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 처럼 보냈다.
넓은 와인집을 통채로 전세내어 집사람과 같이 오붓하게 보냈다.  나중에 딸아이가 합류해 세 식구가...

집사람에게 그랬다.
가끔 드라마에 나오는, 레스토랑이나 까페를 전세내어 프로포즈를 하듯,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강남의 와인바를 전세내어 보냈다고 자랑하라고.

아무도 없는 넓은 홀을 감싸는 째즈와 와인을 음미하면서 세 식구가 각자의 일에 대해 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면,
가히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이브 아닌가.





호프집 [naked tree]에서 와인주막으로 변모한 [casamio]


지난 21일, 흔한 전단지 한장 안돌리고 일체의 홍보도 없이 슬그머니 문만 열었다.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인건비를 많이 쓸 필요가 없어 직원을 두명만 두었는데,
괜히 요란을 떨어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리는 상황에서, 아직 모든 면에 익숙치 못한 서비스로 부정적 이미지만 주느니,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직원들의 고객응대 적응력을 길러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또 하나 실험을 해보고 싶은게 있다.
아무 마케팅도 없는 상태에서 가게의 인지도나, 고객들 수의 변화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도 궁금하다. 
어찌보면 철딱서니 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원래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조급하지 말고 조금은 긴 호흡으로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픈 당일인 21일엔 손님이 전혀 없었고, 22일과 23일엔 두세팀이 들어온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한심하고 우스운 얘기지만,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리고 어제 24일은 전무.

고객들의 확실한 지원(?) 속에, 넓은 공간을 우리끼리 독점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셋이서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영화를 한편 보고 집에 들어가니 새벽 4시 반이 넘는다.

앞으로 이런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시 올까...


다시 온다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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