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쯤 해탈이가 나를 pick up 하기 위해 집으로 왔다.
함께 태백으로 가면서 해탈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지난 달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그가 그날도 오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를 데리러 온 것이다.

지방을 여행하며 매번 느끼는건 우리나라의 도로 인프라가 정말 잘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렇게 도로망이 구석구석까지 잘 확보되어 있는 곳도 흔치는 않을거 같다.
편해진건 좋은데 잘 포장된 도로만 만나다 보니 엉뚱한 기우가 앞선다.

흙이란걸 보기가 힘드니 이러다 앞으로 아이들이 [흙]이 뭔지 모르게 되는건 아닐까..
어쩌면 국어사전에서 [흙]이란 단어가 없어지고 대백과사전에 고어로 소개되는거 아냐??
그 소릴 듣더니 옆에서 해탈이가 빙긋이 웃는다.

태백까지 가는 시간이 또 짧아졌다.
가는 도중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도 3시간 밖에 안걸린다. 
전에는 영월에서 부터 꼬불꼬불 갔던거 같은데, 길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새로 생긴거 같다.

점톤이 예약해둔 O2 리조트로 향했다.



멀리 정면 산 위에 O2 Resort 가 보인다.



가까이서 본 O2 Resort.


체크인 후의 행선지는 태백 시내의 한우집.
점톤의 안내로 찾은 한우집의 고기는 푸짐했다.
대개 고기집의 1인분은 1인의 배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많은데,
넷이 소주 4병과 함께 배를 채우기에 4인분이 충분하다.    
점톤의 말로는 주말이라 고기가 아주 안좋다는데, 우리 입맛에는 고기 질이 좋기만하구만.
그럼 원래 맛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게야... 

식사를 겸한 1차를 마친 후 노래방으로.
노래방에서 노래는 안하고 폭탄주 몇 순배를 돌리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다.


아침 6시 티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5시에 리조트를 나섰는데, 이른 새벽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雲海. 
말 그대로 구름바다다.
계곡을 가득 메운 구름 위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구름의 바다 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다도해(多島海)가 따로 없다.

이 멋진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사람들이 분주히 셔터를 누르는데,
똑딱이로 들이대기가 차마 민망하다.


경주 신라컨트리에서 실시된 전국 클럽대표 대항전에서 강원도 및 퍼블릭골프장 대표가 처음 우승한 기념으로
7/6~7/8일 까지 삼일간 카트사용료를 받지않고 그린피 7만원만 받는다며 점톤이 초청한 삼척의 블랙밸리CC. 

블랙코스 3번홀에서 4번홀 이동 중에 보인 것.



심허문 - 마음을 비우고 치라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 다음 홀에서 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을 내다 OB를 범하고 말았다.
부족한 사람은 욕심이 앞서는 순간 모든 금과옥조를 잊게되는 모양이다.




원래는 재벌도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장인어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흑기사와 해탈 셋이서 라운딩을 하게됐다.


 

라운딩 종료 후 초청해준 점톤과 아쉬운 이별.
점톤은 블랙밸리CC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해 1년간 그린피가 면제받는다.
이 친구와 함께 다니면 태백 어느 곳에서든 VIP 대우를 받는데, 이런 대단한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게 영광이지.


삼척까지 와서 그냥 가기는 좀 아쉽다는 흑기사와 해탈의 제안으로 주문진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도 오징어와 회 한 접시는 해야되지 않겠냐고...



주문진항 수산시장에서 먹이감을 고르는 해탈.
마치 민생현장을 돌아보는 나랏님같은 포스. 

우럭과 광어 각 한마리에 오징어 세마리, 그리고 멍게와 개불까지 섞어 회를 떠서
야채에 매운탕 식사까지 배불리 먹고 모두 46000원.  와~~ 정말 싸다.


온김에 건어물도 좀 사서 서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집에서 출발해 정확히 25시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한우고기에 노래방 폭탄주, 골프라운딩에 동해의 회까지 즐긴
아주 콤팩트하면서도 럭셔리한 여행이었다.

초청해준 점톤에게 고맙고, 점톤의 초청을 내게 제안하여 집까지 데리러 와 다시 집에다 내려준 해탈에게 고맙다.
일요일 오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늦게까지 술에, 다음 날 이른 라운딩을 마치고도 왕복 운전까지 한 해탈...
덕분에 나는 편히 다녀올 수 있었지만, 무척이나 피곤했을텐데 정말 체력이 대단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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