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보니 반창회한지가 꽤 오래 되었다.
이런건 머슴이 부지런해야 하는데, 내가 여유가 없이 살다보니 급우들에게 미안하다.

해서...  지난 주 수요일 급거 소집한 가을 반창회.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승욱, 구정섭, 양보, 정철두, 이상범, 지인상, 박경훈, 장수철.

양보와 경훈이는 고정멤버.
승욱이와 수철이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는 친구다.

정섭이는 세관에 근무할 때는 일의 특성상 자유롭게 시간을 못내더니
세관에서 나와 자기 일을 하면서 참석을 한다.

양보 왈,
"지들이 나이 먹으면 갈데가 어딨냐...  결국 친구들 곁이지..."

철두는 선약이 있다더니, 경훈이의 전화 한방에 뒤늦게 달려왔다.

지인상...  참 특이한 친구.
반창회 공지 문자메세지를 보내면 참석을 못하는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응답이 없거나
그나마 성의를 보이는 친구들은 문자로 불참이라는 회신을 보내는데,
인상이는 한번도 참석을 못하면서 그때마다 꼬박꼬박 내게 전화로 불참통보를 한다.
"상범아..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이번엔 좀 봐주라.. 미안하다. 다음엔 꼭 나갈께.."
말투에 미안함이 묻어 나오는 이 친구의 말을 듣노라면, 어느 순간 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그러던 인상이가 이번에는 참석여부에 대해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더니 불쑥 세번째로 도착을 하는게 아닌가.

- 야~~ 상범아~~ 정말 오랜만이야...
> 어.. @ㅁ@...  너...  ... ... 넌 이번엔 전화도 없길래, 내가 속으로 이랬다.
  '인상이 이놈아가 더 이상 핑계대기도 미안하니까 이제 아예 전화도 안하는구나...'
- ㅋㅋ~~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지...


이 날도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다.
          
내달 둘째 딸 시집보내는 양보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3 말년에 담임선생님과 옥신각신 끝에 머리 깎인 이야기.
그러다 갑자기 3학년 때 우리 반 1등이 누구였냐는, 이 시점에서 정말 쓰잘떼기(?)없는 공방.^^
그리고, 소재 파악이 안되는 고3 때 담임 진영철 선생님을 경찰에 수배의뢰를 해서라도 모시자는 이야기...

그런데, 이 날 대화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대개가 결혼 25주년 언저리들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이미 지난 친구도 있고, 이제 가까운 친구도 있고), 다들 이제 하루 세끼 끼니가 걱정되는지
은혼식 선물로 뭐를 해야하느냐가 관심거리.

대체적으로 현금이 가장 낫다는게 중론인데,
괜히 기호를 몰라 사주고 혼나는거 보다 낫다는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그중에 압권은,
천만원을 집사람 통장에 넣어주었는데, 집사람도 1년 가까이 그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더라는거.
쏟아지는 화살들..  천만원을 준 사람이나.. 받고도 잊어먹는 사람이나...  와이프가 돈이 더 많은거 아냐?? 


오랜만에 만났으니 노래 잘 하는 사람만 뽑아 2차를...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른다는건 가사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얘기.  부럽다~
나는 이제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는 노래가 없어 노래방이 아니면 부를 노래가 없는데.



요렇게 간만에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틈에 2차 비용 계산을 마친 인상이의 辯,
"오랜만에 나와서 미안해서..."

다음 날 인상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젠 고마웠어.. 나온 것만도 반가웠는데, 계산까지 해줘 덕분에 즐거웠다.
 근데, 너..  또 계산하고 싶다고 한동안 안나오는거  아니지??"  ^&^~~


친구간 임에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자기 몫을 하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더 정감이 가는...  그래서 친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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