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으로 변모한 서산 당숙부 댁
뻔한? fun한!!/산다는건... 2006. 5. 30. 02:13 |내 고향은 서산에는 아직도 친지들이 많이 계시다.
그 분들 중 유난히 정을 많이 주시는 당숙이 한 분 계시는데,
서산에 가서 그 분 댁을 들르면 늘 과식을 하게 된다.
어리굴젓, 게장, 꼬막 등...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들로 당숙모께서 찬을 준비해 주시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시골 기와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가 'ㄱ'자 형태로 둘러 있고, 가운데 마당의 한편에는 수돗가가 있다.
뒷문쪽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문을 나서면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있다.
재원이와 지연이가 어렸을 적에 그 밑에서 도토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동시를 하나 짓던 기억이 난다.
장대를 들어 높이 하늘을 턴다.
장대 끝 낮은 하늘가
가지 드리운 상수리가 맞닿은 언저리
재원이가 흔들어대는 장대가
상수리의 겨드랑이를 간지름 피우고
간지름을 못이긴 상수리가 제 몸을 떤다.
떼굴떼굴 구르는 도토리
뒤쫓던 지연이의 작은 발 한 발이 쫒
개울에 빠지고
좋아라 깔깔대던 재원이의 얼굴에
잔물이 튄다.
미안한 듯 상수리는 바람 뒤로 얼굴을 돌리고
햇님이 방긋 웃으며 못 본척
서산 뒤로 숨는다.
남겨진 두 아이의 그림자만
긴 거리를 간다.
그리고, 집을 둘러싼 밭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재배하셨고, 우리가 내려갔다 올 때는,
마늘이든, 고추든, 단호박이든, 하다못해 콩이라도 들려주시곤 했다.
그 곳은 이런 정겨운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월초에 예산과 척산을 들렀을 때 오랜만에 인사도 드릴겸 당숙댁을 찾았다.
집을 새로 개축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던 차라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근처에 가서 잠시 어리둥절 해지고 헷갈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터는 맞는거 같은데, 이 집은 아닌거 같고...
밭에서 일 하시는 당숙을 뵙고야 집의 바뀐 모습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바뀌다니...

예쁘고 깔끔한 전원주택이 하나 들어섰다. 이러니 알아볼 수가 없지...
허름한 옛 집의 향수가 잠시 깃들긴 했지만, 그건 어쩌다 한번 내려오는 사람의 지나친 감상이고,
오랜 세월 불편함 속에서 가사를 돌보셨던 당숙모께서 정말 좋아하셨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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