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미오는 직원 두명으로 문을 열었다.
찾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인원을 많이 가져가는 것 보다,
일단 최소의 인원으로 시작을 하고, 상황에 맞추는게 나을거 같아서다.

홀과 주방을 담당하고 있는 두사람은 친자매다.

와인바에서 2년반 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언니를 채용한 후 주방을 담당할 사람을 찾는데,
며칠동안 마땅한 사람이 없어 고민하는 내게 동생을 추천한 것이다.

동생은 양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패밀리 레스토랑인 VIPS에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면접시 한가지를 물어봤다.

질문 : 요리사로 성장하려면 큰 데서 일하는 것이 배울 것도 많지 않겠느냐?
          여기는 혼자서 해야 하니,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배울 것도 없을텐대... 
답변 : 그렇긴 하지만, 큰 곳에서는 부분적인 것 밖에 못하기 때문에, 혼자 책임감을 갖고 많은걸 해보고 싶다.


친자매를, 그것도 단 둘이 근무하게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같이 호흡을 맞추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 그 못지않게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자매가 한 곳에서 단둘이 같이 일하게 되면, 나에게도, 그리고 두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이 더 많다.
 예를들어, 집에 경조사가 생겼을 경우, 특히 조사일 경우 가게를 비우고 두사람이 다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 안 갈 수도 없는거 아니냐?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면, 한명이 몸이 아프면 다른 한 사람이 그 사람을 먼저 보내고 혼자 일할 수도 있지만,
 동생이 그러면, 먼저 내보내기가 또 내 눈치가 보일거 아니냐??   두 사람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말을 들려주면서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두 사람이 참 순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나에게 질책을 좀 심하게 받은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지금 같이 까사미오를 지키고 있는 요인을, 나는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방을 맡은 진양씨는 틈나는대로 요리책을 들추며 메뉴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그런 두 사람의 진짜 고생은 마음고생이다.
손님이 워낙 없어 어쩔줄을 모른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둘이 인터넷에 매달려 글을 올리고, 또 주말에는 DVD로 영화를 방영한다는 등,
나름대로 신경들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일견 대견하기도 하다.


밝은 성격의 두 사람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





오픈을 하기 전, 진경씨가 불쑥 아이디어를 낸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와인부페보다 [와인주점]이라고 하는건 어떨까요?'
-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 기왕이면 [주막]이 좀더 토속적이지 않을까...
   ... ... [와인주막]으로 하면, 진경씨 명찰도 [주모]라고 하면 어떨까?? 주막에는 주모가 맞는거 아닌가...

왠지 나이든 것 같은 옛날식 주모라는 호칭을 좋아할 아가씨가 몇이나 되겠는가.
괜히 마땅치 않은걸 강요하는거 같아 농담삼아 한마디 던지고 일어섰는데,
다음 날 보니, 떡~하니 저렇게 명찰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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