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샤브미에 들어온 A.

어머니와 살고있는 A는 지금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바로 재수를 하지 못하고
샤브미에 들어와 학원비를 모으고 있는데,

작년 연말 송년회식 자리에서 난 깜짝 놀랐다.
4월부터 일을 시작하여 연말까지 모은 돈이 800만원이 넘는단다.
학원비용 1000만원을 모으는게 목표라는데, 이제는 얼추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웃으며, ' 너.. 독하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거 알지??' 라고 한마디 했더니,
같이 웃으며 그런다. ' 주위에서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A는 요즘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있는 휴대폰도 없었다.
휴대폰 요금 나가는걸 아끼려고 아예 갖지를 않은 것이다. 
요즘 휴대폰 없는 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또래의 어떤 아이들은 1년에 두세번은 바꾸기도 한다는데...
최근에 휴대폰을 장만한걸 보니 목표했던 1000만원을 모으긴 모은 모양이다.

작년 여름 회식 때, 동료들이 주는 술을 과도하게 받아마셔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엄마가 알면 실망할텐데...' 하며 독백하는 모습에서도 나이답지 않은 속 깊음을 느꼈었다.
혼자 자식을키우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은혜를 알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A는 이제 4월말까지만 샤브미에서 일을 하고, 5월부터는 내년도 대학입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나이 스물여섯에 벌써 집을 장만한
B.

B는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시다. 
중학교땐가 어머니를 여의고, 스물한살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동생과 둘이 살고 있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동생을 거느린 가장이 되었지만,
꿋꿋하게 돈을 모아 부천에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이미 집까지 마련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로 일용직 일터를 많이 찾아다녔던 모양이다.

작년에 군복무를 마치고 샤브미에 들어와 딱 석달을 일했는데,
처음 무표정한 인상과는 달리, 그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늘 가만있는 법이 없다.  항상 움직이며 일을 찾는다.
또 늘 궂은 일을 먼저 나서 처리하다보니, 자연스레 나이어린 후배들이 시키는 일을 스스럼없이 따른다.
솔선하며 리더쉽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B는 지난 2월말로 샤브미를 그만두고, 이제 AIG생명에 입사하여 보험세일즈맨으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접해보려는
C.

C는 모르는게 많다.  하지만, 모르는걸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하지 않는다.
그는 대화도중에도 자기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 의미를 바로 물어본다.

처음 C가 내게 어떤 단어에 대해 물었을 때, 난 정말 무지 놀라고 당황했다.
'고등학교를 나왔다면서 이런 뜻도 모르나...' 싶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숨기려하지 않는 C의 그런 순박함을 알고부터는
그 어떤 말이든 아주 이해하기 쉽고 찬찬하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언젠가는 집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C가 물어보는걸 그래도 내가 한번도 모르는거 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고.

C가 물어보는 것은 다양하다.
우리말 단어에서 부터 영어표현, 한자, 고사성어, 그리고 신문이나 TV에서 들은 시사적인 내용이나, 심지어는 역사까지...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 회춘이 무슨 뜻이냐
- 콤플레인하고 크레임이 어떻게 다르냐
- 공소시효라는게 뭐냐
- 주몽이를 보면 조선이 나오는데, 조선은 고려 다음인데, 왜 주몽에 나오느냐
- 요새 법원과 검찰이 왜 싸우는거냐 ...

C의 그런 면을 보면서부터,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듣는 습관이 생겼다.
C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도 유심히 듣고 있다가, 그릇된 표현을 사용하면 바로 잡아주려 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걸 두려워하지 않고, 모르는걸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이것이 C의 강점이다.
C도 다음 주 까지만 샤브미에서 근무를 하고, 호주로 갈 계획이다. 1년동안 그곳에서 일을 배우고 싶단다. 



세사람 모두 샤브미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나로서는 더 붙잡고 싶은 욕심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나의 욕심일뿐, 내 작은 욕심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앞날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참 아쉽지만 그들을 거의 한꺼번에 모두 보낸다.

A, B, C 이 친구들은 분명히 자신들이 내닫는 새로운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한 의지와 성실함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 큰 틀 속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또 내게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주어진다면 이들에게 후원이나 도움을 주고 싶다.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소 떨어진 곳에서 세 사람이 가꿔나가는 길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수 있을거 같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부분 궂은 일이나 어려운걸 싫어하고 가치관없이 쉽게 세상을 사는걸 선호하는 마당에  
하루 12시간씩 힘든 일을 해가며 자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젊음들에게서 나도 느끼고 배우는게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건 내게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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