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추억을 일깨워준 글.. 그리고 사진
뻔한? fun한!!/산다는건... 2010. 1. 11. 20:16 |지난 목요일 드림위즈 블로그 방명록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글이 하나 올라왔다.
다음은 방명록을 통해 서로 주고받은 내용이다.
cho 병장 | 2010-01-07 22:33:04 | |||||||||||||||||||||
안녕하십니까? 637에서 생활했던 때가 어언 삼십년이 넘은것 같군요. 관측장교로 부임하셔서 관측반 사병들과 동고동락을 하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것만 세월이 이렇게............. 선배님 사진을 보니 참 감개무량 합니다. 너무나 반갑습니다.............내가 누구인지 아시겠는지요? 이멜 ick3210@para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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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 수가...
1978년도에 임관하여 부임을 해서 1980년도에 전역을 했으니, 전역시점으로만 보더라도 정말 30년 전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까마득한 시절에 젊음을 함께 했던 사람이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됐든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내 사진에서 감개무량을 느낀다니, 너무 고맙지않은가...
그렇게해서 내게 보내준 사진..
햐~ 사진을 보니 얼굴들이 다 기억이 나는데, 스스로 놀란건 대부분 이름이 기억이 난다는거다.
왼쪽부터, 나보다 1년 선배인 김영일 중위, 내 동기 김남선, 그리고,
노련했던 안창선, 얌전했던 원두선(이름이 생각이 안났는데 알려줬다), 과묵했던 윤하사(이름이 희섭이던가..?),
성격좋던 목포사나이 임석주, 방명록에 글을 남겨준 주인공 조동익, 당시 가장 분위기 메이커였던 김남수.
참으로 정겨웠던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리고,
[장군산 계곡에서 교육시 보좌관님과 한컷]이라는 설명을 달아 함께 보내준 또 하나의 사진.
얼굴이 선명하진 않지만, 분명히 나다.
난 이런 사진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는데, 그 오랜 세월동안 누군가가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는게 정말 신기하면서 고맙게 느껴진다.
내가 궁금했던건, 체면상 모르는 척 하느냐는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
보통 지난 일의 경우, 대개가 가해자는 기억을 못해도 피해자는 기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뭔가 내가 상당히 몹쓸 짓을 했다는건가??
한참 후배인 민경철 88군번 637포대 근무 (청주거주) 덕분에 이상범 보좌관님을 알게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이라 했는데 너무거창 하게 떠들어 죄송하군요.
하극상이라 할까.. 훈련 나갔다 사병들이 말을 안듣는 관계로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니 내게 빳다 10대를 치라." 고 해서
사병인 제가 감히 보좌관님을 10대를 친 것을 기억 못하십니까....
이유야 어떻든 30년 후에야 용서를 빕니다...........
보좌관님 블로그 참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고 한수 배워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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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이렇게 많이 흘러 우리 자식들이 벌써군대를 갔다 왔으니.......
아무튼 영영 못볼뻔 했던 보좌관님도 뵙고 글도 이렇게 올리니 정말 고맙습니다.
사진으로 얼굴을 봬니 30년전이나 변함이 없으신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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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가 그랬는지, 메일을 통해 근황과 함께 이런 내용을 보내왔는데,
이 글을 보니 생각나는게 있다.
어느 집단에서나 새로운 리더가 오면, 기존의 구성원들이 새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슬며시 떠보는 속성이 있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줄다리기라고 할까..
일종의 기싸움이기도 한데,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조직장악력이 좌우된다.
당시 사병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지, 아니면,
야외훈련이라는 환경요인에 의한 긴장의 이완 때문이었는지, 내 지시가 제대로 이행이 되지않음을 느꼈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사병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켜줄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
폐쇄된 조직에서는, 말로 안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육체적 자극이 그나마 짧은 시간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 당시는 군대에서 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던 구타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구타를 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처벌한다는 강력한 구타근절 의지를 표명하던 시기다.
그러니 함부로 몽둥이를 들었다가 누군가에 의해 소원수리(부당행위에 대한 고발)라도 들어가면,
나까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자~ 뭔가 조치는 취해야겠고, 나 역시 구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긴장조성을 위해
한번쯤은 필요할거 같은데, 잘못 매를 들었다가는 나마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뭘까...???
그리고 생각해낸, 나름 묘안이 [먼저 맞고 때리자]였다.
조직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니,
내 잘못에 대해 그들의 처벌을 먼저 받고, 그 다음 내가 그들을 벌하겠다는 것.
자기들이 먼저 나를 때렸으니, 어디가서 맞았다고 고발하진 못하겠지...
그래서 선임병에게 몽둥이를 쥐어주고 먼저 엎드린 적이 있었다.
스물셋 청년의 울며겨자먹기식 객기였다.
에피소드로 간직하고 있던 추억이었지만,
사병들을 대표로 내게 몽둥이 찜질을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잊고 있었는데, 바로 자기였단다. ^^
이제 다들 아이들이 군대를 다녀왔을 오십이 넘은 나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들을 하며 지내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보고싶기도 하고..
사진을 보내준 조동익 병장에게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만나자고 했다.
예전 96년도에 토요일 오전에 방영하던 2시간짜리 TV 생방송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프로가 나가고, 저 사진 속의 안창선 병장에게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너무 뜻밖이라 방송의 파워가 대단하다며 놀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인터넷 세계가 너무 놀랍다.
조동익 병장... 정겨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어 너무 고맙고 반갑습니다.
꼭 한번 만나 누구 기억력이 좋은지 겨눠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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