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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 2분.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셨다.
평소 잘 아는 선배께서 일찌기 미리 예약을 하셨는데, 그 선배가 샤브미의 마지막 손님이 되셨다.
5월 2일과 4일, 그리고 9일에도 모임이 있어 이미 모두 샤브미로 장소 통보를 했다는데...
그저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가면서 말은 못하고, 그저 손만 굳게 잡아주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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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두 테이블 남았을 때, 매장 유리문과 엘리베이터 옆, 그리고 1층 계단 입구에 공지문을 붙여놓았다.
[ 샤브미가 영업을 종료하였습니다. 그동안 보여주신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먼저 나가던 젊은 손님이 출입구에 부착한 공지문을 봤는지, 나가다 다시 들어와 묻는다.
'여기 이제 영업 안해요??   너무 맛있었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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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줄 알았어...

영업종료일이 다가오면서 매출이 올라 괜히 사람 쓸데없는 미련 떨게 만드는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어제 오늘 매출이 괜찮다.
좀 싱숭생숭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한숨내쉬며  끝내는거 보다,
씁쓸한 미소일지라도 웃으며 마무리 할수 있다는게 다행아닌가...

마지막 마감을 끝낸 백점장이 금고에서 동전까지 톨톨 털어 현금을 건네준다.
'사장님... 이제 시재금 몽땅 가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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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방직원들은 9시 반 쯤이면 정리와 청소를 하고  미리 퇴근을 한다.
더 이상 주문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는데도 평소와 달리 모두 안가고 있다.
점장에게, 주방식구들 왜 퇴근 안하냐고 물으니, 마지막인데 인사를 하고 나가겠다고 한단다.

'마지막은 무슨 마지막...  내일도 나오고, 앞으로 정리를 하려면 며칠 더 볼텐데...'
그럼에도 영업 마지막 날이라 인사를 하겠단다.
할 수 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자~~ 이제 마지막 손님도 나가고... ... ...'  

우이씨~~~ 그런데, 갑자기 왜 할 말이 없냐...  멍청하니 있다가  
'모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  ...  점장님.. 내일은 2시까지 나옵니까??  그럼 내일 보면 되겠네...'
그 말만 하고 돌아 나왔다. 



*****

- 백점장.. 집에 바로 가니?
> 왜요??

- 약속없으면 맥주나 한잔 할까?
> ... ... ... 다음에요...

점장이 마치 눈꼽을 떼는 양, 손가락으로 두 눈을 계속 비비고 있다. 
짜식이.. 약속없는거 빤히 아는데 튕기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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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면, 마음이 산란한 사람이 혼자 바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가끔 나온다.
술을 많이 못하고, 또 그런 경험이 없어, 가끔 그런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는데,
오늘 그러네...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이면 또 다른 기분으로 돌아가겠지만, 왠지 오늘은 이 느낌 그대로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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