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미에서 일하던 수퍼맨이 군입대를 위해 그만둔 뒤, 직원을 새로 채용해야 했다.
벼룩시장 공고를 보고 몇명이 찾아와 면접을 봤는데, 그중에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자(?)를 뽑았다.
아직 사회경험이 없어 여러가지가 좀 미숙하겠지만, 오히려 그런 미숙함이 순박함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이 서툰건 가르치면 되기 때문에, 어정쩡한 경험을 가지고 뺀질거리는 것 보다는 낫다고 본 것이다.

7월11일 부터 일을 시작한 이 친구에겐 몇가지 특징이 보였다.
일이 서툰건 말 그대로 익숙치가 않으니까 별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를 해주면, 무심하게 듣거나, 경우에 따라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점장이 몇번 주의를 주고 교육을 시켰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거 같다.

점장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친구는 어머니와 생활을 하는거 같은데,
뭔가 속마음이 꼬여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그것도 사회가 풀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직장은 단순히 급여를 주고 사람을 부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건 단순한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가지고는 서로에게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직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이,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체득한 나의 직장관이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에겐 - 그게 어떤 종류의 직장이건 - 자신이 처음 겪었던 사회생활이
사회 전체에 대한 선입관으로 작용할 수가 있고, 그로인해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첫 직장의 분위기나 처음 맞는 동료나 상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교육이라는 표현도 그래서 나온게 아니겠는가.


지난 28일, 낮에 샤브미에 손님이 많았다. 
나도 올라가 카운터를 보면서 잔 일을 거들고 있는데, 내가 지나는 옆 테이블에서 물을 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물을 갖다주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데, 그 순간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걸어 나온다.
계산을 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마침 새로 온 친구가 지나가길래, ' **씨.. 이 테이블에 물을 좀 갖다 드리세요.' 하고
카운터로 돌아서려는 순간, 이 친구... 고개만 돌린 채 무표정한 표정으로 '죽 끓여야 하는데요...' 하면서 그냥 지나친다.

정말 황당한 순간이었다.

나는 손님들 앞에서나, 직원들끼리 있어도 회식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닌 이상, 꼭 호칭을 **씨라고 부른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공적으로는 그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점심 영업이 끝난 후, 물수건을 개고 있는 그 친구에게 다가가, 그 상황에 대해 주의를 주기위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 행동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 부터 시작하여, 내친 김에 평소 그 친구의 잘못된 습성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
사회경험도 없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본인을 위해서도 바로 잡아 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 일이 서툰건 얼마든지 이해하고 숙달될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주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 해서는 어디서나 적응할 수가 없다.
그런 마음가짐을 고치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다.  여기서도 같이 일을 못 한다.' 고, 말을 하는 순간,
그때까지 (내가 서서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앉아 있던 이 친구가 장갑을 벗으며 일어나더니,
앞치마를 풀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한 마디 한다.  ' 그만 두겠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나가 버렸다.

이런 현상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그저 지금이라도 바라고 싶은건,
그 친구가 어떤 계기를 맞든 빠른 기간 안에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올바른 인식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아쉬운건, 점심을 먹기 전에 내가 주의를 주었는데, 점심 식사후 주위를 줬으면 밥이라도 먹고 나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도,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넓게 보면 다 우리의 자식들인걸...  
황당하다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나 나나 서로 상처를 주고 받은거 같다.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재원이나 지연이가 얼마나 부럽겠는가...
아이들에게,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겸손함을 일깨워 줄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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