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가 제대하기 직전 말년휴가를 나오는 날 재원이 부대를 방문했다가
재원이의 직속상관인 지원대장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 젊어보이는 외모에 놀랐는데, 잠깐 환담을 나누면서
특전사 출신이라고는 전혀 상상이 안될 정도로 소탈한 성격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다.
카투사가 일반적으로 보통의 군인들에 비해 군기가 좀 헐렁한게 사실 아닌가.
그러니, 군기가 바짝들어 말 한마디에 똑부러게 움직이던 특전대원들과 상대하던 사람이
다소 나사 풀린듯한 카투사들을 통솔하려니 얼마나 맥이 빠지겠는가.

'상당히 어려움이 많고 힘드시겠다.' 는 위로(?)의 말과 함께,
여러가지로 미숙하고 부족함이 많은 재원이가 군복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잘 보살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니,
오히려 재원이가 선임병으로서 역할을 잘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재원이를 만난게 행운이라는 최고 수준의 덕담과 함께,
기회가 되면 까사미오로 찾아와 선배님의 가르침을 받겠다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다.  

지원대장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재원이가 하는 말이 기가 막히다.
후임병 부모가 면회를 와서 오늘처럼 지원대장을 만났는데,
지원대장이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반면, 후임병의 아버지는 지원대장을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하더란다.

내 아이들을 맡은 사람은 그 대상이 학교의 교사든 군대의 상사든
나이와 상관없이 그 기간동안 그 사람은 나와 다름없는 아이들의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상을 내가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 아이들이 그 사람을 공경하겠는가.
어찌보면 아이들이 누구를 공경하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없는 부모들의 생각에 문제가 많은게 아닌가 싶다.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을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재원이가 제대를 1주일 남긴 말년휴가를 마치고 들어갈 때,
재원이를 보살펴준 감사의 뜻으로 니트와 셔츠를 지원대장에게 전달했다.
'나는 이제 너한테 더이상 해줄게 없는데, 부모님에게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나...' 라는 지원대장의 말에,
재원이는 '복무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 부모님이 절대 이러시지 않았을겁니다.' 라고 답했단다.
빙~고~~~  정답 !!!

그리고 1주일 후, 재원이가 제대를 하고 나와서 건네준 것.



'이게 뭐야?'

부모님께 전해주라며 지원대장이 건네주더란다.
'절대 네 여자친구한테 주면 안된다.' 는 조크와 함께.

집사람이 보더니 깜짝 놀란다.
'십자수가 얼마나 공이 많이 들어가고, 힘이 드는건데...  눈도 아프고...  
 닷새동안 저거 만들려면 부인이 너무 고생했겠다. 저걸 미안해서 어떻게 받니...'


사람들은 자기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자기 마음도 보이고 싶어진다.

물론,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다.
남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정을 당연한거 내지는 무덤덤하게 반응없이 지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원이의 지원대장이 보내준 마음은 참 훈훈함이 느껴진다.
재원이의 군복무 만기로 서로가 잊혀지기 쉬운 관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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