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대 식당에서 강아지를 세마리 얻어 키웠다.
식당의 잔밥이 많으니 그걸 그냥 버리느니 개라도 키우자는 의견에 새끼 세마리를 얻어 온 것이다.

강아지 세마리에게는 각각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강아지가 어느정도 成犬(일명 X개)으로서 훌륭한 체격을 갖춘 어느 해 여름 초복날,

취사병들이 '초복아 ~~  놀러가자..' 하고 초복이를 데리고 산으로 갔다.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따라간 초복이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중복날엔 중복이를 불러 데리고 나갔다.
중복이 역시 그 이후 자취를 감췄다.

말복날 이후, 말복이를 본 장병들도 없다.

그들은 각각 군인들의 일부가 되어 조국수호와 국토방위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이건 실화다.






여름은 犬公들에겐 생과 사를 오가는, 그야말로 초긴장의 계절이다.
옛날 로마시대 검투사들에겐 싸워서 이길 기회라도 주어졌지만, 그들에겐 사투를 벌일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처분만 바랄 뿐이다.

선택권이 없는 경우에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제법 몇년은 무사히 넘긴 듯한 이 개의 눈에서 체념이 읽혀지나 보다.

어려운 여건하에서 조직사회에서 오래 버티는 처세술은, 바짝 엎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사슬을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납짝 엎드려 있는 이녀석이 이제 다가 올 중복과 말복을 잘 넘기기를 바란다.
    
가을 쯤 이 녀석을 다시 볼 때는 녀석의 표정이 좀 밝아 보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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