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직장시절 모셨던 분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나로선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정장을 했던 날이다.
싱글양복에 넥타이를 제대로 매본게 얼추 8년만인거 같은데,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래도 그리 생소해보이진 않아 다행이다.
요즘 넥타이 폭이 좁은게 유행인거 같아, 근 10년간 넥타이를 새로 사본 적이 없어 
사용하던 것 중 가장 좁은 것을 매면서도 너무 촌티나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처지가 나와 비슷들해서인지 별로 표가 나지않는다.

테이블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들과 환담을 나누다 무심히 단상 쪽을 바라보니,




어???  @ㅁ@~~
저기가 주례석인거 같은데, 그럼 주례가 여자???





맞다.  오늘의 주례는 여자분이시다.
수많은 결혼식을 다니면서도 여자주례는 본 적이 없는지라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맞아...  그러고보니 왜 여자주례는 없었지??
그것도 하나의 편견(?)에 의한 관습인거 같은데, 그런 관습타파의 현장을 보게되다니..
이것만으로도 오늘 결혼식에 온 보람이 있다.




사회자의 설명에 의하면, 신랑 신부는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6학년때 같은 반이었으며
오늘 주례는 당시의 담임선생님이시다.

그래서인지 신랑 신부를 바라보는 주례선생님의 시선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내가 여지껏 본 결혼식의 주례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득 담긴 정겨운 시선이 아닌가 싶다.

주례선생님의 "제가 1991년에 담임을 했었는데, 그때는 한번도 짝이 되지않았던 아이들이 이제 짝이 되었다."
말씀에 모두들 미소를 짓는다.





주례선생님의 제안으로 성혼선언문을 주례가 낭독하지 않고
양가의 혼주들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했는데, 이 부분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역시 관습이 바뀌면 아이디어도 신선해진다.




담임선생님은 모든걸 신선하면서도 의미있게 하셨다.
주례사 대신 신랑 신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마음이 담긴 시(詩)를 낭송하도록 하셨다.

같이 바라보던 선배의 한마디.
그 : 야... 주례 쉽네...  저렇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나 : 저거야 쉽지.  저런 방식을 생각해내는게 어려운거지.

축가도 재밌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함께 나와 가사에 신랑 신부의 이름을 담아 축가를 불러주는데,
노랫말 속에 친구들의 정겨운 우정이 훈훈하게 담겨있다.



늘 틀에 박힌 듯한 결혼식만 보다가 신선한 결혼식을 보게되어 즐거웠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주례로 모실 생각을 한 신랑 신부의 마음 씀씀이가 살가운데,
저 선생님은 제자로 부터 평생의 가장 큰 선물을 받지않으셨나 생각된다.
저 순간 선생님도 무척 행복하셨으리라.
아울러 이런 예쁜 뜻을 기꺼이 받아주신 양가 어른들의 마음도 넓게 느껴진다.

따스함이 묻어나는, 마치 동화를 보는듯한 모습이었다.

신혼부부가 행복하길 바라고, 
아직 현직에 계시다는 선생님도 계속 제자들과 애정과 존경을 나누시길 바란다.
또, 친구들과의 우정도 오래 간직하기를...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을 담았는데, 혹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폐를 끼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속의 분들께 누가 되셨다면 사진을 올린 마음을 선의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사진은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찍은거라 색상이 이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