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거래
뻔한? fun한!!/산다는건... 2009. 9. 21. 23:53 |지난 금요일 SLR클럽 회원장터를 통해 렌즈를 구입했다.
SLR클럽 회원장터 불문율 중의 하나는,
판매자가 거래가격을 제시하면, 구매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경우 댓글을 통해 구매의사만 밝히면 되지,
판매자가 제시한 거래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일체 의사표명을 금하고 있다.
구매의사도 없으면서 거래가격에 대해 평하는 것은 실구매자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뿐,
건전한 거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판매자 스스로가 가격을 조정하는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거래를 한 분은 가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도 좋다고 게시를 하였다.
실구매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빠른 거래를 원했기 때문인듯 하다.
댓글로 구매의사를 남기고는, 수요일 전화로 서로의 희망가격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직접 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금요일 서교동의 판매자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람에겐 맞고 틀리고를 떠나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는 법.
렌즈 확인을 자세히 해보라는 판매자의 권유가 있었으나,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 분의 인상과 몇마디 언행에서 이미 신뢰가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라면 렌즈를 어떤 식으로 다뤘을지 알겠고, 상태에 대해 과함이 보태졌을거 같지도 않다.
약간의 격차가 있었던 가격도 내게 맞춰주는 바람에 별 문제없이 구매절차를 마무리하고
광고물 제작을 하시는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그런데, 까사미오에 도착해 확인한 문자메세지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참...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 분의 문자 내용 중 내 마음에 와닿는 문구, [물한잔].
내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는 광고물 제작으로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었고,
정말 한가로이 커피라든가 녹차 등을 마실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대개의 경우 습관적으로 [차한잔] 혹은 [커피한잔]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 분은 [물한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표현에 그 분의 순수한 진심이 담겨있는거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나도 답장을 보냈다.
[좋은 분을 알게 되어 너무 편했습니다. 좋은 물건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오늘 거래처에서 들어와야할 돈 4백만원 정도가 입금이 안됐는데, 이 돈으로 직원들 급여주는데 보태야겠네요."
내가 희망하는 가격을 수용하며 웃으며 한 말이 아직도 귀를 울린다.
'내가 돈 3만원에 너무 야박했던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과 함께 마음이 시리다.
이사장님...
좋은 렌즈 건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잘 사용하겠습니다.
사업 번창하시고요, 좋은 모습으로 또 뵙게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뜻하지않은 것에서도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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