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정리하다 보면 보이는게 모두 추억이지만, 그중 특별한 사진이 하나 보인다.



군 시절 포사격훈련을 나가면 늘 마주 보던 산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개인화기는 맞추고자 하는 목표물을 자기가 직접 보고 사격하면 되지만,
대포와 같은 중거리화기는 목표를 보고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목표를 보고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포병에서 그렇게 목표를 보고 목표를 맞추기 위한 제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 관측반이다.
때문에 관측반은 훈련을 나가면 늘 목표물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그리고, 실탄을 사용하는 포사격훈련장은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되어 있고, 통제되어 있다.

저 산봉우리는 포사격훈련장의 목표로 지정된 곳인데, 저 산봉우리의 특정지점을 맞추기 위한
훈련이 여러 부대에서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되다보니 저렇게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이 사진을 찍은 지점에서 특정 목표에 대한 제원을 후방에 위치한 진지에 통보하면
진지에서 목표까지의 거리와 방향, 그리고, 풍향, 풍속 등 여러가지 요인을 반영하여 포탄을 날리는데, 
이 복잡한 절차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하여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느냐에 따라 부대의 평가가 달라진다.


얼마나 많은 포탄들을 맞았으면 산봉우리가 저리 되었을까?
초임 관측장교 시절, 포탄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만으로도 목표 좌측인지 우측인지,
혹은, 근탄인지 원탄인지, 심지어 어떠 종류의 포탄인지 알아맞추는 선배들을 보고 놀라워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놀라워했다.
반복되는 훈련으로 인한 경험, 군대 용어로 짬밥이 역시 무섭다.


O1 전방관측자 사격임무
좌표 칠칠아홉삼 하나칠여섯칠 방위각 오넷둘공
집결중인 적 보병 1개 중대 조정 이상.

당시 기준점에 대해 관측제원으로 불러주던 멘트다.
제대 후 한번도 사용할 일도 없고, 사용한 적도 없는 저 제원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술술 자동으로 나오는걸 보면 뇌 속에 인이 박혀도 제대로 박힌 모양이다. 

정말 30년이 지난 저 곳이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고싶다.
: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분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오랜 기간 이민생활을 하시다 다시 돌아오신 분인데,
뉴질랜드에 계실 때 어떻게 내 블로그를 접하게 되셨고,
그게 인연이 되어 귀국 후에도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계기가 되어 두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에게 뉴질랜드에서 자라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 아들이 있다.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뉴질랜드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을 했지만,
그곳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우리말이 서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귀국 후 아이의 한국어 능력을 올리기 위해 위인전과 동화책 등을 읽히며
단어 밑에 영어로 각주까지 달아주는 등, 무척이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한다.

초등학교 1년 여를 그렇게 적응기처럼 보냈지만,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가 뉴질랜드와는 문화와 환경이 다른 학교생활을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 많으신거 같다.

중학교에서 20년 이상을 보낸 집사람이 보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엄마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도 되고,
또 또래 아이들 세계를 남들보다는 그래도 좀 알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요즘은 수시로 집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 모양이다.


엊그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난 주말 먹통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한 후 전화번호 복사를 하기 전이라,
발신자 전화번호만 뜰 뿐,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 여보세요.. (나는 아는 상대에게는 내 이름을 먼저 밝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 전데요.. 언니가 휴대폰을 두고 나오셨나봐요. 마지막 통화자가 저라고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언니한테 알려주셔야 될거 같아서요..

언니?  언니라니..  이 사람은 누군데, 자기 언니 얘기를 나한테 하고 있는거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그 분이다.  늘 사모님이라는 호칭으로 집사람을 칭하다
갑자기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니 순간적으로 헛갈린거다.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나한테도 그러더라구. 어이구.. 이 나이에 갑자기 동생들이 생기네.." 하며 웃는다.


집사람은 숫기가 약한 편이다.
상대방이 격의없이 다가오더라도 쉽게 박자를 맞춰 동화되지 못한다.
동화되지 못한다는게, 같이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열면서도 말을 함부로 놓지를 못한다.

나에게 [아주버님]이라고 호칭하는절친한 후배의 부인이 오래 전부터 [형님]이라고 함에도
집사람은 그 후배의 부인에게 여지껏 동생처럼 말을 완전히 놓지 않는다.
편하게 말을 하면서도 끝에는 "~~요.." 하는 식이다.  소위 제대로 반말을 하지 못한다.
격의없이 마음을 주고받으면서도, 반말을 하는게 왠지 상대방에게 함부로 하는거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집사람은 학교 후배에게도 쉽게 말을 놓지 못한다.
집사람의 성격이 그렇다.




오늘도 그 분의 제안으로 집사람과 둘이 점심을 같이 한단다.

근 10년만의 한국생활, 그것도 자녀의 낯선 교육환경이 걱정되는 그 분에게,
중학교사 경험이 있고 자기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차가 있는 집사람이 편하고 의지가 되는 모양이다.
한국 땅에 아무 형제도 없는 집사람 역시 거리낌없이 친숙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그 분이 싫지 않은거 같다.


일면식도 없던 낯선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런 만남이 더 고맙고 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산다는게 무료하고 지치다가도 가끔씩 즐거운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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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네이버에 게재된 mydaily 기사에서 인용했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한 경우가 더러 있지만, 
경기를 보며 내 기억에 남을 만큼 마음을 졸인 순간이 몇 번 있다.

하나는, 2002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승부차기 순간이었고,
또 하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과 쿠바의 야구 결승전,
3 : 2 로 앞선 상황에서 쿠바의 9회말 마지막 공격 1사 만루의 순간.

다행히 두 경우 모두 환호와 환희를 가져다 주었다.


오늘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지켜보았던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
위에 언급한 상황 못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제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할 때도 마음을 졸였지만,
금메달이 확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올수록 혹시 모를 실수에 대한
불안감에 더 긴장이 됐다.

점프 한번, 착지 한번 할 때 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평소 들뜨던 중계진도 오늘은 오히려 말을 아낀 채 숨을 죽인다.
그만큼 같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


연기가 끝난 후 김연아의 뺨을 타고내리는 눈물.
여지껏 김연아 경기의 수많은 중계를 보면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

그 눈물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된 듯 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실수없이 다 보여줬다는 만족스러움.
무엇보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북받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대담하고 두둑한 배짱을 가졌다는 세계 언론의 찬사 속에,
전 세계의 집중되는 이목과 관심으로 인해 상당했으리라 생각되는 중압감을 이겨내며
시종 담담한 표정을 보이던 그녀였지만, 그녀도 그 순간엔 어쩔 수 없는 스무살이었다.
 
시상대에 오른 김연아는 또 한번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은메달을 딴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에서 나타난 눈물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은 성취와 환희의 눈물이었고, 또 한 사람은 아쉬움과 좌절의 눈물이었다.


만약..  만약에 김연아 선수가 실수를 저질러 금메달에 실패했다면...
우리는 어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고도 심판의 애매모호한 판정으로 실격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 이어 또 한번의 깊은 애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쁨을 주어 고맙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부모님도 그간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김연아는 나중에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등등.. 벌써부터 즐거운 가십성 얘기가 많이 나온다.
김연아 같은 딸 하나 있었으면 대박인데.. 하는 소리에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키우는데 들어간 노력과 비용은 생각 안하고??" ^^
:




지난 2월초 있었던 고교동창 신년회.


국민의례
고인이 된 친구에 대한 묵념
동기회장 인사
회계결산보고
우수동기 공로패 전달
이벤트
기념품 지급


늘 하는 신년회 내용 중 바뀌는건 이벤트와 기념품 내용이다.

금년엔 창(唱) 한자락을 배우는 자리가 마련됐다.
어색해 할 만도 한데, 그래도 잘들 따라한다.

그리고 지급된 기념품은 [황혼의 미학] 도서.

나이를 받아들이고 얌전하게 늙자는 의미..???
:

매년 2월 신년 상견례 겸 실시하는 연그린 정기총회가 지난 토요일 신촌에서 있었다.




어~ @<@..  행사가 하나 늘었네..  
금년부터 송년회도 한다고??   12월에 장소 정하기 쉽지않을텐데..
하기사 멍석은 임원단이 깔아줄테고, 우리야 회비만 있으면...





드디어 연그린 회장이 우리 아랫 기수 10기로 내려갔다. 
YRC 재학생 회장과 부회장을 소개하는 신임 윤용승 연그린회장.




"저희 4월 4일 결혼합니다."   11년 열애 끝에 또 한쌍의 연그린커플이 탄생한다.




신부가 동문인 10기 박경자 교수 밑에 조교로 있단다.
연그린 선후배이면서 스승과 제자이기도 하다.  학점관리가 어찌 될까...^^





오랫만에 만난 후배에게 술도 한잔 받고..




부산에서 재직 중인 11기 류은순 교수가 얼굴들이 보고싶어 일부러 올라왔다.
2시간 남짓 머물다 10시 KTX로 다시 내려간 류교수의 마음이 동문들에게 따뜻하게 전해진다.




13기 이경한이 봉제공장을 열었나...
예쁜 동물인형을 한보따리 들고와 후배들에게 나누어줬다.   나는 왜 안주는거야..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
arm-cross를 하고 부르는 단가.  가사를 기억들도 잘 한다.




마무리는 항상 대학 응원구호로.




2차 장소가 어디야??
깃발을 앞세운 단체관광객처럼 이날 밤 우리는 참가기념선물로 받은 우산들을 치켜들고 2차로 향했다.





금년에 졸업하여 동문대열에 합류한 연그린 신입회원들이 선배들에게 신고하고 있다.


내가 연그린 9기. 
25기 까지는 가끔 술도 한잔 하고, 30기 까지는 대충 얼굴을 알겠는데,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세대를 넘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11시가 넘어 집으로 가기 위해 전철역을 접어들다 휴대폰을 보니 고교동창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토요일 이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건...  아니나 다를까.  동창부부 두 쌍이 까사미오에 있단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부리나케 까사미오로...  

:




13세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어 다섯번의 올림픽 참가를 비롯해
20년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한 이규혁 선수.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그의 기자회견은 많은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선수는 선수로서의 느낌이 있다며,
시합 당일 아침 메달을 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안되는 것에 도전한다는게 너무 슬펐다" 고 했다.

그리고, 후배들이 고마워한다는 말에,
오히려 후배들에게 배운게 많았다며, 이어진 말에 마음이 울컥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


20년간 월드컵 등 수많은 대회에서의 우승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독 올림픽에서만큼은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규혁 선수.

올림픽이 뭐길래...

각종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올림픽 금메달만 못한 것은 왜 일까? 
그것은 관심과 이목의 집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권위있는 대회라도 전 세계 언론을 한번에 집중시키지 못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나 관심도도 그렇다. 
축구 월드컵이 있지만, 아마추어가 아니니 열외로 하자.

하지만 올림픽의 경우 표현 그대로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제대로 깔린 멍석이다.
그러니, 다른 유수의 대회에서 열번 우승한 것 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더 화제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고,
이슈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우리가 20년간 각종 대회에서 우승 메달을 거머진 이규혁보다
올림픽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신예 모태범에게 더 환호하는 것 만 보더라도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재밌는(?) 현상은,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거다.

기록경기의 경우도 은메달은 1등을 놓친 아쉬움이 있지만,
동메달은 4위의 추격을 따돌렸다는 안도가 있다.

토너먼트방식에서는 희비가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승에서 진 은메달리스는 마지막 경기의 패자로 환희를 맛볼 여지가 없다.
하지만,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한 동메달리스트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 승자로  짜릿한 희열을 맛본다.
분명 은메달리스트는 2위고, 동메달리스트는 그보다 뒤처진 3위 임에도 
경기를 마친 직후의 격한 감정은 아쉬움과 환희의 극과 극이다.


세상사가 다 그런거 같다.
모의고사성적이 아무리 좋았어도 수능성적이 나쁘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 한들, 결과가 없는 과정은 허탈함만 남길 뿐이다.
하물며 체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의 특성상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을 경우의 회한은 두고두고 남을 수 밖에 없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난다" 는 이규혁 선수의 목메인 말과 눈물은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규혁 선수..

당신에게 비록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당신이 가지지 못한 메달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당신을 우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그들이 스케이트화를 신었고,
당신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 왔기에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입니다.

일반인에겐 당신이 쉽게 잊혀지더라도
메달을 딴 그들에게 당신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남겠지만, 당신은
당신을 대신한 사람의 우상이라는 사실이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간 태극기를 달고 대한민국을 대표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일전에 헤어스타일을 바꿔보면 어떠냐며 미용실에서
왁스로 머리를 만져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친분을 맺은 분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분이 문득 묻는다.  "왜 그 머리를 안하세요?"
머리하려고 일부러 왁스사러 가기가 그래서 그렇다고 답하자,
"맞아요.. 일부러 가게 안돼죠..  나중에 제가 하나 사서 들를께요." 하고 헤어졌다.


- 사장님.. 제가 깜빡 잊었는데, 토요일에 어떤 분이 사장님께 전해드리라면서 이걸 두고 가셨는데요.. 
> 누가??
- 이름이... ... 가끔 오시는 술 못하시는 분...    





그게 이거다.

그때 한 말을 그냥 던진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이렇게 사들고 오시다니... 나 원 참...^^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사차 전화를 했다.

-  아니.. 뭘 진짜 사와요..??  난 그냥 한 얘기로 알았는데..
> 내가 이걸 사서 얼마나 쓸까.. 하는 생각에 그런건 자기 돈으로 잘 사게되지 않잖아요.
   저도 그렇더라구요.  강하님도 그래서 못사시는거 같길래..  그래서 부담없이 편하게 쓰시라고..

참 고맙다.   그저 지나가는 얘기로 알았는데... 


우리는 아무 망설임없이 지켜지지 않을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는다.
나중에 내가 전화할께..  언제 한번 만나..  다음 주에 식사 한번 하자..  다음에 내가 술 한잔 살께...  등등.. 
무책임하다는 의식조차 못 느끼며 많은 제안을 하고, 또 그때마다 "그러지.." 하며 받아들인다.
서로가 건성건성 주고받는 익숙해진 불감증이다 .

때문에 이런 생각지 않았던 말의 실행이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근데...  어쩌냐...
아직 다루는 법을 잘 몰라 머리모양이 여~엉 만족스럽게 니오질 않으니...  ^--------------^
:

지난 목요일 드림위즈 블로그 방명록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글이 하나 올라왔다.

다음은 방명록을 통해 서로 주고받은 내용이다.


cho 병장 2010-01-07 22:33:04
안녕하십니까?  637에서 생활했던 때가 어언 삼십년이 넘은것 같군요. 관측장교로 부임하셔서 관측반 사병들과 동고동락을 하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것만 세월이 이렇게............. 선배님 사진을 보니 참 감개무량 합니다. 너무나 반갑습니다.............내가 누구인지 아시겠는지요? 이멜 ick3210@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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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河 그 당시 같이 근무하던 전우들 얼굴은 지금도 생생한데, 조병장이시면... 생각이 날 것도 같고...
조금만 더 신상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이름이라도... *^^* | 2010-01-08 (Fri) 02:03
    
ick(조동익) 본부포대 통신과 조동익 입니다. 32 무전병 그 정도면 충분히 감잡으시겠지요.............아마도 지울수 없었던 추억이 생각나실 것 같은데요......... | 2010-01-08 (Fri) 15:08   신고  
江河 이름이 어렴풋이 떠오르는거 같습니다. 정말 반갑네요.
군 생활중 생각나는 추억이 많은데, 그중에 어떤 것인지...
지울 수 없는 추억이라 하시면, 혹시 제가 가혹한(?) 행위라도 했는지 궁금합니다. *^^* | 2010-01-08 (Fri) 16:42
    
ick(조동익) 그 당시 엄청 충격적인 사건을 잊으셨다니, 알면서 체면상 모르시는척 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아직도 절 잘모르시는것 같군요. 이멜로 30년전 당시 사진 몇컷 보냅니다. 아마 보시면 기억이 나실 줄 믿습니다 | 2010-01-08 (Fri) 21:00   신고  
江河 충격적이면서 체면상 모르는 척.. 이라는 표현을 쓰신걸보니,
뭔가 제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모양인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원... ⊙.⊙
메일로 보내주신 사진은 너무 고맙게 잘 받아보았습니다.
덕분에 뜻하지않게 30년 전의 정겨운 얼굴들을 만나 기뻤고요.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충격적인 사건을 일깨워주시기 바랍니다. *^^* | 2010-01-09 (Sat) 02:16
    

세상에 이럴 수가...

1978년도에 임관하여 부임을 해서 1980년도에 전역을 했으니, 전역시점으로만 보더라도 정말 30년 전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까마득한 시절에 젊음을 함께 했던 사람이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됐든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내 사진에서 감개무량을 느낀다니, 너무 고맙지않은가...

그렇게해서 내게 보내준 사진..



햐~ 사진을 보니 얼굴들이 다 기억이 나는데, 스스로 놀란건 대부분 이름이 기억이 난다는거다.

왼쪽부터, 나보다 1년 선배인 김영일 중위, 내 동기 김남선, 그리고,
노련했던 안창선, 얌전했던 원두선(이름이 생각이 안났는데 알려줬다), 과묵했던 윤하사(이름이 희섭이던가..?),
성격좋던 목포사나이 임석주, 방명록에 글을 남겨준 주인공 조동익, 당시 가장 분위기 메이커였던 김남수.

참으로 정겨웠던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리고,
[장군산 계곡에서 교육시 보좌관님과 한컷]이라는 설명을 달아 함께 보내준 또 하나의 사진.




얼굴이 선명하진 않지만, 분명히 나다.

난 이런 사진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는데, 그 오랜 세월동안 누군가가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는게 정말 신기하면서 고맙게 느껴진다.


내가 궁금했던건, 체면상 모르는 척 하느냐는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
보통 지난 일의 경우, 대개가 가해자는 기억을 못해도 피해자는 기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뭔가 내가 상당히 몹쓸 짓을 했다는건가??


한참 후배인 민경철 88군번 637포대 근무 (청주거주)  덕분에 이상범 보좌관님을 알게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이라 했는데 너무거창 하게 떠들어 죄송하군요.

하극상이라 할까..  훈련 나갔다 사병들이 말을 안듣는 관계로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니 내게 빳다 10대를 치라." 고 해서
사병인 제가 감히 보좌관님을 10대를 친 것을 기억 못하십니까....

이유야 어떻든 30년 후에야 용서를 빕니다...........
보좌관님 블로그 참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고 한수 배워야 할 것 같군요.
.
.
.
세월 이렇게 많이 흘러 우리 자식들이 벌써군대를 갔다 왔으니.......
아무튼 영영 못볼뻔 했던 보좌관님도 뵙고 글도 이렇게 올리니 정말 고맙습니다.

사진으로 얼굴을 봬니 30년전이나 변함이 없으신것 같군요.
.
.

방명록에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가 그랬는지, 메일을 통해 근황과 함께 이런 내용을 보내왔는데,
이 글을 보니 생각나는게 있다.

어느 집단에서나 새로운 리더가 오면, 기존의 구성원들이 새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슬며시 떠보는 속성이 있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줄다리기라고 할까.. 
일종의 기싸움이기도 한데,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조직장악력이 좌우된다.

당시 사병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지, 아니면,
야외훈련이라는 환경요인에 의한 긴장의 이완 때문이었는지, 내 지시가 제대로 이행이 되지않음을 느꼈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사병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켜줄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

폐쇄된 조직에서는, 말로 안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육체적 자극이 그나마 짧은 시간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 당시는 군대에서 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던 구타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구타를 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처벌한다는 강력한 구타근절 의지를 표명하던 시기다.
그러니 함부로 몽둥이를 들었다가 누군가에 의해 소원수리(부당행위에 대한 고발)라도 들어가면,
나까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자~  뭔가 조치는 취해야겠고, 나 역시 구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긴장조성을 위해
한번쯤은 필요할거 같은데, 잘못 매를 들었다가는 나마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뭘까...???

그리고 생각해낸, 나름 묘안이 [먼저 맞고 때리자]였다.
조직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니,
내 잘못에 대해 그들의 처벌을 먼저 받고, 그 다음 내가 그들을 벌하겠다는 것. 
자기들이 먼저 나를 때렸으니, 어디가서 맞았다고 고발하진 못하겠지...
그래서 선임병에게 몽둥이를 쥐어주고 먼저 엎드린 적이 있었다. 
스물셋 청년의 울며겨자먹기식 객기였다. 


에피소드로 간직하고 있던 추억이었지만, 
사병들을 대표로 내게 몽둥이 찜질을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잊고 있었는데, 바로 자기였단다. ^^ 

 
이제 다들 아이들이 군대를 다녀왔을 오십이 넘은 나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들을 하며 지내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보고싶기도 하고..
사진을 보내준 조동익 병장에게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만나자고 했다.  

예전 96년도에 토요일 오전에 방영하던 2시간짜리 TV 생방송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프로가 나가고, 저 사진 속의 안창선 병장에게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너무 뜻밖이라 방송의 파워가 대단하다며 놀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인터넷 세계가 너무 놀랍다.


조동익 병장...  정겨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어 너무 고맙고 반갑습니다.
꼭 한번 만나 누구 기억력이 좋은지 겨눠보자구요~~   

: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삼성생명은 業의 특성 때문인지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약간 색다른 기업문화가 있다.

뭐라 표현하면 적절할까...
영업조직을 근간으로 하는 구조상의 특징 때문인지, 한마디로 대가족제도의 특성이 많이 묻어난다.
대가족제도가 그렇듯, 상하간 위계가 뚜렷하고 다소 보수적인 색채가 짙지만,
그 가운데 구성원간의 정이 상당히 깊고 가족적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끼리의 OB모임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데, 
그러다보니 모임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여러개의 친목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의 경우, 회사에 있을 때는 前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회사를 떠난 후에는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주기적인 모임은 만들지않고 있다.
과거의 무용담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몸담고있는 삼성생명 출신들의 친목모임이 있다. 
삼성생명에 근무할 때 교육분야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분기에 한번, 1년에 4번 만나는 시종회는 매년 첫 모임인 1월 신년하례식을 부부동반 모임으로 한다.
시종회의 2010년 신년하례식이 지난 금요일인 7일 서초동 세종원에서 있었다.





조재현 회장의 인사말.
이 날 모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임광균 회원과 부친의 기일이 겹친 김준식 회원외 전원이 참석했다.


사실 이 모임에 대해 서운한 사람들도 많다. 
교육이 중요시되는 보험업의 특성상, 삼성생명의 교육조직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고,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부서에 몸을 담았고 거쳐나갔는데, 왜 너희만 모이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해가 되는 지적이지만, 그 부분은 여기서 얘기할게 아니므로 패스.


[시종회]라는 명칭은, 처음에는 재미로 당시 교육본부장이셨던 이시용 사장님과
교육부장이셨던 강종태 상무님의 이름 한자씩을 땄지만, 두분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함께 하자는 해몽을 곁들여 결정되었다.




우리끼리의 자화자찬이겠지만, 
한때 삼성생명, 나아가 대한민국 보험업계의 교육시스템을 선도했던 사람들이다.
우수 영업사원 육성을 위한 교육제도를 만들고, 연수원에서 직접 교육훈련을 담당했던,
말 그대로 교육기법에 대한 당대의 전문가들이다. 

가운데 두 분은 이제 은퇴를 하셨지만, 아직 보험업계의 중역으로 계신 분도 있고,
교수로 변신하신 분도 있고, 아직까지 산업훈련가로 활동하는 분도 있다.


시종회에 나가면 재밌는 일이 많다.

대부분 10년 전후의 교육경력으로, 강의 주제만 주면 사전 준비나 아무 자료없이도 언제든 두세시간 정도는
물 흐르듯 시간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의와 교육진행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인데다, 특히, 
각종 강사 평가시스템을 통해 우수한 강의 실력을 인정받은, 강의기법으로도 정평이 난 사람들이다보니
만나면 이야기가 끝이 없다. 끝도 없을 뿐 아니라 이야기 분야도 무궁무진하고, 재기발랄한 화술로 지루하지가 않다.  


시종회에서 또 하나 유쾌한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게 편안함을 준다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이시용 사장님이 당시 전무로 삼성생명 교육본부장으로 계실 때 나는 채 대리도 되기 전이었다.
그 분을 모시며 대리가 되고 과장도 됐지만, 당시에는 올려다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이시용 사장님은 나의 사회생활에서 특별한 존재이신데, 그에 대해서는 일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
http://www.kangha.kr/1086)

엄청나게 꼼꼼하고 치밀하신데다 조그만 실수조차 용납치않는 빈틈없는 성품 탓에
보험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로 모두에게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시던 분이었지만, 요즘 뵈면 참 편하다.
호되게 꾸지람들었던 일들을 비롯해 (당시에는 언감생심 말도 못 꺼내던)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
잔잔히 웃고 계시다가도,  "그때 너무 심하셨어요.." 라고 철지난 항의(?)라도 할라치면,
"쓸데없는 기억력들은 좋아가지고... 일만 잘했어봐. 그래도 내가 그랬을까.." 하시며 유쾌하게 웃으신다.

이시용 사장님이 유하게 변하시기도 하셨겠지만,
이제는 함께 중년의 길을 걷고있는 후배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신가 싶다.
젊었을 때는 바라볼 수 조차 없던 거대한 벽이, 세월이라는 연마제로 인해 둥글둥글한 자갈로 함께 변하는걸 느끼면서
(물론 나는 조약돌이지만) 세월의 흐름이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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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밴데요.. 사무실이 몇 층에 있습니까?"

사무실 밖에 있었기 때문에 경비실에 맡기면 된다고 말은 했지만 의아했다.
무엇을 주문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택배 올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택배박스를 개봉하니 이런게 들어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블로그 친구이신 물가님이 보내주신 것이다.

감성적인 사진과 화목한 가정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진 물가님의 블로그는 볼 때 마다 따뜻함을 준다.
집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자녀들과의 일상을 소중하게 꾸며나가는 물가님에게서 이상적인 가장의 모습을 본단다.

블로그 댓글을 통해 교분을 쌓은 물가님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번도 직접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그렇게 마음만으로 친분을 느끼는 물가님에게 벌써 두번째 선물을 받았다.

과분할 정도로 정이 담뿍 담긴 메시지와 함께 두번의 선물을 받았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 외에 달리 고마움을 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다.
주소도 연락처도 모르기 때문에...  
 
 
물가님이 보내주신 책.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도 마음을 전하기가 쉽지않은데,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렇게
마음을 써준 물가님으로 인해 정말 행복하고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었다. 



물가님~~  이렇게 정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받기만 해 미안해서 어쩌죠? 
뵐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책을 받은 날..  제게는 정말 오~ 해피데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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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지금 코트라 사거린데, 집에서 저녁 먹었으면 좋겠는데... 
> 알았어요.. 들어와요.





집에 들어서니 생각지도 않았던 성찬이 차려졌다.

대체 평소에 어떻게 차려주기에 이 정도를 성찬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집사람이 흠잡힐 수 있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으나,
내 입 맛에 맞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으면 성찬아닌가??
제 아무리 산해진미로만 상다리가 휘어진다한들 내 취향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버섯에, 깻잎에, 생부추와 양념부추...  또 어리굴젓..
여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과메기까지.

어떻게 내가 집에서 저녁 먹을걸 생각하고 과메기를 준비했을까...


게다가 저 위에 있는 요것.




먹걸리도 많이 개량됐다.
일반적으로 [걸쭉한 막걸리 한사발...] 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막걸리는 색도 아주 맑고 맛도 부드럽다.  색깔만 보면 요구르트 같다는...
술을 못하는 집사람도 내 권유로 힌모금 맛보더니 맛있다고 놀란다.

물론 막걸리는 막걸리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애주가라면 평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술이 약한 내게는 아주 적절하다. 도수가 6% 라는데, 두잔에 왜 이리 얼큰한거야...

레이블을 보니 현대백화점에서만 한정 판매한다는게 좀 아쉽다.



아무튼...

뜻하지 않았던 성찬으로 난 밤늦도록 배만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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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하다보니 반창회한지가 꽤 오래 되었다.
이런건 머슴이 부지런해야 하는데, 내가 여유가 없이 살다보니 급우들에게 미안하다.

해서...  지난 주 수요일 급거 소집한 가을 반창회.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승욱, 구정섭, 양보, 정철두, 이상범, 지인상, 박경훈, 장수철.

양보와 경훈이는 고정멤버.
승욱이와 수철이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는 친구다.

정섭이는 세관에 근무할 때는 일의 특성상 자유롭게 시간을 못내더니
세관에서 나와 자기 일을 하면서 참석을 한다.

양보 왈,
"지들이 나이 먹으면 갈데가 어딨냐...  결국 친구들 곁이지..."

철두는 선약이 있다더니, 경훈이의 전화 한방에 뒤늦게 달려왔다.

지인상...  참 특이한 친구.
반창회 공지 문자메세지를 보내면 참석을 못하는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응답이 없거나
그나마 성의를 보이는 친구들은 문자로 불참이라는 회신을 보내는데,
인상이는 한번도 참석을 못하면서 그때마다 꼬박꼬박 내게 전화로 불참통보를 한다.
"상범아..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이번엔 좀 봐주라.. 미안하다. 다음엔 꼭 나갈께.."
말투에 미안함이 묻어 나오는 이 친구의 말을 듣노라면, 어느 순간 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그러던 인상이가 이번에는 참석여부에 대해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더니 불쑥 세번째로 도착을 하는게 아닌가.

- 야~~ 상범아~~ 정말 오랜만이야...
> 어.. @ㅁ@...  너...  ... ... 넌 이번엔 전화도 없길래, 내가 속으로 이랬다.
  '인상이 이놈아가 더 이상 핑계대기도 미안하니까 이제 아예 전화도 안하는구나...'
- ㅋㅋ~~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지...


이 날도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다.
          
내달 둘째 딸 시집보내는 양보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3 말년에 담임선생님과 옥신각신 끝에 머리 깎인 이야기.
그러다 갑자기 3학년 때 우리 반 1등이 누구였냐는, 이 시점에서 정말 쓰잘떼기(?)없는 공방.^^
그리고, 소재 파악이 안되는 고3 때 담임 진영철 선생님을 경찰에 수배의뢰를 해서라도 모시자는 이야기...

그런데, 이 날 대화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대개가 결혼 25주년 언저리들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이미 지난 친구도 있고, 이제 가까운 친구도 있고), 다들 이제 하루 세끼 끼니가 걱정되는지
은혼식 선물로 뭐를 해야하느냐가 관심거리.

대체적으로 현금이 가장 낫다는게 중론인데,
괜히 기호를 몰라 사주고 혼나는거 보다 낫다는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그중에 압권은,
천만원을 집사람 통장에 넣어주었는데, 집사람도 1년 가까이 그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더라는거.
쏟아지는 화살들..  천만원을 준 사람이나.. 받고도 잊어먹는 사람이나...  와이프가 돈이 더 많은거 아냐?? 


오랜만에 만났으니 노래 잘 하는 사람만 뽑아 2차를...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른다는건 가사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얘기.  부럽다~
나는 이제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는 노래가 없어 노래방이 아니면 부를 노래가 없는데.



요렇게 간만에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틈에 2차 비용 계산을 마친 인상이의 辯,
"오랜만에 나와서 미안해서..."

다음 날 인상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젠 고마웠어.. 나온 것만도 반가웠는데, 계산까지 해줘 덕분에 즐거웠다.
 근데, 너..  또 계산하고 싶다고 한동안 안나오는거  아니지??"  ^&^~~


친구간 임에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자기 몫을 하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더 정감이 가는...  그래서 친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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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계신 상도동 본당에서 추석미사를 드리기 위해 8시 20분쯤 집을 나섰다.



평소 상습적으로 정체를 빚던 도로가 한산하다.



여기도 그러네...  좋네~~


여유있게 상도동에 도착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성당으로..
신부님 강론의 마지막 부분은 질문과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 제시로 맺어진다.
"오늘도 남자분들은 리모콘의 제왕이 되실건가요?  오늘은 자매님들을 위해 설거지는 형제님들이 하세요."


금년엔 화곡동 숙부님 댁에서 식사준비를 하셨단다.
미사를 위해 상도동 성당에 모였던 친지들이 모두 화곡동으로 이동하는데,
미사를 마치고 먼저 들어갈 줄 알았던 지연이도 화곡동으로 가야 한단다.
"작은 할아버지가 '지연아. 할아버지 집에 꼭 와라. 할아버지 집에서 얼굴보자' 고 문자를 보내셨더라구.
 그리고 끝에 하트까지 날려주셨어.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어떻게 안 가느냐고..."

사실 집사람도 부모님의 저녁준비를 위해 먼저 집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성당 입구에서 집사람을 기다리시며, "질부도 꼭 와야 돼." 라는 미소에 잡히고(?) 말았다.
두 모녀를 기분좋게 코 꿰신 숙부님...  역시 남 다르셔...  뭐가??  조카며느리와 조카손녀에 대한 애정이...^^


숙부님 댁 현관 한편에 놓인 모조지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자녀들을 시키지도 않고 직접 적으신 문구.

60대 중반을 넘고 계시는 분의 성품과 감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저런 분이시니 한참 어린 조카손녀에게 가끔 문자를 보내시지. 
그래서 지연이가 작은 할아버지 중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다.




식후에 나온 사촌동생이 빚은 송편.

먹기에 적당한 크기에 예쁘게도 빚었다.  그런데, 하늘색 송편은 첨 보네..
저 색깔은 어떻게 나오냐고 물으니, 반죽할 때 이온음료인 파워에이드를 첨가했단다.
아하~~  파워에이드..  역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저녁엔 동생이 두분을 모시고 우리 집으로 왔다.
"왔다갔다 하시기 불편하실텐데, 준비한거 가지고 제가 가서 저녁 모시겠다" 고 집사람이 말씀드렸음에도,
아들집이 들러보고 싶으셨나 보다.


두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



하루종일 혼자 집 지켰는데, 이젠 내 차례 아닌가요?  나는 뭐 없어요??




그래.. 우리 꼬맹이도 송편 먹어야지...  여기.. 꼬맹이 송편.. *^^*


이렇게 추석을 보냈다.

추석을 맞는 모습에서 두드러진 변하는 "달" 이 아닌가 싶다.
보름달을 보기 위해 일부러라도 밖으로 나서 설레임과 뿌듯한 마음으로 보름달을 바라보곤 했는데..
추석에 휘엉청 보름달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뉴스 소재이기도 했는데..

이젠 나부터도 보름달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잊는다. 내 개인의 문제인지, 세태의 문제인지...   
하물며 요즘 젊은 세대는 더하지 않을까.. 


풍요로움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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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기 위한 기본 준비는 집사람이 이미 마쳤지만,
신선도를 요하는 것을 마저 챙기기 위해 들른 곳.

당초 계획은 식품부만 들를 예정이었으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온김에 들러 본 것.
 


모녀가 진즉부터 눈독을 들이던 물건.

나        : 이게 얼마예요?
직원     : 카푸치노와 커피라떼 처럼 우유거품 만드는거 까지 합하면...
나        : 그럼 스타벅스 가고싶을 때 마다 100번만 참으면 되겠네...
             아니..  당신하고 나하고 같이 다닌다고 생각하면 50번만 참으면 되겠다..
집사람 : 급한거 아니니까 나중에...

나중에???  @>@..
어차피 살거라면 나중에 살 필요 뭐 있어...  기왕이면 추석 연휴 때라도 써먹어야지.. 

그래서 고른건 왼쪽거.  충동구매인지, 준비된 구매인지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본래의 목적지로..



시간이 좀 일러서인지 생각보다는 붐비지 않았다.




셋이서 점심 먹고 들어가자는 지연이의 제안으로 찾은 곳은 바깥 풍경이 좋았다.
그렇지...  셋이서 밖에서 먹을 기회가 드물기는 하지...


 

집에 들어오니 꼬맹이는 추석 이브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


저녁을 먹고는 셋이서 영화구경.
지연이가 고른 영화는 [불꽃처럼 나비처럼].   영화이야기는 별도로.

이렇게 추석 이브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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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끼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 사무실 근처에 왔다가 계신가 해서요.
> 그래?  미안해서 어쩌지.. 나 지금 성묘갔다가 올라가는 길인데..
- 됐어요...   명절 잘 보내시라고요..
> 그래 고마워...  별 일 없지?
- 별 일이요?  저 별 일 많아요.
> 무슨 별 일이 많은데?
- 별별 일 많다니까요...  ...  저.. 이혼청구소송 당했어요..
> ... ...??


그래서 저녁에 만났다.
7시반쯤 만나 11시반까지 이어지는 그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함께 살아온 이야기.
집사람이 세차례에 걸쳐 척추디스크수술을 받는 동안 대소변을 받아준 이야기.
맏사위로서 장인과 처남의 장례를 치러준 이야기.
술을 좋아하다 이제는 알콜중독 증세까지 보이는 집사람을 구슬린 이야기...

숱한 이야기를 토로하다 격정을 이기지 못해 간간이 울먹이며 눈물마저 보인다.

"아직도 눈물이 나네요...    
 수술비가 천만원이 넘는다고 하면 미안해 할까봐 회사에서 지원된다고 하고 대출까지 받아 수술시키고,
 가슴콤플렉스가 있다고 해서 가슴수술까지 시켜주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저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이혼청구소송을 냈더라구요.
 전 법원에서 통보받았고..."

후배가 들려주는 소장에 적혀있는 소송사유를 들어보니 나도 기가 차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부분까지 반대 주장을 핀 것을 보니,
도대체 이 소송을 수임한 상대 변호사는 기본적인 사실확인 조차도 안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예를 들어, 작년부터 사실상 별거생활을 해온 이 친구는 생활비로 매달 월급의 절반을 꼬박꼬박 
집사람의 통장으로 송금해 통장에 근거가 남아 있음에도, 이혼사유에는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그런걸 떠나, 몇년 전 까지 또 한명의 가까운 후배와 함께 세 부부가 1년에 두세번 부부동반모임을 갖기도 했는데,
그때 마다 후배의 부인이 어찌나 남편 자랑을 하는지 집사람과 또 한명 후배의 부인은 이구동성으로 
'병도 단단한 병' 이라며 닭살부부라고 놀리기 까지 했었거늘...

오죽하면 그 이야기를 들은 집사람이 법정증인이 필요하면 나가서 증언할테니 언제라도 부르라고 하겠는가.


나이와 체구에 어울리지않게 늘 생글생글 웃어가며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만나던 후배.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한 말.
"모처럼 형님 만나 안좋은 이야기만 늘어놔서 미안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하나 밖에 없었다.
"미안하긴...  응어리진게 많았을텐데,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날 생각해준게 오히려 고맙지..
 그럼에도 딱히 해줄 말이 없어 내가 더 미안하다."



지하철 입구까지 배웅을 나가 후배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나를 돌아보고는 손을 흔들며 웃는 후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여진다.


세상이 참 불공평한건지...  아님, 다양한건지...
맞으면서도 끽소리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헌신적인 사랑에 비수를 꽂는 사람도 있다.

집사람의 잠든 모습을 보며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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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금요일 SLR클럽 회원장터를 통해 렌즈를 구입했다.

SLR클럽 회원장터 불문율 중의 하나는,
판매자가 거래가격을 제시하면, 구매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경우 댓글을 통해 구매의사만 밝히면 되지,
판매자가 제시한 거래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일체 의사표명을 금하고 있다.
구매의사도 없으면서 거래가격에 대해 평하는 것은 실구매자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뿐,
건전한 거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판매자 스스로가 가격을 조정하는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거래를 한 분은 가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도 좋다고 게시를 하였다.
실구매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빠른 거래를 원했기 때문인듯 하다.

댓글로 구매의사를 남기고는, 수요일 전화로 서로의 희망가격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직접 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금요일 서교동의 판매자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람에겐 맞고 틀리고를 떠나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는 법.
렌즈 확인을 자세히 해보라는 판매자의 권유가 있었으나,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 분의 인상과 몇마디 언행에서 이미 신뢰가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라면 렌즈를 어떤 식으로 다뤘을지 알겠고, 상태에 대해 과함이 보태졌을거 같지도 않다.

약간의 격차가 있었던 가격도 내게 맞춰주는 바람에 별 문제없이 구매절차를 마무리하고
광고물 제작을 하시는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그런데, 까사미오에 도착해 확인한 문자메세지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참...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 분의 문자 내용 중 내 마음에 와닿는 문구, [물한잔].

내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는 광고물 제작으로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었고,
정말 한가로이 커피라든가 녹차 등을 마실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대개의 경우 습관적으로 [차한잔] 혹은 [커피한잔]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 분은 [물한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표현에 그 분의 순수한 진심이 담겨있는거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나도 답장을 보냈다.
[좋은 분을 알게 되어 너무 편했습니다. 좋은 물건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오늘 거래처에서 들어와야할 돈 4백만원 정도가 입금이 안됐는데, 이 돈으로 직원들 급여주는데 보태야겠네요." 

내가 희망하는 가격을 수용하며 웃으며 한 말이 아직도 귀를 울린다.
'내가 돈 3만원에 너무 야박했던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과 함께 마음이 시리다.


이사장님...
좋은 렌즈 건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잘 사용하겠습니다.
사업 번창하시고요, 좋은 모습으로 또 뵙게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뜻하지않은 것에서도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

- 직원들 래프팅 가는데 별일 없으면 같이 가자.
> 회사 직원들 가는데 끼면 오히려 분위기 깨는거 아냐?
- 분위기 깰거 뭐있어..  괜찮아. 그리고, 백광진이 모르나..?  광진이가 거기 있잖아..


나도 래프팅은 처음이라 호기심에 친구 형수의 초대를 받아 지난 8/6 ~ 8/7일 한탄강을 다녀왔다.

한탄강에 도착하니 백광진이 반가이 맞는다.
나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형수가 서로를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소개하니 어색함없이 바로 친구가 된다.
학창시절 동창은 이런게 편해서 좋다. 

그나저나 김형수 이 친구는 참 발도 넓다.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편하게 대하니 누구와 척지는 일도 없고, 주위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데,
이게 나와 차이나는 이 친구의 커다란 장점이다.


 

레포츠 캠프장 바로 옆 숲속에 차려놓은 광진이의 거처.
캠프장에도 숙소가 있지만, 놀러온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노는 소리가 불편해
이렇게 차려놓고 지낸다는데, 들여다보니 옷걸이에 옷도 몇벌 걸려있고,
이것저것 소꿉놀이(?) 같은 간단한 살림도구도 있다.

왼쪽 도로의 원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광진이와 형수.
저 공간이 다 거실일세... 

CF감독을 하다 은퇴하고 가족들이 하는 이 곳에 합류했다는 광진이.

지내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아침에 일어나 강가에 나가 산책 , 아침식사후 개 밥주고 영지버섯이 잘 있나 산에 올라가 확인,
신문보고 점심먹고 잠시 오수를 즐기다, 찾아온 손님들 챙겨보고 하다보면 저녁.
밤엔 찾아온 동창이나 지인들과 술 한잔...


4시부터
래프팅.

 

구명조끼를 착용하는데, 이게 일반적인 구명조끼와 좀 다르다.
급류에 휩쓸리다보면 구명조끼가 벗겨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끼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가랑이 사이로 연결한다.
그런데.. 연결하고 보니 모양새가 좀 그래...

래프팅이 처음이라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을 시킨 후, 강사가 저 복장 그대로 전원을 물속에 머리까지 담군다.
물이 튀어 옷이 젓는 거에 신경쓸까봐 미련을 갖지않게 아예 미리 푹 담궈버리는 모양이다.

비용은 약 2시간코스가 25000원, 4시간코스는 5만원.
중간에 수심이 20여 미터 되는 강가의 바위 위에서 다이빙도 시킨다.

이곳 강사들의 말에 의하면, 동강은 주변 경치는 좋은데 급류가 적고,
내린천은 반대로 급류는 좋지만 주변 경치가 좀 약한 반면, 
한탄강은 급류를 즐기기에도 좋고 주변 경치도 좋은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탄강 계곡의 풍치는 정말 일품인데,
이런 절경과 래프팅을 즐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게 매우 아쉽다.
누가 옆에서 찍어주지 않는 한, 래프팅을 즐기며 사진촬영이 어렵다.
카메라가 물에 젖을 위험도 있지만, 방수커버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보트 전체를 담을 수 없기 때문.


 

래프팅을 마친 후 가진 바베큐 시간.  와인과 양주와 소주와 맥주가 뒤범벅.

읍내 노래방의 2차에는 끼지않고 숙소에 있었다.
노래방에 가면 배려심 많은 형수가 나를 생각해 마이크를 내게도 넘길텐데,
그 시간만이라도 사장이 중심이 되어 직원들과 일치되는게 맞지.. 
직원 M.T의 목적이 뭔데..


다음 날, 금요일 오전.



역시  처음 해보는 서바이벌 게임.

가스총에 노란 사탕처럼 보이는 물감탄을 넣어 사격을 하는데, 가스총의 압력이 생각보다 강하다.
가까이서 맞으면 멍이 들 정도.  때문에 패드로 된 안전복을 입고, 그 위에 팀별 유니폼을 입는다.
그리고 고글이 부착된 안전헬멧을 쓰니 무척 덥다.

한시간 반 정도 저러고 돌아다니니 속옷까지 땀에 축축히 젓는다.
또한 실제 게임을 해보니 구글 착용은 정말 필수적이다.  저게 없으면 얼굴이 상당히 위험하다.  



친구 형수 덕분에 재미난 체험을 했다.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기꺼이 불러준 친구가 너무 고맙다.

형수야~~  이렇게 좋은 자리에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
사위와 떨어지지않고 가까이 있는 정감어린 모습이 너무 보기좋더라.
새로 맞은 아들 멋지던걸~~  ^L^..



근데...
래프팅 헬멧도 그렇고, 서바이벌 게임 고글 헬멧도 그렇고,
프리사이즈라는데 왜 그렇게 양 옆이 눌리는듯 심하게 아프지...
내가 옆통수가 비정상인가...  ㅡ.ㅡ      
:

오전 4시 20분에 휴대폰 알람 설정을 하고 12시반에 누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는데... 늘 꿈지락거리는게 문제다.
병이된 습관.

재원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아빠는 이 시간에 왜 찾아??
"방금 들어가셨으니 아직 안주무실걸..."  ㅡ.ㅡ   친절한 미영씨.  

"아빠.. 잠깐만 나와보세요."
다음 주에 미국만 안들어가도 안나갔다.
1주일 후면 몇년간 아들 얼굴 못본다는 생각에 마음 약해서...

친구와 마시던 이태리와인을 가지고 왔는데, 맛을 보란다.
그러느라고 결국 1시가 넘어간다.

세시간 정도의 아쉬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춘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새벽을 밝히며 달리는 새로 뚫린 고속도로가 상쾌하다.
전면에 보이는 산 계곡의 구름... 멋지다 생각하며 사진 한컷을 생각할 때는
차는 이미 내 눈에 구름의 확대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 정말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드라이버샷과 우드샷..  거리가 조금 준 감은 있지만, 구질은 전성기 못지않다.
퍼팅 역시 그런대로 쓸만하다.  문제는 아이언샷.  금년에 골프를 배운 사람도 나보다 날거 같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 인정할건 인정한다.  연습장 가본지가 4년은 된 듯 하니 누굴 원망하랴.

라운딩 후 흑기사와 소주 한병을 놓고 요즘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답이 있는건 아니지만, 답답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눈다는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휴대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뜬다.

"안녕하셨어요?"
여자다.  근데 누구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  1년만에 전화해서 그런가..."
1년만이라고??  연중행사로 통화할 정도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여자가 누가 있지? 
목소리도 대수롭지가 않은데, 게다가 전해오는 음성에 정감이 담겨있는게 더 답답하다.
" ... ... "
"저 칼라예요."

하마터면 되물을뻔 했다. 
"칼라요??  누구신데요?"
그 급박한 순간 그나마 뇌신경이 입의 경박함을 잽싸게 제어한게 천만다행이다.
캐나다에 계신 분의 전화를 받을 줄 생각이나 했나...
조만간 물가님과 까사미오를 들르시게 될거 같다.


근데 오늘 무슨 날인가보다.
칼라님에 이어 토반아트님과 이목자님의 전화가 줄줄이 이어진다.
고맙고, 민망하고, 미안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사무실도 안들르고 곧장 토반아트님 사무실을 찾았다.
까사미오 조명에 대한 구상을 설명해주시는데, 기대 이상으로 깊히 생각을 하신거 같다.
직원까지 동행시켜주셔서 용산조명상가에서 시장조사를 마쳤다.


까사미오로 들아가니 피곤이 엄습한다.
세시간도 못잔 채 새벽부터 라운딩. 점심에 소주 반병.
그리고 돌아와 조명상가 답사.

좀 쉴까 했는데 나이가 있는 분 두분이 들어오신다.
LA에서 일 때문에 잠시 귀국했는데, 코트라 소개로 찾아왔다고.
코트라는 까사미오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다.
미국에서 들어오신 분이 누구 소개로 알지도 못하는 곳을, 그것도 10시반이 넘어 찾아오다니...


이렇게 내가 월요일 하루동안 함께 했던 - 직접 만났거나 전화로 대화를 했던 - 분들은
모두 내 나이 사십중반 이후에 알게된 분들이다.


피곤했지만,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

월요일은 좀 바빴다.
삼척에서 주문진을 거쳐 돌아와 이글부부, 판다부부와 저녁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글은 2개국에서 두집살림(?)을 한다.
일본 법인장으로 발령이 나 가족들과 함께 도쿄에 거주하던 중,
한국 본사의 임원을 겸직하게되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 때문에 부인은 일본에 있고, 이글이 서울에 있는 동안은
직장을 다니는 딸과 함께 생활을 하는데, 아들이 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서울에 집결했다.

재작년 일본에 갔을 때 워낙 극진한 대접을 받아 작년 방학 때 이글부부를 초대하여 오찬을 함께 했었는데,
부인의 귀국에 맞춰 다시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판다부부도 함께 했다.

판다가 단골인 진동횟집을 만찬장소로 제안했지만, 점심에도 회를 먹었으므로 저녁은 복집으로.

여자 셋, 남자 셋.
저녁을 먹는 두어시간 동안 끼리끼리 떠들기 바쁘다.
여자들이 수다가 많다고 하는데, 부부모임을 하다보면 수다라는 표현을 쓰지않아서 그렇지
남자들도 엄청 말이 많다는걸 알게 된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말이 많은 것 처럼 보이는건,
남자들은 술 들어가는 시간만큼 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긴 노래방.




이글의 애창곡을 거의 다 아는데, 처음 듣는 신곡을 선보인다. 
이렇게 이글이 신곡을 열창하는 동안 갑자기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다.




ㅎㅎ~~
부부동반 모임에서 이러기 쉽지않지...  더구나 점잖은 지점장 나리께서.

남편 아내 남편 아내 남편 아내 돌아간 후, 각 부부듀엣으로 마무리.
스스럼없이 자신을 망가트려 분위기를 up 시켜준 판다.. 
THANKS... ^L^


부인들이 하도 멋져 스토커가 붙을까봐 부인들 사진은 패스.^^


 

:
일요일 오후 4시쯤 해탈이가 나를 pick up 하기 위해 집으로 왔다.
함께 태백으로 가면서 해탈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지난 달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그가 그날도 오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를 데리러 온 것이다.

지방을 여행하며 매번 느끼는건 우리나라의 도로 인프라가 정말 잘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렇게 도로망이 구석구석까지 잘 확보되어 있는 곳도 흔치는 않을거 같다.
편해진건 좋은데 잘 포장된 도로만 만나다 보니 엉뚱한 기우가 앞선다.

흙이란걸 보기가 힘드니 이러다 앞으로 아이들이 [흙]이 뭔지 모르게 되는건 아닐까..
어쩌면 국어사전에서 [흙]이란 단어가 없어지고 대백과사전에 고어로 소개되는거 아냐??
그 소릴 듣더니 옆에서 해탈이가 빙긋이 웃는다.

태백까지 가는 시간이 또 짧아졌다.
가는 도중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도 3시간 밖에 안걸린다. 
전에는 영월에서 부터 꼬불꼬불 갔던거 같은데, 길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새로 생긴거 같다.

점톤이 예약해둔 O2 리조트로 향했다.



멀리 정면 산 위에 O2 Resort 가 보인다.



가까이서 본 O2 Resort.


체크인 후의 행선지는 태백 시내의 한우집.
점톤의 안내로 찾은 한우집의 고기는 푸짐했다.
대개 고기집의 1인분은 1인의 배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많은데,
넷이 소주 4병과 함께 배를 채우기에 4인분이 충분하다.    
점톤의 말로는 주말이라 고기가 아주 안좋다는데, 우리 입맛에는 고기 질이 좋기만하구만.
그럼 원래 맛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게야... 

식사를 겸한 1차를 마친 후 노래방으로.
노래방에서 노래는 안하고 폭탄주 몇 순배를 돌리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다.


아침 6시 티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5시에 리조트를 나섰는데, 이른 새벽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雲海. 
말 그대로 구름바다다.
계곡을 가득 메운 구름 위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구름의 바다 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다도해(多島海)가 따로 없다.

이 멋진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사람들이 분주히 셔터를 누르는데,
똑딱이로 들이대기가 차마 민망하다.


경주 신라컨트리에서 실시된 전국 클럽대표 대항전에서 강원도 및 퍼블릭골프장 대표가 처음 우승한 기념으로
7/6~7/8일 까지 삼일간 카트사용료를 받지않고 그린피 7만원만 받는다며 점톤이 초청한 삼척의 블랙밸리CC. 

블랙코스 3번홀에서 4번홀 이동 중에 보인 것.



심허문 - 마음을 비우고 치라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 다음 홀에서 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을 내다 OB를 범하고 말았다.
부족한 사람은 욕심이 앞서는 순간 모든 금과옥조를 잊게되는 모양이다.




원래는 재벌도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장인어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흑기사와 해탈 셋이서 라운딩을 하게됐다.


 

라운딩 종료 후 초청해준 점톤과 아쉬운 이별.
점톤은 블랙밸리CC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해 1년간 그린피가 면제받는다.
이 친구와 함께 다니면 태백 어느 곳에서든 VIP 대우를 받는데, 이런 대단한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게 영광이지.


삼척까지 와서 그냥 가기는 좀 아쉽다는 흑기사와 해탈의 제안으로 주문진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도 오징어와 회 한 접시는 해야되지 않겠냐고...



주문진항 수산시장에서 먹이감을 고르는 해탈.
마치 민생현장을 돌아보는 나랏님같은 포스. 

우럭과 광어 각 한마리에 오징어 세마리, 그리고 멍게와 개불까지 섞어 회를 떠서
야채에 매운탕 식사까지 배불리 먹고 모두 46000원.  와~~ 정말 싸다.


온김에 건어물도 좀 사서 서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집에서 출발해 정확히 25시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한우고기에 노래방 폭탄주, 골프라운딩에 동해의 회까지 즐긴
아주 콤팩트하면서도 럭셔리한 여행이었다.

초청해준 점톤에게 고맙고, 점톤의 초청을 내게 제안하여 집까지 데리러 와 다시 집에다 내려준 해탈에게 고맙다.
일요일 오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늦게까지 술에, 다음 날 이른 라운딩을 마치고도 왕복 운전까지 한 해탈...
덕분에 나는 편히 다녀올 수 있었지만, 무척이나 피곤했을텐데 정말 체력이 대단한 친구다.
:
갑자기 책 선물을 많아 받았다.

지지난 주 물가님이 책을 한권 보내주신데 이어
사무실의 김실장이 책을 한권 책상에 올려준다.

지난 화요일 imikja님이 다른 분들과 함께 공저로 펴내신 묵상집을 건네 주셨는데,
수요일 까사미오를 찾아주신 자낭화님이 두 권의 수필집을 주고 가셨다.



블로그의 글에서 밑천이 보이는거 같아 내공을 더 쌓으라는 질책들은 아니신지...^^


뜨믄뜨믄하던 골프라운딩 기회가 며칠사이 횟수가 많아졌다.
지난 목요일 크리스탈밸리 라운딩에 이어 토요일 옛 직장사람들과의 라운딩이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해탈의 제안으로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 태백을 가게 됐다.
월요일 오전엔 그곳에서 라운딩이 있을 예정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 하여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晝游夜事.. 낮에는 놀기 바쁘고 밤에는 일을 해야하니
저 책들을 언제 읽나...

일단 소설류 한권을 후딱 치웠다.
다행히 다른 책들은 단락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욕심만 앞서 이책 저책 뒤적이고 있는데,
주신 분들의 성의를 생각하더라도 부지런히 읽어야지...

:
- 택밴데요.. 거기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 누구에게 온겁니까?
- 이상범씨 택뱁니다.

나한테 택배??  이상하다 뭐 시킨게 없는데...

박스를 열었다.



다시 작은 상자.    인터파크 도서... ???




작은 상자에는 이런 책이 들어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이 난다.
물가님이 책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신 말씀.

이렇게 고마을 수가...

그런데, 이 책보다 더 고마운게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몇번을 읽어보았다.

격려해준게 없는데...  
한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이 예뻐서 가끔 들러보고,
그리고, 오히려 가정에 애정을 쏟는 젊은 가장에게서 지난 날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곤 했는데.

내가 나누어준 생활의 지혜가 뭐가 있었다고...
그저 살면서 좌충우돌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루지 못한 바람에 대한 희망사항을 끄적여보았을 뿐.


블로그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소중하게 지켜가고 싶은 것은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 변함없이 항상 젊게 살고자 하는 것 역시 나의 소망이다.  

작은 책 한권 읽으며 작은 웃음을 몇번이나 지을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에는 커다란 행복이 하나가득 자리잡아 버렸다.


엽서 한장에 깊은 정을 정성껏 담아주신 물가님...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며, 물가님의 훈훈한 마음을 느끼며 읽겠습니다. ^L^..

(물가님 블로그 프로필에 실명을 미공개로 하셨기에 엽서 하단의 성함은 크롭했습니다)
:

지난 어버이날 재원이와 지연이가 티켓 2장을 건네준다.

[바비킴 콘서트] 공연 티켓.
엄마와 아빠가 바비킴과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걸 알고 준비한 어버이날 선물.

"엄마 아빠 모처럼 모교에 가게되어 더 새롭겠네.."  재원이의 립서비스를 들으며 
5월의 마지막날인 31일, 일요일 저녁 연세대학교를 찾았다.





중앙도서관 앞의 오토바이 무리.
학교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오토바이 타고 통학하는 학생이 꽤 되는구나..





공연장 앞에서 이번 공연을 협찬하는 커피제조사의 마케팅 이벤트가 한창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고 "G7커피 맛있다."  크게 세번만 외치면 커피 1박스를 준다.
못할거 없잖아...   가뿐하게 한박스 취득.





입학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곳.
매주 월요일 의무적으로 채플을 받던 곳.
ROTC 임관고시를 봤던 대강당.  30년이 넘었음에도 변함이 없다.





바비킴의 대형 브로마이드 앞에서 출석체크하는 집사람.




BOBBY KIM
LOVE chapter 1

스크린의 저 chapter 1 문구에 속아 3시간반동안 방광이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했다. 
1,2부로 나뉘어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는줄 알았는데 그냥 한번에 고고씽이다.





오프닝전 바람잡이 MC가 열기를 돋운다.  잘하데...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놓고 내려간다.





공연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꾸며졌다.
바비킴 본인의 노래뿐 아니라 정인, 은지원, 다이내믹 듀오의 우정출연도 있었고,
바비킴 어머니의 힘들었던 시절 회고 동영상과 함께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까지.

바비킴이 불렀던 드라마 OST도 라이브로 들려준다.
[패션 70'] [쩐의 전쟁] [하얀거탑] [타짜]의 OST를 바비킴이 불렀다는걸 처음 알았다.





내가 처음 바비킴이란 가수를 알게된, 참 좋아하는 노래 [고래의 꿈].
그 노래의 전주와 간주에 나오는 트럼펫을 바비킴의 아버지가 직접 연주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10년 언더 그라운드의 그를 지상으로 올린 계기가 된 [고래의 꿈]을
아버지(왼쪽 흰색 쟈켓)와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바비킴의 음악적 모태이자 동반자인 [Buga Kingz].
위는 스크린에 투영된 모습.





앵콜에 이은 피나레.

모두가 하나되어 소리와 몸의 리듬을 즐기는 저 속에 나도 함께 했다.


멋진 공연에 동참시켜준 재원이 지연이... 너무 고맙다.
덕분에 아빠 엄마가 젊음을 만끽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정말 좋은 자리 예매했네...
고개를 들고 무대를 바라보는게 불편할거 같아 앞줄을 피했다는데, 자리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런 멋진 선물을 생각했는지...  
아들 딸..  고마워~~  ^L^.. 

:

지난 주 해탈에게서 연락이 왔다.
5월5일 가족들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우리 애들이야 이미 5월5일은 노는 날이라는 의미가 더 크니까 제외하고,
어린이 날인 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이 좋지않냐고 하니,
아이들에게 바깥바람 쏘여주는 것도 괜찮다며 해탈이가 잡은 곳은 남한산성 밑 불당리에 위치한 닭집.




작년 12월에 만나고 불과 넉달 남짓인데 아이들이 많이 변한거 같다.
재벌네 장남 의동이도 체구가 많이 커졌고, 의영이도 볼살이 많이 올랐다.
해탈네 장녀 채린이도 이제 제법 소녀티가 나는데, 얼굴이 은근히 매력있게 변모한다.
참.. 아이들 커가는 모습은 늘 새롭다.


강하아저씨가 명색이 큰아버지인데,
아이들 구성상 아직은 어린이 날 그냥 맨 손으로 나가는건 뭔가 좀 찜찜하다.
하여, 집사람이 간편히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하나씩 장만했는데,
정작 아이들보다 제수씨들이 더 맘에 들어하는거 같다.
내가 봐도 옷이 이뻐..  사람 눈썰미하고는...

의동이 티셔츠는 내가 골랐는데, 작년말에 본 기억으로 90사이즈로 사려하니
집사람이 극구 95사이즈로 하란다.
크지않을까.. 반신반의하며 산 옷이 의동이에게 결코 크지않다.
역시 아이들을 키워본 엄마의 판단이 다르다.   





식당 주인이 은행에 근무하다 퇴직했다는데, 식당 옆에 이렇게 선인장 화원을 꾸며놓았다.
식사 후 아이들과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듯.


어린이 날..

우리 아이들 키울 때 이날 뭘 했었나...???
내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게 없다는건, 애들 역시 딱히 기억에 남는게 없을거 같은데,
음...  문제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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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사와 회계년도 결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재벌이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미팅중임을 보고 아무 말도 없이 돌아갔는데, 미팅이 끝난 후 보니 뭔가를 두고 갔다.






뭐냐고 전화를 걸었다.
자기가 먹어보니 효과를 느끼겠더라며 복용을 해보란다.

놀란건 이게 시중판매가 99만원이란다.
광고를 해주는 조건으로 몇개를 받았는데 형 한번 먹어보라고...

내용을 보니 저 박스 안에 작은 박스가 세개.
작은 박스 한개당 33개의 포가 있다.  그리고 그안에는 작은 환약이 열댓개정도.
그러니 한포당 만원인 셈.  거~~ 무지 비싼거네...

먹어보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1박스 더 구해주겠다는데,
하루에 한포씩 복용이니까 저것만 다 복용하는데도 석달.
석달 뒤에 재벌이가 더 구해준다는 말을 기억할라나... ㅋㅋ~~~


재벌이는 2006년 4월에 헬스클럽에서 인연을 맺었다.
헬스클럽에서 자주 얼굴을 익히다 말을 건네게 되었고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동호회에 입회를 하게된 것이다.
그리고보니 만난지 벌써 만 3년이 됐다.

3년이란 기간이 길다면 길겠지만, 중년이 되어 만나 서로 흉허물없이 지내기에는 짧은 기간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동기간처럼 지낸다.


근데, 오늘 사무실로 택배가 하나 왔다.



태백에서 점톤이 보낸 것.

지난번 홀인원 축하번개차 서울에 왔을 때 이런저런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캐디백 바닥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내준 것이다.
중고가 아닌 새 것이라 전화를 했더니, "중소기업 상품이라 인지도가 낮아 비치했던 것이니 그냥 쓰시라." 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역시 동호회 후배인 해탈이는 가끔 고구마, 감, 멜론 등을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가져다 준다.
내가 어리굴젓을 좋아하는걸 알고는 서산에 가 어리굴젓을 사다준 것도 몇번이다.
오죽하면 집사람이 그런다.  "당신 해탈인한테 앞으로 뭐 좋아한다고 절대 얘기하지마. 또 사온다. 미안해서 어떡해.."


정말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볼 때가 많다.
7~10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이고,
사실 내가 놀아달라고 퍼주면서 떼를 써야할 입장인데 말이다.

갚아야할 빚이 많다.
앞으로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줘야할지 많이 생각하고 행해야한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부지런히 갚아도 지들이 손해보는 장사다.
지들은 내 빈소를 올 수 있지만, 나는 자기들의 빈소를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은혜를 갚고자 니들 빈소에 꼭 가겠다는건 더 배은망덕한 황망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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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직장시절 모셨던 분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나로선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정장을 했던 날이다.
싱글양복에 넥타이를 제대로 매본게 얼추 8년만인거 같은데,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래도 그리 생소해보이진 않아 다행이다.
요즘 넥타이 폭이 좁은게 유행인거 같아, 근 10년간 넥타이를 새로 사본 적이 없어 
사용하던 것 중 가장 좁은 것을 매면서도 너무 촌티나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처지가 나와 비슷들해서인지 별로 표가 나지않는다.

테이블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들과 환담을 나누다 무심히 단상 쪽을 바라보니,




어???  @ㅁ@~~
저기가 주례석인거 같은데, 그럼 주례가 여자???





맞다.  오늘의 주례는 여자분이시다.
수많은 결혼식을 다니면서도 여자주례는 본 적이 없는지라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맞아...  그러고보니 왜 여자주례는 없었지??
그것도 하나의 편견(?)에 의한 관습인거 같은데, 그런 관습타파의 현장을 보게되다니..
이것만으로도 오늘 결혼식에 온 보람이 있다.




사회자의 설명에 의하면, 신랑 신부는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6학년때 같은 반이었으며
오늘 주례는 당시의 담임선생님이시다.

그래서인지 신랑 신부를 바라보는 주례선생님의 시선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내가 여지껏 본 결혼식의 주례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득 담긴 정겨운 시선이 아닌가 싶다.

주례선생님의 "제가 1991년에 담임을 했었는데, 그때는 한번도 짝이 되지않았던 아이들이 이제 짝이 되었다."
말씀에 모두들 미소를 짓는다.





주례선생님의 제안으로 성혼선언문을 주례가 낭독하지 않고
양가의 혼주들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했는데, 이 부분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역시 관습이 바뀌면 아이디어도 신선해진다.




담임선생님은 모든걸 신선하면서도 의미있게 하셨다.
주례사 대신 신랑 신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마음이 담긴 시(詩)를 낭송하도록 하셨다.

같이 바라보던 선배의 한마디.
그 : 야... 주례 쉽네...  저렇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나 : 저거야 쉽지.  저런 방식을 생각해내는게 어려운거지.

축가도 재밌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함께 나와 가사에 신랑 신부의 이름을 담아 축가를 불러주는데,
노랫말 속에 친구들의 정겨운 우정이 훈훈하게 담겨있다.



늘 틀에 박힌 듯한 결혼식만 보다가 신선한 결혼식을 보게되어 즐거웠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주례로 모실 생각을 한 신랑 신부의 마음 씀씀이가 살가운데,
저 선생님은 제자로 부터 평생의 가장 큰 선물을 받지않으셨나 생각된다.
저 순간 선생님도 무척 행복하셨으리라.
아울러 이런 예쁜 뜻을 기꺼이 받아주신 양가 어른들의 마음도 넓게 느껴진다.

따스함이 묻어나는, 마치 동화를 보는듯한 모습이었다.

신혼부부가 행복하길 바라고, 
아직 현직에 계시다는 선생님도 계속 제자들과 애정과 존경을 나누시길 바란다.
또, 친구들과의 우정도 오래 간직하기를...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을 담았는데, 혹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폐를 끼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속의 분들께 누가 되셨다면 사진을 올린 마음을 선의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사진은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찍은거라 색상이 이상합니다.)
:
월요일 아침 눈을 뜨니 6개의 문자메세지가 들어와있다.

그중 두개가 부고. 
공교롭게도 빈소가 모두 삼성의료원.
고교동창의 부친 별세 소식에 이어 또 한사람의 고인을 확인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직장생활을 같이 하고, 퇴직한 후에도 분기에 한번 정기적 모임을 통해 얼굴을 마주하던
황문규선배가 세상을 뜬 것이다.

천주교신자인 황선배는 내 결혼식 때 나의 증인이기도 했다.
크지않은 키지만 당당한 체구. 
굵은 목소리와 얼굴에는 늘 자신감이 가득했으며
옷은 어찌나 잘 입는지 작은 키임에도 양복이 그리 멋지고 세련되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작년 허리를 다친 후 통증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생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집이 같은 아파트의 맞은 편 동이라 작년 연말에 집 앞에서 만나 치료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집사람도 한달 전에 집 앞에서 만났었다며 안타까워한다.
정말 황망하다.


문상을 가 영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착잡하다.
얼마 전까지 같이 농담을 하면서 웃던 얼굴이 이제 말없이 액자 속에서 마주하고 있다. 
  
그나마 부고를 알릴 수 있었던건,
아침에 아버지의 죽음을 접한 아들이 아버지의 수첩에서 평소 귀에 익은 이름을 찾아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죽음이란게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것이고,
나 역시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비슷한 연배에 있는 잘 아는 사람의 죽음을 접할 때 마다 새롭게 와닿는게 있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그렇다고 그 두려움이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다.
남겨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직은 가족의 삶에 대한, 더 정확하게는 생계에 대한 고민은 내 것으로만 하고싶다.
집사람의 고민,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은 자신들의 일에만 한정시키고싶다.
때문에 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가족들이 나눠져야할 내 몫의 고민이 두려운 것이다.

아직은 가족들에게 그런 짐을 지우고싶지않다.
결국 언젠가는 짊어질 짐이겠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자기들의 짐만 나르게 하고싶다.
적어도 아이들이 엄마의 짐을 나눠질 수 있을 때 까지만이라도 내가 있어야하는데...

문상객을 맞는 남매를 보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황문규선배.
몸은 비록 멀리 가셨지만 마음만은 늘 선배의 가족들 곁에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4월5일 일요일 아침 5시50분에 집을 나섰다.
여늬 때 같으면 7시쯤 출발을 하지만, 이번엔 들를 곳이 두군데인데다
아무래도 차가 많이 밀릴거 같아 서둘렀다.

아버님, 동생과 합류하여 망향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천안공원묘지에 도착한 시각이 8시10분쯤.
숙부님들과 사촌들을 만나 할아버님과 할머님께 성묘를 올리고 당진 순성으로 향했다.

서산에 모셨던 둘째 할아버님의 묘를 이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친할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둘째 할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서산에 외아들만 두신 둘째 할아버님께서는 서울에 올라오시면 늘 장조카 집에 머무셨는데,
그때마다 초등학생인 조카손주를 무릎 위에 앉히시고는 어루만지시면서 흐뭇해하셨다.
초등학생때 뵌 콧수염을 기르신 둘째 할아버님의 온화한 미소가 중년이 된 지금도 잔잔하게 전해진다.





천안에 들러 순성에 도착하니 10시반쯤.

하관은 11시 이전에 마쳐야하기 때문에 이미 유골을 모신 후 봉분을 만드는 작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유골을 모신 곳을 중앙으로 하여 기초바닥석재를 깔고 있다.
오른쪽에 계신 분이 지관.

유골을 모시는 순간을 보고싶어했던 재원이가 많이 아쉬워한다.





1차 바닥석재를 깔고 위에 2차 석재를 어긋나기로 깔고, 틈이 벌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석제 연결부위를 꺾쇠로 고정시키고, 벌어진 틈에는 다시 접착제를 바른다. 





2차 석재에 앙카를 박고 H형 세로석재를 고정시킨 후,




세로석재의 H홈 사이에 벽을 두르는데, 앞면에 무궁화무늬, 측면에는 연꽃무늬를 배치한다.




H형 세로석재에 다시 앙카를 박고 위에 상판을 올려 고정시킨 후,




상판이 흔들거리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다시 연결쇠로 고정시키는 것으로 봉분준비 끝.
이제 이 안에 흙을 채우면 된다.


점심시간.
묘 아래의 비닐하우스에 식단이 차려졌다.




앞에 보이는 미모의 여성은 둘째 할아버님의 손녀딸.
그러니까 내게는 6촌 여동생인데, 아버지가 독자시라 사촌형제가 없어서인지,
1년에 한두번 볼까말까하는데도 만나면 그때마다 어찌나 정겹게 맞아주는지 모른다. 
집사람에게도 무척이나 살겹게 대해주는 고마운 마음에 항상 정이 느껴진다.





곱창전골에, 정갈하게 준비된 밑반찬.  완전 소풍모드다.
어리굴젓도 맛있는데, 어~~  가장 맛있는 게장사진이 빠졌구나...


식사를 마친 후에도 모두들 한참동안 휴식들을 취하신다.
기초작업을 한 석재들 틈에 바른 접착제가 굳고, 석재들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제 저 사이에 흙을 쌓아 봉분을 만들고 떼를 입히고,
앞에 상석과 비석을 세운 후 성묘를 지내야 모든 절차가 끝이 나는데,
아버님의 몸이 불편하셔서 아쉽게도 마무리를 보지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는 바람에 몸은 좀 피곤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를 빌어
평소 뵙지못하는 집안 어른들을 뵈면 반갑고 훈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견하고 고마운건(?) 재원이.
재원이는 별도로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않아도 이런 때 자기는 당연히 가야하는걸로 생각한다.
"저도 가요?"  혹은 "가야돼요?" 라는 질문을 하는 적이 없다.
자기가 집안의 종손이라는 개념이 뇌리 속에 있고, 때문에 본인이 직접 특별하게 하는 일은 없더라도
참석은 해야된다는 인식이 은연 중에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다.



모처럼 집안어른들도 뵙고, 재원이에게 묘 만드는 과정도 보여주고,
또, 프로야구 개막 2연전에서 두산베어스가 모두 이겼고,
이렇게 즐거운 사월의 첫 주말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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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고등학교 회장단 및 간사단 모임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기수가 30회라 일부러 30일로 날을 잡은건지는 회장만이 알 일이고,
20명 예약석에 참석인원이 정확히 20명.  기가 막히다.

먼저 출석체크부터 하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고 누가 제안을 한 것도 아닌데,
먼저 온 순서대로 안쪽부터 차곡차곡 채워 앉는게 우리의 자리배정 방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날 도착순서가 중간쯤 된다는 얘기.





오랜만에 얼굴을 본 김종환. 
그래도 자연스런 표정이 될 수 있는게 친구인가 보다.





부지런하고 친화력이 좋은 유인호.  참석한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한잔씩 정을 베푼다.
근데, 내가 하고싶어도 정말 못하는게 이런 순회권주(勸酒)다.
남자들의 주석에선 술을 한잔 받으면 즉석에서 잔을 비운 후 받은 사람에게 바로 답주를 건네는게 일반적인 주도인데,
술이 약한 나로서는 잔을 건네준 후 돌아오는 잔을 모두 소화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근데, 유인호... 이 친구 내게 술을 건네는 이유가 또 있다.
근 1년여를 내 이름을 착각하고 있었던 것.
이날도 술잔을 건네며 낄낄거린다.  "상만아~~ 한잔 해야지~~??" *^^*


먹을거 다 먹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이날 모임의 목적은 차기 동기회장 선출에 대한 논의다.
지난 12년간 동기모임을 헌신적으로 이끌어온 박굉복 회장에 대해,
특별한 교체사유가 없고 희망자가 없으면 열정이 있는 사람이 계속 하는게 좋지않느냐는 유임론과 
이제 본인의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동정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줄 때가 됐다는 교체론에 대해 열띤 논의가 있었다.




이상범, 이홍은, 정경원, 조영희, 정현수,
이수경, 이원희, 한현우, 김승한, 그리고 현 회장인 박굉복.

이렇게보니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도 다양하네...

마치 동의를 구하는듯한 모습..   답답하다는듯한 모습..   간절히 원하는듯한 읍소형..   점잖은 설교형..
다소곳한 자기소개형에, 억울함을 따지는듯한 모습..   게다가 격투기 포즈에, 합창단 지휘 모습까지...^^*

재밌는건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의견발표시에는 모두 일어나 존칭을 사용한다는거. 


밤 10시반이 넘어서야 모임이 끝났다.
그리고 몇몇은 2차로...

이날도 느껴지는건,
확실히 술을 마시는게 예전과는 다르다.
절제를 한다고 할까...  무차별적으로 마시는게 아니라 적당히들 마시는 분위기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비율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

나이들면서 다들 오래 살아야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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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테말라에 지사장으로 나가있던 KS가 완전 귀국했다.
혼자 부임한지 1년반 정도가 지나 가족들을 불러들이더니, 가족들이 들어간지 8개월만이다.
치안부재로 총기피살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데, 최근에 있었던 한국인 2명 피격에 충격을 받고 귀국을 결심했단다. 
건강하게 돌아온 것이 다행이지만, 정겨운 사람을 다시 만나게된 것이 내겐 즐거움이다.

까사미오를 보고싶다는 KS의 뜻을 받아 귀국환영회 삼아 가까운 몇몇이 모였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돌아가며 허그로 반가움을 표시하고는...




사진에 보여지는 각각의 표정만큼 즐겁고 다정한 자리.
뭔 말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시종일관 웃느라고 정신차릴 겨를이 없었던건 기억이 생생하다.

와인 네병을 비운 후, KS가 과테말라에서 가져온 데낄라로 입가심을 한뒤 2차로...




들어가자마자 한번도 불러보지않았던 곡을 선보일 때 까지만해도 괜찮았다.
이렇게 사진도 찍고...
하지만, 테이블 앞쪽에 보이는 저 데낄라와 맥주의 폭탄주에 속절없이 무너진 나.

"개띠 갑장친구의 환영회는 내 손으로 한다." 는 백로의 강렬한 우정에 밀려 까사미오에서의 1차는 백로가 쐈고,
2차는 내가 쏜다고 까사미오에서 호기있게 장담을 했건만, "강하형 자네..."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정신을 추스릴땐 이미 KS가 모든걸 끝낸 후 였다.
폭탄주가 좋을 때도 있긴하네...

결국 이 날은 개띠들이 정승같이 벌어 개같이 쏜 개판이 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 귀국기념 라운딩을 하기로 합의를 하고 상황종료.


젠틀하면서 멋진 남자를 [영국신사]라고 표현들을 하는데, KS야말로 그런 의미에서 영국신사다.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무대를 장만하는 KS가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모쪼록 좋은 일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