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을 했던 반창회 송년모임이 있었다.
늘 반갑고 정겨운 급우 9명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질 않는데,
그 날의 백미는 반장에 대한 이야기.

내가 미리 작성하여 나눠준 주소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누군가가, '왜 주소록 인원이 스물다섯명 밖에 안돼???

상범 : 연락처가 파악된 사람만 적었어.
형열 : 재민이가 빠졌네...
상범 : 우리 반에 재민이가 있었어??
그외 다수 : 재민인 우리 반이 아니잖아..
형열 : 우리 반 맞아..  영철아.. 지금 너랑 같이 있지 않아??

윤영철, 이 친구는 지금 관동대 전자공학과 교수다.

영철 : 맞지..
상범 : 무슨 과??
영철 : 우리 과..
상범 : 그럼 같은 전자공학과야??
영철 : 응..
상범 : 그럼 니가 잘 알겠네...  우리 반이냐?
영철 : 우리 반..??  아닐껄...

상범 : 근데, 고3때 우리 반 반장이 누구였냐??  누군지 도통 생각이 안나네...
대다수 : 그래.. 정말... 누구였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형열 : 재민이가 우리 반 반장이었다니까..
수철 : 걔는 우리 반이 아니라며...
형열 : 우리 반 맞다니까... 반장 했다니까 그러네...
양보 : 야~~ 지금 같이 있는 영철이도 모른다잖아..
형열 : 재민이한테 전화해보면 알거아냐..
상범 : 영철이가 전화번호 알겠네..  야~~ 해봐..


영철이가 전화번호를 누른 후, 바로 날 바꿔준다.

재민 : 여보세요...
상범 : 저.. 이재민 교수님이십니까?
재민 : 네.. 맞는대요..
상범 : 윤영철 교수님 소개로 전화드렸습니다.
재민 : 네.. 무슨 일이시죠??
상범 : 혹시 윤영철 교수님과 고3때 같은 반을 하셨습니까?
재민 : 네.
상범 : @>@~~  그럼 3학년때 5반이셨나요?
재민 : 네..
상범 : !%&#^*^$#...  재민아.. 나 이상범이야... ...  ( 이하 생략 )


모두 : 맞다는 얘기야??  야~~ 영철이 너는 같이 몇년을 있으면서도 같은 반 인지도 모르고, 뭐하는 놈이냐...
영철 : 재민이가 우리 반이란 말이야??  햐~~ 나도 미치겠네...
양보 : 경훈이 니가 부반장하지 않았냐??
경훈 : 맞아..
양보 : 근데...  부반장이 반장이 누군지도 몰랐단 말이야??
경훈 : 나도 처음 알았네...
양보 : 니들 엄청 문제 많았구나... 야.. 경훈이가 반장 엄청 꼴보기 싫어했구나...

상범 : 완전히 우리 반이 봉숭아학당이네...


정말 이 와중에 얼마나들 웃었는지 모른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몇년째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몰랐던 윤영철 교수와,
같이 1년간 반장 부반장으로 호흡을 맞췄으면서도 기억을 못하고 있는 박경훈 원장.

두 친구의  덜 떨어진듯한 헷갈림 덕분에
나머지 머리 나쁜 우리들의 무지한 기억력은 대충 묻어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중1부터 고3까지 내 반과 번호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기한게 아닌가... 남들도 다 기억하고 있는 당연한 건가...




모인 사람 중 유일하게 반장을 기억하고 있던 박형열과,
전체 동기회장을 맡아 정말 고생하는 박굉복,
그리고, 같은 과 교수인 동창이 같은 반 인줄도 몰라 바보가 되어버린 윤영철.

그러고보니, 얼떨결게 내민 포즈에서도 영철이는 형열이에게 졌다.
두 사람은 가위 포즈인데, 혼자 보를 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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