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재원이에게 다녀왔다.
가끔 외박을 나오니, 새삼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대에 관한 이야기는 보안문제도 있고 하니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나 같으면 굳이 밖으로 나오고 싶을거 같지가 않다.

원주에는 같이 동호회를 하는, 내가 참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데이브님 부부가 계시다.
금요일에 전화를 드렸더니, 토요일에 골프 약속이 있다고 그러시더니, 원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비를 핑계로 약속을 취소하시고 만나자고 연락을 주신 것이다.

부대에 들러 재원이와, 부대에 새로 전입온 신병을 데리고 원주역에서 데이브님과 잔디님을 만났다.
두분이 안내하는 시장골목에 있는 식당에 가서 점심으로 고기를 먹는데, 고기 맛이 정말 환상이다.
잔디님의 경우 원주에서 태어나 얼추 50년을 사셨으니 어련히 알아서 데리고 가셨을까... 

식사를 하는 도중 잔디님이 갑자기 재원이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신다.
혹시라도 원주에서 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는 말씀과 함께...
근데...  그러면 재원이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되는데, 재원이 번호만 핸드폰에 입력을 하시는건 또 뭔일...???

나중에 집사람의 해석.
아마 나중에 재원이 불러내서 식사라도 사주시려고 그러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자기도 그렇게까지는 남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데, 저런걸 배워야 한다며, 참 살면서 배워야할게 너무 많단다.

식사 후 재원이와 신병을 먼저 들여보내고, 데이브님 내외분이 자주 찾으신다는 커피숖에 들렀다.
자그마한 집인데, 직원들과의 분위기부터 예사롭지가 않더니,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같이 인사를 나눈다.
나올 때 커피값은 내가 계산을 하려 하니, 계산할게 많다며 굳이 계산을 하시는데,
주위 몇개 테이블을 같이 계산을 하신다.  다들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며...

그리곤 바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얘기나 하잔다.
주택가도 아니고, 큰길가에 대문이 있는데,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으~~악~~~~~~~~~~~


[Panasonic] Panasonic DMC-FX9 (1/40)s iso100

이게 왠 고궁...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고택을 지키고 사는 분들에게도 놀랐다.

안으로 들어서니, 백구 한마리가 반갑게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집안 거실로 들어서니, 이번엔 검은 애가 보인다.



얘가 미니핀이라고 하던가...

그런데, 집사람이 워낙 동물을 꺼려해 처음에는 이 녀석이 가까이 달려들 때 마다
'애야... 미안해.. 아줌마가 익숙치가 않거든...' 하면서 몸을 움추리는대도,

 

요렇게 애교를 부리더니,




결국 요렇게 됐다.

그러더니 오늘까지도 눈에 어른거린단다.
조 녀석이 집사람의 애완견에 대한 관념을 바꿔놓는데 단단히 일조를 했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무척 기분이 좋았다.
데이브님과 잔디님이, 인상도 너무 좋으실뿐 아니라, 몇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란다.
두분 모두 잔잔하시고, 평온한 느낌을 주시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의 원주 나들이는 당초에는 재원이를 보러 간 것 이었지만, 재원이는 점시만 먹고 보내고
데이브님 내외분과 만나 무척 흐뭇한 시간을 보낸 것이 주가 되었다.

오늘도 집사람이 그런다.

시험문제를 내느라 새벽 4시까지 밤을 샜는데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아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어제 너무 좋은 분들과 편한 시간을 가졌기 때문인거 같단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도 사람을 편하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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