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카사미오의 자리를 채운건 나와 집사람과 지연이였다. 
셋이서 전세를 낸 듯 와인을 마셨다. 


1년이 지난  엊그제 2007년 12월 24일.

난 6시부터 11시반까지 정말 아무 것도 못하고 전화만 받았다.
지금 예약이 가능하느냐는 문의,
지금 가면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
오늘은 몇시까지 영업하느냐는 문의.

쉼없이 이어지는 전화를 받으며 정말 신기했다.
까사미오가 이렇게 알려졌나...???
어떻게 이리도 전화가 많이 올까???

전화로 묻는 내용 중에 재밌는거 하나.
'거기는 오늘도 가격이 평소와 똑같나요?'

대목이라고 평소에 없던 세트메뉴를 급조해놓고 가격을 올려받는 행위.
아니면 아예 대놓고 일일가격을 따로 정하는 행위. 
나도 소비자로서 겪어본 짜증나는 일이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졸렬한 행위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름대로 의미있는 진기록도 세웠다.

까사미오에는 모두 24개의 테이블이 있다.
24일 까사미오가 받은 손님은 모두 49 테이블. 
평균 2회전이 완벽하게 됐다는 얘긴데, 식당이 아닌 술집에서는 참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간단하게 마시고 더 분위기가 좋은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장사를 하는 업소 입장에서는 회전율이 좋은걸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 내가 더 놀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좌석이 꽉 차 waiting을 걸어놓은 팀이 무려 48개팀이었다는 것.

까사미오는 월 화 수요일은 좌석의 2/3, 목 금 토요일은 좌석의 1/2 이상은 예약을 받지않는다.
이유는,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에게 예약이 다 됐다는 이유로 빈좌석을 보여주며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
영 개운치가 않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멀리서 오셨을 분들도 계실텐데, 그럴경우 얼마나 아쉽겠는가...
때문에 설사 예상보다 오시는 분들이 적어 빈자리가 남더라도 예약만으로 좌석을 채우지는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도 물론 그랬다.
그런데, 찾아오신 분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 죄송합니다. 지금은 자리가 없는데요...
> 그럼 언제쯤 나요??
- 글쎄요... 식사를 하시는 경우라면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술 드시는 분들은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어서요...
> 그럼 연락처 적어놓고 근처에 있을테니 자리나면 연락주세요.

이렇게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기다리겠다는 팀이 모두 49개팀.
30분 이상 걸릴거 같다... 혹은, 기다리는 분이 10분 이상이라고 해도, '그래도...' 하면서 연락을 달란다.

기다리다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은 분들도 있지만, 35개팀 이상이 연락을 받고 까사미오로 돌아왔다.
개중에는 한시간 이상을 기다린 분들도 많다.
그렇게까지 기다리면서 굳이 이곳으로 올 이유가 있는가???  내가 이해가 잘 안간다.

그렇다고 평소보다 매출이 급증한건 아니다.  미리부터 예상했던 현상이다. 
손님의 대부분이 젊은 쌍쌍이니, 4인용 테이블의 반만 채우게 된다.
전 테이블이 다 찬다고 해도 실질인원은 반이 조금 더 되는 수준.
게다가 젊은 아베크족은 대개가 케익을 사들고 온다.  안주 소모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매출에 비해 직원들의 일손만 바빠지게 되는 것이다.
케익 사들고 오신 분들 요구대로 일일히 접시 갖다주랴..
그 접시에 묻은 케익크림 닦아내랴...  두고 나간 케익박스 치우랴...
손님들 나가면 테이블 청소 하랴... 
대기하시는 분들에게 전화연락하랴...

직원들이 그런다.  '하~~~ 정말 다른 날 보다 정신없는데, 매출은 거북이걸음 하고있으니...'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면서까지 까사미오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그 와중 속에 일어난 일.
새로 오신 손님들의 주문내역을 전산반영하려는데, 그 테이블에 10만원이 계산종료가 안된 채 살아있다.
예약과 대기손님이 북적되는 상황에서 계산을 놓친 것이다.
... ...  ㅡ.ㅡ 
어쩌겠나...   불우이웃 도왔다고 생각해야지.


계산을 하던 손님 한분이, 많은 분들이 전화로 묻던 내용을 되짚는다.
'오늘 같은 날은 영업시간을 좀더 연장하셔도 되지않나요...??'

그 생각을 안해본게 아니다.
1월1일을 휴무로 하고 대신 이브날 2시나 3시까지 영업을 하는걸로 할까...

숙고를 했지만 평소대로 하기로 한 것은,
조건을 걸면서 영업시간을 연장한다는게 어딘지 직원들과 흥정을 하는 듯 해 찜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까사미오의 직원들도 손님으로 오는 고객들과 다 같은 젊은이들 아닌가...

또래의 다른 젊은 사람들처럼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이 다들 있을 것임에도 이렇게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리고, 일이 끝나면 늦은 시간이나마 약속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작은 욕심때문에 그런 희망을 갈취하고 싶지 않았다.
한두시간 더 연장해서 얼마나 더 벌겠다고... 
   
손님들도 잘 협조를 해주셔서 1시에 영업을 끝낼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친구나 여자친구와 즐기라고 와인 한병씩을 들려보내니, 오히려 내 맘이 편하다.


이렇게 즐거운걸 돈 몇십만원과 바꿀 뻔 하다니...

욕심아...  미안하지만 이번엔 내가 이긴거 같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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