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도 삶이 고마운 이유
뻔한? fun한!!/산다는건... 2009. 7. 28. 03:28 |오전 4시 20분에 휴대폰 알람 설정을 하고 12시반에 누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는데... 늘 꿈지락거리는게 문제다.
병이된 습관.
재원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아빠는 이 시간에 왜 찾아??
"방금 들어가셨으니 아직 안주무실걸..." ㅡ.ㅡ 친절한 미영씨.
"아빠.. 잠깐만 나와보세요."
다음 주에 미국만 안들어가도 안나갔다.
1주일 후면 몇년간 아들 얼굴 못본다는 생각에 마음 약해서...
친구와 마시던 이태리와인을 가지고 왔는데, 맛을 보란다.
그러느라고 결국 1시가 넘어간다.
세시간 정도의 아쉬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춘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새벽을 밝히며 달리는 새로 뚫린 고속도로가 상쾌하다.
전면에 보이는 산 계곡의 구름... 멋지다 생각하며 사진 한컷을 생각할 때는
차는 이미 내 눈에 구름의 확대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 정말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드라이버샷과 우드샷.. 거리가 조금 준 감은 있지만, 구질은 전성기 못지않다.
퍼팅 역시 그런대로 쓸만하다. 문제는 아이언샷. 금년에 골프를 배운 사람도 나보다 날거 같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 인정할건 인정한다. 연습장 가본지가 4년은 된 듯 하니 누굴 원망하랴.
라운딩 후 흑기사와 소주 한병을 놓고 요즘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답이 있는건 아니지만, 답답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눈다는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휴대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뜬다.
"안녕하셨어요?"
여자다. 근데 누구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 1년만에 전화해서 그런가..."
1년만이라고?? 연중행사로 통화할 정도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여자가 누가 있지?
목소리도 대수롭지가 않은데, 게다가 전해오는 음성에 정감이 담겨있는게 더 답답하다.
" ... ... "
"저 칼라예요."
하마터면 되물을뻔 했다. "칼라요?? 누구신데요?"
그 급박한 순간 그나마 뇌신경이 입의 경박함을 잽싸게 제어한게 천만다행이다.
캐나다에 계신 분의 전화를 받을 줄 생각이나 했나...
조만간 물가님과 까사미오를 들르시게 될거 같다.
근데 오늘 무슨 날인가보다.
칼라님에 이어 토반아트님과 이목자님의 전화가 줄줄이 이어진다.
고맙고, 민망하고, 미안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사무실도 안들르고 곧장 토반아트님 사무실을 찾았다.
까사미오 조명에 대한 구상을 설명해주시는데, 기대 이상으로 깊히 생각을 하신거 같다.
직원까지 동행시켜주셔서 용산조명상가에서 시장조사를 마쳤다.
까사미오로 들아가니 피곤이 엄습한다.
세시간도 못잔 채 새벽부터 라운딩. 점심에 소주 반병.
그리고 돌아와 조명상가 답사.
좀 쉴까 했는데 나이가 있는 분 두분이 들어오신다.
LA에서 일 때문에 잠시 귀국했는데, 코트라 소개로 찾아왔다고.
코트라는 까사미오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다.
미국에서 들어오신 분이 누구 소개로 알지도 못하는 곳을, 그것도 10시반이 넘어 찾아오다니...
이렇게 내가 월요일 하루동안 함께 했던 - 직접 만났거나 전화로 대화를 했던 - 분들은
모두 내 나이 사십중반 이후에 알게된 분들이다.
피곤했지만,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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