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에 해당되는 글 164건

  1. 2008.02.27 간만에 날밤을 새운 연그린총회 뒤풀이 11
  2. 2008.02.15 발렌타인데이에 받아 나눈 정겨움 18
  3. 2008.02.06 파천님의 사진 전시회 13
  4. 2008.02.03 고교동기 신년회 8
  5. 2008.01.16 준이가 고맙게 마련해준 동호회번개 8
  6. 2007.12.15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했던 사람들 13
  7. 2007.09.08 一品 진로 보다 더 명품인 마음 6
  8. 2007.08.13 내 아이의 친구에게도 정을 느끼는게 부모인가... 22
  9. 2007.08.03 블로그번개, 먹힐까??? 19
  10. 2007.03.18 2007 연그린총회 17
  11. 2007.02.19 2007년 설날 19
  12. 2006.12.25 2006년을 보내며 블로그 친구님들께 드리는 다짐 28
  13. 2006.12.24 시그너스동호회 송년모임 4
  14. 2006.12.19 옛 동료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 22
  15. 2006.12.18 이시용 사장님 古稀宴에의 초대 9
  16. 2006.12.10 고마운 동호회원들 30
  17. 2006.12.08 목걸이를 통해 본 우리 세대 25
  18. 2006.11.27 봉숭아학당 3학년 5반 14
  19. 2006.07.27 사는게 만만치 않지 ??? 24
  20. 2006.06.29 동호회의 훈훈한 정... 그리고, 나의 십팔번은...??? 22
  21. 2006.06.25 똘이의 입양 42
  22. 2006.06.16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는 세사람의 재치 13
  23. 2006.06.12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13
  24. 2006.06.08 연그린 체육대회 24
  25. 2006.05.30 전원주택으로 변모한 서산 당숙부 댁 15
  26. 2006.05.22 사람 냄새, 사는 맛... 그리고, 살아가는 의미. 12
  27. 2006.04.24 뮤지컬 햄릿의 쫑파티 49
  28. 2006.03.28 SunnY 님의 방문... 그리고, 게시판에 남겨진 글 18
  29. 2006.03.26 30년만의 해후 6
  30. 2006.03.13 개그맨 김형곤의 마지막 어록 9

어제 있었던 2008년도 연그린총회.

그동안 샤브미에서 하다가, 샤브미가 문을 닫는 바람에 금년엔 신촌에서 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김덕규 회장이 딴데서 할 필요 있느냐고 까사미오에서 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주말이 아닌 월요일 같이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은 날이라도, 전체 예약은 사실 좀 부담스럽다.
매출만 생각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거 같지만, 찾아준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또한, 그런 일이 잦게되면 길게 봐서 이미지에도 별 도움이 안될거 같아 거부하고도 싶었지만,
명색이 부회장이란 사람이 1년에 한번 하는 전체 행사에 너무 내 생각만 하는거 같아 수락을 했다.
사실, 제안 자체가 내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으니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참석인원을 예상해보니 고민이 생긴다.
50명쯤 될거 같은데, 그 인원을 놓고 전체 문을 닫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룸으로 들어가자니 좀 비좁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밖이 좀 소란스러울거 같고...

생각 끝에 샤브미 장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10개월 가까이 사용을 하지않아 일요일  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붙여놓으니 단체장소로 아주 훌륭하다.


와인과 안주는 밑에서 배달을 하고, 노래방기기 까지 임대를 하여 다들 만족스럽게 총회를 마치고,
그룹별로 일부는 지하 까사미오에서, 또 일부는 외부에서 2차.
동기들과 까사미오에서 2차를 하고 1시쯤 헤어지는데, 다른 후배들과 2차를 가며 후배 이건성이 한 말이 떠오른다.
        
가만...  이건성이가  [미가]로 간다며 오라고 하던데, [미가]가 어디야...???
건성이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건성으로 말하고 건성으로 들었으니 알 수가 있나.
대충 뒷골목으로 내려가보니 한무더기가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다.
 
- 이제 2차 끝난거야?
> 네...
- 그럼 이제 집에들 가는거야?
> 글쎄... 어디가서 한잔 더 했으면 하는데...
- 한잔 더 할거면 엄한데 가서 돈 쓸 필요 뭐있어...  다시 샤브미자리로 가지...  노래방 기기도 있겠다...
 
그래서 다시 총회장소로 U턴.
 
술마시고 노래하다 지쳐 떠들다가 편의점가서 캔커피 사다먹고.
그러고보니 집에 갈 시간들이 점점 애매해진다.  버스도 없고, 전철도 없고... 
집들은 먼데, 대개가 나보다 20년이상 후배들이고 재학생도 있으니 아직 할증료 물며 택시탈 처지는 안되고,
한두명이라야 택시비라도 줘서 보내지, 그러기엔 인원이 너무 많고...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수단 동원시간까지 버텨야 했다. 
 
근데... 배고프다.
할 수 없이 편의점가서 라면 사와 끓여먹고...  그때가 새벽 4시 20분.
 
라면 먹었으니, 다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어영부영 시간은 5시반.
아직 집에들 가기가 애매한가 보다. 대체 일어날 낌새들이 보이질 않으니...
할 수 없네... 이왕 여기까지 온거 아침은 먹여 보내야할거 같다.
경비실에 전화로 물어보니 6시반에 1층 콩나물국밥집 문을 연단다.
 
앞으로 한시간...  그럼 할게 또 노래네...
 
결국 6시30분에 콩나물국밥집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고 집에 들어오니 7시50분.
정말 오랜만에 노느라 꼬박 밤을 새웠다.




라면냄비, 쥬스통, 캔커피, 감긴 눈 등이 고되고도 치열했던 밤의 열기를 보여준다. 
저 뒤 유리창 앞에 한명 전사, 그리고 보이지않는 좌측 긴 의자에 3구의 시신이 있었다.
 
5년 후배가 하나, 13년 후배가 둘, 그리고 나머지는 28년~33년 나이차가 나는 후배들.
후배들이라고 하나 사실 재원이와 지연이 보다도 어린 자식같은 아이들이다.

오랜만에 노느라 날밤을 꼬박 새웠는데,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집사람은 같은 동문이라서, 그리고 재원이는 서빙을 하느라 끝까지 함께 했는데,
집사람도 자식같은 후배들과 어울리니 즐거웠던 모양이다.
재원이 역시 같은 동갑끼리는 서로 바로 말을 트며 친구처럼 지낸다.
요즘 아이들의 특징인 모양인데, 좋아보인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나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30년 정도 차이나는 후배들과 밤새 같이 노래부르며 놀았다면 남들이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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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날이건 의미를 붙인 날은  있는 사람에겐 즐겁고 없는 사람에겐 서글프다.

명절은 돈이나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즐겁지만, 돈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겐 서글프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은 연인이 있는 사람에겐 더넚이 행복한 날이지만,
연인이 없는 사람들에겐 김새는 날이다.

그런데, 꼭 연인이 있어서 무엇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친구끼리, 가까운 사람끼리도 얼마든지 가벼운 정을 나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정을 나누는 사람이 없으면, 이게 괜히 심심하다.


어제 발렌타인데이.
한창 나이의 재원이도 한개 밖에 못받은 쵸코렛을 세개를 받았다.
비록 작년보단 줄었지만, 그래도 선방한 셈이다.
이재원... 아직은 아빠가 낫지않냐... ㅋㅋㅋ...
억울하면 빨리 인맥을 구축해라.




Casamio에 가끔 들르시는 분이 건네주고 가셨다.
들르는 빈도가 잦다보니 직원들과도 서로 얼굴을 익혔는데,
직원들과 같이 나누라고 일부러 들르신 것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일이 있어 사람을 안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모양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초코렛이 아닌, 情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

어제 파천님의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지난 수요일 전시회 오픈을 했는데, 그때 가봐야 왠만해선 눈 맞추기도 힘들거 같고 찬밥(?) 취급만 받을거 같아
조금 한가할 때 간다고 간 것이 정말 날을 잘 택한거 같다.
아무도 없는 절묘한 시간 선택에 힘 입어 VIP급 설명을 들었으니까. 
  
몽골을 소재로한 사진이 시원스럽고 장엄함을 느끼게 하지만, 전시작품의 액자가 참 특이하다.
외형이 흡사 LCD 액정 TV를 연상케 하는데, 진공압착방식을 택하여 햇빛을 오래 받아도 변색이 안된단다.
깔끔하기도 하고.  이거 하느라 전 작품들이 모두 독일까지 다녀왔다는구만...
돈 좀 먹었겠다.

촬영시간 및 기후조건, 기법은 물론 작품 속 소재에 대한 설명까지 아주 소상한 해설을 들으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란 생각이 새삼 든다.

돈 있다고 되는 것도, 기기가 좋다고 되는 것도, 또 테크닉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정과 그 열정을 따라갈 수 있는 근면성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은 물론...

작품에 대해 점잖게 접근하지 않는 파천님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좋다.
작은 사이즈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대형화된 인화지 속의 디테일이 재밌다.
점 같은 새, 선 같은 소떼의 행렬, 암흑 속에 묻힌 수초를 찾는 흥미로움이 있다.
순간적으로 담아낸 자연이 만들어내는 구름에서 해학을 뽐낼 수 있는 오만을 주어서 즐겁다.


전시장을 들러보다 재밌는게 눈에 띄인다.



새민족교회에서 보낸 蘭의 리본에 적힌 문구 [미워 미워 장현우].
ㅋㅋㅋ... 이런 문구는 또 처음인데, 필체와 잘 어울리는 문구 속에 애뜻한 정이 물씬 풍긴다.

파천님... 정 좀 주시지...


아참...  파천님..
독수리 5형제 중 지구를 지키기위해 보초서느라 빠진 한마리는 다음에 꼭 껴주세요.

그리고, 전시 중인 작품의 촬영은 예의가 아닌거 같아 그 작품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몸통 뜯긴 채 줄행랑치는 명태대가리를 쫒는, 작가도 몰랐던 ghost 의 존재를 찾아내
작품의 해석을 완성시킨 대가는 뭐 없수??? 
그거 완전히 미이라 영화의 한 장면이던데...   ^-------^ 


훌륭한 해설과 함께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파천님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전시회를 기대합니다.
돈도 많이 버시고...^^
: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고등학교 동기동창회가 있었다.
해마다 년말에 모임을 가지다, 이번엔 신년회로 대신했는데, 이게 더 의미가 있지않나 생각이 든다.
년말에는 모임이 너무 많지 않은가.




11년째 동기회를 이끌고있는 박굉복 회장의 인사말을 겸한 년간 보고회.

해마다 졸업 30년을 맞는 졸업 기수에서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게 동문회의 전통.
2004년에 30주년을 맞은 우리 기수는 모교에 1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모교는 물론 다른 선후배기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그 주역이 바로 저 친구 박굉복.

한해동안 총 1억7천만원이 모금됐는데, 그게 어디 거저 됐겠는가.
그 어마어마한 금액을 거둬들인 저 친구...  동창들에게는 정말 거머리(?)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미움받지않고 인정받으며 지내는 비결은 온갖 행사에 안끼는 곳이 없는 마당발의 열정 때문이다.  
 
동호회 몇십명 모임을 5년 주관하다 힘에 부쳐 나자빠진 나로서는
11년씩이나 큰 모임을 다독이며 끌고나가는 저 친구의 열정이 놀랍다.
이런 모임의 수장은 천성적인 끼가 없이는 안되는거라는걸 안다.




2부 순서로 진행된 서강대 물리학과 박영재 교수의 [선(禪)]에 대한 강의.

많이들 도망갈줄 알았는데, 그래도 차분하게 강의을 경쳥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난 생각이 든다.
학교 수업시간에 졸던 친구들, 옆 짝꿍과 떠들던 친구들, 땡땡이치던 친구들이
50들이 넘어서는 오히려 차분하고 진지한 수강태도를 보인다.


해마다 동창회를 다니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본다.
30대까지는 모임이 끝나면 개별적으로 팀을 이뤄 2차를 가곤 하던 친구들이
40대가 되어서는 그 자리에서 술들을 마시고는 모임이 끝나면 대개가 그냥 헤어지더니,
50대가 되면서는 동창회 자리에서도 음주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술을 마시더라도 가볍게들 마신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1년간 동문소식을 전하는 내용에 작년에도 세명이 죽었단다.
이제 갈수록 그 숫자가 늘지않겠는가.

씁쓸하면서 다짐되는게 있다.

아둥바둥하지 말자.
가급적 여유롭게 살자.
자족(自足)할줄 알면서 살자.
:
어제 동호회 번개가 있었다.
5년간 수고한 전임방장과 앞으로 수고하게될 신임방장을 위하여 준이가 주선한 위로모임.

판다의 자기 집과 마찬가지인 신사동 진동회집.



늘 처음은 이렇게 부드럽다.



그런데, 어느순간 이런 분위기로 돈다.
누리형님이 가져오신 발렌타인 17년생이 문제다.



작년 송년모임에 한번 했으면 됐지... 신구방장이 무슨 죄라고 또 시키고 있나...




그리고 이어진 2차 노래방.
마침 이 모임을 주선한 준이의 생일이란다.  부랴부랴 케익 대령이오...

(키가 크신) 단국대 교수이신 창암형님의 姓은 정氏.
오른쪽 세번째 연세대 교수인 준이의 姓은 조氏.
어떤 조상님을 만났냐에 따라 한분은 처음부터 정교수,
한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조교수다.  이런 불행한 일이...




건전하게 놀았음을 증명함.




알뜰하게 놀았음이 입증됨.




사진만 찍고 있기에는 난 방앗간을 지나는 참새.
노브레인 버젼의 [비와 당신].
놀 때는 무뇌상태로 놀아야 흥이 솟는다.


신임방장으로 선임된 초심님이 나를 명장으로 추대한단다.
고문으로 하기엔 왠지 허울좋은 퇴물 취급하는거 같아 고심 끝에 내놓은 작품이라는데,
동호회를 만들어 5년간 이끌면서 초석을 잘 다져놓은 [명품방장]의 약칭이란다.
명품이 각광받는 시대에 방장도 명품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며, 이제 동호회에서의 내 호칭은 명장이란다.

名長이라...
남들이 뭔뜻인지 모를, 좀 생소하긴 하지만,
일단 정성껏 고심해준 아이디어가 고맙다.

초심님... Thank you...!!!   ^-------^
:
지난 12일 골프동호회 송년모임이 있었다.

오전에 납회 라운딩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들러 회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미리 준비한 상품 다 짊어지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6시쯤.
선물들, 빙고용지 등 필요 소품을 까사미오로 옮겨놓고 다시 사무실로 내려가 
송년모임때 회원님들께 브리핑하기 위해 미리 엑셀로 작성해놓은 년간 집계표에 마지막 납회성적 입력해
최종판 만들어서 가나다順, 성적順, 참석횟수順으로 sorting해서 각각 프린트 출력하고나니 6시50분.

그렇게 모든 준비자료 완비해서 다시 까사미오로 올라가니  그때부터 한분한분 야금야금 오시는데,
이거 예정된 인원 중에서도 불참자가 많아 몇 분이나 모일지...
한 테이블 정원 넘어가면서 일단 먹기 시작.  8시가 되자 어느정도 성원이 된거 같기도...   
근데, 예정보다 많이들 오셨다.   못 오실 것 같던 누리형님도 오시고, 백도사님도 오시고...



자... 이제 어느정도 성원이 된거 같으니 시작을 합시다...
2007년 한해동안 건강하게 정겨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던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면서,
2008년에도 정겹고 흥이 넘치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한참 음주가 진행되던 시각, 헐레벌떡 들어오신 송도형님...
먼저오셔서 오매불망 낭군님 오시기만 기다리시던 오니님 옆 자리에 앉으시기도 전에
가방을 열고 뭔가 꺼내시는데...  @>@~~  엥~~  이게 뭐야??  왠 주사바늘??? 
똥침보다 훨씬 예리한 주사기를 거침없이 꺼내시는게 아닌가...
독감예방주사를 가져오신거다.
 
아~~~  이 감격이라니...  그것도 끝발순으로 놓아주신다니 권력말기에 방장의 특혜를 입는다.



송년모임에서 예방주사 맞혀주는 이런 동호회가 어디 있겠나...
바쁘신가운데 늦게나마 참석해주신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시다니... 
태어나서 술자리에서 술먹다가 얼굴 빨간 채로 예방접종 받아보긴 또 처음이다.
근데, 음주상태에서 맞아도 되느냐 여쭤보니 아무 상관 없단다.
 
혼자 놓기가 힘드셨는지 같은 의사인 딱정에게도 건네시는데,
음주상태에서 에방접종을 하면 불법의료행위가 아닌가...???
하기사 딱정에게 주사맞은 사람은 재벌이니까 상관도 없지만서도...
근데, 재벌의 주사맞는 자세가 무지 교태스럽다.
남들은 다 팔소매를 걷어부치는데, 왜 혼자서 어깨를 까는건지...  쉑쉬해...
혹시 재벌님은 뽕을 맞은게 아닐까???
 
판다가 나는 왜 안놔주느냐고 어필을 해봤지만, 세상에... 판다는 수의사한테 가야지...
 
 
그리고 이어진 빙고게임.
게임의 방식은 각자 회원님 필명 25명을 다 채운 후 게임의 공정성을 위하여 다른 분과 교환하여 채점 진행.
5등까지만 뽑는다는 말에 열심히들 빙고를 외치지만, 실은 동호회 창립 5주년이라서 5등이 주인공이다.
영광의 5등 막차는 점톤이 힘차게 빙고!!!  그 순간 실제 칸을 채워 작성하신 인디님의 입이 귀에 걸린다.
하지만... 세상사가 모두 그리 뜻대로만 되는게 아니지 않는가.
인디님은 좋은 일만 하신거고, 복불복이라고.. 점톤님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
후에 인디님과 점톤 두분이 서로 싸우고있다.  서로 상품을 양보하느라고. 
역시~~~  우리 회원님들은 멋쟁이야. 
 
 
다음은 송년모임을 축제마당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제정한  [2007 Cygnus Award] 시상식.
여섯 분야별로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신 회원을 회원들의 인터넷 투표로 선정했다.
 
- 모든 면에서 회원들의 귀감이 되는 최고회원상. (Member of Cygnus)
- 좋은 글과 리플로 게시판을 활성화 시키고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게시판지킴이상. (Board of Cygnus)
- 가장 활동적인 여성회원에게 주는 여성회원상. (Lady of Cygnus)
- 모범적인 부부애를 보여준 부부에게 드리는 부부회원상. (Couple of Cygnus)
- 깊은 배려와 이해심으로 회원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해준 회원을 선정하는 우정상. (Fellowship of Cygnus)
- 2007년에 입회한 신입회원 중 가장 열정을 보인 회원에게 주는 신인상. (Rising man of Cygnus)
 
 
그리고 이어진 차기 방장선출.
2002년 12월 23일 동호회를 결성하여 방장노릇을 하다 작년에 그만 두려했다가 여론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번엔 배수의 진을 쳤다.  5년을 했으니, 현정부와 임기를 함께 하겠다. 
아니면 연말을 기점으로 탈퇴하겠다는 엄포가 주효하여  예정된 각본대로
초심님이 선출되셨고...



이렇게 평화로운 정권이양이 진행되었다. 




5년간 고생했다고 회원님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주셨다.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꽉 채운 기념패를 받으며,
준비해주신 모든 회원님들의 찐한 마음을 느껴 잠시 말문이 막혀 얼마나 애먹었는지...
회원님들이 전해주신 사랑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 순서인 선물교환시간.
모든 회원들이 13000원 전후로 준비한 선물을 늘어놓고 여성회원부터 우선 고른 후 즉석 개봉. 
작년에는 재벌이 준비하여 애심님이 고르신 T-팬티가 히트작이었는데, 
금년엔 별님이 고르신 빨강 브래지어와 빨강 망사팬티가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작년에 최고의 화제상품을 고른 애심님이 금년에 고른 것은 남성용 피임기구.  
애심님 왈, '나는 왜 이런거만 걸리는지 몰라...???'   정말 왜 그럴까???
물건 고르시는 안목이 참 특이하십니다.
 
 
일단 마무리한 시간이 얼추 11시쯤.
멀리서 오신 분들, 다른 일정이 있는 분들이 먼저 가시고 일부가 남아 1시까지 취중방담.
그 와중에도 PGA 골프룰을 따지고들 있으니...   골프동호회가 맞긴 맞나보다.
 
그리고 다시 자리를 옮겨 띵까띵까 하다가 집에 들어오니 새벽 4시.
 
천안에서 달려오신 해탈님,
홍콩 출장을 하루 연기하며 참석하신 면금님.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나오신 청수님,
예방접종까지 시켜주신 송도님,
다른 모임을 제끼고 나와주신 누리님과 백도사님, 백로님,
다른 모임을 중간에 땡땡이치고 나오신 하나로님,
여주에서 병원 문 일찍 걸어잠그고 나오신 딱정님과 인디님,
역시 여주에서 헐레벌떡 찾아오신 간매님,
늘 그렇지만 태백에서 선물까지 들고 불원천리 나오신 점톤님,
마지막에 합류하신 벙글님과 생글님,
함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주신 산바다님, 오니님, 애심님, 별님...
 
옆 건물에서 안나오면 맞아죽을까봐 마지못해 나오신 판다님,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신 흑기사님,
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괜히 나와본 재벌님...
 
그뿐인가... 
중국에서 잊지않으시고 송년모임 시간에 전화로 참석을 해주신 도토리님.
또  법인장으로 나간지 1년이 됐음에도 잊지않고 시간을 맞춰 과테말라에서 전화를 주신 KS님.
몸은 멀어도 마음은 늘 함께 하는 이런 동호회에 대한 애정이 우리의 힘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살아가는 의미를 느낄 수 있게 정을 나누는 고마운 분들이다. 

송년모임이 단순하게 모여 술잔만 기울이는 자리가 아닌,
한해를 정리하며 우리의 모임을 되새기는 즐거운 놀이마당으로 꾸며보고자 생각에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함께 해서 너무 정겨웠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한사람...
상품과 회원들에게 나눠줄 연말선물을 함께 고르고, 일일이 포장까지 다 해준 집사람.
회원들에게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해준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여보~~  고마워요.
:
 


얼마 전,  동생처럼 가까운 후배가 들렀다.
복잡한 본인의 심경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면서 차 에서 이걸 한병 꺼내준다.

요즘 [眞露]라는 브랜드를 이렇게 쓰는 진로 소주를 못 봤는데...

某그룹에서 회장의 지시로  VIP 고객용으로 진로에 특별히 의뢰하여 한정 생산한,
이를테면, Order - made 소주다.
위스키로 치자면 Premium급이라고 할까...  소주니까 一品이라 명명한거겠지.

소주도 저래 포장하니 괜찮네. 
목걸이가 다소 투박한 감이 있지만, 오히려 토속적인 맛이 있는거 같아 좋다. 


이 후배는 샤브미를 개업했을 때도 1960과 1965년 빈티지의 와인 두병을 건네줬었다.
최근 자신도 여러가지 복잡한 일로 마음이 심란할텐데, 내가 술을 별로 안하는걸 알면서도, 
특별한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건네주러 온 그 친구의 마음이  더 名品으로 와닿는다.

목소리 들은지 오래 됐는데, 전화 한번 해봐야지.
:

[불쌍한 군인들 저녁좀 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제 오후, 띵~똥~ 하고 내 휴대폰에 날아온 재원이의 문자 메세지.
불쌍한 군인들...???  
나~ 참...  대한민국에 카투사처럼 편한 군인이 어디 있다고, 지들이 불쌍한 군인들이래...
금요일 저녁엔 영내에 남아있는 병력이 거의 없어 식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밥을 못 먹는다니,
이걸 밥도 못 먹는 불쌍한 군인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어찌됐든, 불쌍한 군인들은 아니더라도, 한창 뭐든지 먹고싶을 청년들을 위해 [ㅇㅋ] 답신을 보냈더니,
장소까지 지정을 한다.  [새마을 식당으로 갈께요.]


사무실 뒤 새마을식당.
일전에 블로그에 한번 소개를 한, 식당 앞에 새마을노래가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그 식당이다.
재원이를 몇번 데리고 갔었는데, 그곳을 지정하는걸 보니 무척 맛있게 먹었던 모양이다.




먹고싶은걸로 시키라니, 재원이가 대뜸 연탄불고기를 주문한다.
그래... 연탄불고기가 맛있긴하지.  대패질 하듯 얇게 나오는 불고기는 먹기도 편하다.

아마 저걸 먹은 후, 7분돼지김치로 마무리를 할 것이다.

  


야... 이건 말이야, 이렇게 하는거야...

나름 고참이랍시고, 그래도 후임들을 챙기는걸 보니, 군대 잘 보냈다 싶다.
안그러면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고참 노릇을 하며 깍듯한 선배 대우를 받아보겠는가.




새마을식당의 젊은 사장께서 오늘도 좋은 항정살을 두접시나 서비스로 내준다.
내 블로그에 새마을식당 올려놓은 것을 봤다며, 고맙다고 갈 때마다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미안해 죽겠다.
근데, 블로그의 내 사진을 본 것으로 어떻게 내가 갔을 때 한눈에 알아보았는지, 참 눈썰미도 좋은 양반이다.


 

재원이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 이재원 상병, 장현민 상병, 임병국 상병.
자기들끼리야 상병이라고 다 같은 상병이 아니겠지.


'병국아.. 서울 와서 고기 먹고싶으면, 언제든지 아저씨 찾아와서 사달라고 그래.. 사무실 알잖아..'
집사람이 후임들에게 하는 소리를 들으니,
문득, 독일 쾔른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김동욱 목사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대학 1년 선배인 김동욱兄. 
당시 그 선배의 집이 연희동이었기에,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그 시절
학교가 있는 신촌에서 술을 먹다 버스가 끊기면 가장 가까운 그 선배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교육자 출신인 김선배의 부모님은 그때마다  아들의 후배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곤 했다.
호방한 성품의 아버님께서 양주를 꺼내 놓으시며 같이 한잔 더 하자고 하시면,
자상하신 어머님은 '애들 불편하게 왜 붙잡고 있으려고 그러느냐..' 시며, 2층으로 올려보내곤 하셨다.
그리곤, 다음 날 아침을 차려주시곤, 늘 같은 말씀을 하셨다.
'상범이..  언제든지 또 와...'

부모가 자식의 친구나 후배를 바라보는 마음은 비슷한 모양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그때 그 두분의 마음도 이러셨겠지.
어느덧 내가 당시 두분의 나이가 되었구나...  
새삼 두분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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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들.
그분들 중에는 만나 식사를 같이 했던 분도 계시고, 술잔을 기울였던 분들도 계시다.
그리고, 얼굴만 아는 분들도...   그저 이름만 친숙한 분들도 계시고...

얼마 전, 파천님이 '금요일에 까사미오에서 와인번개를 한번 칠까요?' 하고 제안을 하신 적이 있다.

레몬님이 가끔 까사미오엘 들르시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내가 자리를 비웠다.
오늘 문득 생각이 나, 레몬님 스튜디오가 근처에 있는고로 들르실 수 있느냐 전화를 드렸더니,
오늘은 곤란하고 내일 시간이 되신단다.

그러다 파천님의 제안이 생각이 나 연락을 하니, 안그래도 까사미오로 찾아올 생각이었단다.

- 혼자 올꺼야?  누구랑 같이 올거야??
> 형님이 번개 한번 쳐보시죠?

- 내가 누구 아는 사람이 있나...  그것도 하루 전에...
> 한번 해보세요...   아님, 우리끼리 하면 되죠 뭐...
 

번개???
블로그번개는 그래도 며칠 말미를 둬야하는거 아닌가...
갑자기 하루 전, 그것도 밤에 쳐도 되는거야???
하긴...  그래야 진정한 번개지...^^


이래서 8월 3일 금요일 오후 7시에 레몬님, 파천님과 까사미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또 오실 분이 계실까요???

혹시 시간이 되시는 분, 그리고 함께 하실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휴가철이라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경우를 보면
금요일엔 까사미오가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 어느정도 인원을 파악하여 미리 자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다가 내일 텅텅 비면 많이 민망할거 같다.


가능하다면, 새롭게 뵐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2007년 연그린 총회가 샤브미에서 있었다.
3기선배부터 금년에 졸업한 38기, 그리고 재학생 회장단까지 함께 자리를 했다.

YRC (Yonsei Red Cross) 재학생들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적십자라는 단어가 젊은이들에게 호감을 주고 매력있게 와닿는 단어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JRC, Boy(Girl) Scout와 MRA 같은 단체가
매력있기도 했는데, 요즘 변화하는 젊은이들의 의식 트렌드로 본다면 적십자라는 동아리는
참 재미도 없는 고리타분한 단체일거 같다.
박애와 봉사라는 단어...  신세대들에게 어울릴까???

요즘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런 단체는 세련된 학생들 보다는 약간은 촌티(?)나는 학생들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 촌티를 내는 재학생 후배들이 고마운 것이다.




 18기 이건성 재무간사의 회비 결산보고.

연그린동문의 회비는 월 오천원인데, 대개가 연납으로 납부하며, 어느정도 기수가 되면
보통 1년에 10만원을 낸다.  이렇게 모은 기금으로 상반기 체육대회와 하반기 수련회를 하며,
재학생의 봉사활동과 몇몇 단체에 후원을 한다.  그러고도 마음들을 잘 모아 연그린 명의로
콘도도 사서 필요한 동문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2007년도 연그린 신입회원인 38기, 즉, 2007년 졸업생들의 자기소개.

내가 졸업하고 신고를 할 때만 해도 최고 기수와 8년 밖에 차이가 안났는데...




금년도 졸업생들과 함께.  

재원이와 동갑나기들이니, 아들 딸 뻘이다.  이제 사위감, 며느리감으로 봐야되는구나... 




연그린은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멘토링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신입회원 개인별로 선배들 중에서 멘토를 정하고, 선배 멘토는 대학을 졸업한 후배 멘티가
사회에 잘 적응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후견인 역할을 한다.

멘토가 되어준 모교 교수 10기 박경자동문의 멘티와의 기념 듀엣 송.




노래있는 곳에 춤이 빠질 수 없지.   바람잡이 백댄서 납시오~~~


1차 샤브미, 2차는 까사미오, 그리고 3차는 또 끼리끼리.
나 역시 새벽 2시까지 당구장에서...  
:


아무리 냉담 중이라도 설날 미사는 드려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몰랐는데, 이제는 미사도 수화(手話)로 전달하는데,
왼쪽 맨앞에 계신 분이 찬송가를 수화로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니, 심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외국인 신부님이 오셔서 설날 덕담을 해주셨다.
이 신부님은 대한민국의 지하에 흐르는 물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수맥박사님이시란다.

외국인 노신부님은 인간의 죄악 중 가장 나쁜 것은 [이기심]이라고 우리말로 들려주셨다.





생후 15개월된 조카 유나의 생애 첫 세배.
카메라를 의식하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유나가 단연 이번 설의 스타다.

금년 세배돈 지출은 40만원.



 

딸아이의 선물.

발렌타인데이 때 주려 했는데, 그때 학과 일이 있어 타이밍을 놓쳤다며,
아빠와 오빠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왼쪽이 내꺼, 오른쪽이 오빠꺼.

내용을 보고 감격...



저걸 하나하나 일일히 손으로 포장을 했단다.


이렇게 설날이 지났다.

모두에게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는 새해가 되기를...
:
얼마 전, 블로그 친구 한분을 만났다.
전화로 해 가기 전에 한번 만나야 할텐데... 하다가, 쇠뿔을 단김에 빼버렸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가족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자신의 성향 까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세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가며, 앞으로 내가 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중년의 나이에 인터넷을 통해 만나 자신에 대해 들려줄 정도로 내게 신뢰감을 준 사람에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답은, 그가 나에 대해 느끼고 있는 만큼,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상적이나마, 블로그의 글을 통해, 나의 생각이나 삶의 단면에 우호감을 느꼈다면,
실제 삶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년 5월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많은 분들과 사이버 상에서 인사를 하고 교류를 나누고 친분을 다졌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 본 분들도 꽤 되는거 같다. 정말... 생각난 김에 한번 헤아려 볼까...
 
처음 만났던 분이 여행스케치님과 주니님.
그리고 그후 생각나는대로 헤아려 보자.
굘님, 보르헤스님, 자낭화님, 앤돌님, 슈크림님, 주바리님, 한밤중님, 만나님, 파천님, 아나그람님, 정지윤기자님,
해외파이신 써니님과 로사님, 칼라님.  또, 어항주인님과 럭키맨님,. 아.. 양배추님도 계시구나..
칼라님의 언니되시는... 필명이 생각이 안나네... 좌우간 언니도 계시고.
또.. 누가 계신가...

그러고보니, 이분들이 모두 샤브미를 한번씩은 찾아주셨던 분들이다.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외국에서 잠시 귀국하여, 짧은 체류기간에도 일부러 찾아주신 써니님과 로사님, 칼라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글을 통해 한국에 들어가면 한번 들러보고 싶다는 말씀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실제 얼굴을 마주한 순간이 나에겐 감동이었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한번 마주하고픈 분들도 많다.
동행님을 비롯하여, 맥전님, 독도님, 별님, 고무신님, 토반아트님, 디카필카님,
그리고, 최근에 자주 찾아주시는 울트라맨님과 베가님도...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많은 분들의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분들과 친구 맺는 것이 즐거웠다.
때문에 내가 먼저 친구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역부족을 느끼게 된다.
나를 찾아주는 분들을 방문하는 것이 블로그의 에티켓이라는 생각이 들고,
친구 분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다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됨을 느낀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일을 하는 시기라서 시간의 딸림을 느끼다보니, 어느 순간 더 이상 벌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분들의 블로그에는 가급적 방문을 삼가고 있다.
좀 지나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알고 있는 분들과 친교 맺기도 벅찬데,
더 이상의 시간 할애는 무리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활의 主와 副가 바뀔 순 없지 않은가.  


사람들에겐 각각 고유의 뇌파가 있을 것이다.
그 뇌파는 모두 각기 다른 파장이나 파고가 있을텐데, 수많은 사람들의 뇌파를 오버랩 시켜보면
리듬이나 사이클이 비슷한 경우가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

똑같을 순 없지만,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면 기간에 관계없이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2006년 한해동안 서로 좋은 느낌으로 정을 나누고, 많은 덕담으로 삶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신
많은 블로그 친구님들께,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각기 다른 어려움 속에서도 사는 즐거움을 서로에게 나눠주신 분들.
그 분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진솔하게 살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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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너스동호회 송년모임이자 창립 4주년 기념모임이 지난 20일 있었다.
우리 동호회는 2002년 12월 23일 결성이 되어 해마다 12월 23일에 송년모임을 갖는데,
금년엔 주말연휴와 겹쳐 일정을 며칠 앞당겼다.

아직 오픈 전인 casa mio 에 먹거리가 없어 바베큐를 준비했는데 어찌나 연기가 많이 나오는지 너구리 잡는 줄 알았네...




어이~~  거기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이제 시작 좀 하자구..
누리형님 아까부터 축사 원고 외우고 계신데, 자꾸 까먹으신다잖아요...


간단한 케익커팅과 금년 참석자 중 가장 좌장이신 젊은 엉아 누리님의 덕담과 건배 후,
[2006 Cygnus Award] 부문별 수상자 발표 및 시상식을 마치고 즐거운 파티 타임. 




먹을거 앞에 두고 말 많이 하는 사람 젤루 싫더라...

운짱님 부부와, 가장 입회 신참인 청수님과 산바다님 부부.
나보다 연배가 위이신데 정말 동안이시고 호남형으로 잘 생기셨다.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은 다음, 참석자들이 준비해온 선물을 교환하는 시간.
각자 부담이 되지않는 15000원안팍의 선물을 준비하여 입구에 모아놓고, 여자 - 연장자 순으로 한명씩 고르는 시간이다.



초심 : 이게~~~ 뭐여~~~
백로 : 나도 몰러... 머리에 써보던가...  색깔 좋네...
초심 : 아~하~~` 이게 공포의  T-팬티...  이게 나한테 맞을까...  프리사이즈 맞남???




ㅋㅋㅋ... 내가 물건 하난 잘 골랐지...  형님.. 그거 부부세트로 샀걸랑...

가운데 계신 창암형님이 이날 의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동호회 아니었으면 회원권 벌써 팔았을거야...'
형님... 저도 마찬가집니다. ^-----^




술자리에서는 처음인 간매님... 자... 이제 형제지의(兄弟之儀)를 나누고... 

이거 한잔 러브샷 하면 니는 내 동생이다...  바로 말 깐다...


그리고, 이어진 2차.



대한민국 헌법 제 999조 99항.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폭탄주를 마실 권리를 기본권으로 갖는다.

자... 골프장에서 못 해본 퍼팅... 여기서 한번 해보자...
길게 늘어서니 보기도 좋고, 도미노 기분도 나누만...  근데, 세번째 줄 좀 맞추지...




열네잔 깔끔하게 잠수. 
같이 시타를 하고도 놀라움에 경악하는 집사람.

얼~쑤~~~ 내년에도 만사형통일세...

역쉬... 우리 두목이야...  연말에 연습 많이 했구랴..
 



폭탄주가 쎈건지...  분위기가 좋은건지...

해탈님, 간매님, 그리고, 사랑님.




이건 또 뭐야....

모임에 늦는 사람에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벌금을 받아내는 공포의 집달관 판다님.
저 돈은 누구 벌금일까...???




다른 동호회 통채로 줘도 안바꾼다는 우리 동호회의 마스코트 해탈님과, 운짱님의 부인.
해탈님이 이날 모든 회원들을 위하여 바베큐 일체를 준비하기도 했다.




자~~  분위기 살리고~~ 살리고~~~




새벽 1시 반.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불멸의 헤어짐song인 [사랑으로]를 부르며
7시부터의 6시간 반을 마무리했다.


우리 회원들 금년에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정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어떻게 사이버 상에서 처음 만난 40대 후반 중년의 사람들이 이렇게 격의없이 가까울 수 있냐며,
집사람이 놀란 동호회 사람들, 그중에서 가까운 후배들을 일러 집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장내 시동생 보다 장외 시동생이 더 당신을 챙긴다.' 며,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란다.

나도 그걸 안다. 
그러기에 나도 여길 못 빠져 나가고, 늘 그 동생들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
오늘, 입사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 하여 대전엘 다녀왔다.
같이 입사했던 동기 두명과 같이 대전엘 내려가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참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생명에서 지점장까지 지낸,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해군장교 출신 동료가 있는데,
직장을 떠난 후 선물투자에 잘못 손대어 모든 재산을 날렸단다.

살고있던 아파트를 팔아 전세로 옮기고, 다시 전세를 빼서 월세로 옮겨
지금 재산이라곤 천만원 전세보증금에 월세 50만원 집에 살고 있단다.
딸 둘이 대학 1,2학년인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고,
지금 본인은 삼성생명 사옥 중에 한군데서 경비로 일하고 있는데, 월 급여가 백만원이 채 안된다고 한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 사옥의 지점장이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던 후배직원이란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가 그 사람에게 참치회 정식을 사주니,
오랜만에 이런걸 먹어본다고 그랬다는 소리를 듣고는 오랫동안 창밖만 내다보았다.


내 일이 아닌 것은 쉽게 잊는 것이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내일이면 난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

그게 무얼까를 한참동안 생각했다.
밖에서 오천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것이며,
이렇게 이 시간에 블로그를 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과분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야지...
:

지난 토요일  직장시절에 모셨던 분의 고희연이 있었다.
일찌감치 초대를 받았기에 참석을 했는데, 이 초대가 일상적인 공지에 따른 임의 참석이 아니라
한정된 인원에게 좌석번호까지 명기해서 보낸 선택받은(?) 자리였다.


이시용 사장님.

90년대 중반 이전 삼성생명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은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니.. 삼성생명 뿐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 공채 1기로 입사하셔서 대표이사까지 역임하시고,
삼성카드 대표이사 재임기간을 제외하고는, 태평양생명을 거쳐 SK생명에서 은퇴하실 때 까지
평생을 보험업계에 몸 담으셨던, 정말 대한민국 생명보험업계의 산증인이시다.

이 분의 캐릭터를 두 단어로 표현한다면, (외람된 표현이지만) [꼼꼼]과 [깐깐]이다.
굉장히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하시고, 논리적이시고, 또 추진력이 대단하신데,
대부분의 꼼꼼한 분들이 그렇지만, 기억력 또한 얼마나 비상하신지 몇달 전 수치까지 그냥 놓치시는 법이 없어
결제를 받거나 보고를 드릴 때 마다  아랫사람들은 엄청난 사전 준비를 하는데, 결과는 늘 물먹은 소금이 되고만다.

내가 대리도 되기 전인 평사원시절에 이 분을 같은 부서의 상사로 처음 모시게 됐는데,
당시 이 분은 상무이사였으니, 내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 후, 대리를 거쳐 과장이 되서도 5년여 동안 직계상사로 이 분을 모시고 일을 배웠는데,
해마다 연말 임원인사에서 이 분이 어떤 부서를 맡느냐에 따라 부서간 희비가 엇갈릴 정도였으니
이 분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헤아릴만 하다.

오죽하면, 당시 사람들로 부터, 어떻게 그 양반 밑에 5년이나 버티고 있느냐며 맵집이 대단하다는 말까지 들었을까.
한번은 당시 보험감독원에 업무차 들어갔다가, 국장 한분이 위에 임원이 누구냐고 물어 '이시용 상무'라고 하니
" 이시용 상무 밑에 있으면 엄청 피곤하겠구만...  대신 일은 확실히 배우겠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남들에게 이 분을 나의 사회 은사라고 표현한다.
모시고 있는 동안, 엄청나게 꾸지람도 많이 받았고, 당시에는 스스로 비참함도 많이 느꼈지만,
내가 직장에서 성장하며 행했던 모든 사고와 행동의 근간은 이 분에게서 배운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는 늘 ' 이시용 사장님이라면 어떻게 판단하셨을까...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셨을까..' 하곤 생각했다.


이 분과 얽힌 일화는 무척 많지만, 내가 이 분에게 정말 배우고 싶었던 것이 두가지 있었다.

이시용 사장님은 업무와 관련해서는 아랫사람을 시쳇말로 정말 반쯤 죽인다(?).
하지만, 당신이 데리고 있었던 부하에 대해 끝까지 챙기시는 속정이 깊은 분이다.
고의적인 잘못만 없으면, 실패한 사람에게 (주위에서 반대하더라도)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기회를 반드시 주신다.

그보다 내가 배우려했던 것은,
이 분은 일단 자신이 결제한 사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스스로 책임을 지신다.
밑에 사람의 실수로 일이 그릇됐을 경우에도, 내부적으로는 엄하게 지적을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결코 실수한 담당자를 거론하거나 책임을 지우는 법이 없다. 
실무자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달랐을 경우에도 일단 결제를 했으면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없다.
모든 결과를 당신의 책임으로 돌린다.   

아래뿐만 아니라, 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생각이나 의사와 다르더라도, 회사 정책이 정해지면 마치 당신의 생각인 양 지시를 내린다.
밑에 사람들이 회사의 방침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 나는 반대했는데..." 등의 핑계가 없는 분이시다.

이 두가지는 내 사회생활의 모토가 되었는데, 다행인건 나도 어느 정도는 흉내를 냈었던거 같다.


이런 그 분의 성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땐 그토록 힘들어하고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그 분을 따르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당시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이 사장님을 모시고 분기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시용 사장님은 고희연에 부부동반으로 100쌍만 초대를 하셨다.
친지들 뿐만 아니라, 당신의 학창시절 친구를 포함하여 사회에서 만나 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100명을 선정하느라 참 힘드셨을거 같다.

그날 한 테이블에 함께 했던 삼성생명출신 사람들에게 이런 우스개 소리를 했다.

" 여기 모인 사람들이 저 분이 70평생을 사시며 만난 사람들 중에서, 나름대로 가장 정을 나눠준 사람들이네.  
  그리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들 중 저 깐깐한 분이 선택한 100명안에 들었다는건 대단한 영광아닌가.
  게다가 어울릴만한 사람들끼리 자리 배치까지 직접 하시느라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셨을까..."

" 친구분들이나 다른 분들은 모르겠고, 여기에 있는 삼성생명 출신들은, 현역시절 가장 오지게 깨지고도 살아남은
  맵집좋은 사람들이라고 봐야지...  결국 이 자리는 가장 많이 깬 사람들에 대한 위로연 자리라고 생각하면 되네.."

그 말에 모두들 맞다고 동의하며 유쾌히 웃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의 창업자이고 현 NHN의 최대주주인 이해진 CSO를 장남으로 둔 덕(?)에,
그 연세 분들 답지않게 인터넷활동도 열심히 하시며 아직도 젊은 삶을 사시는 이시용 사장님. 

그리고,  내가 샤브미를 오픈한 이후, 친구들 보다도 더 많이 샤브미를 찾아주시는 분.
오히려 내가 먼저 연락을 못드림에도, 삼성생명 출신들을 규합하여 이런저런 모임을 샤브미에서 갖어주시며, 
내게 도움을 주시려는 그 분의 깊은 정을 느낄 때 마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나의 롤모델이시자 멘토이신  이시용 사장님.
늘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활력이 넘치는 행복한 생활을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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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동호회 후배 한명이 횟집으로 집합공지를 올렸다.
매번 모이는 단순한 먹거리번개라 생각하고 나갔는데,
오~잉~~~  @>@...   나에 대한 위로연이라네...
동호회 방장으로서 무보수로 동호회를 위해 수고해준데 대한 위로연이란다.



뜻하지않은 자리를 만들어준 것만도 고마운데, 게다가 무슨 꽃바구니까지 준비를 해주고...
이게 무슨 사은회 분위기다.

꽃바구니 전달식을 하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려야지  그냥 웃기만 하면 어쩌냐고 또 능청들이다.
금년엔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아 예년에 비해 동호회에 신경을 못 쓴거 같아
안그래도 회원들께 미안했구만...

자리를 만들어준 판다와 해탈, 그리고 함께 자리해주신 회원들께 너무 고맙다.
특히, 꽃바구니를 준비해주신 판다 부인께도 늦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더구나 최근에 큰아이의 수능시험으로 심신이 바쁘고 피곤하셨을텐데. 


그런데,
한가운데 앉히길래 좋은 자린가보다 하고 폼잡고 앉았더니,
왼쪽은 자기들끼리 중구난방... 오른쪽은 또 자기들끼리 왈가왈부...
좌우로부터 완전 왕따 당하고 판다와 둘이서 마주보며 멀뚱멀뚱...
뭡니까.. 이게...

기분이 Up 되다보니  1차에서 부터 폭탄주가 두바퀴 돌았다.
KS 와 사랑이 발렌타인을 1병씩 들고온게 화근이다.
대개 폭탄주는 2차에서 도는 법인데, 그만큼 분위기가 좋고 또 즐거웠다는 얘기.

근데...
그날은 끝까지 방장은 무료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1차에서 맛이 가는 바람에
매번 줄기차게 쫒아다니던 2차를 못가고 말았다.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그날 나 술 먹인 사람들...  내 2차를 돌리도~~~
:


엊그제 직장  입사동기모임과 어제 고교동창모임에 일부러 목걸이를 내놓고 나가봤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시선을 모으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대표적인 몇마디.

가장 극단적인 표현은 입사동기로부터 나왔다.

동기 : (어처구니 없다는듯 실실 웃으며)  '얌마... 너 그게 뭐냐?  이거 미친놈아냐...'
나 : 임마... 젊게 살아야지...

동기 : 그거 어디서 났냐?
나 : 샀지.

동기 : 야.. 나도 하나 줘봐라.
나 : 니가 사 임마..  그리고 줘도 못할 놈이 무슨...


그외 말들.

- 난 상범이한테 잘 있냐고 안물어 볼란다.  목걸이 한거 보니까, 강남에 완벽하게 적응을 하고 있구만...
- 야... 이상범이 젊게 사네... 목걸이까지 하고.. 완전 신세대네..
- 얘 봐라..  우리랑은 삶의 차원이 다르잖냐...


하긴, 우리 세대의 개념으로 50줄에 들어선 중년이 갑자기 목걸이를 한다는게 이상할만도 하다.
어제 모인 60여명을 둘러봐도 나 밖에 없으니...

근데 왜 난 이상하지가 않지??
오히려 중년이란 표현이 더 이상하게 들리니...


한가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건,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보려는 시도가 노화를 더디게하고 삶을 젊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젊잖게 나이든 모습에 공경심을 느끼기 보다,
세대차가 느껴지지 않는 나이에서 친화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
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을 했던 반창회 송년모임이 있었다.
늘 반갑고 정겨운 급우 9명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질 않는데,
그 날의 백미는 반장에 대한 이야기.

내가 미리 작성하여 나눠준 주소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누군가가, '왜 주소록 인원이 스물다섯명 밖에 안돼???

상범 : 연락처가 파악된 사람만 적었어.
형열 : 재민이가 빠졌네...
상범 : 우리 반에 재민이가 있었어??
그외 다수 : 재민인 우리 반이 아니잖아..
형열 : 우리 반 맞아..  영철아.. 지금 너랑 같이 있지 않아??

윤영철, 이 친구는 지금 관동대 전자공학과 교수다.

영철 : 맞지..
상범 : 무슨 과??
영철 : 우리 과..
상범 : 그럼 같은 전자공학과야??
영철 : 응..
상범 : 그럼 니가 잘 알겠네...  우리 반이냐?
영철 : 우리 반..??  아닐껄...

상범 : 근데, 고3때 우리 반 반장이 누구였냐??  누군지 도통 생각이 안나네...
대다수 : 그래.. 정말... 누구였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형열 : 재민이가 우리 반 반장이었다니까..
수철 : 걔는 우리 반이 아니라며...
형열 : 우리 반 맞다니까... 반장 했다니까 그러네...
양보 : 야~~ 지금 같이 있는 영철이도 모른다잖아..
형열 : 재민이한테 전화해보면 알거아냐..
상범 : 영철이가 전화번호 알겠네..  야~~ 해봐..


영철이가 전화번호를 누른 후, 바로 날 바꿔준다.

재민 : 여보세요...
상범 : 저.. 이재민 교수님이십니까?
재민 : 네.. 맞는대요..
상범 : 윤영철 교수님 소개로 전화드렸습니다.
재민 : 네.. 무슨 일이시죠??
상범 : 혹시 윤영철 교수님과 고3때 같은 반을 하셨습니까?
재민 : 네.
상범 : @>@~~  그럼 3학년때 5반이셨나요?
재민 : 네..
상범 : !%&#^*^$#...  재민아.. 나 이상범이야... ...  ( 이하 생략 )


모두 : 맞다는 얘기야??  야~~ 영철이 너는 같이 몇년을 있으면서도 같은 반 인지도 모르고, 뭐하는 놈이냐...
영철 : 재민이가 우리 반이란 말이야??  햐~~ 나도 미치겠네...
양보 : 경훈이 니가 부반장하지 않았냐??
경훈 : 맞아..
양보 : 근데...  부반장이 반장이 누군지도 몰랐단 말이야??
경훈 : 나도 처음 알았네...
양보 : 니들 엄청 문제 많았구나... 야.. 경훈이가 반장 엄청 꼴보기 싫어했구나...

상범 : 완전히 우리 반이 봉숭아학당이네...


정말 이 와중에 얼마나들 웃었는지 모른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몇년째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몰랐던 윤영철 교수와,
같이 1년간 반장 부반장으로 호흡을 맞췄으면서도 기억을 못하고 있는 박경훈 원장.

두 친구의  덜 떨어진듯한 헷갈림 덕분에
나머지 머리 나쁜 우리들의 무지한 기억력은 대충 묻어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중1부터 고3까지 내 반과 번호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기한게 아닌가... 남들도 다 기억하고 있는 당연한 건가...




모인 사람 중 유일하게 반장을 기억하고 있던 박형열과,
전체 동기회장을 맡아 정말 고생하는 박굉복,
그리고, 같은 과 교수인 동창이 같은 반 인줄도 몰라 바보가 되어버린 윤영철.

그러고보니, 얼떨결게 내민 포즈에서도 영철이는 형열이에게 졌다.
두 사람은 가위 포즈인데, 혼자 보를 냈네... ^&^.
:
어느 부대 식당에서 강아지를 세마리 얻어 키웠다.
식당의 잔밥이 많으니 그걸 그냥 버리느니 개라도 키우자는 의견에 새끼 세마리를 얻어 온 것이다.

강아지 세마리에게는 각각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강아지가 어느정도 成犬(일명 X개)으로서 훌륭한 체격을 갖춘 어느 해 여름 초복날,

취사병들이 '초복아 ~~  놀러가자..' 하고 초복이를 데리고 산으로 갔다.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따라간 초복이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중복날엔 중복이를 불러 데리고 나갔다.
중복이 역시 그 이후 자취를 감췄다.

말복날 이후, 말복이를 본 장병들도 없다.

그들은 각각 군인들의 일부가 되어 조국수호와 국토방위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이건 실화다.






여름은 犬公들에겐 생과 사를 오가는, 그야말로 초긴장의 계절이다.
옛날 로마시대 검투사들에겐 싸워서 이길 기회라도 주어졌지만, 그들에겐 사투를 벌일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처분만 바랄 뿐이다.

선택권이 없는 경우에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제법 몇년은 무사히 넘긴 듯한 이 개의 눈에서 체념이 읽혀지나 보다.

어려운 여건하에서 조직사회에서 오래 버티는 처세술은, 바짝 엎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사슬을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납짝 엎드려 있는 이녀석이 이제 다가 올 중복과 말복을 잘 넘기기를 바란다.
    
가을 쯤 이 녀석을 다시 볼 때는 녀석의 표정이 좀 밝아 보일려는지...
:
동호회 후배 해탈이가 낙지번개를 하겠다고 나섰다.
무안에서 세발낙지를 공수하여 회원들 배 터지게 먹여 주겠단다.

나 : 어디서 하려고?
해탈 : 글쎄...  가락시장이 어떻겠어요?

나 : 굳이 가락시장에서 할거 뭐있어...  우리 가게에서 해...
해탈 : 형네 가게???   미안하잖아...

나 : 뭐가 미안해???
해탈 : 매상도 못 올려주는데, 괜히 미안하잖아...

나 : 이사람아...  그렇게 따지면 가락시장에서 하면 누가 곱게 보냐??  오히려 더 눈치 보이지...


그래서 어제 샤브미에 일곱명이 모였다.  호세는 큼지막한 보드카를 한병 들고 오고...

해탈이가 고속터미날에서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받아와 주방으로 넘기자, 이재영실장이 잘 처리하여 내준다.
직원들이 초장과 기름장을 개인별로 세팅해 주자, 잔정 많은 해탈이가 백점장에게 한마디 한다.
' 다 내오지 말고, 직원들도 맛 좀 보세요.'

술잔이 이리저리 도는 와중에, 갑자기 판다가 내게 직원들이 모두 몇명이냐고 묻더니, 늦게 온 사람들에게 벌금을 걷는다.
그리고는 거출한 돈을 점장에게 건네며 직원들에게 나눠 주란다.

술이며 안주를 들고 왔는데도 정성껏 서빙을 해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웠기도 했겠지만,
직원들에게 내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행동일거라고 생각하니, 그런 마음들이 고맙기만 하다.

이런 작은 것 같으면서도 세심한 배려들이 나를 동호회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
항상 정겨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2차를 갔는데... ... ...  

술을 마시다...  깨우길래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쯤...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물어보니 12시 반 쯤 다들 나갔단다.
깨워도 안 일어나자, 워낙 잘 아는 집이라 맡겨놓고(?)  나간 모양인데...  그래도 그렇지... @>@...

문제는, 상의가 안 보인다.  어~~ 그 안에 지갑이랑 다 있는데...  해탈이가 입고 갔단다.
주인장에게 2만원을 지원받아 (이래서 단골이 좋다)  겨우 집에 오기는 했는데,
아침에 해탈이에게 전화를 거니 대답이 걸작이다.

나 : 야 ~~  넌 남의 옷을 입고 가면 어떻허냐...???
해탈 : 형~~~  숙박계 썼어?  안 썼지??   숙박계도 안 쓰고 그렇게 길게 드러누워 자면 어떻해...???    


옷도 건네 받을 겸, 점심을 같이 했다. 호세도 함께 했다.

호세 : 강하형...  어쩜 그렇게 잘 자...???
나 : 내가 언제 잠이 들었지...??
해탈 : 노래부르고 잤잖아.. 

나 : 내가 노래도 불렀다고 ???
호세 : 형은 꼭 노래부른 다음에 자잖아...

미치겠다...  

근데...  내가 무슨 노랠 불렀을까???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취한 그 와중에 비몽사몽간에 부른 그 노래가 진정한 나의 십팔번일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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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과 절친한 동료 선생님이 애완견을 키우다, 낮에 집에서 돌볼 사람이 없어
개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부득이 개를 아끼는 사람에게 양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 듣고,
집사람과 상의 끝에 백점장에게 키울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종자는 닥스훈트, 생후 6개월, 남자.
(나는 남자라고 표현하는게 이상한데, 애완견 매니아들은 암놈이니, 숫놈이라는 표현을 안쓰는 모양이다)

Of course, why not ~~~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백점장의 입이 귀에 걸리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 


지난 목요일 부부가 같이 [똘이]를 데리고 인도 장소인 샤브미를 방문하여 백점장에게
똘이와 살림살이 일체를 넘겨주고 떠나는데,  그간의 정이 참 진하게 들었나 보다.

자기 주인이 저를 두고 떠나려는 낌새가 보이자, 이 녀석이 얼마나 낑낑대고 따라가려 하는지...
6개월 밖에 안됐다는 5kg 짜리 조그마한 녀석의 힘이 어찌나 좋은지 내가 안고 있느라 혼났다.




아저씨가 날 못가게 잡았지???

녀석이 내게 감정이 좀 있나...??   노려보는 눈초리가 만만치 않네... (아직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똘이의 표정)
자그마한 녀석이 앞가슴이 다부지다. 





어~쭈~~~  게다가 족보까지...???
조상은 독일...   증조할머니는 일본...
숏 다리에 롱 허리 라고  우습게 봤더니, 그게 아니네...

그럼...  내가 얼마나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인데...

그래봤자 임마... 미안한 얘기지만, 숏다리, 롱허리, 롱코에 처음엔 커다란 도마뱀인줄 알았다... 이 녀석아...^^
숏다리가 발발~~대면서 돌아 다니는게 얼마나 웃기기도 하고 귀엽던지...  뛰니까 발이 안 보이더만... 





똘아 ~~~   앞으로 나랑 잘 지내자...  (넌.. 임마... 앞으로 나한테 군기좀 잡혀야돼...ㅋㅋㅋ...)

아이~~씨...  주인님은 이미 떠나신거 같고...   이거.. 새로 정을 줘...?? 말어...??? 상황판단을 잘 해야 하는데...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골똘히 생각하는 똘이의 고뇌어린 모습)


백점장은 개에 대한 애정이 많다.  
또, 개의 종류와 종자별 특성까지 애완견에 대해 많이 안다.
그리고, 애완견을 키워 본 경험도 많을 뿐 더러, 지금도 집에서 한마리를 키우고 있다.

나는 개에 대해 잘 몰라 지금 키운다는 애완견의 종자 이름을 많이 듣고도 잊었는데,
하여간 하도 껍질(아... 피부..)이 주름이 많이 잡혀, 그냥 쭈글이라고 부른다.  


똘이... 너 당분간 좀 어색할지 몰라도, 적응이 되면 재밌을거다.
좀 심하게 쭈글대서 너와 같은 개 인지 아닌지 처음엔 좀 헷갈리기도 하겠지만, 친구도 있고...


다음 날 얘기를 들으니, 똘이가 처음 쭈그리를 보고는 상당히 어려워 하더란다.
똘이 눈에는 처음에 쭈그리가 혹시 걸레 뭉쳐놓은 것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러다 움직이는걸 보고는 사람으로 치자면, 깊은 산속 산신령이나 백발도사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ㅋㅋㅋ...

오늘로써 3일이 됐으니, 지금쯤이면 대충 사태 파악이 됐겠지... 


똘이를 건네 받고, 샤브미 영업이 끝날 때 까지 두어 시간동안 내가 똘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그 잠깐인데도 괜히 똘이의 소식이 궁금하다.
그러니 원래 키우시던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래서 애완견을 키우던 사람들은 계속 개를 키우게 되는 모양이다. 
:

요즘 월드컵 중계 해설자로 나오는 차범근, 차두리 父子가 화제다.
처음 두사람의 해설 예고가 됐을 때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던거 같다.
중계가 장난도 아니고, 부자지간에 나오는게 좀 어색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반응이 꽤 좋은거 같다.
특히 차두리의 순박한 대답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듯 하다.

예를들어, 토고와 전반전 1:0 으로 리드를 당할 때,
'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게 1:0으로 리드 당한 채 전반전이 끝났을 때,
히딩크감독이 라커룸에서 무슨 작전지시를 했느냐?' 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질문에,

'저는 당시 후보라서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지시를 했는지 모릅니다.' 라는
순박한 대답이,  다음 날 그를 아름다운 청년으로 만들었다.

요기에도 재밌는게 있다.
:
토요일 재원이에게 다녀왔다.
가끔 외박을 나오니, 새삼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대에 관한 이야기는 보안문제도 있고 하니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나 같으면 굳이 밖으로 나오고 싶을거 같지가 않다.

원주에는 같이 동호회를 하는, 내가 참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데이브님 부부가 계시다.
금요일에 전화를 드렸더니, 토요일에 골프 약속이 있다고 그러시더니, 원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비를 핑계로 약속을 취소하시고 만나자고 연락을 주신 것이다.

부대에 들러 재원이와, 부대에 새로 전입온 신병을 데리고 원주역에서 데이브님과 잔디님을 만났다.
두분이 안내하는 시장골목에 있는 식당에 가서 점심으로 고기를 먹는데, 고기 맛이 정말 환상이다.
잔디님의 경우 원주에서 태어나 얼추 50년을 사셨으니 어련히 알아서 데리고 가셨을까... 

식사를 하는 도중 잔디님이 갑자기 재원이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신다.
혹시라도 원주에서 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는 말씀과 함께...
근데...  그러면 재원이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되는데, 재원이 번호만 핸드폰에 입력을 하시는건 또 뭔일...???

나중에 집사람의 해석.
아마 나중에 재원이 불러내서 식사라도 사주시려고 그러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자기도 그렇게까지는 남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데, 저런걸 배워야 한다며, 참 살면서 배워야할게 너무 많단다.

식사 후 재원이와 신병을 먼저 들여보내고, 데이브님 내외분이 자주 찾으신다는 커피숖에 들렀다.
자그마한 집인데, 직원들과의 분위기부터 예사롭지가 않더니,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같이 인사를 나눈다.
나올 때 커피값은 내가 계산을 하려 하니, 계산할게 많다며 굳이 계산을 하시는데,
주위 몇개 테이블을 같이 계산을 하신다.  다들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며...

그리곤 바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얘기나 하잔다.
주택가도 아니고, 큰길가에 대문이 있는데,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으~~악~~~~~~~~~~~


[Panasonic] Panasonic DMC-FX9 (1/40)s iso100

이게 왠 고궁...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고택을 지키고 사는 분들에게도 놀랐다.

안으로 들어서니, 백구 한마리가 반갑게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집안 거실로 들어서니, 이번엔 검은 애가 보인다.



얘가 미니핀이라고 하던가...

그런데, 집사람이 워낙 동물을 꺼려해 처음에는 이 녀석이 가까이 달려들 때 마다
'애야... 미안해.. 아줌마가 익숙치가 않거든...' 하면서 몸을 움추리는대도,

 

요렇게 애교를 부리더니,




결국 요렇게 됐다.

그러더니 오늘까지도 눈에 어른거린단다.
조 녀석이 집사람의 애완견에 대한 관념을 바꿔놓는데 단단히 일조를 했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무척 기분이 좋았다.
데이브님과 잔디님이, 인상도 너무 좋으실뿐 아니라, 몇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란다.
두분 모두 잔잔하시고, 평온한 느낌을 주시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의 원주 나들이는 당초에는 재원이를 보러 간 것 이었지만, 재원이는 점시만 먹고 보내고
데이브님 내외분과 만나 무척 흐뭇한 시간을 보낸 것이 주가 되었다.

오늘도 집사람이 그런다.

시험문제를 내느라 새벽 4시까지 밤을 샜는데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아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어제 너무 좋은 분들과 편한 시간을 가졌기 때문인거 같단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도 사람을 편하게 하나보다.  

    
:
어제 연그린 체육대회가 있었다.
동문들과 가족들, 그리고 재학생까지 모두 함께 어울리는 자리다.
그동안 외부 학교를 빌려서 해오다, 모처럼 모교에서 행사를 치렀다.

나도 지난 2년간 참석을 못하다, 금년부터 부회장을 맡은 죄로 3년 만에 참석을 했다.
어느 집단이든 농땡이 치는 사람 끄잡어 들이는대는 알량한 감투라도 씌우는게 최고의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금년엔 형식을 좀 달리했다.
동문들의 단체모임이라는게 원래 집합시간이 일정치 않은 관계로 옛 학창시절의 사진을 모아 [추억의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전에 게시된 추억의 사진 중 하나.

우리 때는 해마다 연말에 [YRC의 밤]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거 안하는거 같던대...
이 사진은 30년도 더 된 사진이다.
사진의 주인공들도 모두 50 이 넘어, 이미 저 당시 자기 모습을 지난 자식들이 있을 것이다.





2006년 최고의 국민율동이라는 꼭지점댄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어디서 배워 보겠나...
근데.. 왼쪽의 고참들 율동이 어쩐지 좀 엉성해 보인다.


자...  이제 애들과 엄마들 차례..



애들이 훨씬 낫다.
엄마들은 컨닝하기 바쁘고...





붉은악마 공식 유니폼도 하나 받았겠다,  모처럼 모교의 교정을 배경으로.

모교에서 사진 찍어본게 얼마만인지...





애들 다 나와라...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돌아올 선물의 내용이 궁금하다.





가장 관심이 큰 행운권 추첨.

그런데, 어떻게 4번 연속 중간에 돌아간 사람의 번호만 나오냐...





안 받은 사람 없어???
재학생까지 모두에게 하나씩 다 주고도 저만큼이나 남았단 말야...

협찬 많이들 했구만...   나도 와인 1박스 보탰다.





이 시간이 제일 즐겁지...

저기.. 재학생들은 선배들 테이블을 누비며 신고하기 바쁘다.
대신 모든게 꽁짠데 할만하지 뭐...





1년 선배인 김재헌선배의 딸.  아주 성격이 밝고 깨끗하다.

아직 한참 남긴 했지만, 이제 조금씩 며느리 선정모드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니들... 담배 좀 안필 수 없냐...???





'앗~~~  죄송합니다.  대신 이쁜 짓....'

근데... 나보다 9년 후배들인데 헤어스타일들이 만만치가 않네...
피부가 너무 넓게 땡땡한건가... ^&^..


모처럼 아무 생각없이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대신, 덕분에 모처럼 야구를 하다 두번이나 슬라이딩을 한 허리가 하루종일 여~ㅇ~~ 시원치가 않다. 
:

내 고향은 서산에는 아직도 친지들이 많이 계시다.
그 분들 중 유난히 정을 많이 주시는 당숙이 한 분 계시는데,
서산에 가서 그 분 댁을 들르면 늘 과식을 하게 된다.
어리굴젓, 게장, 꼬막 등...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들로 당숙모께서 찬을 준비해 주시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시골 기와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가 'ㄱ'자 형태로 둘러 있고, 가운데 마당의 한편에는 수돗가가 있다.
뒷문쪽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문을 나서면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있다.
재원이와 지연이가 어렸을 적에 그 밑에서 도토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동시를 하나 짓던 기억이 난다.


장대를 들어 높이 하늘을 턴다.
장대 끝 낮은 하늘가
가지 드리운 상수리가 맞닿은 언저리

재원이가 흔들어대는 장대가
상수리의 겨드랑이를 간지름 피우고
간지름을 못이긴 상수리가 제 몸을 떤다.

떼굴떼굴 구르는 도토리
뒤쫓던  지연이의 작은 발 한 발이  쫒
개울에 빠지고
좋아라 깔깔대던 재원이의 얼굴에
잔물이 튄다.

미안한 듯 상수리는 바람 뒤로 얼굴을 돌리고
햇님이 방긋 웃으며 못 본척
서산 뒤로 숨는다.

남겨진 두 아이의 그림자만
긴 거리를 간다.


그리고, 집을 둘러싼 밭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재배하셨고, 우리가 내려갔다 올 때는,
마늘이든, 고추든, 단호박이든, 하다못해 콩이라도 들려주시곤 했다.

그 곳은 이런 정겨운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월초에 예산과 척산을 들렀을 때 오랜만에 인사도 드릴겸 당숙댁을 찾았다.
집을 새로 개축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던 차라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근처에 가서 잠시 어리둥절 해지고 헷갈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터는 맞는거 같은데, 이 집은 아닌거 같고...
밭에서 일 하시는 당숙을 뵙고야 집의 바뀐 모습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바뀌다니...




예쁘고 깔끔한 전원주택이 하나 들어섰다.  이러니 알아볼 수가 없지...

허름한 옛 집의 향수가 잠시 깃들긴 했지만, 그건 어쩌다 한번 내려오는 사람의 지나친 감상이고,
오랜 세월 불편함 속에서 가사를 돌보셨던 당숙모께서 정말 좋아하셨을거 같다.


 
 

:
어제 모처럼 주말 골프라운딩을 가졌다.
삼성에서 법인영업을 하는 후배 김재호부장에게, 사업을 하는 동호회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기 위해 마련한 모임이었다.

어제도 나는 사람들에게서 [사람 냄새]를 느끼며 [사는 맛]을 즐길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라운딩 후 캐디피는 특별한 접대골프가 아닌 이상, 보통 동반자들이 공동으로 지불한다.
캐디피가 골프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8만원~10만원 하는 비용을 혼자 지불하기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는 접대골프는 아니지만,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어차피 내가 주선한 모임이라
그냥 내가 지불을 했다.
그랬더니, 동호회 후배 한 후배가 참외를 1박스씩 사서 돌리는게 아닌가...
역시 동호회의 또 한 후배는 골프공을 한박스씩 나눠주고...

그러니, 김재호가 눈이 휘둥그레 해지더니 한 마디 한다.
'점심은 제가 삽니다. 제발 나중에 나서지들 마세요...'

그런 모습들이 나는 참 좋다.
그런 마음에서 정겨움이 절로 묻어 나오고, 그래서 또 보고싶어 진다.



점심을 같이 먹고 서울에 거의 다달았을 무렵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다.

' 내 안경...'

아~차~~   또...


나는 시력이 나쁜 편은 아니다. 
단지 노안이 와서 글을 읽을 때 불편하기 때문에 누진다초점렌즈 안경을 쓰는데,
아직 안경에 익숙치가 않다보니 평상시에는 불편함을 자주 느끼곤 한다. 그래서 벗어놓는 경우가 많다.
아예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이 없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잊지를 않을텐대,
평소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보니, 어디다 벗어놓고 나올 때 잊고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데...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그곳에 안경을 두고 온 것이다.

이런....  이 시간에 여주까지 다시 갈 수도 없고...   어쩐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다.

동호회 식구들...
그래.. 혹시 오후에 라운딩하는 동호회원들이 있을지도 몰라...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회원권을 갖고있는 몇몇 회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혹시 지금 시그너스CC 근처에 계신 분들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몇몇 회원들께서 무슨 일이냐는 회신이 온다.
그러더니, 한 후배가 제대로 걸렸다.
'형... 나 지금 마지막 홀 돌고 있는데, 무슨 일이야???'

결국 이 친구가 그 식당에 들러 내 안경을 받아 와  밤 10시반에 건네 받았다.
정말 대단한 조직력이다.

문자메세지를 보낸 후 나보다도 연배가 한참 많으신 한 분이 무슨 일이냐고 전화를 주셨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아~~ 난 또...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지금이라도 내려가 봐야 하나... 생각했지...'

참 고마운 마음들, 정겨운 분들이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기도 하다.

  
:
[Panasonic] DMC-FX9 (1/8)s iso400 F2.8


중앙대 연극과 학생들이 샤브미를 찾았다.
월초에 무대에 올렸던 뮤지컬 [햄릿] 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회를 마치고, 출연진과 스탶의 일종의 쫑파티 자리다. 

그런데, 분명 나도 그 공연을 봤는데, 이상하게 배역과 캐스팅이 매치가 안된다.
물론 무대의상의 효과도 있겠지만, 무대 위에서 무대를 꽉 채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저렇게 캐쥬얼하게 입으니 정말 어려만 보인다.

무대 위에서 자기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녹음하여 틀어놓고
당시의 몸짓을 해가며 서로들 깔깔대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가 없다.
  

학생들의 예산이란게 뻔한거 아닌가...
결국 와인은 몽땅 서비스...

그래도,  큰 목소리로 외치는 '아버님~~ 고맙습니다~~' 라는 합창에,  계산기 두드리는걸 잊고 말았다.

:
SunnY(손님)
오늘 샤브미에 들렸었습니다. 진작에 전화번호를 적어가지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114에 물어봤다죠? ㅋㅋㅋ 제가 생각했던 위치가 아니라서 좀 헤매기는 했지만... 친구들도 맛있다고 하고 잘 먹고 왔습니다. 좀 시끄럽게 떠들다 온 거는 아닌지... 그리고 인상 참 좋으세요~




SunnY.

블로그 써핑을 하던 중 눈에 익은 필명이다.
허스키블루님과 제이크맘님과 같이 미국에서 번개를 하셨다는 글도 읽은 기억도 있고,
내 블로그에도 찾아주신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잠시 들어오신 모양이다.
그 와중에 샤브미를 기억하고 들러 주신게 정말 너무 너무 고맙다.

연락을 주시거나, 적어도 내색이라도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움과 섭섭함이 진하게 든다. 

하필이면 직원 두명이 자리를 비워 평소에 비운 날에 오시다니..
나 까지 나서 일을 거들었지만, 그래도  소홀함이 많았는데...



기회가 되신다면 다시 한번 들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허스키블루님이나 제이크맘님께서 연락이 되시면,
저 대신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어제 밤 늦게 날아든 문자메세지.
[경동30기 3-5 윤영철 부친상 고대안암병원]

윤.영.철.

얼굴본지가 30년이 조금 더 된거 같았다.
아주 친했다기 보다 그냥 은근한 정을 느끼던 친구.

대학 2학년 이후 서로 군입대가 엇갈리고, 그후 외국에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고,
작년에는 관동대 교수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번 연락을 취해봤는데, 연결이 안됐었다.

가끔은 생각이 나고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친구였기에 11시가 넘어 빈소를 찾았다.
이 친구가 어떻게 변했을까...  서로 알아나 볼까...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빈소에 상주도 안 보인다.
맞은 편 문상객 접객실을 둘러보니 몇 안되는 사람만 보이는데, 그중에도 언뜻 아는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우물쭈물 하는 내게 여자 분이 다가온다.
'저... 윤영철교수를...' 하고 말을 건네니, '아... 네..' 하며, 누군가에게 다가가 말을 전하자,
한 사람이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저 친군가...'

가운데 머리가 없는 사람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기억을 더듬는 눈빛으로 내게 다가오는데,
가까와 올 수록 눈동자에 조금씩 기억이 솟는 모습이다.  나 역시 다가오는 그 친구에게서 옛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  이상범이야..  기억하겠어??'

갑자기 환한 웃음이 번지며, '그래~~~ 상범이... 야~~ 정말 오랜만이다...'

문상을 드리는 것도 잊은 채, 두손을 마주잡고 한참을 그렇게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버님께 인사를 드려야지...' 

연락이 늦어서인지 조문객이 없는 덕(?)에 두시간여를 그 친구와 오랜만에 지난 얘기를 나누었다.
상을 치룬 후, 연락을 하겠다며 다시 한번 만나자는 얘기와 함께 빈소를 나섰다.


마음 속에 자리잡았던 사람은 많은 시간의 공백도 지울 수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뿌듯한 마음 만이 가득하다.

    
:

개그맨 김형곤의 돌연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평소의 건강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산다는게 뭔가...  하는  다소 철학적이고 회의적인 생각,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던 개그에 대한 생각까지... 

회장님 시리즈에서 그가 보여준  이 사회의 부(富)와 권력에 대한 통렬한 풍자는,
그를 대한민국 풍자코미디의 1인자로 인정받게 했을 뿐 아니라, 
우리 코메디 개그의 소재와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죽기 하루 전 그의 홈피에 올렸다는 글은,
언뜻 들으면 마치 개그의 한 토막 같지만,  곰씹을수록 고개가 끄떡여진다.


웃음에 대한 그의 철학이 잘 담겨져 있는,  쿠키뉴스에 실린  글을 부분 발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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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또 숨지기 하루 전에 ‘형곤생각’이란 코너에 남긴 글에서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웃고 살기 위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데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고
웃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남겼다.

그는 “드라마 주인공이 암에 걸려‘오늘 죽네,내일 죽네’하는 걸 보며 스테레스 받지 말고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걸 보며 웃는 사람들이 현명하다”며
“친구를 만나도 즐겁게 해주는 엔돌핀이 팍팍 도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국민들의 웃음을 배려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행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강도, 강간, 사기꾼, 양아치, 패륜,불륜, 조폭, 살인 등등의 사건들을 보며 잠이 든다“며
“그러니 우리 국민들의 잠자리는 언제나 뒤숭숭하고 낮에도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 비리소식에 스트레스가 많은데,
잠자리에서까지 꼭 그런 프로를 방송해 온 국민을 악몽에 시달리게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질책했다.

그는 “시청자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에만 의존하는 현 방송의 행태에 정말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하라’,‘악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피킷을 들고
방송국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편안한 잠자리에서 상쾌한 내일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람은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며
“보통 우리가 잠드는 시간이 대략 밤 10시부터 12시 사이일 텐데, 그때 TV에서 밝고 즐거운 방송을 해주면 좀 좋은가”
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방송사에 주문했다.
“언제나 9시대에 뉴스를 고정편성 하듯이 10시대에는 코미디프로를 고정편성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온 국민이 웃다가 잠이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나오게 해야 한다.
한밤에 TV에 나온 정치인들 때문에 잠을 설치고, 가위 눌리는 그런 국민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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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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