 향이 빨리 어우러지게 하기 위함인데,
이걸 설명을 안해주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무거나 넣고는 할 일 끝났다고 생각하는거 아니냐.'
빨간 고추를 익혀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빨간 고추가 있는 이유를 모르면, 사람들은 고추를 먹지 않을테고, 그럼 직원들은 손님들이 고추를 먹지 않으니
원가도 줄일겸 먹지도 않는 고추를 아예 빼자고 할 것이다. 대파도 그렇고...
차츰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손님들은 샤브미의 육수 맛이 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원리학습이 학문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에는 그렇게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면 모든 것은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나중에는 편의위주로 변형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실은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그런걸 사소하게 생각하여 원리는 빼고 과정만 가르친다면, 그건 껍데기만 알려주는게 된다.
지식의 수명이란 이런 것이다.
이럴 때 점장이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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