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분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오랜 기간 이민생활을 하시다 다시 돌아오신 분인데,
뉴질랜드에 계실 때 어떻게 내 블로그를 접하게 되셨고,
그게 인연이 되어 귀국 후에도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계기가 되어 두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에게 뉴질랜드에서 자라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 아들이 있다.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뉴질랜드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을 했지만,
그곳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우리말이 서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귀국 후 아이의 한국어 능력을 올리기 위해 위인전과 동화책 등을 읽히며
단어 밑에 영어로 각주까지 달아주는 등, 무척이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한다.

초등학교 1년 여를 그렇게 적응기처럼 보냈지만,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가 뉴질랜드와는 문화와 환경이 다른 학교생활을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 많으신거 같다.

중학교에서 20년 이상을 보낸 집사람이 보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엄마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도 되고,
또 또래 아이들 세계를 남들보다는 그래도 좀 알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요즘은 수시로 집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 모양이다.


엊그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난 주말 먹통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한 후 전화번호 복사를 하기 전이라,
발신자 전화번호만 뜰 뿐,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 여보세요.. (나는 아는 상대에게는 내 이름을 먼저 밝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 전데요.. 언니가 휴대폰을 두고 나오셨나봐요. 마지막 통화자가 저라고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언니한테 알려주셔야 될거 같아서요..

언니?  언니라니..  이 사람은 누군데, 자기 언니 얘기를 나한테 하고 있는거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그 분이다.  늘 사모님이라는 호칭으로 집사람을 칭하다
갑자기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니 순간적으로 헛갈린거다.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나한테도 그러더라구. 어이구.. 이 나이에 갑자기 동생들이 생기네.." 하며 웃는다.


집사람은 숫기가 약한 편이다.
상대방이 격의없이 다가오더라도 쉽게 박자를 맞춰 동화되지 못한다.
동화되지 못한다는게, 같이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열면서도 말을 함부로 놓지를 못한다.

나에게 [아주버님]이라고 호칭하는절친한 후배의 부인이 오래 전부터 [형님]이라고 함에도
집사람은 그 후배의 부인에게 여지껏 동생처럼 말을 완전히 놓지 않는다.
편하게 말을 하면서도 끝에는 "~~요.." 하는 식이다.  소위 제대로 반말을 하지 못한다.
격의없이 마음을 주고받으면서도, 반말을 하는게 왠지 상대방에게 함부로 하는거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집사람은 학교 후배에게도 쉽게 말을 놓지 못한다.
집사람의 성격이 그렇다.




오늘도 그 분의 제안으로 집사람과 둘이 점심을 같이 한단다.

근 10년만의 한국생활, 그것도 자녀의 낯선 교육환경이 걱정되는 그 분에게,
중학교사 경험이 있고 자기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차가 있는 집사람이 편하고 의지가 되는 모양이다.
한국 땅에 아무 형제도 없는 집사람 역시 거리낌없이 친숙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그 분이 싫지 않은거 같다.


일면식도 없던 낯선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런 만남이 더 고맙고 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산다는게 무료하고 지치다가도 가끔씩 즐거운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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