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파천님의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지난 수요일 전시회 오픈을 했는데, 그때 가봐야 왠만해선 눈 맞추기도 힘들거 같고 찬밥(?) 취급만 받을거 같아
조금 한가할 때 간다고 간 것이 정말 날을 잘 택한거 같다.
아무도 없는 절묘한 시간 선택에 힘 입어 VIP급 설명을 들었으니까. 
  
몽골을 소재로한 사진이 시원스럽고 장엄함을 느끼게 하지만, 전시작품의 액자가 참 특이하다.
외형이 흡사 LCD 액정 TV를 연상케 하는데, 진공압착방식을 택하여 햇빛을 오래 받아도 변색이 안된단다.
깔끔하기도 하고.  이거 하느라 전 작품들이 모두 독일까지 다녀왔다는구만...
돈 좀 먹었겠다.

촬영시간 및 기후조건, 기법은 물론 작품 속 소재에 대한 설명까지 아주 소상한 해설을 들으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란 생각이 새삼 든다.

돈 있다고 되는 것도, 기기가 좋다고 되는 것도, 또 테크닉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정과 그 열정을 따라갈 수 있는 근면성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은 물론...

작품에 대해 점잖게 접근하지 않는 파천님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좋다.
작은 사이즈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대형화된 인화지 속의 디테일이 재밌다.
점 같은 새, 선 같은 소떼의 행렬, 암흑 속에 묻힌 수초를 찾는 흥미로움이 있다.
순간적으로 담아낸 자연이 만들어내는 구름에서 해학을 뽐낼 수 있는 오만을 주어서 즐겁다.


전시장을 들러보다 재밌는게 눈에 띄인다.



새민족교회에서 보낸 蘭의 리본에 적힌 문구 [미워 미워 장현우].
ㅋㅋㅋ... 이런 문구는 또 처음인데, 필체와 잘 어울리는 문구 속에 애뜻한 정이 물씬 풍긴다.

파천님... 정 좀 주시지...


아참...  파천님..
독수리 5형제 중 지구를 지키기위해 보초서느라 빠진 한마리는 다음에 꼭 껴주세요.

그리고, 전시 중인 작품의 촬영은 예의가 아닌거 같아 그 작품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몸통 뜯긴 채 줄행랑치는 명태대가리를 쫒는, 작가도 몰랐던 ghost 의 존재를 찾아내
작품의 해석을 완성시킨 대가는 뭐 없수??? 
그거 완전히 미이라 영화의 한 장면이던데...   ^-------^ 


훌륭한 해설과 함께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파천님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전시회를 기대합니다.
돈도 많이 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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