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종회 신년모임
뻔한? fun한!!/산다는건... 2010. 1. 10. 03:23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삼성생명은 業의 특성 때문인지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약간 색다른 기업문화가 있다.
뭐라 표현하면 적절할까...
영업조직을 근간으로 하는 구조상의 특징 때문인지, 한마디로 대가족제도의 특성이 많이 묻어난다.
대가족제도가 그렇듯, 상하간 위계가 뚜렷하고 다소 보수적인 색채가 짙지만,
그 가운데 구성원간의 정이 상당히 깊고 가족적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끼리의 OB모임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데,
그러다보니 모임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여러개의 친목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의 경우, 회사에 있을 때는 前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회사를 떠난 후에는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주기적인 모임은 만들지않고 있다.
과거의 무용담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몸담고있는 삼성생명 출신들의 친목모임이 있다.
삼성생명에 근무할 때 교육분야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분기에 한번, 1년에 4번 만나는 시종회는 매년 첫 모임인 1월 신년하례식을 부부동반 모임으로 한다.
시종회의 2010년 신년하례식이 지난 금요일인 7일 서초동 세종원에서 있었다.
조재현 회장의 인사말.
이 날 모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임광균 회원과 부친의 기일이 겹친 김준식 회원외 전원이 참석했다.
사실 이 모임에 대해 서운한 사람들도 많다.
교육이 중요시되는 보험업의 특성상, 삼성생명의 교육조직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고,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부서에 몸을 담았고 거쳐나갔는데, 왜 너희만 모이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해가 되는 지적이지만, 그 부분은 여기서 얘기할게 아니므로 패스.
[시종회]라는 명칭은, 처음에는 재미로 당시 교육본부장이셨던 이시용 사장님과
교육부장이셨던 강종태 상무님의 이름 한자씩을 땄지만, 두분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함께 하자는 해몽을 곁들여 결정되었다.
우리끼리의 자화자찬이겠지만,
한때 삼성생명, 나아가 대한민국 보험업계의 교육시스템을 선도했던 사람들이다.
우수 영업사원 육성을 위한 교육제도를 만들고, 연수원에서 직접 교육훈련을 담당했던,
말 그대로 교육기법에 대한 당대의 전문가들이다.
가운데 두 분은 이제 은퇴를 하셨지만, 아직 보험업계의 중역으로 계신 분도 있고,
교수로 변신하신 분도 있고, 아직까지 산업훈련가로 활동하는 분도 있다.
시종회에 나가면 재밌는 일이 많다.
대부분 10년 전후의 교육경력으로, 강의 주제만 주면 사전 준비나 아무 자료없이도 언제든 두세시간 정도는
물 흐르듯 시간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의와 교육진행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인데다, 특히,
각종 강사 평가시스템을 통해 우수한 강의 실력을 인정받은, 강의기법으로도 정평이 난 사람들이다보니
만나면 이야기가 끝이 없다. 끝도 없을 뿐 아니라 이야기 분야도 무궁무진하고, 재기발랄한 화술로 지루하지가 않다.
시종회에서 또 하나 유쾌한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게 편안함을 준다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이시용 사장님이 당시 전무로 삼성생명 교육본부장으로 계실 때 나는 채 대리도 되기 전이었다.
그 분을 모시며 대리가 되고 과장도 됐지만, 당시에는 올려다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이시용 사장님은 나의 사회생활에서 특별한 존재이신데, 그에 대해서는 일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http://www.kangha.kr/1086)
엄청나게 꼼꼼하고 치밀하신데다 조그만 실수조차 용납치않는 빈틈없는 성품 탓에
보험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로 모두에게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시던 분이었지만, 요즘 뵈면 참 편하다.
호되게 꾸지람들었던 일들을 비롯해 (당시에는 언감생심 말도 못 꺼내던)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
잔잔히 웃고 계시다가도, "그때 너무 심하셨어요.." 라고 철지난 항의(?)라도 할라치면,
"쓸데없는 기억력들은 좋아가지고... 일만 잘했어봐. 그래도 내가 그랬을까.." 하시며 유쾌하게 웃으신다.
이시용 사장님이 유하게 변하시기도 하셨겠지만,
이제는 함께 중년의 길을 걷고있는 후배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신가 싶다.
젊었을 때는 바라볼 수 조차 없던 거대한 벽이, 세월이라는 연마제로 인해 둥글둥글한 자갈로 함께 변하는걸 느끼면서
(물론 나는 조약돌이지만) 세월의 흐름이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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