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않는 제원
뻔한? fun한!!/산다는건... 2010. 3. 16. 16:59 |앨범을 정리하다 보면 보이는게 모두 추억이지만, 그중 특별한 사진이 하나 보인다.
군 시절 포사격훈련을 나가면 늘 마주 보던 산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개인화기는 맞추고자 하는 목표물을 자기가 직접 보고 사격하면 되지만,
대포와 같은 중거리화기는 목표를 보고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목표를 보고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포병에서 그렇게 목표를 보고 목표를 맞추기 위한 제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 관측반이다.
때문에 관측반은 훈련을 나가면 늘 목표물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그리고, 실탄을 사용하는 포사격훈련장은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되어 있고, 통제되어 있다.
저 산봉우리는 포사격훈련장의 목표로 지정된 곳인데, 저 산봉우리의 특정지점을 맞추기 위한
훈련이 여러 부대에서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되다보니 저렇게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이 사진을 찍은 지점에서 특정 목표에 대한 제원을 후방에 위치한 진지에 통보하면
진지에서 목표까지의 거리와 방향, 그리고, 풍향, 풍속 등 여러가지 요인을 반영하여 포탄을 날리는데,
이 복잡한 절차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하여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느냐에 따라 부대의 평가가 달라진다.
얼마나 많은 포탄들을 맞았으면 산봉우리가 저리 되었을까?
초임 관측장교 시절, 포탄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만으로도 목표 좌측인지 우측인지,
혹은, 근탄인지 원탄인지, 심지어 어떠 종류의 포탄인지 알아맞추는 선배들을 보고 놀라워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놀라워했다.
반복되는 훈련으로 인한 경험, 군대 용어로 짬밥이 역시 무섭다.
O1 전방관측자 사격임무
좌표 칠칠아홉삼 하나칠여섯칠 방위각 오넷둘공
집결중인 적 보병 1개 중대 조정 이상.
당시 기준점에 대해 관측제원으로 불러주던 멘트다.
제대 후 한번도 사용할 일도 없고, 사용한 적도 없는 저 제원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술술 자동으로 나오는걸 보면 뇌 속에 인이 박혀도 제대로 박힌 모양이다.
정말 30년이 지난 저 곳이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고싶다.
'뻔한? fun한!! > 산다는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만난 동호회 사람들 (0) | 2010.03.24 |
---|---|
호준이와 함께 찾은 야구장 (0) | 2010.03.17 |
우연한 만남에 삶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2) | 2010.03.07 |
피겨 여제 김연아의 눈물 (2) | 2010.02.26 |
2010 고교동창 신년회 (0) | 201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