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미오는 사실 나와 동생의 동업체제다.
일상적인 모든건 내가 처리하지만, 각자의 일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나 혼자 매일 야근(?)하기가 힘들어 주말에는 동생이 자리를 지킨다.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내가 자리를 지키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동생이 자리를 지키는데...
그러다보니 가끔 웃음짓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로 주말에 까사미오를 찾는 분들이 어쩌다 주중에 오시면 나를 보고 묻는다.
'여기 주인이 바뀌셨나요??'

주로 주중에 오시는 분들이 주말에 오시게되면 같은 질문을 이번엔 동생이 받게된다.

   
지난 주, 까사미오 매니저가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어, 주말 모두 까사미오에 들렀다.
금요일, 동생은 일이 있어 좀 늦게 나왔는데, 여자분이 같은 질문을 한다.

손님 : 사장님이 바뀌셨나요?
나    : ...  주로 주말에만 오시나봐요...
손님 : 어떻게 아세요???
나    : *^^*


동생과 내가 나란히 카운터에 서 있었다.
계산을 하러 나온 젊은 청년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 동생에게 허리를 깊히 숙여 인사를 하며
취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청년 : 사장님 안녕하세요...  근데, 전에 블로그에 문의를 드렸었는데, 와인강좌는 왜 안해요?
동생 : ... ... (우물쭈물) 그게... 인원이...
나    : 네..  손님 중에 수강인원이 예상외로 적어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강사님께도 죄송하고요...

청년 : (대답은 내가 하는데, 여전히 동생만 바라보며 혀가 약간 꼬인다) 사장님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블로그까지 하시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동생 : (역시 어정쩡하게) 아..네... 고맙습니다.
나    : (ㅋㅋㅋ...  전에 블로그에 리플로 와인강좌에 대해 물어본 사람이 이 친구구만...)  ^-------^

청년 : (계속 허리를 숙이며, 술은 좀 취했지만 아주 공손한 자세로)  사실 저도 이런 와인집을 하나 하려 하거든요.
          꼭 다시 찾아뵙고 사장님께 상담을 드리겠습니다.
동생 : (이제 제법 여유를 찾으며) 그러세요...  그러세요... 
나    : (난 웃는거 외에 할 일이 없다) 푸~하~하~~~ ^&^


그 청년이 나간 후 동생이 그런다.
'형한테 할 얘기구만...  와인을 많이 마셨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나란히 있는데도 모르네...' 

마침 외박을 나와 바 안에서 와인잔을 닦고있던 재원이도 낄낄대며 웃는다.
'삼촌 블로그 맞어...??   그래도 대답 잘 하시데...' ^^


토요일에는 계산을 하던 젊은이가 묻는다.

- 형제분이 같이 하세요?
> 네. 이상해보이세요? ^^;
- 야뇨.. 형제분이 함께 계시는게 보기가 좋아서요.

젊은 사람도 아니고, 나이가 듬직해 보이는 중년의 형제가 같이 있는 모습이 괜찮아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40대 중반이 넘은 동생과 한 공간에서 일을 하니 왠지 뿌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형제간이라도 몇시간씩 함께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함께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니 가족끼리 같이 식사를 할 때와는 또 다른 형제애를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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